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절 노래를 아시나요?

입력 2023.03.01 (08:00) 수정 2023.03.01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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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운동'이 벌어진 서울 종로구 '삼일대로'. 이곳을 지나는 시민들에게 '삼일절 노래'를 아는지 물었습니다.

질문을 받은 10명 중 9명, 바로 고개부터 저었습니다.

한 50대 여성이 "알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가사와 멜로디까지 다 기억하진 못했습니다.

■ 뜨거웠던 그 날의 기억…가사 속에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이름조차 생소한 노래. 그러나 그 가사를 읽어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대한민국 헌법은 3.1운동으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건립됐고, 그 정신을 승계해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됐음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3.1운동은 대한민국 건국 정신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단순한 휴일 이상의 의미가 담긴, 삼일절의 정신이 고스란히 가사에 담겼습니다.

기미년 삼월일일 정오
터지자 밀물 같은 대한 독립 만세
태극기 곳곳마다 삼천만이 하나로
이 날은 우리의 의요 생명이요 교훈이다
한강물 다시 흐르고 백두산 높았다
선열하 이 나라를 보소서
동포야 이 날을 길이 빛내자

- 삼일절 노래

이 노래를 작사한 사람, 위당 정인보 선생입니다. 국경일을 기념하는 노래 상당수가 그의 손에서 나왔습니다.

정인보 선생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 기지인 서간도의 추가가(鄒家街)로 망명을 떠나, 국내외를 오가며 민족주의 운동을 벌인 독립운동가입니다.

일제의 창씨개명 요구에도 이를 거절했습니다. '이름을 바꾸는 건 사람으로서 옳은 일을 저버리는 일'이라는 소신 때문입니다. 그의 딸은 아버지를 이렇게 기억합니다.

“한번은 일본 순사가 와서 창씨개명을 하라고 하니까 그게 뭐냐고 되물으셨어. 석자인 조선식 이름을 일본식인 넉자로 바꾸는 거라고 말하니 정인보에 ‘씨’를 붙이면 넉자이니 그럼 된 거 아니냐고 말하셨지. ”

졍인보 선생은 해방 이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자 초대 감찰위원장에 임명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국경일을 기리는 노래를 작사해 노래를 통해 민족정신을 고취 시키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삼일절·제헌절·광복절·개천절 노래가 탄생했습니다.


■ 교과서에서도 잊혀지고 있는 '삼일절 노래'

이런 우리 민족의 정신이 깃든 삼일절 노래, 점차 잊혀지고 있습니다. 기념 행사에서만 간간이 나올 뿐입니다.

기억하는 이들도 적을뿐더러 교육과정에서조차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과거와는 달리 교과서에서는 삼일절 노래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9개 출판사의 초등학교 음악 교과서 중 삼일절 노래가 수록된 교과서는 단 1권. 그마저도 퀴즈 형식으로 수록된 게 전부입니다.


■ "삼일절 노래를 잊지 말고 기억해주세요."

정인보 선생의 딸 정양완 전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그리고 그의 남편인 강신항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KBS 취재진을 만나 이렇게 호소했습니다.

"아버지는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이면 꼭 하시던 분이셨어요. 독립운동도 그렇고 삼일절 노래를 만든 것도 모두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하신 일이죠."

-정인보 선생의 딸, 정양완 전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그 정신을 담은 삼일절 노래를 부디 잊지 말고 꼭 기억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이날은 우리의 의요. 생명이요. 교훈이다.'

민족정신을 강조하며, 옳다고 생각한 일은 주저하지 않고 행한 그의 생각이 담긴 노래. 오늘, 삼일절 노래를 들으며 그 의미를 되새겨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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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일절 노래를 아시나요?
    • 입력 2023-03-01 08:00:17
    • 수정2023-03-01 10:11:11
    취재K

'삼일운동'이 벌어진 서울 종로구 '삼일대로'. 이곳을 지나는 시민들에게 '삼일절 노래'를 아는지 물었습니다.

질문을 받은 10명 중 9명, 바로 고개부터 저었습니다.

한 50대 여성이 "알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가사와 멜로디까지 다 기억하진 못했습니다.

■ 뜨거웠던 그 날의 기억…가사 속에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이름조차 생소한 노래. 그러나 그 가사를 읽어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대한민국 헌법은 3.1운동으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건립됐고, 그 정신을 승계해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됐음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3.1운동은 대한민국 건국 정신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단순한 휴일 이상의 의미가 담긴, 삼일절의 정신이 고스란히 가사에 담겼습니다.

기미년 삼월일일 정오
터지자 밀물 같은 대한 독립 만세
태극기 곳곳마다 삼천만이 하나로
이 날은 우리의 의요 생명이요 교훈이다
한강물 다시 흐르고 백두산 높았다
선열하 이 나라를 보소서
동포야 이 날을 길이 빛내자

- 삼일절 노래

이 노래를 작사한 사람, 위당 정인보 선생입니다. 국경일을 기념하는 노래 상당수가 그의 손에서 나왔습니다.

정인보 선생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 기지인 서간도의 추가가(鄒家街)로 망명을 떠나, 국내외를 오가며 민족주의 운동을 벌인 독립운동가입니다.

일제의 창씨개명 요구에도 이를 거절했습니다. '이름을 바꾸는 건 사람으로서 옳은 일을 저버리는 일'이라는 소신 때문입니다. 그의 딸은 아버지를 이렇게 기억합니다.

“한번은 일본 순사가 와서 창씨개명을 하라고 하니까 그게 뭐냐고 되물으셨어. 석자인 조선식 이름을 일본식인 넉자로 바꾸는 거라고 말하니 정인보에 ‘씨’를 붙이면 넉자이니 그럼 된 거 아니냐고 말하셨지. ”

졍인보 선생은 해방 이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자 초대 감찰위원장에 임명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국경일을 기리는 노래를 작사해 노래를 통해 민족정신을 고취 시키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삼일절·제헌절·광복절·개천절 노래가 탄생했습니다.


■ 교과서에서도 잊혀지고 있는 '삼일절 노래'

이런 우리 민족의 정신이 깃든 삼일절 노래, 점차 잊혀지고 있습니다. 기념 행사에서만 간간이 나올 뿐입니다.

기억하는 이들도 적을뿐더러 교육과정에서조차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과거와는 달리 교과서에서는 삼일절 노래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9개 출판사의 초등학교 음악 교과서 중 삼일절 노래가 수록된 교과서는 단 1권. 그마저도 퀴즈 형식으로 수록된 게 전부입니다.


■ "삼일절 노래를 잊지 말고 기억해주세요."

정인보 선생의 딸 정양완 전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그리고 그의 남편인 강신항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KBS 취재진을 만나 이렇게 호소했습니다.

"아버지는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이면 꼭 하시던 분이셨어요. 독립운동도 그렇고 삼일절 노래를 만든 것도 모두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하신 일이죠."

-정인보 선생의 딸, 정양완 전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그 정신을 담은 삼일절 노래를 부디 잊지 말고 꼭 기억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이날은 우리의 의요. 생명이요. 교훈이다.'

민족정신을 강조하며, 옳다고 생각한 일은 주저하지 않고 행한 그의 생각이 담긴 노래. 오늘, 삼일절 노래를 들으며 그 의미를 되새겨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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