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김용, 백두대간 타고 열흘간 도망가라 해”

입력 2023.03.09 (19:31) 수정 2023.03.09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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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혐의로 함께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오늘(9일) 해당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 심리로 열린 이 재판에서 검찰은 유 전 본부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는데, 유 전 본부장은 자신이 마음을 바꿔 돈 전달 사실을 뒤늦게 밝힌 이유와 구체적인 자금 전달 방법 등을 상세히 진술했습니다.

■ "2021년 초 20억 원 요구받아…'같은 차'로 받아 가"

유 전 본부장은 2021년 2~3월경 김용 전 부원장으로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선 경선 자금을 위한 돈 20억 원을 요구받았다고 밝혔습니다.

남욱 변호사 등이 돈을 마련했는데, 이를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팀장이었던 정민용 변호사가 받아 유 전 본부장에게 전달하면, 유 전 본부장이 김용 전 부원장에게 전달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김 전 부원장에게는 총 3차례에 걸쳐 1억 원, 3억 원, 2억 원 순으로 돈이 갔고, 장소는 유원홀딩스 사무실이나 유 전 본부장의 집 앞 길 위, 경기도청 북측 도로였다는 게 유 전 본부장 주장입니다.

유 전 본부장은 "김 전 부원장이 돈을 받은 뒤 옆구리에 끼고 직접 들고 가거나, 차에 실어 갔다"고 말했습니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에게 구체적인 진술을 끌어내기 위해 돈 전달 방식에 대한 자세한 질문을 이어갔는데, 유 전 본부장은 자신의 기억을 기초로 답변했습니다.

예컨대 '두 번째와 세 번째 돈을 전달할 때 같은 차를 타고 왔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유 전 본부장은 "무슨 차였는지 차종은 기억이 안 나지만, 같은 차라고 느낀 것은 문을 열었을 때 차가 똑같이 실내가 더러웠다. 그래서 제가 느끼기에 같은 차가 아닌가 싶다"라고 진술했습니다.

정민용 변호사에게 모두 8억 4700만 원을 받은 유 전 본부장은 "6억 원은 김 전 부원장에게 전달하고, 1억 4700만 원 상당은 자신이 쓰고, 1억 원은 정 변호사가 반환해야 한다고 해 돌려줬다"고 설명했습니다.

■ "김용이 백두대간 타고 도망가라고 해"

유 전 본부장은 '경선 자금 지급을 그만두게 된 이유는 (대장동 관련) 언론 보도 때문이었느냐'는 검사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2021년 9월경 언론에서 '대장동 개발 의혹' 관련 보도가 나오면서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돈을 못 주게 됐다는 겁니다.

이후 검찰은 유 전 본부장에게 출석을 요구했는데, 유 전 본부장이 변호사와 상담한 뒤 출석을 하기 하루 전 김 전 부원장이 자신에게 전화해 "빨리 도망가라고 했다"고 진술했습니다.

"10시에 출석하기로 했습니다. 용인 ○○동에 혼자 잘 이유도 없고, 차량 막힐 우려가 있어서 아예 검찰청 건너편에 있는 모텔에서 투숙을 했습니다. 하고 있는데 김용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어디있냐'고 해서, 내일 출석하려고 모텔에서 있다고 하니까, '너 빨리 도망가라'는 거예요.
'백두대간이라도 타라 산이라도'. 열흘만 있다 오라는 거예요. 열흘만 있으면 (민주당 대선) 경선 끝나니까. 그땐 우리 세상 되니까. 그땐 방어 가능하니까.

'너 지금 들어가면, 정보에 의하면 너 즉시 구속된다. 그러니까 무조건 도망가라' 그렇게 이야기하더라고요. 침낭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데 어떻게 백두대간 타냐고, 산짐승도 무섭다고 그랬더니, '그러면 배탈이라도 나서 병원 가라'는 거예요. '병원 가면 너 안 건드리겠다고 합의가 됐다'고 그렇게 이야기하더라고요.
'어떻게 배탈이 나느냐' 고 하니까. '썩은 거라도 먹어라. 음식물 쓰레기라도 먹으라'고 하더라고요." (유동규, 검찰 주신문 중)

유 전 본부장은 실제로 상한 음식을 먹은 뒤 구급차를 불러 응급실을 갔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병원에서 "아무 이상 없다"고 해 약속된 대로 검찰에 출석하려 오전 9시쯤 병원을 나섰는데, 나서자마자 검찰 수사관들에게 체포됐다고 말했습니다.

■ 김용 측 "유동규 진술 신빙성 없어"…다음 주 반대신문

오늘 재판에선 유동규 전 본부장에 대한 검찰의 신문만 이뤄졌습니다. 유 전 본부장은 스스로 불법 정치자금을 줬다며 '자백'한 사람이고 검찰이 신청한 증인인 만큼, 김용 전 부원장 측에는 불리한 증언이 이어졌습니다.

앞서 김 전 부원장 측은 지난 공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이 사건의 유일한 증거인 유동규의 진술은 전혀 신빙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변호인 측은 다음 주 이어질 반대신문에서 유 전 본부장 증언의 신빙성을 떨어뜨리는 데 주력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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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09 19:31:35
    • 수정2023-03-09 19:35:03
    취재K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혐의로 함께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오늘(9일) 해당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 심리로 열린 이 재판에서 검찰은 유 전 본부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는데, 유 전 본부장은 자신이 마음을 바꿔 돈 전달 사실을 뒤늦게 밝힌 이유와 구체적인 자금 전달 방법 등을 상세히 진술했습니다.

■ "2021년 초 20억 원 요구받아…'같은 차'로 받아 가"

유 전 본부장은 2021년 2~3월경 김용 전 부원장으로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선 경선 자금을 위한 돈 20억 원을 요구받았다고 밝혔습니다.

남욱 변호사 등이 돈을 마련했는데, 이를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팀장이었던 정민용 변호사가 받아 유 전 본부장에게 전달하면, 유 전 본부장이 김용 전 부원장에게 전달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김 전 부원장에게는 총 3차례에 걸쳐 1억 원, 3억 원, 2억 원 순으로 돈이 갔고, 장소는 유원홀딩스 사무실이나 유 전 본부장의 집 앞 길 위, 경기도청 북측 도로였다는 게 유 전 본부장 주장입니다.

유 전 본부장은 "김 전 부원장이 돈을 받은 뒤 옆구리에 끼고 직접 들고 가거나, 차에 실어 갔다"고 말했습니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에게 구체적인 진술을 끌어내기 위해 돈 전달 방식에 대한 자세한 질문을 이어갔는데, 유 전 본부장은 자신의 기억을 기초로 답변했습니다.

예컨대 '두 번째와 세 번째 돈을 전달할 때 같은 차를 타고 왔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유 전 본부장은 "무슨 차였는지 차종은 기억이 안 나지만, 같은 차라고 느낀 것은 문을 열었을 때 차가 똑같이 실내가 더러웠다. 그래서 제가 느끼기에 같은 차가 아닌가 싶다"라고 진술했습니다.

정민용 변호사에게 모두 8억 4700만 원을 받은 유 전 본부장은 "6억 원은 김 전 부원장에게 전달하고, 1억 4700만 원 상당은 자신이 쓰고, 1억 원은 정 변호사가 반환해야 한다고 해 돌려줬다"고 설명했습니다.

■ "김용이 백두대간 타고 도망가라고 해"

유 전 본부장은 '경선 자금 지급을 그만두게 된 이유는 (대장동 관련) 언론 보도 때문이었느냐'는 검사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2021년 9월경 언론에서 '대장동 개발 의혹' 관련 보도가 나오면서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돈을 못 주게 됐다는 겁니다.

이후 검찰은 유 전 본부장에게 출석을 요구했는데, 유 전 본부장이 변호사와 상담한 뒤 출석을 하기 하루 전 김 전 부원장이 자신에게 전화해 "빨리 도망가라고 했다"고 진술했습니다.

"10시에 출석하기로 했습니다. 용인 ○○동에 혼자 잘 이유도 없고, 차량 막힐 우려가 있어서 아예 검찰청 건너편에 있는 모텔에서 투숙을 했습니다. 하고 있는데 김용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어디있냐'고 해서, 내일 출석하려고 모텔에서 있다고 하니까, '너 빨리 도망가라'는 거예요.
'백두대간이라도 타라 산이라도'. 열흘만 있다 오라는 거예요. 열흘만 있으면 (민주당 대선) 경선 끝나니까. 그땐 우리 세상 되니까. 그땐 방어 가능하니까.

'너 지금 들어가면, 정보에 의하면 너 즉시 구속된다. 그러니까 무조건 도망가라' 그렇게 이야기하더라고요. 침낭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데 어떻게 백두대간 타냐고, 산짐승도 무섭다고 그랬더니, '그러면 배탈이라도 나서 병원 가라'는 거예요. '병원 가면 너 안 건드리겠다고 합의가 됐다'고 그렇게 이야기하더라고요.
'어떻게 배탈이 나느냐' 고 하니까. '썩은 거라도 먹어라. 음식물 쓰레기라도 먹으라'고 하더라고요." (유동규, 검찰 주신문 중)

유 전 본부장은 실제로 상한 음식을 먹은 뒤 구급차를 불러 응급실을 갔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병원에서 "아무 이상 없다"고 해 약속된 대로 검찰에 출석하려 오전 9시쯤 병원을 나섰는데, 나서자마자 검찰 수사관들에게 체포됐다고 말했습니다.

■ 김용 측 "유동규 진술 신빙성 없어"…다음 주 반대신문

오늘 재판에선 유동규 전 본부장에 대한 검찰의 신문만 이뤄졌습니다. 유 전 본부장은 스스로 불법 정치자금을 줬다며 '자백'한 사람이고 검찰이 신청한 증인인 만큼, 김용 전 부원장 측에는 불리한 증언이 이어졌습니다.

앞서 김 전 부원장 측은 지난 공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이 사건의 유일한 증거인 유동규의 진술은 전혀 신빙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변호인 측은 다음 주 이어질 반대신문에서 유 전 본부장 증언의 신빙성을 떨어뜨리는 데 주력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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