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탈모 지원 놓고 ‘사회적 질병’ VS ‘세금 낭비’?

입력 2023.03.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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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모로 병원 찾는 청년층 증가…2020년 기준 30대가 가장 많아

중장년층의 고민이라고 여겨졌던 탈모로 속앓이하는 청년층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21년에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20년 기준 탈모증으로 진료받은 인원은 23만 3천명입니다. 연령대별로 보면 30대가 5만 2천 명으로 가장 많았고 40대가 5만 명, 20대가 4만 8천 명입니다.

탈모 치료제 등 연간 진료비도 계속 늘어나 30대는 16만 1천990원, 20대는 14만 5,265원 정도를 쓰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탈모와 관련해서 근본적인 예방법은 없는 상황입니다. 탈모가 심해지면 수술이나 이식 등을 하기도 하죠.

■ 청년 탈모 치료비 지원하는 지자체 생겨… 서울시도? 오세훈 "형평성과 우선순위 문제"


머리 빠지는 얘기가 더는 남 얘기가 아니다 보니 지원에 나선 지자체도 나왔습니다. 서울 성동구는 지난해 5월 조례를 제정했고 만 39살 이하 청년을 대상으로 연간 20만 원, 치료제 구입비 일부를 달마다 지원해준다고 합니다. 오늘(2일)부터 신청을 받습니다.

충남 보령에서도 올해부터 만 49살 이하 청년을 대상으로 연간 2백만 원 지원해주겠다고 했지만, 담당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현재 복지부와 협의 중이라서 다음 달 중순쯤 돼야 진행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대구에서도 지난해 말 청년 탈모 지원 관련 조례안이 제정됐지만 담당자는 KBS에 "법적 근거는 마련됐지만, 구체적인 내용이나 시기 등은 미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법적 근거를 마련한 지자체가 생겨나는 가운데 서울시에서도 청년 탈모 지원 조례안이 발의됐습니다.

해당 조례안에는 서울시에 3개월 이상 거주한 19살 이상 39살 이하 탈모 증상이 있는 청년을 대상으로 경구용 치료제 구매 금액 일부를 서울시가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담겼습니다. 지원 금액과 예산 규모 등은 정해지지 않았으며 내일(3일) 소관 상임위에서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할지 논의할 예정입니다.

해당 조례를 발의한 이소라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은 "내일(3일) 오전 상임위에서 논의할 예정"이라며 " 본회의에 안건으로 상정될지 논의한다"고 답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 조례안에 대해 지원의 우선순위 등을 잘 가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오 시장은 지난달 22일 서울시의회 임시회 본회의 시정 질문에서 해당 조례안에 대해 질문을 받자 "청년 탈모의 경우에는 하나의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에 정부에서 어떤 형태로든 지원하는 것은 한번 고민해볼 만 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비급여 질병 중 탈모 지원하는 것보다 라식 등을 지원하는 게 더 급한 것 아니냐 등 우선 순위가 문제가 되기 때문에 다른 질병과 비교해서 무엇이 더 시급한지 필요한 건지 토론해달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 전문가 "사안의 규모와 심각성 등 고려한 사회적 합의 필수"

미용 목적도 많은 만큼, 청년 탈모를 사회적 질병으로 보고 복지 차원에서 지원해 주는 게 맞느냐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죠.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가가 지원해주는 사회 복지 대상이 된다는 것은 사회적 위험이 큰 문제여야 한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정재훈 교수는 "개인 문제를 지원해준다면 마다할 일은 없겠지만 사회 복지라는 것은 대다수 사회 구성원이 공감하고 개인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워 사회가 나서서 해결해줘야 한다는 합의가 있을 때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탈모 치료는 어느 순간 구성원들이 사회적 문제로 인정하고 지원하자는 합의를 볼 수도 있지만 아직은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개인 문제로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정 교수는 "어떤 현상을 놓고 발생 원인이 사회 구조적 요인인지, 생존을 위협할 정도인지,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등 따져봐야 할 부분이 많아 치열하게 논쟁을 한 뒤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며 "산적해 있는 사회 문제들 가운데 고민 없이 사회가 개입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했습니다.

복지부 관계자도 "지자체가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하거나 변경할 때 사회보장 신설변경협의회와 협의해야 한다"며 "정책의 타당성 여부, 건강보험공단 재정부담 등 다양한 항목을 놓고 제도를 다듬는 과정을 거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성동구는 조례 제정 뒤 지난해 10월쯤 협의를 마쳤고 보령시의 경우 협의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지자체가 탈모 치료비를 지원하는 것을 두고 탈모는 사회적 질병으로 보고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미용에 세금을 지원하는 것은 세금 낭비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서울시의회가 탈모 지원 조례안을 어떻게 처리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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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 탈모 지원 놓고 ‘사회적 질병’ VS ‘세금 낭비’?
    • 입력 2023-03-02 06:00:46
    취재K

■ 탈모로 병원 찾는 청년층 증가…2020년 기준 30대가 가장 많아

중장년층의 고민이라고 여겨졌던 탈모로 속앓이하는 청년층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21년에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20년 기준 탈모증으로 진료받은 인원은 23만 3천명입니다. 연령대별로 보면 30대가 5만 2천 명으로 가장 많았고 40대가 5만 명, 20대가 4만 8천 명입니다.

탈모 치료제 등 연간 진료비도 계속 늘어나 30대는 16만 1천990원, 20대는 14만 5,265원 정도를 쓰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탈모와 관련해서 근본적인 예방법은 없는 상황입니다. 탈모가 심해지면 수술이나 이식 등을 하기도 하죠.

■ 청년 탈모 치료비 지원하는 지자체 생겨… 서울시도? 오세훈 "형평성과 우선순위 문제"


머리 빠지는 얘기가 더는 남 얘기가 아니다 보니 지원에 나선 지자체도 나왔습니다. 서울 성동구는 지난해 5월 조례를 제정했고 만 39살 이하 청년을 대상으로 연간 20만 원, 치료제 구입비 일부를 달마다 지원해준다고 합니다. 오늘(2일)부터 신청을 받습니다.

충남 보령에서도 올해부터 만 49살 이하 청년을 대상으로 연간 2백만 원 지원해주겠다고 했지만, 담당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현재 복지부와 협의 중이라서 다음 달 중순쯤 돼야 진행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대구에서도 지난해 말 청년 탈모 지원 관련 조례안이 제정됐지만 담당자는 KBS에 "법적 근거는 마련됐지만, 구체적인 내용이나 시기 등은 미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법적 근거를 마련한 지자체가 생겨나는 가운데 서울시에서도 청년 탈모 지원 조례안이 발의됐습니다.

해당 조례안에는 서울시에 3개월 이상 거주한 19살 이상 39살 이하 탈모 증상이 있는 청년을 대상으로 경구용 치료제 구매 금액 일부를 서울시가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담겼습니다. 지원 금액과 예산 규모 등은 정해지지 않았으며 내일(3일) 소관 상임위에서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할지 논의할 예정입니다.

해당 조례를 발의한 이소라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은 "내일(3일) 오전 상임위에서 논의할 예정"이라며 " 본회의에 안건으로 상정될지 논의한다"고 답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 조례안에 대해 지원의 우선순위 등을 잘 가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오 시장은 지난달 22일 서울시의회 임시회 본회의 시정 질문에서 해당 조례안에 대해 질문을 받자 "청년 탈모의 경우에는 하나의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에 정부에서 어떤 형태로든 지원하는 것은 한번 고민해볼 만 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비급여 질병 중 탈모 지원하는 것보다 라식 등을 지원하는 게 더 급한 것 아니냐 등 우선 순위가 문제가 되기 때문에 다른 질병과 비교해서 무엇이 더 시급한지 필요한 건지 토론해달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 전문가 "사안의 규모와 심각성 등 고려한 사회적 합의 필수"

미용 목적도 많은 만큼, 청년 탈모를 사회적 질병으로 보고 복지 차원에서 지원해 주는 게 맞느냐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죠.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가가 지원해주는 사회 복지 대상이 된다는 것은 사회적 위험이 큰 문제여야 한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정재훈 교수는 "개인 문제를 지원해준다면 마다할 일은 없겠지만 사회 복지라는 것은 대다수 사회 구성원이 공감하고 개인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워 사회가 나서서 해결해줘야 한다는 합의가 있을 때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탈모 치료는 어느 순간 구성원들이 사회적 문제로 인정하고 지원하자는 합의를 볼 수도 있지만 아직은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개인 문제로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정 교수는 "어떤 현상을 놓고 발생 원인이 사회 구조적 요인인지, 생존을 위협할 정도인지,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등 따져봐야 할 부분이 많아 치열하게 논쟁을 한 뒤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며 "산적해 있는 사회 문제들 가운데 고민 없이 사회가 개입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했습니다.

복지부 관계자도 "지자체가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하거나 변경할 때 사회보장 신설변경협의회와 협의해야 한다"며 "정책의 타당성 여부, 건강보험공단 재정부담 등 다양한 항목을 놓고 제도를 다듬는 과정을 거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성동구는 조례 제정 뒤 지난해 10월쯤 협의를 마쳤고 보령시의 경우 협의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지자체가 탈모 치료비를 지원하는 것을 두고 탈모는 사회적 질병으로 보고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미용에 세금을 지원하는 것은 세금 낭비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서울시의회가 탈모 지원 조례안을 어떻게 처리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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