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마라도 밖으로…떠나는 길고양이들

입력 2023.03.02 (16:40) 수정 2023.03.02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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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마라도에서 포획된 길고양이 (촬영: 장하림 기자)1일 마라도에서 포획된 길고양이 (촬영: 장하림 기자)

길고양이를 구조하러 가는 길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제주 남서쪽 서귀포시 송악산 일대에서 배를 타고 30분 가야 도착하는 국토 최남단, 마라도. 출발 전부터 비가 쉴 새 없이 쏟아졌고, 하늘에 잔뜩 낀 먹구름도 좀처럼 걷힐 기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전국길고양이보호단체연합(이하 전길연)은 배에서 내리자마자 분주하게 움직였습니다. 마라도를 한 바퀴 둘러보며 포획 틀을 설치할 장소를 물색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문화재청과 제주도 등이 추정하는 마라도 길고양이 개체 수는 60에서 70마리. 이 중 40마리를 우선 포획하는 게 단체의 목표였습니다.

하지만 궂은 날씨 탓에 포획이 쉽지 않을 거라는 우려가 이어졌습니다. 황미숙 전길연 대표는 "비가 오면 고양이들이 밖에서 활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보통 40마리 정도면 두세 명이 2시간 안에 포획할 수 있지만, 오늘은 언제 끝날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1일 바지선을 타고 마라도에 도착한 트럭들. 길고양이 포획에 사용할 포획 틀을 싣고 있다. (촬영: 장하림 기자)1일 바지선을 타고 마라도에 도착한 트럭들. 길고양이 포획에 사용할 포획 틀을 싣고 있다. (촬영: 장하림 기자)

■ 10여 년 만에 섬 밖으로… 마라도 떠나는 길고양이들

포획 장비가 마라도에 도착하자, 본격적인 포획 준비 작업이 시작됐습니다. 바지선을 타고 트럭에 실려 온 포획 틀 40여 개를 마을 복지회관 안으로 옮기길 수차례. 포획 틀이 비에 축축해지지 않도록 신문지를 깔고, 고양이를 유인할 먹이를 접시에 담아 준비했습니다. "그동안 맛있는 간식 얻어먹었을 텐데, 그래도 츄르(고양이용 액상 간식)엔 관심을 갖겠지?"하는 농담이 오갔습니다. 중 성화 수술 여부와 건강 상태 등을 확인할 인식표를 달자 모든 준비 작업이 마무리됐습니다.

길고양이를 포획할 일반 포획 틀. 고양이를 유인할 간식이 담겨 있다. (촬영: 장하림 기자)길고양이를 포획할 일반 포획 틀. 고양이를 유인할 간식이 담겨 있다. (촬영: 장하림 기자)

이날 전길연이 준비한 포획 틀은 두 가지입니다. 바로 '일반 포획 틀'과 '수동 포획 틀'입니다. 일반 포획 틀은 고양이가 발판을 누르면 자동으로 문이 닫히는 형태입니다. 반면 수동 포획 틀은 일반 포획 틀보다 크기가 크고 사람이 줄로 잡아당기면 문이 닫히는 방식입니다. 동물보호단체가 직접 제작했는데, 야생성이 강하거나 일반 포획 틀에 잡혀 중성화 수술을 받은 뒤로부터 경계심이 많은 고양이를 잡는 용도로 활용한다는 게 전길연 설명입니다.

가장 먼저 일반 포획 틀이 설치된 곳은 한 펜션의 처마 밑이었습니다. 고양이들이 주로 처마 밑처럼 구석진 공간이나 빈집에 숨어있기 때문입니다. 포획 틀을 설치할 당시에도 고양이 한 마리가 처마 밑 어둠 속에 눈을 반짝였지만, 취재진 무리를 조용히 지켜볼 뿐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황미숙 전국길고양이보호단체연합 대표가 처마 밑에 고양이 포획 틀을 설치하고 있다. (촬영: 장하림 기자)황미숙 전국길고양이보호단체연합 대표가 처마 밑에 고양이 포획 틀을 설치하고 있다. (촬영: 장하림 기자)

30분도 안 돼 일반 포획 틀에 잡힌 마라도 길고양이 (촬영: 장하림 기자)30분도 안 돼 일반 포획 틀에 잡힌 마라도 길고양이 (촬영: 장하림 기자)

하지만 포획 틀을 설치한 지 30분도 안 돼, 갈색 줄무늬가 있는 고양이가 포획 틀에 붙잡혔습니다. 중성화 수술을 마쳤고, 건강 상태가 양호한 수컷 고양이였습니다. 동공을 확장한 채 포획 틀 안에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고양이를 안심시키기 위해, 전길연은 틀을 회색 덮개로 가린 뒤 마을 복지회관으로 옮겼습니다. 그렇게 포획돼 복지회관으로 옮겨진 고양이는 1시간 만에 네 마리로 늘었습니다.

■ 궂은 날씨에 포획 작업 더뎌…이틀간 35마리 포획

하지만 순탄해 보였던 구조 작업은 차츰 속도를 내지 못했습니다. 일반 포획 틀에 붙잡힌 고양이가 늘자, 고양이들이 경계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실제로 2마리가 함께 움직이던 고양이들은 간식에 혹해 포획 틀 안으로 몸을 반쯤 집어넣다가도, 얼마 안 돼 자리를 떴습니다.

전국길고양이보호단체연합이 제작한 수동 포획 틀에 붙잡힌 길고양이  (촬영: 장하림 기자)전국길고양이보호단체연합이 제작한 수동 포획 틀에 붙잡힌 길고양이 (촬영: 장하림 기자)

이때부터 동물단체가 제작한 수동 포획 틀이 투입됐습니다.

전길연과 취재진이 숨죽여 기다린 지 10여 분 뒤, 한 고양이가 포획망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틀 안으로 들어와 간식을 먹기 시작할 그때, 황미숙 전길연 대표는 황급히 줄을 당겼습니다. 탕 소리를 내며 닫힌 틀에 고양이가 날뛰며 격하게 저항했고, 동물단체 회원들이 뛰어들어 고양이를 진정시키며 일반 포획 틀로 옮겼습니다.

마라도 복지회관을 채운 포획 틀 안에 길고양이들이 붙잡혀있다. (화면 제공: 제주도)마라도 복지회관을 채운 포획 틀 안에 길고양이들이 붙잡혀있다. (화면 제공: 제주도)

비 날씨에 밤 늦게까지 끝나지 않았던 포획 작업은 이튿날까지 이어졌습니다. 2일 오후 1시까지 포획된 고양이는 모두 35마리로 늘었습니다.

■일부 마라도 주민들, 고양이 입양 결정…3일부터 반출

마라도 길고양이 포획과 반출이 결정되자, 일부 마라도 주민들은 고양이를 입양하기로 했습니다. 김춘구 마라도 이장은 "나도 한 마리를 입양하기로 했고, 고양이를 키우다시피 한 일부 주민들도 고양이를 키우기로 했다"며 "고양이들이 보고 싶을 땐 영상으로 찍어서 보내준다고 하니, 걱정하던 마을 주민들도 안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거문오름 앞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부지에 들어선 길고양이 보호소 (화면 제공: 제주도)거문오름 앞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부지에 들어선 길고양이 보호소 (화면 제공: 제주도)

나머지 고양이들은 3일부터 차례로 섬 밖으로 나와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로 옮겨집니다. 이후 세계유산본부에서 건강 검진을 받은 뒤 아픈 고양이들은 제주대학교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건강 상태가 양호한 고양이들은 세계유산본부 안에 설치된 보호 시설에 머무를 예정입니다.

임홍철 제주도 세계유산문화재부장은 "고양이들이 지낼 컨테이너 등 시설을 완공해 고양이를 실·내외에서 안전하게 보호할 예정"이라며 " 사료 등은 제주도가 제공하되, 고양이 보호는 사단법인 제주비건 등 시민단체와 유산본부 해설사들이 맡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2월 중순을 전후해 마라도로 날아드는 천연기념물 ‘뿔쇠오리’2월 중순을 전후해 마라도로 날아드는 천연기념물 ‘뿔쇠오리’

■천연기념물 '뿔쇠오리' 보호?…의견은 분분


이번 반출 작업은 마라도 길고양이가 천연기념물 뿔쇠오리를 위협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시작됐습니다. 뿔쇠오리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된 희귀종으로, 전 세계적으로 개체 수가 5천~ 6천 마리에 불과합니다. 보통 2월 중순을 전후해 마라도에 날아드는데, 길고양이가 뿔쇠오리를 위협한다는 지적에 문화재청과 제주도 세게유산본부는 길고양이 반출을 결정했습니다.

실제 제주야생동물연구센터에 따르면, 지난 24일 오전 마라도 동쪽 절벽 주변 잔디밭에서 뿔쇠오리 4마리 사체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정확한 사인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날개와 가슴뼈 정도만 남은 점 등을 미뤄볼 때 고양이 공격을 받았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길고양이를 반출하는 게 해법이냐는 반발도 여전합니다. 동물보호단체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입니다. 현장에서 만난 전길연 관계자는 "마라도 고양이를 마을 안에서 주민과 어울려 사는 '길고양이'와 절벽 일대에 살며 새들을 위협하는 '들고양이'로 구분해, 들고양이만 반출했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면서도 "일단 반출이 결정됐으니, 고양이들이 안전히 지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사례가 천연기념물과 길고양이가 공존하는 바람직한 선례로 자리 잡을지는 앞으로에 달려 있습니다.

[연관 기사] 마라도 고양이, 결국 섬 밖으로…포획 작업 시작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6166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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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국 마라도 밖으로…떠나는 길고양이들
    • 입력 2023-03-02 16:40:39
    • 수정2023-03-02 16:41:43
    취재K
1일 마라도에서 포획된 길고양이 (촬영: 장하림 기자)
길고양이를 구조하러 가는 길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제주 남서쪽 서귀포시 송악산 일대에서 배를 타고 30분 가야 도착하는 국토 최남단, 마라도. 출발 전부터 비가 쉴 새 없이 쏟아졌고, 하늘에 잔뜩 낀 먹구름도 좀처럼 걷힐 기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전국길고양이보호단체연합(이하 전길연)은 배에서 내리자마자 분주하게 움직였습니다. 마라도를 한 바퀴 둘러보며 포획 틀을 설치할 장소를 물색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문화재청과 제주도 등이 추정하는 마라도 길고양이 개체 수는 60에서 70마리. 이 중 40마리를 우선 포획하는 게 단체의 목표였습니다.

하지만 궂은 날씨 탓에 포획이 쉽지 않을 거라는 우려가 이어졌습니다. 황미숙 전길연 대표는 "비가 오면 고양이들이 밖에서 활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보통 40마리 정도면 두세 명이 2시간 안에 포획할 수 있지만, 오늘은 언제 끝날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1일 바지선을 타고 마라도에 도착한 트럭들. 길고양이 포획에 사용할 포획 틀을 싣고 있다. (촬영: 장하림 기자)
■ 10여 년 만에 섬 밖으로… 마라도 떠나는 길고양이들

포획 장비가 마라도에 도착하자, 본격적인 포획 준비 작업이 시작됐습니다. 바지선을 타고 트럭에 실려 온 포획 틀 40여 개를 마을 복지회관 안으로 옮기길 수차례. 포획 틀이 비에 축축해지지 않도록 신문지를 깔고, 고양이를 유인할 먹이를 접시에 담아 준비했습니다. "그동안 맛있는 간식 얻어먹었을 텐데, 그래도 츄르(고양이용 액상 간식)엔 관심을 갖겠지?"하는 농담이 오갔습니다. 중 성화 수술 여부와 건강 상태 등을 확인할 인식표를 달자 모든 준비 작업이 마무리됐습니다.

길고양이를 포획할 일반 포획 틀. 고양이를 유인할 간식이 담겨 있다. (촬영: 장하림 기자)
이날 전길연이 준비한 포획 틀은 두 가지입니다. 바로 '일반 포획 틀'과 '수동 포획 틀'입니다. 일반 포획 틀은 고양이가 발판을 누르면 자동으로 문이 닫히는 형태입니다. 반면 수동 포획 틀은 일반 포획 틀보다 크기가 크고 사람이 줄로 잡아당기면 문이 닫히는 방식입니다. 동물보호단체가 직접 제작했는데, 야생성이 강하거나 일반 포획 틀에 잡혀 중성화 수술을 받은 뒤로부터 경계심이 많은 고양이를 잡는 용도로 활용한다는 게 전길연 설명입니다.

가장 먼저 일반 포획 틀이 설치된 곳은 한 펜션의 처마 밑이었습니다. 고양이들이 주로 처마 밑처럼 구석진 공간이나 빈집에 숨어있기 때문입니다. 포획 틀을 설치할 당시에도 고양이 한 마리가 처마 밑 어둠 속에 눈을 반짝였지만, 취재진 무리를 조용히 지켜볼 뿐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황미숙 전국길고양이보호단체연합 대표가 처마 밑에 고양이 포획 틀을 설치하고 있다. (촬영: 장하림 기자)
30분도 안 돼 일반 포획 틀에 잡힌 마라도 길고양이 (촬영: 장하림 기자)
하지만 포획 틀을 설치한 지 30분도 안 돼, 갈색 줄무늬가 있는 고양이가 포획 틀에 붙잡혔습니다. 중성화 수술을 마쳤고, 건강 상태가 양호한 수컷 고양이였습니다. 동공을 확장한 채 포획 틀 안에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고양이를 안심시키기 위해, 전길연은 틀을 회색 덮개로 가린 뒤 마을 복지회관으로 옮겼습니다. 그렇게 포획돼 복지회관으로 옮겨진 고양이는 1시간 만에 네 마리로 늘었습니다.

■ 궂은 날씨에 포획 작업 더뎌…이틀간 35마리 포획

하지만 순탄해 보였던 구조 작업은 차츰 속도를 내지 못했습니다. 일반 포획 틀에 붙잡힌 고양이가 늘자, 고양이들이 경계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실제로 2마리가 함께 움직이던 고양이들은 간식에 혹해 포획 틀 안으로 몸을 반쯤 집어넣다가도, 얼마 안 돼 자리를 떴습니다.

전국길고양이보호단체연합이 제작한 수동 포획 틀에 붙잡힌 길고양이  (촬영: 장하림 기자)
이때부터 동물단체가 제작한 수동 포획 틀이 투입됐습니다.

전길연과 취재진이 숨죽여 기다린 지 10여 분 뒤, 한 고양이가 포획망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틀 안으로 들어와 간식을 먹기 시작할 그때, 황미숙 전길연 대표는 황급히 줄을 당겼습니다. 탕 소리를 내며 닫힌 틀에 고양이가 날뛰며 격하게 저항했고, 동물단체 회원들이 뛰어들어 고양이를 진정시키며 일반 포획 틀로 옮겼습니다.

마라도 복지회관을 채운 포획 틀 안에 길고양이들이 붙잡혀있다. (화면 제공: 제주도)
비 날씨에 밤 늦게까지 끝나지 않았던 포획 작업은 이튿날까지 이어졌습니다. 2일 오후 1시까지 포획된 고양이는 모두 35마리로 늘었습니다.

■일부 마라도 주민들, 고양이 입양 결정…3일부터 반출

마라도 길고양이 포획과 반출이 결정되자, 일부 마라도 주민들은 고양이를 입양하기로 했습니다. 김춘구 마라도 이장은 "나도 한 마리를 입양하기로 했고, 고양이를 키우다시피 한 일부 주민들도 고양이를 키우기로 했다"며 "고양이들이 보고 싶을 땐 영상으로 찍어서 보내준다고 하니, 걱정하던 마을 주민들도 안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거문오름 앞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부지에 들어선 길고양이 보호소 (화면 제공: 제주도)
나머지 고양이들은 3일부터 차례로 섬 밖으로 나와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로 옮겨집니다. 이후 세계유산본부에서 건강 검진을 받은 뒤 아픈 고양이들은 제주대학교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건강 상태가 양호한 고양이들은 세계유산본부 안에 설치된 보호 시설에 머무를 예정입니다.

임홍철 제주도 세계유산문화재부장은 "고양이들이 지낼 컨테이너 등 시설을 완공해 고양이를 실·내외에서 안전하게 보호할 예정"이라며 " 사료 등은 제주도가 제공하되, 고양이 보호는 사단법인 제주비건 등 시민단체와 유산본부 해설사들이 맡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2월 중순을 전후해 마라도로 날아드는 천연기념물 ‘뿔쇠오리’
■천연기념물 '뿔쇠오리' 보호?…의견은 분분


이번 반출 작업은 마라도 길고양이가 천연기념물 뿔쇠오리를 위협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시작됐습니다. 뿔쇠오리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된 희귀종으로, 전 세계적으로 개체 수가 5천~ 6천 마리에 불과합니다. 보통 2월 중순을 전후해 마라도에 날아드는데, 길고양이가 뿔쇠오리를 위협한다는 지적에 문화재청과 제주도 세게유산본부는 길고양이 반출을 결정했습니다.

실제 제주야생동물연구센터에 따르면, 지난 24일 오전 마라도 동쪽 절벽 주변 잔디밭에서 뿔쇠오리 4마리 사체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정확한 사인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날개와 가슴뼈 정도만 남은 점 등을 미뤄볼 때 고양이 공격을 받았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길고양이를 반출하는 게 해법이냐는 반발도 여전합니다. 동물보호단체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입니다. 현장에서 만난 전길연 관계자는 "마라도 고양이를 마을 안에서 주민과 어울려 사는 '길고양이'와 절벽 일대에 살며 새들을 위협하는 '들고양이'로 구분해, 들고양이만 반출했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면서도 "일단 반출이 결정됐으니, 고양이들이 안전히 지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사례가 천연기념물과 길고양이가 공존하는 바람직한 선례로 자리 잡을지는 앞으로에 달려 있습니다.

[연관 기사] 마라도 고양이, 결국 섬 밖으로…포획 작업 시작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6166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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