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몰래 전출시키고 담보대출…‘본인 확인’ 맹점

입력 2023.03.09 (07:29) 수정 2023.03.09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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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본인 확인 절차가 허술한 전입신고 제도를 악용한 전세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세입자를 전출시킨 뒤 집주인이 주택담보대출을 받거나, 이미 세대주가 있는 집에 또 다른 세대주를 몰래 전입시키는 사례도 확인됐습니다.

이예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30대 김 모 씨는 서울 '구로구' 전셋집에 아홉 달째 거주 중입니다.

그런데 최근 '성북구청'으로부터 갑작스런 연락을 받았습니다.

[김○○/서울 구로구 : "(성북구로) 전입신고하셨는데 여기 사시는 거 맞냐, 그래서 무슨 소리시냐고 저는 아예 움직일 생각 자체도 안 한다고."]

지난달 8일자로 주소지가 이전돼 있었습니다.

누군가 김 씨를 자기 집 세대원으로 꾸며 몰래 전입신고를 한 걸로 보입니다.

[김○○/서울 구로구 : "(전입신고는 누가 했다고 한 건가요?) 저도 아예 모르는 사람이에요. 제 이름으로 도장까지 파서..."]

[○○동 주민센터 관계자/음성변조 : "(실물 신분증 확인할 때 이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선거할 때처럼 그렇게 하면 좋은데 (위조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이 아니에요."]

세 들어 있는 집은 법적으로 '빈집'이 되어버렸고, 그걸 담보로 집주인이 대출을 받은 것도 확인했습니다.

뒤늦게 지자체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지만, 보증금 2억 6천만 원을 돌려받을 보장이 없어졌습니다.

[김○○/서울 구로구 : "(전출) 다음날 바로 대출을 받아 갔더라고요. 진짜 3일간은 거의 밥도 못 먹었어요. (전세사기) 대비라는 걸 다 했는데도 이렇게 돼버리니..."]

또 다른 이 세입자는 정반대의 피해를 당했습니다.

자신이 사는 전셋집에 생면부지의 사람이 몰래 전입신고를 했고, 졸지에 '1주택 2가구'가 되면서 전세대출 갱신을 못 받을 수도 있게 됐습니다.

[A 씨/서울 ○○구/음성변조 : "(전세자금 대출 연장을 할 때) 전입세대 열람원이라는 서류가 필요해서 (확인했는데), 임대차 계약을 또 맺어서 다른 사람이 또 세대주로 올라가 있는 걸 봤습니다. 주민센터에서는 그분도 임대차 계약서가 있었기 때문에 이제 어쩔 수 없었다..."]

주민등록법 위반으로 고발되는 사례들의 상당수가 이같은 '몰래 전입·전출'로 추정됩니다.

특히 지난해부터 '전입 신고' 사기가 속출하자 행정안전부는 '신원 확인'을 잘하란 권고를 지자체에 내려보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중앙정부 차원의 대책이라곤 전입 당사자에게 '문자 통보'를 해주는 게 유일합니다.

그나마도 본인이 신청을 해야 해서, 서비스를 '알고 이용하는' 사람이 전국에 2만 명 남짓입니다.

KBS 뉴스 이예린입니다.

촬영기자:유용규 하정현/영상편집:박주연/그래픽:이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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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입자 몰래 전출시키고 담보대출…‘본인 확인’ 맹점
    • 입력 2023-03-09 07:29:19
    • 수정2023-03-09 07:3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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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본인 확인 절차가 허술한 전입신고 제도를 악용한 전세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세입자를 전출시킨 뒤 집주인이 주택담보대출을 받거나, 이미 세대주가 있는 집에 또 다른 세대주를 몰래 전입시키는 사례도 확인됐습니다.

이예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30대 김 모 씨는 서울 '구로구' 전셋집에 아홉 달째 거주 중입니다.

그런데 최근 '성북구청'으로부터 갑작스런 연락을 받았습니다.

[김○○/서울 구로구 : "(성북구로) 전입신고하셨는데 여기 사시는 거 맞냐, 그래서 무슨 소리시냐고 저는 아예 움직일 생각 자체도 안 한다고."]

지난달 8일자로 주소지가 이전돼 있었습니다.

누군가 김 씨를 자기 집 세대원으로 꾸며 몰래 전입신고를 한 걸로 보입니다.

[김○○/서울 구로구 : "(전입신고는 누가 했다고 한 건가요?) 저도 아예 모르는 사람이에요. 제 이름으로 도장까지 파서..."]

[○○동 주민센터 관계자/음성변조 : "(실물 신분증 확인할 때 이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선거할 때처럼 그렇게 하면 좋은데 (위조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이 아니에요."]

세 들어 있는 집은 법적으로 '빈집'이 되어버렸고, 그걸 담보로 집주인이 대출을 받은 것도 확인했습니다.

뒤늦게 지자체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지만, 보증금 2억 6천만 원을 돌려받을 보장이 없어졌습니다.

[김○○/서울 구로구 : "(전출) 다음날 바로 대출을 받아 갔더라고요. 진짜 3일간은 거의 밥도 못 먹었어요. (전세사기) 대비라는 걸 다 했는데도 이렇게 돼버리니..."]

또 다른 이 세입자는 정반대의 피해를 당했습니다.

자신이 사는 전셋집에 생면부지의 사람이 몰래 전입신고를 했고, 졸지에 '1주택 2가구'가 되면서 전세대출 갱신을 못 받을 수도 있게 됐습니다.

[A 씨/서울 ○○구/음성변조 : "(전세자금 대출 연장을 할 때) 전입세대 열람원이라는 서류가 필요해서 (확인했는데), 임대차 계약을 또 맺어서 다른 사람이 또 세대주로 올라가 있는 걸 봤습니다. 주민센터에서는 그분도 임대차 계약서가 있었기 때문에 이제 어쩔 수 없었다..."]

주민등록법 위반으로 고발되는 사례들의 상당수가 이같은 '몰래 전입·전출'로 추정됩니다.

특히 지난해부터 '전입 신고' 사기가 속출하자 행정안전부는 '신원 확인'을 잘하란 권고를 지자체에 내려보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중앙정부 차원의 대책이라곤 전입 당사자에게 '문자 통보'를 해주는 게 유일합니다.

그나마도 본인이 신청을 해야 해서, 서비스를 '알고 이용하는' 사람이 전국에 2만 명 남짓입니다.

KBS 뉴스 이예린입니다.

촬영기자:유용규 하정현/영상편집:박주연/그래픽:이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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