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K] ‘연애 사기’, 피싱 수거책 통로로…거부 시 ‘성착취’ 협박까지

입력 2023.03.10 (21:44) 수정 2023.03.10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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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가족이 납치됐다, 검찰이다' 이런 거짓말로 돈을 가로채는 사기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죠.

또 다른 피싱 피해자의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소셜미디어로 접근해 가까워진 뒤 돈을 받아오는 일을 시키고, 신체 사진으로 협박까지 일삼았습니다.

김혜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0대 여성 정 모 씨는 지난해 말 '이성 만남 앱'을 통해 한 남성을 알게 됐습니다.

'패션업체 대표'라고 자신을 소개한 A 씨.

얼굴 한 번 본 적 없었지만, SNS로 자주 연락을 하며 금세 연인처럼 가까워졌습니다.

[정 모 씨 : "다른 연인들과 똑같이 '사랑한다. 보고싶다. 지금은 중국 사업 준비 때문에 못하는데, 너를 빨리 보고싶다'..."]

취업이 안 돼 고민이었던 정 씨에게 A 씨는 투자금을 회수하는 일을 해보자고 했습니다.

[정 모 씨 : "투자자분들의 (투자) 금액을 받아오고, 그런 것들을 수거하는 일이다. 10만 원에서 50만 원 정도를 한 번에 일급으로 준 것 같아요."]

매일 아침, A 씨의 동업자가 알려준 곳에 가서 누군가에게 돈을 받은 뒤 또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일이었습니다.

한쪽 팔에 장애가 있어 일을 구하기 어려웠던 정 씨에겐 그야말로 솔깃한 제안이었습니다.

별 의심 없이 일을 시작한 정 씨.

2주가량 지난 어느날, 경찰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보이스피싱 범죄에 수거책으로 연루됐으니 출석해 조사받으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정 씨에게 돈을 건넸던 이들은 투자자가 아니라 보이스피싱 일당에 속아 돈을 뜯긴 피해자였습니다.

자신에게 '현금 수거책' 일을 시킨 거냐고 항의하자, A 씨는 도리어 협박을 해왔습니다.

사적인 대화를 나누며 건넸던 '신체 사진'으로 '성 착취'를 한 겁니다.

[정 모 씨 : "제가 그러면 안 됐었는데, 그런 몸 사진을 보냈어요. '일을 계속 하고 그러면 유포하지 않겠다' 이런 식으로 계속 유도를 하는 거예요."]

A 씨는 자랑하듯 정 씨 같은 피해자가 10명가량 더 있다는 말도 했습니다.

이렇게 연인 행세를 하는 낯선 이에게 속아 자신도 모르게 범죄에 가담한 뒤 처벌까지 받은 사례도 있습니다.

정 씨와 똑같은 경로를 통해 모두 6차례, 3억여 원을 피해자들에게 받아 보이스피싱 일당에 건넨 20대 여성 B씨에 대해, 법원은 지난 1월 징역 10개월을 선고했습니다.

KBS 뉴스 김혜주입니다.

촬영기자:김민준 하정현/영상편집:여동용/그래픽:이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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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보K] ‘연애 사기’, 피싱 수거책 통로로…거부 시 ‘성착취’ 협박까지
    • 입력 2023-03-10 21:44:26
    • 수정2023-03-10 22:03:22
    뉴스 9
[앵커]

'가족이 납치됐다, 검찰이다' 이런 거짓말로 돈을 가로채는 사기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죠.

또 다른 피싱 피해자의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소셜미디어로 접근해 가까워진 뒤 돈을 받아오는 일을 시키고, 신체 사진으로 협박까지 일삼았습니다.

김혜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0대 여성 정 모 씨는 지난해 말 '이성 만남 앱'을 통해 한 남성을 알게 됐습니다.

'패션업체 대표'라고 자신을 소개한 A 씨.

얼굴 한 번 본 적 없었지만, SNS로 자주 연락을 하며 금세 연인처럼 가까워졌습니다.

[정 모 씨 : "다른 연인들과 똑같이 '사랑한다. 보고싶다. 지금은 중국 사업 준비 때문에 못하는데, 너를 빨리 보고싶다'..."]

취업이 안 돼 고민이었던 정 씨에게 A 씨는 투자금을 회수하는 일을 해보자고 했습니다.

[정 모 씨 : "투자자분들의 (투자) 금액을 받아오고, 그런 것들을 수거하는 일이다. 10만 원에서 50만 원 정도를 한 번에 일급으로 준 것 같아요."]

매일 아침, A 씨의 동업자가 알려준 곳에 가서 누군가에게 돈을 받은 뒤 또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일이었습니다.

한쪽 팔에 장애가 있어 일을 구하기 어려웠던 정 씨에겐 그야말로 솔깃한 제안이었습니다.

별 의심 없이 일을 시작한 정 씨.

2주가량 지난 어느날, 경찰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보이스피싱 범죄에 수거책으로 연루됐으니 출석해 조사받으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정 씨에게 돈을 건넸던 이들은 투자자가 아니라 보이스피싱 일당에 속아 돈을 뜯긴 피해자였습니다.

자신에게 '현금 수거책' 일을 시킨 거냐고 항의하자, A 씨는 도리어 협박을 해왔습니다.

사적인 대화를 나누며 건넸던 '신체 사진'으로 '성 착취'를 한 겁니다.

[정 모 씨 : "제가 그러면 안 됐었는데, 그런 몸 사진을 보냈어요. '일을 계속 하고 그러면 유포하지 않겠다' 이런 식으로 계속 유도를 하는 거예요."]

A 씨는 자랑하듯 정 씨 같은 피해자가 10명가량 더 있다는 말도 했습니다.

이렇게 연인 행세를 하는 낯선 이에게 속아 자신도 모르게 범죄에 가담한 뒤 처벌까지 받은 사례도 있습니다.

정 씨와 똑같은 경로를 통해 모두 6차례, 3억여 원을 피해자들에게 받아 보이스피싱 일당에 건넨 20대 여성 B씨에 대해, 법원은 지난 1월 징역 10개월을 선고했습니다.

KBS 뉴스 김혜주입니다.

촬영기자:김민준 하정현/영상편집:여동용/그래픽:이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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