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논란의 청원 70만 명 돌파…“평화 위해 우크라에 무기 보내지 말자”

입력 2023.03.03 (11:00) 수정 2023.03.03 (11: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 "평화 위해 우크라이나에 무기 보내지 말자" … 청원 70만 명 돌파

독일에서 '평화를 위한 선언'이란 제목으로 지난달 10일 온라인 청원이 시작됐다. 청원인은 독일 극좌 정치인 사라 바겐크네히트와 페미니스트 활동가인 알리스 슈바르처.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1년을 맞아 올라온 이번 청원은 현재 참여 인원이 70만 명을 돌파했다.

해당 청원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독일 정부 노선과 확연히 다른 시각을 담고 있다. 독일 정부는 러시아 침공에 맞서는 우크라이나에 주력 전차 레오파르트2 14대, 마르더 보병 전투 장갑차 40대 등 무기 지원을 진행 중인데, 청원자들은 평화를 위해 이러한 무기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를 이길 수 없기에, 독일 지원으로 전쟁이 더 길어지면 세계 3차 대전이나 핵전쟁으로 확대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크림 반도를 공격하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대 반격에 나설수 있다는 점이 우려됩니다. 그러면 우리는 가차없이 세계 대전과 핵 전쟁으로 이어질 건가요? 이렇게 시작된 대규모 전쟁이 처음이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마지막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서방의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는 개별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세계 최대의 핵보유국과의 전쟁에서 이길 수는 없습니다".

"협상은 항복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협상이란 양측이 타협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수십만 명이 추가로 숨지거나 더 나쁜 상황을 예방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평화를 위한 선언' 청원 중>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1년을 맞아 베를린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같은 자리에서 사라 바겐크네히트와 알리스 슈바르처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5만 명, 경찰 추산 1만 3,000명이라는 많은 인원이 모였다. 청원인들의 뜻에 함께하는 이들이 온라인에만 존재하는 허수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단순히 평화를 원하는 이들뿐 아니라 전쟁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을 느끼는 독일 시민들도 이 집회에 참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25일, 베를린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반대 집회’지난달 25일, 베를린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반대 집회’

■ 청원 내용이 '순진한 주장'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는?

청원인들이 주장하는 '무기지원 중단 후 협상을 통한 해결'은 지금 러시아에 유리한 방향이다. 이미 우크라이나 영토 안에서 전쟁은 치열하게 진행 중이고, 우크라이나는 서방 국가들의 지원을 바탕으로 러시아와 맞서고 있다. 이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중단하면, 전황은 러시아에 유리하게 돌아갈 것이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지원 중단으로 러시아가 승기를 잡은 상태에서 시작한 협상은 러시아가 원하는 방향대로 진행될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평화를 앞세워 '우크라이나 무기 중단'을 외치는 이들에 대한 독일 사회 비판도 뜨겁다. 러시아 출신 작가 빅토르 예로페예프는 청원인들 주장을 "순진할 뿐만 아니라 어리석다"고 말했다.

독일 기독교민주연합 소속 프리드리히 메르츠 의원은 "이 전쟁에 전적으로 책임이 있는 사람은 단 한 명 블라디미르 푸틴"이라면서, "러시아가 오늘 침묵하면 내일 전쟁은 끝날 것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오늘 무기를 내려놓으면 내일은 우크라이나 국민과 국가로서의 우크라이나는 끝날 것이다. 그것이 차이점이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 무기 중단' 집회에 극우 세력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두고 정치적 집회로 변질될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한다.

■ 숄츠 총리 "평화에 대한 사랑은 복종을 의미하지 않는다"

현지 시간으로 어제 독일 국회에서 올라프 숄츠 총리의 연설이 있었다. 숄츠 총리는 이 자리에서 직접 '우크라이나 무기 중단'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평화에 대한 사랑은 더 큰 이웃에 대한 복종을 의미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가 스스로 방어를 중단한다면 그것은 평화가 아니라 우크라이나의 종말이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러시아 점령하에서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어떤 운명이 기다리고 있는지 알고 있다"며, 러시아군이 지난해 우크라이나 부차·크라마토르스크·이지움·마리우폴을 점령하고 끔찍한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숄츠 총리는 무기 지원 반대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침략으로부터 우크라이나가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군사적 지원과 원조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숄츠 총리는 이 자리에서 중국을 향해서도 메시지를 내놨다. 그는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를 보내는 것을 자제하고, 대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군대를 철수하도록 압력을 행사할 것을 촉구했다.

현지 시간 어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국회 연설현지 시간 어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국회 연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특파원 리포트] 논란의 청원 70만 명 돌파…“평화 위해 우크라에 무기 보내지 말자”
    • 입력 2023-03-03 11:00:15
    • 수정2023-03-03 11:00:23
    특파원 리포트

■ "평화 위해 우크라이나에 무기 보내지 말자" … 청원 70만 명 돌파

독일에서 '평화를 위한 선언'이란 제목으로 지난달 10일 온라인 청원이 시작됐다. 청원인은 독일 극좌 정치인 사라 바겐크네히트와 페미니스트 활동가인 알리스 슈바르처.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1년을 맞아 올라온 이번 청원은 현재 참여 인원이 70만 명을 돌파했다.

해당 청원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독일 정부 노선과 확연히 다른 시각을 담고 있다. 독일 정부는 러시아 침공에 맞서는 우크라이나에 주력 전차 레오파르트2 14대, 마르더 보병 전투 장갑차 40대 등 무기 지원을 진행 중인데, 청원자들은 평화를 위해 이러한 무기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를 이길 수 없기에, 독일 지원으로 전쟁이 더 길어지면 세계 3차 대전이나 핵전쟁으로 확대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크림 반도를 공격하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대 반격에 나설수 있다는 점이 우려됩니다. 그러면 우리는 가차없이 세계 대전과 핵 전쟁으로 이어질 건가요? 이렇게 시작된 대규모 전쟁이 처음이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마지막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서방의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는 개별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세계 최대의 핵보유국과의 전쟁에서 이길 수는 없습니다".

"협상은 항복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협상이란 양측이 타협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수십만 명이 추가로 숨지거나 더 나쁜 상황을 예방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평화를 위한 선언' 청원 중>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1년을 맞아 베를린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같은 자리에서 사라 바겐크네히트와 알리스 슈바르처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5만 명, 경찰 추산 1만 3,000명이라는 많은 인원이 모였다. 청원인들의 뜻에 함께하는 이들이 온라인에만 존재하는 허수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단순히 평화를 원하는 이들뿐 아니라 전쟁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을 느끼는 독일 시민들도 이 집회에 참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25일, 베를린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반대 집회’
■ 청원 내용이 '순진한 주장'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는?

청원인들이 주장하는 '무기지원 중단 후 협상을 통한 해결'은 지금 러시아에 유리한 방향이다. 이미 우크라이나 영토 안에서 전쟁은 치열하게 진행 중이고, 우크라이나는 서방 국가들의 지원을 바탕으로 러시아와 맞서고 있다. 이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중단하면, 전황은 러시아에 유리하게 돌아갈 것이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지원 중단으로 러시아가 승기를 잡은 상태에서 시작한 협상은 러시아가 원하는 방향대로 진행될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평화를 앞세워 '우크라이나 무기 중단'을 외치는 이들에 대한 독일 사회 비판도 뜨겁다. 러시아 출신 작가 빅토르 예로페예프는 청원인들 주장을 "순진할 뿐만 아니라 어리석다"고 말했다.

독일 기독교민주연합 소속 프리드리히 메르츠 의원은 "이 전쟁에 전적으로 책임이 있는 사람은 단 한 명 블라디미르 푸틴"이라면서, "러시아가 오늘 침묵하면 내일 전쟁은 끝날 것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오늘 무기를 내려놓으면 내일은 우크라이나 국민과 국가로서의 우크라이나는 끝날 것이다. 그것이 차이점이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 무기 중단' 집회에 극우 세력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두고 정치적 집회로 변질될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한다.

■ 숄츠 총리 "평화에 대한 사랑은 복종을 의미하지 않는다"

현지 시간으로 어제 독일 국회에서 올라프 숄츠 총리의 연설이 있었다. 숄츠 총리는 이 자리에서 직접 '우크라이나 무기 중단'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평화에 대한 사랑은 더 큰 이웃에 대한 복종을 의미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가 스스로 방어를 중단한다면 그것은 평화가 아니라 우크라이나의 종말이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러시아 점령하에서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어떤 운명이 기다리고 있는지 알고 있다"며, 러시아군이 지난해 우크라이나 부차·크라마토르스크·이지움·마리우폴을 점령하고 끔찍한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숄츠 총리는 무기 지원 반대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침략으로부터 우크라이나가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군사적 지원과 원조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숄츠 총리는 이 자리에서 중국을 향해서도 메시지를 내놨다. 그는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를 보내는 것을 자제하고, 대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군대를 철수하도록 압력을 행사할 것을 촉구했다.

현지 시간 어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국회 연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