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K] 수년째 반복되는 꿀벌 실종사건…‘꿀벌의 경고’

입력 2023.03.02 (19:40) 수정 2023.03.02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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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피는 봄이 오면 가장 먼저 바빠지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양봉 농가인데요.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농가의 꿀벌들이 대량으로 실종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는데요.

올해 사정은 어떤지 농가를 찾아왔습니다.

함평에서 18년 째 양봉업에 종사중인 이재업씨!

연일 뚝 떨어진 기온 탓에 월동 중인 꿀벌 관리에 더 힘쓰고 있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지금 어떤작업 중이세요?)"]

[이재업/양봉 농민 : "지금 봄철에도 날씨가 차가워요. 보온을 해줘야지 알을 낳으면 유충으로 성장하거든요. 그래서 안에는 굉장히 따뜻하게 해놨어요."]

이 농가는 모두 3곳에서 꿀벌을 키우는데 평소 200여 개의 벌통이 있어야 할 꿀벌 농장에는 인근 농장에서 지난달 구입한 16개 벌통만 남아 있습니다.

보통 벌통 1개에 1만 마리에서 3만 마리의 꿀벌이 활동하는데 현재 남아있는 꿀벌 수는 한눈에 보기에도 턱없이 못 미칩니다.

활동량도 현저히 떨어지는데요.

벌통 바로 옆에선 폐사해 있는 벌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재업/양봉 농민 : "이런 식으로 벌이 이유 없이 다 죽어서 나오니까 저희 양봉 농가로서는 참 답답할 따름입니다. 정확히 원인을 알고 가면 좋은데…."]

지난해 여름 290만 개 수준이던 전국 벌통 수는 연말에 247만 개로 줄었고, 전남도는 3천 양봉 농가에서 벌통 16만 개, 최대 48억 만 마리의 벌이 사라졌습니다.

남부 지방에서 주로 나타났던 꿀벌 실종 현상은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충청과 경기, 강원도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렇게 꿀벌이 사라지는 이유로 정부는 진드기의 일종인 해충 ‘응애’를 원인으로 꼽습니다.

꿀을 채취하고 난 뒤 로열젤리 같은 봉산물을 얻느라 응애 방제 시기를 놓친데다 뒤늦게 방제를 시작하면서 약제를 너무 많이 쓴 탓에 벌의 면역력이 떨어졌다는 분석입니다.

[최용수/농촌진흥청 양봉생태과 연구관 : "기존의 농가분들이 많이 사용하고 있는 약재에 대한 내성이 발생해서 방제가 제대로 안 되고, 꿀벌 응애가 이제 꿀벌에 기생하면서 면역력을 떨어트리고 수명을 떨어트리는 작용을 하면서 결국 궁극적으로 꿀벌이 폐사하게 되는 가장 주요한 요인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꿀벌 실종 사태가 수년째 반복되면서 응애 방제는 어느정도 이뤄졌지만 이제는 증식이 가능한 건강한 꿀벌 찾기가 쉽지 않아진 상황입니다.

[이재업/양봉 농민 : "벌을 키워야 하는데 올해는 어차피 벌을 구할 수도 없고 해서 나머지 벌이라도 열심히 해서 예전에 그 양대로 키우려고 지금 계산하고 있는데 그 벌이 되려나 모르겠습니다."]

전남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양봉 생산기반 회복 긴급 예비비를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꿀벌을 지키고 수확도 늘릴 수 있는 2020년 개발된 스마트벌통 농업 현장 보급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경용/농촌진흥청 양봉생태과 박사 : "벌통 내부의 벌이 이제 최대한 잘 살 수 있게끔 벌통 내부 환경을 개선 시켜줄 수가 있는데요. 특히 추울 때는 안에서 열선이 자동으로 작동을 하고 더울 때는 안에 팬에서 자동적으로 환기를 시켜줄 수 있고요."]

실제 스마트벌통이 시범 설치된 논산시의 한 딸기 농가에서는 벌의 수명도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벌의 수분 활동이 왕성해지면서 딸기 수확량도 10~20%까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경용/농촌진흥청 양봉생태과 박사 : "이 벌통을 사용하게 되면 기존보다 벌의 수명이 약 68일 정도 더 증가하고 활동성도 1.6배 정도 증가합니다."]

꿀벌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개량종 보급도 이뤄지고 있는데요.

개량종 꿀벌을 생산할 수 있는 ‘꿀벌 증식장’을 전남도 등에 보급할 계획입니다.

[최용수/농촌진흥청 양봉생태과 연구관 : "올해 3개소가 시작되고 내년에 2개소가 추가돼서 저희들이 가지고 있는 품종을 신속하게 보급할 체계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수년 째 반복되는 꿀벌 집단 실종 사태를 마냥 지켜봐야만 했던 농민들은 정부 당국의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대응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재업/양봉 농민 : "왜 벌이 그렇게 빠져나가는가, 왜 폐사했는가. 근본적으로 알았으면 좋겠는데 원인을 모르니까 답답할 뿐입니다. 농가들은요. 그런 걸 연구진이 좀 많이 (연구를) 해서 (근본적인 원인을 알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찾아가는 K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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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찾아가는K] 수년째 반복되는 꿀벌 실종사건…‘꿀벌의 경고’
    • 입력 2023-03-02 19:40:48
    • 수정2023-03-02 22:31:56
    뉴스7(광주)
꽃 피는 봄이 오면 가장 먼저 바빠지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양봉 농가인데요.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농가의 꿀벌들이 대량으로 실종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는데요.

올해 사정은 어떤지 농가를 찾아왔습니다.

함평에서 18년 째 양봉업에 종사중인 이재업씨!

연일 뚝 떨어진 기온 탓에 월동 중인 꿀벌 관리에 더 힘쓰고 있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지금 어떤작업 중이세요?)"]

[이재업/양봉 농민 : "지금 봄철에도 날씨가 차가워요. 보온을 해줘야지 알을 낳으면 유충으로 성장하거든요. 그래서 안에는 굉장히 따뜻하게 해놨어요."]

이 농가는 모두 3곳에서 꿀벌을 키우는데 평소 200여 개의 벌통이 있어야 할 꿀벌 농장에는 인근 농장에서 지난달 구입한 16개 벌통만 남아 있습니다.

보통 벌통 1개에 1만 마리에서 3만 마리의 꿀벌이 활동하는데 현재 남아있는 꿀벌 수는 한눈에 보기에도 턱없이 못 미칩니다.

활동량도 현저히 떨어지는데요.

벌통 바로 옆에선 폐사해 있는 벌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재업/양봉 농민 : "이런 식으로 벌이 이유 없이 다 죽어서 나오니까 저희 양봉 농가로서는 참 답답할 따름입니다. 정확히 원인을 알고 가면 좋은데…."]

지난해 여름 290만 개 수준이던 전국 벌통 수는 연말에 247만 개로 줄었고, 전남도는 3천 양봉 농가에서 벌통 16만 개, 최대 48억 만 마리의 벌이 사라졌습니다.

남부 지방에서 주로 나타났던 꿀벌 실종 현상은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충청과 경기, 강원도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렇게 꿀벌이 사라지는 이유로 정부는 진드기의 일종인 해충 ‘응애’를 원인으로 꼽습니다.

꿀을 채취하고 난 뒤 로열젤리 같은 봉산물을 얻느라 응애 방제 시기를 놓친데다 뒤늦게 방제를 시작하면서 약제를 너무 많이 쓴 탓에 벌의 면역력이 떨어졌다는 분석입니다.

[최용수/농촌진흥청 양봉생태과 연구관 : "기존의 농가분들이 많이 사용하고 있는 약재에 대한 내성이 발생해서 방제가 제대로 안 되고, 꿀벌 응애가 이제 꿀벌에 기생하면서 면역력을 떨어트리고 수명을 떨어트리는 작용을 하면서 결국 궁극적으로 꿀벌이 폐사하게 되는 가장 주요한 요인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꿀벌 실종 사태가 수년째 반복되면서 응애 방제는 어느정도 이뤄졌지만 이제는 증식이 가능한 건강한 꿀벌 찾기가 쉽지 않아진 상황입니다.

[이재업/양봉 농민 : "벌을 키워야 하는데 올해는 어차피 벌을 구할 수도 없고 해서 나머지 벌이라도 열심히 해서 예전에 그 양대로 키우려고 지금 계산하고 있는데 그 벌이 되려나 모르겠습니다."]

전남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양봉 생산기반 회복 긴급 예비비를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꿀벌을 지키고 수확도 늘릴 수 있는 2020년 개발된 스마트벌통 농업 현장 보급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경용/농촌진흥청 양봉생태과 박사 : "벌통 내부의 벌이 이제 최대한 잘 살 수 있게끔 벌통 내부 환경을 개선 시켜줄 수가 있는데요. 특히 추울 때는 안에서 열선이 자동으로 작동을 하고 더울 때는 안에 팬에서 자동적으로 환기를 시켜줄 수 있고요."]

실제 스마트벌통이 시범 설치된 논산시의 한 딸기 농가에서는 벌의 수명도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벌의 수분 활동이 왕성해지면서 딸기 수확량도 10~20%까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경용/농촌진흥청 양봉생태과 박사 : "이 벌통을 사용하게 되면 기존보다 벌의 수명이 약 68일 정도 더 증가하고 활동성도 1.6배 정도 증가합니다."]

꿀벌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개량종 보급도 이뤄지고 있는데요.

개량종 꿀벌을 생산할 수 있는 ‘꿀벌 증식장’을 전남도 등에 보급할 계획입니다.

[최용수/농촌진흥청 양봉생태과 연구관 : "올해 3개소가 시작되고 내년에 2개소가 추가돼서 저희들이 가지고 있는 품종을 신속하게 보급할 체계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수년 째 반복되는 꿀벌 집단 실종 사태를 마냥 지켜봐야만 했던 농민들은 정부 당국의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대응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재업/양봉 농민 : "왜 벌이 그렇게 빠져나가는가, 왜 폐사했는가. 근본적으로 알았으면 좋겠는데 원인을 모르니까 답답할 뿐입니다. 농가들은요. 그런 걸 연구진이 좀 많이 (연구를) 해서 (근본적인 원인을 알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찾아가는 K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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