비명계, 이재명과 ‘헤어질 결심’?

입력 2023.02.28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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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결 139표, 부결 138표, 기권 9표, 무효 11표.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하루가 지난 오늘(28일) 아침, 기자들의 이목이 더불어민주당 원내대책회의로 쏠렸습니다. '압도적 가결'을 내세워 표결 전략을 지휘했던 원내 지도부의 공식 입장이 나오는 자리였기 때문이었습니다.

"표결 결과가 주는 의미를 당 지도부와 함께 깊이 살피겠습니다. 어제의 일로 당이 더 혼란이나 분열로 가서는 안 됩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당의 단일한 대오를 위해 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박 원내대표가 첫 일성으로 '단일대오'를 강조하며 흔들리는 당심을 수습하고 나섰지만, 분위기는 녹록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이 대표에겐 가결보다 더 아픈 부결인 만큼, 의원들의 속내도 복잡했습니다.

■ 비명계 "빙산의 일각…조치가 필요하다"

비명계 중진 이상민 의원은 오늘 아침,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겉에 나온 숫자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했습니다. 이 대표의 거취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어떤 조치가 필요한 건 틀림없다"고도 강조했습니다.

이번 표심을 이 대표 체제에 대한 '분명한 경고'로 풀이한 겁니다.

"그게 그냥 설렁설렁 넘어가거나 별일 없겠지, 다시 또 얘기해 보면 되겠지, 이렇게 완만하게 생각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을 따라가기는 하지만 분명히 이렇게 가서는 당도 다 송두리째 낭떠러지로 떨어진다라는 걱정이 갈수록 더 깊어지고 있습니다."

KBS가 취재한 비명계 의원들은 대체로 비슷한 의견을 냈습니다.

"무더기 이탈표가 나올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 "이 대표 체제로 내년 총선을 치르는 것에 대한 위기감이 표출된 것이다" "이 대표 스스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등의 요구가 쏟아졌습니다.

비명계 A 의원 :
"이 대표 개인 리스크가 당으로 옮겨붙는 것에 대한 불만이다. 수도권 의원들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체포동의안이 다시 올 텐데, 대표가 스스로 내려가는 게 맞다. 당과 개인의 일체화를 대표직 사퇴 아니면 풀 수 없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

비명계 B 의원 :
"우리가 무슨 '조직적 가결 운동'을 해왔다고 하는데 지금의 지도부가 사실상 '조직적 부결 운동'을 해온 것 아닌가? 그런데도 이런 결과가 나왔단 건 심각하다. 지도부가 먼저 이 상황을 파악하고 허심탄회하게 대화해야 한다."


■ 감정의 골, 시작은 기자회견?…"충분히 말했는데"

비명계 의원들이 이번 표결에서 확실한 '경고장'을 날려야겠다고 결심한 계기는 지난 23일, 체포동의안 국회 보고를 하루 앞두고 열린 이재명 대표의 기자간담회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 대표는 올해 들어 비명계 의원들과 1:1 만남을 이어가며 의견을 들어왔는데요. 이 자리에서 그간 하고 싶었던 '쓴소리'를 아낌없이 전했던 의원들은, 이 대표의 생각이 조금이나마 달라졌길 기대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회견에서 "강도와 깡패들이 날뛰는 무법천지가 되면 당연히 담장이 있어야 하고, 대문도 닫아야 한다"며 불체포특권 포기나 당 대표직 사퇴 등에 확실하게 선을 그었습니다.

비명계 의원들은 이를 보고 크게 실망했다고 속내를 털어놨습니다. 실제로 당일 오전, 비명계 의원 몇몇은 이 대표에게 면담 요청을 했다가 "굳이 안 만나도 될 것 같다"며 취소하기도 했습니다.

비명계 C 의원 :
"이 대표를 장시간 만나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거의 다 했다. 나만 그랬겠나. 다른 의원들도 유사한 이야기를 했다. 거기에 대한 응답이 지난주 목요일 기자간담회였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그렇게 이야기를 했는데 본인한테는 그냥 일고의 가치도 없는 이야기였던 것이다."

■ 친명계 "뒤통수 쳤다…당 대표 내려놓으라는 것"

반면 친명계 의원들은 격앙된 모습입니다.

앞에서는 똘똘 뭉쳐 부결 표에 힘을 보탤 것처럼 해놓고, 뒤에선 삼삼오오 조직을 모아 가결, 기권, 무효표를 찍은 것 아니냐는 겁니다. 당원들과 국민들의 절박한 호소를 외면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김남국 의원은 SNS에 "하룻밤을 꼬박 지새우며 당원들과 지지자들의 상실감을 어떻게 위로하고 감당해야 할지 고민했다"며 이렇게 썼습니다.

"당의 총의를 모으는 과정에서 앞에서는 부결을 외치고, 뒤로는 가결과 무효표를 조직했다는 것은 상당히 아쉬운 점입니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가장 바라는 것이 우리 당의 내부 분열입니다."

KBS가 취재한 친명계 의원들도 일종의 '배신감'을 호소했습니다. 깊어진 감정의 골이 그대로 느껴졌습니다.

이번 표결 결과를 비명계의 '최후 통첩'으로 읽는 분위기가 강했지만, 그럼에도 이 대표의 거취 결단이나 지도부 쇄신에 대해선 부정적인 기류가 상당했습니다.

친명계 A 의원 :
"(비명계가) 조용조용하게 몇 명이 전화를 돌린 것이다. 가결하라곤 못해도 기권하라고 했을 것이다. 의총에서 총의를 다 모았다고 해놓고 뒤통수를 친 것이다. 근데 뒤통수 친 사람이 와서 대표에게 사퇴하라고 하면, 당신들이 사퇴하라고 해야 한다."

친명계 B 의원 :
"비명계 의원들을 안을 수 있겠나. 이게 최후통첩인데. (당 대표를) 내려놓으라는 거 아니겠나. 나는 내려놓지 말고 끝까지 가서 결판을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연하게."

친명계 C 의원 :
"당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져서 몇 개월째 유지되고 반등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상황이면 이해한다. 근데 지금 그 상황이 아니지 않으냐. 이 대표가 문제가 아니라 결국에는 자기들 공천 문제인 것이다. 그게 가장 크다고 본다."


■ 이젠 '헤어질 결심'?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SNS에서 "길이 보이지 않는 안개 속에 있는 듯한 답답함이 가슴을 짓누른다"는 말로 지금의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이번 표결로 친명·비명계의 간극이 수면 위로 드러난 상황. 이 대표를 향하는 '사법 리스크' 파고(波高)는 갈수록 높아질 겁니다.

당장 다음 달 3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첫 재판에 출석해야 하고, 백현동·정자동 의혹과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등을 두고 '쪼개기 영장 청구' 가능성까지 거론됩니다.

이 대표 측은 일단 다른 의견을 가진 의원들과 좀 더 촘촘하게 소통을 강화하겠다며 정공법을 택했습니다.

비명계는 이 대표의 손을 잡아줄까요? 아니면 '헤어질 결심'을 굳히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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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명계, 이재명과 ‘헤어질 결심’?
    • 입력 2023-02-28 19:02:50
    취재K

가결 139표, 부결 138표, 기권 9표, 무효 11표.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하루가 지난 오늘(28일) 아침, 기자들의 이목이 더불어민주당 원내대책회의로 쏠렸습니다. '압도적 가결'을 내세워 표결 전략을 지휘했던 원내 지도부의 공식 입장이 나오는 자리였기 때문이었습니다.

"표결 결과가 주는 의미를 당 지도부와 함께 깊이 살피겠습니다. 어제의 일로 당이 더 혼란이나 분열로 가서는 안 됩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당의 단일한 대오를 위해 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박 원내대표가 첫 일성으로 '단일대오'를 강조하며 흔들리는 당심을 수습하고 나섰지만, 분위기는 녹록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이 대표에겐 가결보다 더 아픈 부결인 만큼, 의원들의 속내도 복잡했습니다.

■ 비명계 "빙산의 일각…조치가 필요하다"

비명계 중진 이상민 의원은 오늘 아침,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겉에 나온 숫자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했습니다. 이 대표의 거취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어떤 조치가 필요한 건 틀림없다"고도 강조했습니다.

이번 표심을 이 대표 체제에 대한 '분명한 경고'로 풀이한 겁니다.

"그게 그냥 설렁설렁 넘어가거나 별일 없겠지, 다시 또 얘기해 보면 되겠지, 이렇게 완만하게 생각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을 따라가기는 하지만 분명히 이렇게 가서는 당도 다 송두리째 낭떠러지로 떨어진다라는 걱정이 갈수록 더 깊어지고 있습니다."

KBS가 취재한 비명계 의원들은 대체로 비슷한 의견을 냈습니다.

"무더기 이탈표가 나올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 "이 대표 체제로 내년 총선을 치르는 것에 대한 위기감이 표출된 것이다" "이 대표 스스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등의 요구가 쏟아졌습니다.

비명계 A 의원 :
"이 대표 개인 리스크가 당으로 옮겨붙는 것에 대한 불만이다. 수도권 의원들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체포동의안이 다시 올 텐데, 대표가 스스로 내려가는 게 맞다. 당과 개인의 일체화를 대표직 사퇴 아니면 풀 수 없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

비명계 B 의원 :
"우리가 무슨 '조직적 가결 운동'을 해왔다고 하는데 지금의 지도부가 사실상 '조직적 부결 운동'을 해온 것 아닌가? 그런데도 이런 결과가 나왔단 건 심각하다. 지도부가 먼저 이 상황을 파악하고 허심탄회하게 대화해야 한다."


■ 감정의 골, 시작은 기자회견?…"충분히 말했는데"

비명계 의원들이 이번 표결에서 확실한 '경고장'을 날려야겠다고 결심한 계기는 지난 23일, 체포동의안 국회 보고를 하루 앞두고 열린 이재명 대표의 기자간담회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 대표는 올해 들어 비명계 의원들과 1:1 만남을 이어가며 의견을 들어왔는데요. 이 자리에서 그간 하고 싶었던 '쓴소리'를 아낌없이 전했던 의원들은, 이 대표의 생각이 조금이나마 달라졌길 기대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회견에서 "강도와 깡패들이 날뛰는 무법천지가 되면 당연히 담장이 있어야 하고, 대문도 닫아야 한다"며 불체포특권 포기나 당 대표직 사퇴 등에 확실하게 선을 그었습니다.

비명계 의원들은 이를 보고 크게 실망했다고 속내를 털어놨습니다. 실제로 당일 오전, 비명계 의원 몇몇은 이 대표에게 면담 요청을 했다가 "굳이 안 만나도 될 것 같다"며 취소하기도 했습니다.

비명계 C 의원 :
"이 대표를 장시간 만나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거의 다 했다. 나만 그랬겠나. 다른 의원들도 유사한 이야기를 했다. 거기에 대한 응답이 지난주 목요일 기자간담회였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그렇게 이야기를 했는데 본인한테는 그냥 일고의 가치도 없는 이야기였던 것이다."

■ 친명계 "뒤통수 쳤다…당 대표 내려놓으라는 것"

반면 친명계 의원들은 격앙된 모습입니다.

앞에서는 똘똘 뭉쳐 부결 표에 힘을 보탤 것처럼 해놓고, 뒤에선 삼삼오오 조직을 모아 가결, 기권, 무효표를 찍은 것 아니냐는 겁니다. 당원들과 국민들의 절박한 호소를 외면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김남국 의원은 SNS에 "하룻밤을 꼬박 지새우며 당원들과 지지자들의 상실감을 어떻게 위로하고 감당해야 할지 고민했다"며 이렇게 썼습니다.

"당의 총의를 모으는 과정에서 앞에서는 부결을 외치고, 뒤로는 가결과 무효표를 조직했다는 것은 상당히 아쉬운 점입니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가장 바라는 것이 우리 당의 내부 분열입니다."

KBS가 취재한 친명계 의원들도 일종의 '배신감'을 호소했습니다. 깊어진 감정의 골이 그대로 느껴졌습니다.

이번 표결 결과를 비명계의 '최후 통첩'으로 읽는 분위기가 강했지만, 그럼에도 이 대표의 거취 결단이나 지도부 쇄신에 대해선 부정적인 기류가 상당했습니다.

친명계 A 의원 :
"(비명계가) 조용조용하게 몇 명이 전화를 돌린 것이다. 가결하라곤 못해도 기권하라고 했을 것이다. 의총에서 총의를 다 모았다고 해놓고 뒤통수를 친 것이다. 근데 뒤통수 친 사람이 와서 대표에게 사퇴하라고 하면, 당신들이 사퇴하라고 해야 한다."

친명계 B 의원 :
"비명계 의원들을 안을 수 있겠나. 이게 최후통첩인데. (당 대표를) 내려놓으라는 거 아니겠나. 나는 내려놓지 말고 끝까지 가서 결판을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연하게."

친명계 C 의원 :
"당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져서 몇 개월째 유지되고 반등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상황이면 이해한다. 근데 지금 그 상황이 아니지 않으냐. 이 대표가 문제가 아니라 결국에는 자기들 공천 문제인 것이다. 그게 가장 크다고 본다."


■ 이젠 '헤어질 결심'?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SNS에서 "길이 보이지 않는 안개 속에 있는 듯한 답답함이 가슴을 짓누른다"는 말로 지금의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이번 표결로 친명·비명계의 간극이 수면 위로 드러난 상황. 이 대표를 향하는 '사법 리스크' 파고(波高)는 갈수록 높아질 겁니다.

당장 다음 달 3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첫 재판에 출석해야 하고, 백현동·정자동 의혹과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등을 두고 '쪼개기 영장 청구' 가능성까지 거론됩니다.

이 대표 측은 일단 다른 의견을 가진 의원들과 좀 더 촘촘하게 소통을 강화하겠다며 정공법을 택했습니다.

비명계는 이 대표의 손을 잡아줄까요? 아니면 '헤어질 결심'을 굳히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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