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일본인들이 말하는 3·1절

입력 2023.03.01 (18:53) 수정 2023.03.01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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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6번 정도 놀러 왔지만, 탑골공원엔 처음 온다"

3·1절 하루 전날인 어제(2월 28일), 한국 여행 중이라는 일본인 카이세이 씨를 탑골공원에서 만났습니다. 3·1 운동의 발상지인 이곳을, 일본인 청년은 왜 찾았을까요?

독립운동 외치던 현장을, 일본인과 함께


카이세이 씨는 일본에서 역사를 공부할 당시 '한일병합'이라는 주제 안에서 3·1 운동을 배웠다고 합니다. 마침 3·1절을 앞두고 서울을 방문한 김에 그 역사의 현장을 직접 찾아 본 것입니다. 카이세이 씨는 탑골공원 부조에 적힌 3·1 운동 설명 문구를 유심히 들여다봤습니다.

1919년 3월 1일 천안고을병천시장에 수천명 군중이 독립 선언식과 함께 만세를 불렀다. 주모자 유중천 등 이십 여명은 현장에서 참살되고 유관순 열사는 일경에 체포되어 감옥으로 넘어가 혹독한 고문에 항쟁하다가 옥사했다.
- 탑골공원 부조에 적힌 문구 중 일부-

카이세이 씨는 "마음이 아프다"고 했습니다. "일본 정부에 의해 많은 사람이 참살당한 것이 잔혹하다"고 말했습니다.

■ 104년 전 그날을 재현하며

이런 역사를 알리기 위한 우리나라 학생들의 노력도 매년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엔 3·1 만세운동을 인사동 일대에서 플래시몹 등으로 재현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시민들에게 이런 메시지를 전합니다.

"우리가 역사를 잊지 않고, 그날을 잊지 않는 의미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 플래시몹 참가자 원동섭 씨 -


아픈 역사를 알리는 일이 꼭 혐오나 적대에 닿아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역사 바로 세우기'를 전제로, 한일 관계의 개선에 관한 고민을 이야기하는 참가자들도 있었습니다.

"앞으로 일본과 같이 평화롭게 지내고 싶습니다"
- 플래시몹 참가자 김현 -

■ 20대 일본인 세 명이 바라본 3·1절

한국을 방문 중인 일본인 청년들에게도 한일 관계에 대해 물었습니다.
그들은 양국의 미래에 대해 어떤 생각들을 하고 있을까요?

#오오사카 카이세이 (00년생, 일본인 대학생)

일본인 오오사카 카이세이일본인 오오사카 카이세이

한국 요리를 좋아하고 일본에서도 한국인 친구들과 교류했다는 오오사카 카이세이 씨. 그는 한국 독립운동의 역사가 서려 있는 탑골공원을 둘러본 뒤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일관계가 더 좋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역사적인 사실 때문에 윗세대들은 서로 안 좋은 감정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지금처럼 같이 밥도 먹기도 하고 서로의 나라에 여행을 가기도 합니다.

-오오사카 카이세이 씨-

# 이와사키 하즈키 (00년생, 일본인 대학생)

일본인 이와사키 하즈키일본인 이와사키 하즈키

하즈키 씨는 일본 전쟁박물관에서 일하며 한일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된 일본인 대학생입니다. 한국에 있는 대학교에서 4개월 정도 공부하기도 했습니다.

"역사는 '현재'가 옳냐 그르냐를 따지는 것이 아닌, '과거' 일본이 한 잘못을 배우고 '미래'의 평화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즈키 씨의 말입니다.

그는 3·1절에 대해서도 학교에서 꽤나 자세히 배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선조들의 잘못에 대해 기꺼이 '사과'했습니다.

전 일본인이지만, 그 전에 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이 했던 행동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사람들과 함께 과거의 희생자들을 위해서 기도 드리고 싶습니다.

-이와사키 하즈키 씨-

#오노자토 료 (98년생, 일본인 유학생)

일본인 오노자토 료일본인 오노자토 료

오노자토 료 씨는 한국에 거주하는 일본인 유학생입니다. 한국에 오기 전엔 "일본 사람이라 한국인들이 좋지 않게 대할지도 모르고, 좀 무섭게 생각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막상 한국에 와보니 그런 것이 하나도 없고 오히려 친절한 사람들이 많다고 얘기합니다.

료 씨는 고등학교 수업에서 '3·1 운동'을 처음 배웠다고 합니다. 이후엔 일본 신오쿠보의 자료관에서도 3·1절에 대해 공부했다고 말했습니다.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싶어 서울 '서대문 형무소'에도 직접 다녀왔다며 이런 말을 덧붙였습니다.

경험하지 않았으면 '몰라도 된다'는 분위기가 일본에서 있어왔는데, 이는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역사를 알아야 우리 세대가 한일 관계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오노자토 료 씨-

특히 료 씨는 과거 한일 역사에 대해 "일본이 진심으로 사과했다는 느낌이 없다"며, "만일 자신이 한국인이라면 (일본이) 진심으로 반성하는 마음을 갖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또 앞으로 한국과 일본의 젊은 세대들이 역사적인 이야기를 나누면서 친구로서 계속 교류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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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대 일본인들이 말하는 3·1절
    • 입력 2023-03-01 18:53:37
    • 수정2023-03-01 20:36:49
    취재K
"서울에 6번 정도 놀러 왔지만, 탑골공원엔 처음 온다"

3·1절 하루 전날인 어제(2월 28일), 한국 여행 중이라는 일본인 카이세이 씨를 탑골공원에서 만났습니다. 3·1 운동의 발상지인 이곳을, 일본인 청년은 왜 찾았을까요?

독립운동 외치던 현장을, 일본인과 함께


카이세이 씨는 일본에서 역사를 공부할 당시 '한일병합'이라는 주제 안에서 3·1 운동을 배웠다고 합니다. 마침 3·1절을 앞두고 서울을 방문한 김에 그 역사의 현장을 직접 찾아 본 것입니다. 카이세이 씨는 탑골공원 부조에 적힌 3·1 운동 설명 문구를 유심히 들여다봤습니다.

1919년 3월 1일 천안고을병천시장에 수천명 군중이 독립 선언식과 함께 만세를 불렀다. 주모자 유중천 등 이십 여명은 현장에서 참살되고 유관순 열사는 일경에 체포되어 감옥으로 넘어가 혹독한 고문에 항쟁하다가 옥사했다.
- 탑골공원 부조에 적힌 문구 중 일부-

카이세이 씨는 "마음이 아프다"고 했습니다. "일본 정부에 의해 많은 사람이 참살당한 것이 잔혹하다"고 말했습니다.

■ 104년 전 그날을 재현하며

이런 역사를 알리기 위한 우리나라 학생들의 노력도 매년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엔 3·1 만세운동을 인사동 일대에서 플래시몹 등으로 재현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시민들에게 이런 메시지를 전합니다.

"우리가 역사를 잊지 않고, 그날을 잊지 않는 의미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 플래시몹 참가자 원동섭 씨 -


아픈 역사를 알리는 일이 꼭 혐오나 적대에 닿아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역사 바로 세우기'를 전제로, 한일 관계의 개선에 관한 고민을 이야기하는 참가자들도 있었습니다.

"앞으로 일본과 같이 평화롭게 지내고 싶습니다"
- 플래시몹 참가자 김현 -

■ 20대 일본인 세 명이 바라본 3·1절

한국을 방문 중인 일본인 청년들에게도 한일 관계에 대해 물었습니다.
그들은 양국의 미래에 대해 어떤 생각들을 하고 있을까요?

#오오사카 카이세이 (00년생, 일본인 대학생)

일본인 오오사카 카이세이
한국 요리를 좋아하고 일본에서도 한국인 친구들과 교류했다는 오오사카 카이세이 씨. 그는 한국 독립운동의 역사가 서려 있는 탑골공원을 둘러본 뒤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일관계가 더 좋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역사적인 사실 때문에 윗세대들은 서로 안 좋은 감정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지금처럼 같이 밥도 먹기도 하고 서로의 나라에 여행을 가기도 합니다.

-오오사카 카이세이 씨-

# 이와사키 하즈키 (00년생, 일본인 대학생)

일본인 이와사키 하즈키
하즈키 씨는 일본 전쟁박물관에서 일하며 한일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된 일본인 대학생입니다. 한국에 있는 대학교에서 4개월 정도 공부하기도 했습니다.

"역사는 '현재'가 옳냐 그르냐를 따지는 것이 아닌, '과거' 일본이 한 잘못을 배우고 '미래'의 평화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즈키 씨의 말입니다.

그는 3·1절에 대해서도 학교에서 꽤나 자세히 배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선조들의 잘못에 대해 기꺼이 '사과'했습니다.

전 일본인이지만, 그 전에 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이 했던 행동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사람들과 함께 과거의 희생자들을 위해서 기도 드리고 싶습니다.

-이와사키 하즈키 씨-

#오노자토 료 (98년생, 일본인 유학생)

일본인 오노자토 료
오노자토 료 씨는 한국에 거주하는 일본인 유학생입니다. 한국에 오기 전엔 "일본 사람이라 한국인들이 좋지 않게 대할지도 모르고, 좀 무섭게 생각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막상 한국에 와보니 그런 것이 하나도 없고 오히려 친절한 사람들이 많다고 얘기합니다.

료 씨는 고등학교 수업에서 '3·1 운동'을 처음 배웠다고 합니다. 이후엔 일본 신오쿠보의 자료관에서도 3·1절에 대해 공부했다고 말했습니다.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싶어 서울 '서대문 형무소'에도 직접 다녀왔다며 이런 말을 덧붙였습니다.

경험하지 않았으면 '몰라도 된다'는 분위기가 일본에서 있어왔는데, 이는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역사를 알아야 우리 세대가 한일 관계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오노자토 료 씨-

특히 료 씨는 과거 한일 역사에 대해 "일본이 진심으로 사과했다는 느낌이 없다"며, "만일 자신이 한국인이라면 (일본이) 진심으로 반성하는 마음을 갖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또 앞으로 한국과 일본의 젊은 세대들이 역사적인 이야기를 나누면서 친구로서 계속 교류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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