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문가라도 ‘만사검통’?…당사자에게 물어보니

입력 2023.03.09 (18:00) 수정 2023.03.09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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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오늘로 당선 1년을 맞은 윤석열 대통령의 그간 인사 방향을 두고 논란이 됐던 건 '검찰 출신' 발탁이었습니다. 특히 전문성이 필요한 자리에 전직 검사나 전직 검찰 공무원이 임명될 때, 논란이 뜨거웠습니다.

최근 들어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은 두 명의 검찰 출신 '비전문가(?)'에게 이런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직접 물어봤습니다.


■ 국민연금 기금운용위 전문위원도 '전직 검사'

가장 최근 논란에 휩싸인 전직 검사는 한석훈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상근전문위원입니다. 890조를 굴리는 기금운용위원회에 단 3명 있는 상근 전문가 중 한 명입니다. 한 위원이 임명되자 "상법 전문 변호사가 투자에 대해서 뭘 아냐"라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어제(8일) 열린 국민연금 기금운용위 회의에서는 시민단체가 피켓시위까지 벌였습니다.

한 위원은 특히 2019년 발표한 '연기금의 주주 의결권행사와 배임죄'라는 논문에서 국민연금 운용의 자율성을 부정하는 듯한 인식을 보였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기금운용의 독립성 원칙이란 원칙일 뿐이며, 기금의 관리·운용 책임을 맡고 있는 보건복지부가 그 위탁자의 입장에서 정당한 지시나 지도를 한다면, 공단은 이에 따라야 할 의무가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 한석훈 전문위원 "전문성 갖췄다고 생각한다"


당사자인 한석훈 위원은 KBS와의 통화에서 전문성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저는 전문성을 갖췄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습니다.

구체적인 근거를 묻자 지난 6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가 공동으로 낸 입장문 내용을 들었습니다. 3개 경제단체는 한석훈 위원을 국민연금 기금운용위 전문위원으로 추천한 사용자 단체입니다.

이들은 한 위원에 대해 “자본시장과 금융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하는 증권집단소송법 연구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대학에서 16년간 회사법 등을 강의했다”고 추천 사유를 설명했습니다. 또 “앞으로 복잡한 기업법률 이슈가 많아질 것에 대비해 회사법을 포함한 법률전문가가 필요한 상황인 점도 고려했다”며 “한 위원이 기금운용위원회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지원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한석훈 위원은 "기금운용위 전문위원이라고 해서 자산운용 전문가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법에 보면, 자산운용 외에도 여러 가지 영역의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은 '법률 영역의 전문가'라고 덧붙였습니다.

본인 해명처럼 법률적인 전문성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위원이 법률 자문을 한다면 투자는 누가 자문할까요?

사용자단체가 한 위원 자리에 추천한 나머지 2명의 후보는 박대양 전 한국투자공사 투자운용본부장과 류제만 전 코넥스 협회 부회장이었던 거로 확인됐습니다. 자산운용 분야에서 각각 20년 이상 경력을 쌓은 자타공인 투자 전문가들입니다.

■ 검찰 수사관 출신이 서울대병원 상임감사로

검찰 출신 인사는 검사만 있는 게 아닙니다. '수사관' 출신도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서울대병원 이사회의 추천으로 교육부 장관이 임명한 박경오 서울대병원 상임감사 이야기입니다.

박 감사는 서울시 보건직 9급 공무원으로 공직에 입문해 5급까지 승진한 뒤 퇴직했습니다. 서울시 공무원 신분으로 검찰에 파견돼 오랜 기간 보건·의약 분야나 마약 관련 수사 업무를 맡아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박경오 서울대병원 감사 임명 후, 더불어민주당은 논평을 내고 "서울대병원 감사에는 그동안 교육부나 감사원 출신 고위 공직자가 임명돼 왔다"며 "갑자기 검찰 수사관 출신이 임명된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국립대병원 감사는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데 검찰 수사관 출신이 수사 기법으로 감사를 하겠다는 것인지 황당하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 박경오 감사 "공직 생활 절반, 관련 업무 했다"


취재진은 박경오 감사를 직접 만나 입장을 물어봤습니다.

박 감사는 "공직 생활 32년 가운데 절반 이상을 서울시에서 행정 업무를 맡았고, 보건소에서 병원 관리 업무도 맡은 적이 있다"며 적극적으로 억울함을 토로했습니다. 또 "대검찰청에 있을 때도 수사 중에 의료 범죄 수사를 전문적으로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박 감사는 처음 공직에 입문한 후 1988년 장애인올림픽을 치른 이야기부터 서울시에서 4년간 보건범죄 수사팀장을 맡았던 이야기, 퇴직 직전 코로나19 집합금지 업소 관리를 한 이야기까지 취재진에게 상세하게 설명했습니다.

골자는 공직 업무 대부분이 '보건'과 관련이 있고, 그뿐 아니라 행정이나 예산 관련 업무도 경험이 있다는 거였습니다. "서울시에서 업무를 볼 때는 1년에 의료사고 등 의학 관련 민원만 500건 정도 처리한 적도 있다"고 여러 번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박경오 감사는그러면서 자신이 직접 여러 장의 자기소개서를 작성해 서울대병원에 제출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박 감사의 사무실에는 대검찰청 근무 시절 '윤석열 검사'와 함께 찍은 사진이 놓여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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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전문가라도 ‘만사검통’?…당사자에게 물어보니
    • 입력 2023-03-09 18:00:36
    • 수정2023-03-09 18:42:23
    취재K
오늘로 당선 1년을 맞은 윤석열 대통령의 그간 인사 방향을 두고 논란이 됐던 건 '검찰 출신' 발탁이었습니다. 특히 전문성이 필요한 자리에 전직 검사나 전직 검찰 공무원이 임명될 때, 논란이 뜨거웠습니다.<br /><br />최근 들어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은 두 명의 검찰 출신 '비전문가(?)'에게 이런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직접 물어봤습니다.

■ 국민연금 기금운용위 전문위원도 '전직 검사'

가장 최근 논란에 휩싸인 전직 검사는 한석훈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상근전문위원입니다. 890조를 굴리는 기금운용위원회에 단 3명 있는 상근 전문가 중 한 명입니다. 한 위원이 임명되자 "상법 전문 변호사가 투자에 대해서 뭘 아냐"라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어제(8일) 열린 국민연금 기금운용위 회의에서는 시민단체가 피켓시위까지 벌였습니다.

한 위원은 특히 2019년 발표한 '연기금의 주주 의결권행사와 배임죄'라는 논문에서 국민연금 운용의 자율성을 부정하는 듯한 인식을 보였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기금운용의 독립성 원칙이란 원칙일 뿐이며, 기금의 관리·운용 책임을 맡고 있는 보건복지부가 그 위탁자의 입장에서 정당한 지시나 지도를 한다면, 공단은 이에 따라야 할 의무가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 한석훈 전문위원 "전문성 갖췄다고 생각한다"


당사자인 한석훈 위원은 KBS와의 통화에서 전문성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저는 전문성을 갖췄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습니다.

구체적인 근거를 묻자 지난 6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가 공동으로 낸 입장문 내용을 들었습니다. 3개 경제단체는 한석훈 위원을 국민연금 기금운용위 전문위원으로 추천한 사용자 단체입니다.

이들은 한 위원에 대해 “자본시장과 금융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하는 증권집단소송법 연구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대학에서 16년간 회사법 등을 강의했다”고 추천 사유를 설명했습니다. 또 “앞으로 복잡한 기업법률 이슈가 많아질 것에 대비해 회사법을 포함한 법률전문가가 필요한 상황인 점도 고려했다”며 “한 위원이 기금운용위원회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지원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한석훈 위원은 "기금운용위 전문위원이라고 해서 자산운용 전문가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법에 보면, 자산운용 외에도 여러 가지 영역의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은 '법률 영역의 전문가'라고 덧붙였습니다.

본인 해명처럼 법률적인 전문성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위원이 법률 자문을 한다면 투자는 누가 자문할까요?

사용자단체가 한 위원 자리에 추천한 나머지 2명의 후보는 박대양 전 한국투자공사 투자운용본부장과 류제만 전 코넥스 협회 부회장이었던 거로 확인됐습니다. 자산운용 분야에서 각각 20년 이상 경력을 쌓은 자타공인 투자 전문가들입니다.

■ 검찰 수사관 출신이 서울대병원 상임감사로

검찰 출신 인사는 검사만 있는 게 아닙니다. '수사관' 출신도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서울대병원 이사회의 추천으로 교육부 장관이 임명한 박경오 서울대병원 상임감사 이야기입니다.

박 감사는 서울시 보건직 9급 공무원으로 공직에 입문해 5급까지 승진한 뒤 퇴직했습니다. 서울시 공무원 신분으로 검찰에 파견돼 오랜 기간 보건·의약 분야나 마약 관련 수사 업무를 맡아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박경오 서울대병원 감사 임명 후, 더불어민주당은 논평을 내고 "서울대병원 감사에는 그동안 교육부나 감사원 출신 고위 공직자가 임명돼 왔다"며 "갑자기 검찰 수사관 출신이 임명된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국립대병원 감사는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데 검찰 수사관 출신이 수사 기법으로 감사를 하겠다는 것인지 황당하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 박경오 감사 "공직 생활 절반, 관련 업무 했다"


취재진은 박경오 감사를 직접 만나 입장을 물어봤습니다.

박 감사는 "공직 생활 32년 가운데 절반 이상을 서울시에서 행정 업무를 맡았고, 보건소에서 병원 관리 업무도 맡은 적이 있다"며 적극적으로 억울함을 토로했습니다. 또 "대검찰청에 있을 때도 수사 중에 의료 범죄 수사를 전문적으로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박 감사는 처음 공직에 입문한 후 1988년 장애인올림픽을 치른 이야기부터 서울시에서 4년간 보건범죄 수사팀장을 맡았던 이야기, 퇴직 직전 코로나19 집합금지 업소 관리를 한 이야기까지 취재진에게 상세하게 설명했습니다.

골자는 공직 업무 대부분이 '보건'과 관련이 있고, 그뿐 아니라 행정이나 예산 관련 업무도 경험이 있다는 거였습니다. "서울시에서 업무를 볼 때는 1년에 의료사고 등 의학 관련 민원만 500건 정도 처리한 적도 있다"고 여러 번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박경오 감사는그러면서 자신이 직접 여러 장의 자기소개서를 작성해 서울대병원에 제출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박 감사의 사무실에는 대검찰청 근무 시절 '윤석열 검사'와 함께 찍은 사진이 놓여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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