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대기권] K-반도체 “나 지금 떨고 있니?”

입력 2023.03.05 (21:17) 수정 2023.03.25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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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박대기 기자의 경제대기권.

매주 주말 선보이고 있습니다.

오늘(5일)도 박대기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무슨 이야기 합니까.

[기자]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지으면 미국 정부가 보조금을 준다는 정책이 나왔는데 파장이 만만치 않습니다.

[앵커]

미국이 자기 나라에 반도체 공장을 지으면 보조금을 준다, 좋은 말로 들리는데, 뜯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거죠?

[기자]

그래서 첫 키워드 "알고 보니 족쇄"입니다.

삼성전자가 미국에 20조 원짜리 공장을 짓고 있는데 최대 3조 원을 주겠다는 것입니다.

이 서류가 75쪽짜리 보조금 신청 안내서입니다.

그냥 주는 건 아니고, 받으려면 지시에 따르라는 내용이 가득합니다.

특히 "실험, 생산이나 국가 안보 사업에 필요한 반도체 시설에 대한 접근권"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반도체 시설을 보여 달라, 공장 문을 열라는 것입니다.

[앵커]

그런데 미국도 무조건 열라는 게 아니라 어떤 조건과 명분을 언급하고는 있잖아요.

다시 뭐라고요?

실험이나 국가 안보사업에 필요한 반도체 시설을 보겠다.

그러면 막 열 수는 없는 거 아닌가요.

[기자]

명분이야 만들기 나름이고, 반도체 생산공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술이 유출될 수 있습니다.

이게 반도체 웨이퍼인데요.

이걸 수백 개로 잘라서 검은 플라스틱을 입히면 흔히 보는 반도체가 됩니다.

자세히 보면 회로를 새겨넣은 줄무늬가 있습니다.

최대 5백 미터가 넘는 긴 생산 라인을 거쳐야 이 것 하나가 만들어집니다.

생산 라인의 어느 위치에 어떤 장비와 약품이 배치돼 있는가가 핵심 비밀입니다.

이 공정에 미국 관리들이 들어간다면 기술 유출 우려가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다른 조항 중에서도 문제가 되는 게 있다고요.

어떤 겁니까.

[기자]

그래서 다음 키워드를 이렇게 뽑았습니다.

"더 센 게 온다"입니다.

이번에는 빠졌고 이달 중에 미국이 발표할 내용이 남아있습니다.

보조금을 받으면 10년간은 중국에 투자할 수 없다는 내용인데요.

구체적으로 어디까지 막을지가 관건입니다.

삼성과 SK는 중국 곳곳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이미 만들었습니다.

투자금은 최소 50조 원이 넘습니다.

이 공장을 계속 가동하려면 앞으로 4년쯤 뒤엔 설비를 신형으로 교체해야 합니다.

그것까지 못하게 하면 중국에서 철수라하는 말이 됩니다.

[앵커]

미·중 패권 경쟁 속에 우리 반도체 기업들이 꽉 끼어 있는 형국이군요.

그러면 미국의 이런 까다로운 조건을 거절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봐야 하나요?

일단 보조금을 포기해야 하는 거겠고요.

[기자]

네, 그래서 다음 키워드 "거절할 수 없는 제안"입니다.

영화 <대부>에 나오는 대사죠?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고 있는데 우리가 거절하면 같은 편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사업을 하는 기업들로서는 눈 밖에 나는 일을 하기 어렵습니다.

반도체 기업은 지금 미국이 내놓은 조건에 경악하면서 75페이지짜리 안내서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는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말하자면 양자택일의 상황에 봉착해 있다고 봐야 합니까.

극단적으로 중국에서 철수해야 하는 건가요.

[기자]

마지막 키워드, "사드 보복은 안 돼!"입니다.

기업이 가장 우려하는 일은 사드 보복과 같이 중국에서 한국산에 대한 불매 운동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롯데가 수 조 원 손해를 본 거로 추정되는데, 삼성이나 SK는 그보다 큰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또, 갑자기 철수하면 남아있는 설비나 협력업체들이 중국 측으로 고스란히 흡수돼 기밀이 넘어갈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의 제안에 응하더라도 중국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서 줄타기를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앵커]

과거와 비슷한 부분이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는 거 같아요.

그러니까 일본이 반도체 1위 국가였을 때 미국이 했던 행동들이 언급되고 있는 거 같은데, 어떻게 비교할 수 있습니까.

[기자]

30여년 전 세계 반도체 4대 기업 중 일본이 1, 2, 3위였을 정도로 기세가 막강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원가보다 싸게 팔지 하지 말라는 반도체협정을 체결시켰고 이게 원인 중 하나가 되어 몰락했습니다.

지금 4대 기업에는 우리 기업이 있고, 일본은 10위권에도 없습니다.

미국의 정책으로 우리 반도체도 일본의 길을 가지 않을까,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지금 중국에서는 우리 국회 격인 양회가 열리고 있는데 여기서 나올 반도체 정책도 주목됩니다.

통상 당국이 전력을 다해야 할 때입니다.

영상편집:정수경/그래픽:서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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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대기권] K-반도체 “나 지금 떨고 있니?”
    • 입력 2023-03-05 21:17:28
    • 수정2023-03-25 17:2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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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박대기 기자의 경제대기권.

매주 주말 선보이고 있습니다.

오늘(5일)도 박대기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무슨 이야기 합니까.

[기자]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지으면 미국 정부가 보조금을 준다는 정책이 나왔는데 파장이 만만치 않습니다.

[앵커]

미국이 자기 나라에 반도체 공장을 지으면 보조금을 준다, 좋은 말로 들리는데, 뜯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거죠?

[기자]

그래서 첫 키워드 "알고 보니 족쇄"입니다.

삼성전자가 미국에 20조 원짜리 공장을 짓고 있는데 최대 3조 원을 주겠다는 것입니다.

이 서류가 75쪽짜리 보조금 신청 안내서입니다.

그냥 주는 건 아니고, 받으려면 지시에 따르라는 내용이 가득합니다.

특히 "실험, 생산이나 국가 안보 사업에 필요한 반도체 시설에 대한 접근권"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반도체 시설을 보여 달라, 공장 문을 열라는 것입니다.

[앵커]

그런데 미국도 무조건 열라는 게 아니라 어떤 조건과 명분을 언급하고는 있잖아요.

다시 뭐라고요?

실험이나 국가 안보사업에 필요한 반도체 시설을 보겠다.

그러면 막 열 수는 없는 거 아닌가요.

[기자]

명분이야 만들기 나름이고, 반도체 생산공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술이 유출될 수 있습니다.

이게 반도체 웨이퍼인데요.

이걸 수백 개로 잘라서 검은 플라스틱을 입히면 흔히 보는 반도체가 됩니다.

자세히 보면 회로를 새겨넣은 줄무늬가 있습니다.

최대 5백 미터가 넘는 긴 생산 라인을 거쳐야 이 것 하나가 만들어집니다.

생산 라인의 어느 위치에 어떤 장비와 약품이 배치돼 있는가가 핵심 비밀입니다.

이 공정에 미국 관리들이 들어간다면 기술 유출 우려가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다른 조항 중에서도 문제가 되는 게 있다고요.

어떤 겁니까.

[기자]

그래서 다음 키워드를 이렇게 뽑았습니다.

"더 센 게 온다"입니다.

이번에는 빠졌고 이달 중에 미국이 발표할 내용이 남아있습니다.

보조금을 받으면 10년간은 중국에 투자할 수 없다는 내용인데요.

구체적으로 어디까지 막을지가 관건입니다.

삼성과 SK는 중국 곳곳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이미 만들었습니다.

투자금은 최소 50조 원이 넘습니다.

이 공장을 계속 가동하려면 앞으로 4년쯤 뒤엔 설비를 신형으로 교체해야 합니다.

그것까지 못하게 하면 중국에서 철수라하는 말이 됩니다.

[앵커]

미·중 패권 경쟁 속에 우리 반도체 기업들이 꽉 끼어 있는 형국이군요.

그러면 미국의 이런 까다로운 조건을 거절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봐야 하나요?

일단 보조금을 포기해야 하는 거겠고요.

[기자]

네, 그래서 다음 키워드 "거절할 수 없는 제안"입니다.

영화 <대부>에 나오는 대사죠?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고 있는데 우리가 거절하면 같은 편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사업을 하는 기업들로서는 눈 밖에 나는 일을 하기 어렵습니다.

반도체 기업은 지금 미국이 내놓은 조건에 경악하면서 75페이지짜리 안내서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는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말하자면 양자택일의 상황에 봉착해 있다고 봐야 합니까.

극단적으로 중국에서 철수해야 하는 건가요.

[기자]

마지막 키워드, "사드 보복은 안 돼!"입니다.

기업이 가장 우려하는 일은 사드 보복과 같이 중국에서 한국산에 대한 불매 운동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롯데가 수 조 원 손해를 본 거로 추정되는데, 삼성이나 SK는 그보다 큰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또, 갑자기 철수하면 남아있는 설비나 협력업체들이 중국 측으로 고스란히 흡수돼 기밀이 넘어갈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의 제안에 응하더라도 중국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서 줄타기를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앵커]

과거와 비슷한 부분이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는 거 같아요.

그러니까 일본이 반도체 1위 국가였을 때 미국이 했던 행동들이 언급되고 있는 거 같은데, 어떻게 비교할 수 있습니까.

[기자]

30여년 전 세계 반도체 4대 기업 중 일본이 1, 2, 3위였을 정도로 기세가 막강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원가보다 싸게 팔지 하지 말라는 반도체협정을 체결시켰고 이게 원인 중 하나가 되어 몰락했습니다.

지금 4대 기업에는 우리 기업이 있고, 일본은 10위권에도 없습니다.

미국의 정책으로 우리 반도체도 일본의 길을 가지 않을까,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지금 중국에서는 우리 국회 격인 양회가 열리고 있는데 여기서 나올 반도체 정책도 주목됩니다.

통상 당국이 전력을 다해야 할 때입니다.

영상편집:정수경/그래픽:서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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