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에도 ‘프리미엄 아동복’ 훨훨…토종 브랜드 어디로?

입력 2023.03.08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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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아동복 편집 매장(신세계백화점 제공)수입 아동복 편집 매장(신세계백화점 제공)

2000년대 초반부터 출산율 감소가 본격화되며 아동복과 관련 용품 시장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실제로 그사이 많은 업체가 사업을 접거나 축소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출산율이 역대 최저치를 찍은 최근 백화점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아동복이나 용품 매출이 늘면서 관련 업계는 호황을 맞고 있습니다.

이른바 'VIB(Very Important Baby)족' 영향으로 관련 소비가 계속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출산율이 감소하면서 한 자녀만 있는 가정이 늘었는데, '내 아이가 가장 중요하다'는 부모들이 자녀에게 소비를 아끼지 않으면서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관련 시장이 계속 성장하고 있는 겁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78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출생아 수는 20년 전의 절반 수준인 25만 명 수준으로 곤두박질쳤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합계출산율이 1.59명인데,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꼴찌입니다.

그런데 아이가 귀해지면서 아이를 향한 소비는 더 느는 '저출생의 역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아이 한 명을 위해 부모와 양가 조부모, 삼촌과 이모·고모까지 지갑을 연다는 뜻의 '에잇 포켓'을 넘어 이제는 주변 지인들까지 더해 '텐 포켓'이란 말까지 등장했을 정도입니다. 자녀 수가 줄었지만 한 명에게 지출하는 금액은 그 이상으로 커지고 있는 겁니다.


아동복 시장의 성장세는 국내 패션시장 전체의 매출 추이와 비교해 봐도 확연히 드러납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전체 패션시장은 2021년 40조 3,228억 원에서 2022년 45조 7,789억 원으로 13.53% 확대되는 데 그쳤습니다.

반면 국내 아동복 시장 규모는 2021년 1조 648억 원으로 가파르게 성장한데 이어 지난해에도 약 32% 가까이 늘었습니다. 아동복 시장이 전체 패션 시장의 2배 넘게 성장한건데, 프리미엄 아동복을 중심으로 관련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올해 1~2월 국내 백화점 3사의 아동 장르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모두 두 자릿수대로 상승했습니다.

특히 이 가운데 수입 브랜드의 매출 성장세가 눈에 띕니다. 성인 대상 명품 부티크 브랜드들이 속속 키즈 라인을 내놓았고, 어느샌가 백화점 아동 매장의 중심은 이 수입 브랜드들이 차지했습니다.

초반에는 상징적인 차원에서 입점시키기도 했지만, 실제로 이들 브랜드가 최근 백화점 아동 장르 매출 성장을 주도하는 양상입니다.

■ 아동복 시장 '양극화' 뚜렷…국내 중저가 브랜드 사업 접어

이렇게 아동복 시장에서 고가의 프리미엄 수입 브랜드 수요는 늘었지만, 중저가 브랜드들은 저출생의 직격탄을 맞고 사업을 축소하거나 접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국내 브랜드들도 별도의 '프리미엄 라인'을 내놓거나 인기 있는 수입 브랜드를 인수해 판매하는 생존 전략을 택하고 있습니다.

판매 채널별로도 소비 양극화 양상이 뚜렷합니다.

백화점 아동 장르 매출이 수입 브랜드들을 중심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는 반면, 합리적인 가격으로 승부했던 대형마트 중심으로 입점한 국내 중저가 브랜드들은 부진한 상황입니다.

대형마트에서는 아동복 매출이 많게는 15%까지 줄어들며 매장을 축소하는 분위기입니다.

■ 아가방·해피랜드 '토종 브랜드' 어디로?

한때 국내 유아동용품 시장에서 꽤 존재감이 컸던 아가방이나 해피랜드 같은 토종 브랜드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아가방앤컴퍼니는 2014년 중국 랑시그룹의 한국법인에 지분을 매각했습니다. 저출생 여파로 실적이 악화 되면서 주인이 바뀌었고 해외 사업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아동복 판매를 전개해온 해피랜드 코퍼레이션(구 해피랜드)도 매출 감소에 브랜드와 매장을 대폭 줄였습니다. 대신 중국 시장 개척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중국의 아동복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며 2025년에는 4천억 위안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한자녀 정책' 폐지 이후 2012년부터 5년간 유·아동 관련 시장이 연평균 11%씩 성장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국내 중저가 브랜드들이나 해외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고자 하는 이유입니다.

■ 명품 브랜드 '키즈라인' 강화…잠재 구매층 확보?

수입 아동복 브랜드 매장(현대백화점 제공)수입 아동복 브랜드 매장(현대백화점 제공)

디올, 펜디, 지방시 등에 이어 루이비통은 지난 3일 3~12개월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베이비 컬렉션까지 선보였습니다.

수입 브랜드들이 유·아동 대상 제품군을 확대하며 마케팅에 집중하는 것은 잠재적 소비자를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란 분석도 나오는데요.

어린 시절 소비자들의 경험이 성인이 된 후 소비 패턴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는 겁니다.

실제 최근 명품 소비층의 연령은 점점 낮아지는 추세입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베인 앤 컴퍼니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명품 매출은 473조로 2021년 대비 22% 늘었는데, 이 가운데 10~30대 고객군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한국에서 젊은 층의 명품 소비 현상이 두드러집니다. 회계법인 삼정 KPMG가 발간한 '비즈니스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백화점 명품 매출의 절반을 MZ세대가 이끈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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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08 07:04:10
    취재K
수입 아동복 편집 매장(신세계백화점 제공)
2000년대 초반부터 출산율 감소가 본격화되며 아동복과 관련 용품 시장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실제로 그사이 많은 업체가 사업을 접거나 축소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출산율이 역대 최저치를 찍은 최근 백화점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아동복이나 용품 매출이 늘면서 관련 업계는 호황을 맞고 있습니다.

이른바 'VIB(Very Important Baby)족' 영향으로 관련 소비가 계속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출산율이 감소하면서 한 자녀만 있는 가정이 늘었는데, '내 아이가 가장 중요하다'는 부모들이 자녀에게 소비를 아끼지 않으면서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관련 시장이 계속 성장하고 있는 겁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78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출생아 수는 20년 전의 절반 수준인 25만 명 수준으로 곤두박질쳤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합계출산율이 1.59명인데,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꼴찌입니다.

그런데 아이가 귀해지면서 아이를 향한 소비는 더 느는 '저출생의 역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아이 한 명을 위해 부모와 양가 조부모, 삼촌과 이모·고모까지 지갑을 연다는 뜻의 '에잇 포켓'을 넘어 이제는 주변 지인들까지 더해 '텐 포켓'이란 말까지 등장했을 정도입니다. 자녀 수가 줄었지만 한 명에게 지출하는 금액은 그 이상으로 커지고 있는 겁니다.


아동복 시장의 성장세는 국내 패션시장 전체의 매출 추이와 비교해 봐도 확연히 드러납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전체 패션시장은 2021년 40조 3,228억 원에서 2022년 45조 7,789억 원으로 13.53% 확대되는 데 그쳤습니다.

반면 국내 아동복 시장 규모는 2021년 1조 648억 원으로 가파르게 성장한데 이어 지난해에도 약 32% 가까이 늘었습니다. 아동복 시장이 전체 패션 시장의 2배 넘게 성장한건데, 프리미엄 아동복을 중심으로 관련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올해 1~2월 국내 백화점 3사의 아동 장르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모두 두 자릿수대로 상승했습니다.

특히 이 가운데 수입 브랜드의 매출 성장세가 눈에 띕니다. 성인 대상 명품 부티크 브랜드들이 속속 키즈 라인을 내놓았고, 어느샌가 백화점 아동 매장의 중심은 이 수입 브랜드들이 차지했습니다.

초반에는 상징적인 차원에서 입점시키기도 했지만, 실제로 이들 브랜드가 최근 백화점 아동 장르 매출 성장을 주도하는 양상입니다.

■ 아동복 시장 '양극화' 뚜렷…국내 중저가 브랜드 사업 접어

이렇게 아동복 시장에서 고가의 프리미엄 수입 브랜드 수요는 늘었지만, 중저가 브랜드들은 저출생의 직격탄을 맞고 사업을 축소하거나 접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국내 브랜드들도 별도의 '프리미엄 라인'을 내놓거나 인기 있는 수입 브랜드를 인수해 판매하는 생존 전략을 택하고 있습니다.

판매 채널별로도 소비 양극화 양상이 뚜렷합니다.

백화점 아동 장르 매출이 수입 브랜드들을 중심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는 반면, 합리적인 가격으로 승부했던 대형마트 중심으로 입점한 국내 중저가 브랜드들은 부진한 상황입니다.

대형마트에서는 아동복 매출이 많게는 15%까지 줄어들며 매장을 축소하는 분위기입니다.

■ 아가방·해피랜드 '토종 브랜드' 어디로?

한때 국내 유아동용품 시장에서 꽤 존재감이 컸던 아가방이나 해피랜드 같은 토종 브랜드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아가방앤컴퍼니는 2014년 중국 랑시그룹의 한국법인에 지분을 매각했습니다. 저출생 여파로 실적이 악화 되면서 주인이 바뀌었고 해외 사업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아동복 판매를 전개해온 해피랜드 코퍼레이션(구 해피랜드)도 매출 감소에 브랜드와 매장을 대폭 줄였습니다. 대신 중국 시장 개척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중국의 아동복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며 2025년에는 4천억 위안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한자녀 정책' 폐지 이후 2012년부터 5년간 유·아동 관련 시장이 연평균 11%씩 성장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국내 중저가 브랜드들이나 해외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고자 하는 이유입니다.

■ 명품 브랜드 '키즈라인' 강화…잠재 구매층 확보?

수입 아동복 브랜드 매장(현대백화점 제공)
디올, 펜디, 지방시 등에 이어 루이비통은 지난 3일 3~12개월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베이비 컬렉션까지 선보였습니다.

수입 브랜드들이 유·아동 대상 제품군을 확대하며 마케팅에 집중하는 것은 잠재적 소비자를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란 분석도 나오는데요.

어린 시절 소비자들의 경험이 성인이 된 후 소비 패턴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는 겁니다.

실제 최근 명품 소비층의 연령은 점점 낮아지는 추세입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베인 앤 컴퍼니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명품 매출은 473조로 2021년 대비 22% 늘었는데, 이 가운데 10~30대 고객군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한국에서 젊은 층의 명품 소비 현상이 두드러집니다. 회계법인 삼정 KPMG가 발간한 '비즈니스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백화점 명품 매출의 절반을 MZ세대가 이끈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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