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부평구의 한 미용실에서 직원으로 일하는 조선미 씨.
지난 1일 출근했더니 가게가 난장판이 돼 있었습니다. 실내 곳곳에 범인은 '흔적'을 남겼습니다.
곧장 CCTV를 확인했습니다. 위 영상이 그 CCTV 입니다.
■ 외모는 귀여웠으나…
난장판의 장본인은, 다름 아닌 족제비였습니다.
귀여운 모습에 마음을 빼앗길 뻔도 했지만, CCTV가 포착한 손님의 '말썽' 본능은 도를 넘었습니다.
엎고, 뒤집고, 쓰러트리긴 예사…사방에 배변 실례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이 말썽꾼 손님은 최근 일주일 새 3번이나 방문했습니다.
미용실 직원들은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족제비의 흔적을 치우고 소독하는 게 일이 됐습니다.
계속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어 기관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 "알아서 해결…해치는 건 안 돼"
소방서, 구청, 환경부, 야생동물구조센터에 문의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같았습니다.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구청은 소관 업무가 아니라고 했고, 소방서는 족제비가 상가 안에 들어와 있을 때만 출동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야생동물구조센터는 처리 방법을 안내해주긴 했습니다.
문제는 조건이었습니다. '알아서 해결하되, 족제비를 다치게 하면 안 된다'. 족제비는 야생생물법의 보호를 받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야생동물을 위험한 방법으로 잡으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습니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 10조 누구든지 덫, 창애, 올무 또는 그 밖에 야생동물을 포획할 수 있는 도구를 제작ㆍ판매ㆍ소지 또는 보관하여서는 아니 된다. |
날래기 그지없는 족제비를 우리로 유인해 다치지 않게 잡아야 한다는 겁니다. 동물 포획 전문가가 아닌 이상 쉽지 않은 얘기입니다.
설사 그렇게 잡았다 해도, 곧바로 풀어줘야 합니다. 언제든 미용실을 다시 찾을 수 있지만, 그때마다 그 방법을 반복해야 합니다.
결국, 선미 씨는 '잡기'는 포기했습니다. 대신 '막기'를 택했습니다.
족제비 통로로 추정되는 천장 배관의 구멍이라는 구멍은 다 막기로 했습니다.
■ 족제비도 보릿고개 중
족제비는 어디서, 왜 온 걸까요. 야생동물구조센터에 물었습니다.
족제비 집은 미용실에서 약 1.3km 떨어져 있는 원적산 공원으로 추정됩니다.
야생에서 사는 종이기 때문에, 미용실 근처로 서식지를 옮긴 건 아닐 거로 보입니다. 먹이를 찾아 잠시 도심으로 내려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특히 먹을 게 많지 않은 겨울철에 족제비나 너구리들이 먹이를 찾아 민가로 내려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근데 많고 많은 상가 중에 왜 미용실을 택했을까요. 먹을 건 식당이 더 많을 텐데. 족제비를 단독 인터뷰하지 않는 한 알 길이 없어 보입니다.
날이 더 빨리 따뜻해져야 족제비의 먹이 고민도, 선미 씨의 청소 고민도 풀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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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머리 돼요?” 미용실 찾은 ‘낯선’ 새벽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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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3-03-08 15:58:37
인천 부평구의 한 미용실에서 직원으로 일하는 조선미 씨.
지난 1일 출근했더니 가게가 난장판이 돼 있었습니다. 실내 곳곳에 범인은 '흔적'을 남겼습니다.
곧장 CCTV를 확인했습니다. 위 영상이 그 CCTV 입니다.
■ 외모는 귀여웠으나…
난장판의 장본인은, 다름 아닌 족제비였습니다.
귀여운 모습에 마음을 빼앗길 뻔도 했지만, CCTV가 포착한 손님의 '말썽' 본능은 도를 넘었습니다.
엎고, 뒤집고, 쓰러트리긴 예사…사방에 배변 실례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이 말썽꾼 손님은 최근 일주일 새 3번이나 방문했습니다.
미용실 직원들은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족제비의 흔적을 치우고 소독하는 게 일이 됐습니다.
계속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어 기관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 "알아서 해결…해치는 건 안 돼"
소방서, 구청, 환경부, 야생동물구조센터에 문의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같았습니다.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구청은 소관 업무가 아니라고 했고, 소방서는 족제비가 상가 안에 들어와 있을 때만 출동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야생동물구조센터는 처리 방법을 안내해주긴 했습니다.
문제는 조건이었습니다. '알아서 해결하되, 족제비를 다치게 하면 안 된다'. 족제비는 야생생물법의 보호를 받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야생동물을 위험한 방법으로 잡으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습니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 10조 누구든지 덫, 창애, 올무 또는 그 밖에 야생동물을 포획할 수 있는 도구를 제작ㆍ판매ㆍ소지 또는 보관하여서는 아니 된다. |
날래기 그지없는 족제비를 우리로 유인해 다치지 않게 잡아야 한다는 겁니다. 동물 포획 전문가가 아닌 이상 쉽지 않은 얘기입니다.
설사 그렇게 잡았다 해도, 곧바로 풀어줘야 합니다. 언제든 미용실을 다시 찾을 수 있지만, 그때마다 그 방법을 반복해야 합니다.
결국, 선미 씨는 '잡기'는 포기했습니다. 대신 '막기'를 택했습니다.
족제비 통로로 추정되는 천장 배관의 구멍이라는 구멍은 다 막기로 했습니다.
■ 족제비도 보릿고개 중
족제비는 어디서, 왜 온 걸까요. 야생동물구조센터에 물었습니다.
족제비 집은 미용실에서 약 1.3km 떨어져 있는 원적산 공원으로 추정됩니다.
야생에서 사는 종이기 때문에, 미용실 근처로 서식지를 옮긴 건 아닐 거로 보입니다. 먹이를 찾아 잠시 도심으로 내려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특히 먹을 게 많지 않은 겨울철에 족제비나 너구리들이 먹이를 찾아 민가로 내려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근데 많고 많은 상가 중에 왜 미용실을 택했을까요. 먹을 건 식당이 더 많을 텐데. 족제비를 단독 인터뷰하지 않는 한 알 길이 없어 보입니다.
날이 더 빨리 따뜻해져야 족제비의 먹이 고민도, 선미 씨의 청소 고민도 풀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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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윤 기자 dobb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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