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美 인종차별 논란 ‘경찰견 로봇’…LA 경찰은 도입에 성공할까?

입력 2023.03.11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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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팬클럽 ‘아미’로 등장한 로봇 개 ‘스팟’ (사진= 현대차 그룹)BTS팬클럽 ‘아미’로 등장한 로봇 개 ‘스팟’ (사진= 현대차 그룹)

■ BTS 공연장에 등장한 로봇 개

지난해 10월 부산 아시아드 주 경기장에서 열린 2030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 성공을 위한 BTS 콘서트장에 로봇 개가 등장했습니다. 이 로봇 개의 이름은 '스팟(SPOT)'으로 현대자동차 산하 로봇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만든 겁니다.

콘서트장에서는 '스팟' 7대와 인간형 로봇 '아틀라스' 1대가 함께 BTS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에 이어 아미(ARMY, 방탄소년단 팬덤)가 된 보라색 '스팟'이 콘서트장으로 향하는 영상이 먼저 공개됐습니다. 이어서 영상에 나왔던 보라색 '스팟'이 실제로 등장해 BTS 멤버들을 대기실에서 무대까지 에스코트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4족 무인 지상 수단’(Quadruped Unmanned Ground Vehicle, QUGV)이라고도 불리는 로봇 개 '스팟'은 우리말로 하면 '바둑이'쯤으로 불리는 흔한 개 이름입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2020년부터 판매하기 시작한 로봇으로 기본 모델 가격은 대당 7만 5천 달러 우리 돈 약 1억 원 가까이합니다. 최고속도는 인간의 빠른 걸음걸이보다 좀 더 빠른 시속 4.8km이며 배터리로 평균 90분 동안 작동합니다. 최고 14kg의 짐을 운반할 수 있고 등에 설치된 카메라로 감시를 할 수 있으며 로봇팔을 설치하면 물건을 집거나 나르는 간단한 작업도 가능하다고 제조사는 설명합니다.

미국 보스턴 다이내믹스 사족 보행 로봇 ‘스팟’(Spot). (사진=보스턴 다이내믹스)미국 보스턴 다이내믹스 사족 보행 로봇 ‘스팟’(Spot). (사진=보스턴 다이내믹스)

■ 美 LA 경찰 로봇 경찰견으로 '스팟' 도입 추진

지난해 11월 마이클 무어 LAPD 국장은 경찰위원회 회의를 통해 시의회에 '스팟' 을 사겠다고 제안했습니다. 무어 국장은 특수기동대(SWAT)가 접근하기 어려운 건물 내부에서 범죄자들을 저지하고 통제하는 데 '스팟'이 적절하다고 밝혔습니다. 무어 국장은 기존 작전에 투입되는 바퀴 달린 로봇은 한계가 있다며 '스팟'은 로봇견이 인질 대치 등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경찰을 보호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부 위원들 사이에서 스팟의 가격과 향후 논란 가능성 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으나 결국 만장일치로 통과해 시의회에 스팟 구매 승인서를 전달했습니다. 승인서에는 스팟 구매에 들어가는 비용을 경찰 재단에서 직접 마련한다는 조건이 붙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LAPD가 도입을 검토하는 '스팟'은 일반용 제품이 아니라 다양한 특수 장비를 갖춰 총격, 폭발, 자연 재해 등 고위험 작전을 위해 설계된 최고급 모델입니다. 이 특수 모델의 가격은 27만7917 달러 우리 돈 약 3억 7천만 원으로 알려졌습니다. 기본 모델 가격 보다 약 4배 가까이 비싼 가격입니다.

앞서 플로리다주와 매사추세츠주 하와이 경찰은 스팟을 도입해 작전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하와이 호놀룰루 시 경찰국은 2021년 8월 로봇견을 코로나 19 감염 위험이 큰 노숙자 체온 측정과 보호소 관리 업무를 보조하기 위해 로봇견을 투입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드론이나 바퀴 달린 로봇처럼 경찰의 안전을 보호하고 행정을 돕는 유용한 도구라며 일반인을 대상으로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뉴욕 경찰 도입 로봇 경찰견 ‘디지독(Digidog)’  (사진=abc 화면 캡처)뉴욕 경찰 도입 로봇 경찰견 ‘디지독(Digidog)’ (사진=abc 화면 캡처)

■ 뉴욕 경찰은 실패한 로봇 경찰견 '스팟'

뉴욕 경찰은 2020년 12월 보스톤 다이나믹스로부터 로봇 개 '스팟'을 9만 4천 달러에 임대했습니다. '디지독(Digidog)'으로 이름 붙여진 이 로봇 경찰견은 카메라와 조명 등 감시 장비를 장착해 범행 현장에 투입됐습니다. 2021년 2월 뉴욕 브롱크스에서 발생한 인질 강도 사건 당시 뉴욕 경찰은 인질범들을 확인하기 위해 이 '디지독'을 투입했습니다. 인질범의 상황을 효과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는 분석에 두 달 뒤에도 맨해튼의 저소득층 거주지역에서 발생한 인질 사건에도 투입됐는데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논란이 됐습니다.

당시 경찰은 로봇 경찰견이 용의자 체포과정에서 특별한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시민들의 반발은 컸습니다. 뉴욕 경찰국이 로봇 경찰견을 도입할 당시 시민들에게 상세히 알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뉴욕에서는 경찰이 필요한 기술을 도입할 때 시 의회의 승인을 받지 않아도 됩니다. 때문에 시의회도 시장도 도입 사실을 몰랐던 겁니다.

'디지독' 투입은 흑인 사회를 중심으로 경찰이 저소득층과 유색인종을 억압하기 위해 로봇까지 도입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미국에선 오래전부터 맹견은 흑인을 관리하는 수단으로 사용했다는 인식이 있는 데다 지금도 경찰견은 유색 인종에게 주로 투입한다는 인식 때문입니다. 로봇 경찰견이 투입됐던 맨해튼의 저소득층 주민들은 자신들이 '디지독'의 시험 대상이 된 것 같다는 인터뷰도 보도됐습니다. 뉴욕 시장 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들까지 논란에 가세해 로봇 경찰견을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더구나 이때는 조지 플로이드를 살해한 경관에 대한 재판이 진행될 때였습니다.

결국, 뉴욕 경찰은 당초 8월까지 로봇 경찰견을 임대해 성능을 시험할 계획이었지만 이 사건을 마지막으로 임대 계약을 끝냈습니다. '디지독'이 사건 현장에 투입된 사례는 6차례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시장이 도입 사실을 몰랐다는 점도 문제였습니다.

LA 시의회, 경찰견 로봇 도입 여부 투표 60일 연기 결정 (사진: LA 시의회 유튜브 캡처)LA 시의회, 경찰견 로봇 도입 여부 투표 60일 연기 결정 (사진: LA 시의회 유튜브 캡처)

■ 제동 걸린 LA PD 경찰견 도입 계획

LA PD는 처음 부터 로봇 경찰견을 투입할 경우 ' 드론'과 동일한 사용 규정을 적용하겠다는 운영계획을 마련했습니다. 로봇 경찰견은 일반 대중을 감시하거나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LAPD는 저격수를 배치한 무장 강도와의 대치 등 경찰관들이 안전 위협이 높은 상황에만 드론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로봇 경찰견에 무기나 안면 인식 기능을 장착하지 않고, 순찰엔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점을 참작해 LA 경찰위원회와 시의회 공공안전위원회가 로봇 경찰견 도입을 찬성했지만 시의회는 제동을 걸었습니다. 당초 7일 도입 여부를 결정하려던 LA시의회는 찬반 논란이 가열되면서 표결 날짜를 60일 연기했습니다.

로봇 경찰견 도입을 반대하는 쪽은 로봇 개가 사람들을 해치거나 감시하고, 스파이 기능을 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특히 LAPD의 인종차별 문제를 더욱 극대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로봇 경찰견 도입을 반대하는 한 시의원은 “로봇 경찰견은 유색인종에 치우쳐 사용돼 이미 뉴욕에서도 거부됐다”며 “이런 반이성적인 기계를 LA에서 허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2016년 7월 달라스 경찰 ‘폭탄 로봇 사용’ 관련 기자회견 (사진:CNN 화면 캡처) 2016년 7월 달라스 경찰 ‘폭탄 로봇 사용’ 관련 기자회견 (사진:CNN 화면 캡처)

■ 경찰 로봇 견에 대한 우려는 현실적 이유?

2016년 7월 텍사스 주 달라스에서 5명의 경찰이 총에 맞았습니다. 경찰을 노린 조준 사격이었습니다. 총격범은 현장 주변건물로 숨었고 경찰은 건물에 폭탄 제거용 원격 조종 로봇을 투입했습니다. 그런데 이 로봇은 폭탄을 제거할 목적이 아니라 총격범을 제거할 목적으로 폭탄을 장착한 상태였습니다. 이 로봇을 총격범이 있던 건물 2층에 올려보낸 뒤 폭탄을 터트려 총격범을 폭사시켰습니다.

경찰이 군사용 로봇을 이용해 범인을 제압한 것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윤리적으로 큰 논란이 됐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폭탄 로봇을 사용하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었으며 만약 이렇게 하지 않았다면 더 많은 경찰이 위험에 처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사건은 이후 경찰의 로봇 도입 계획에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고스트로보틱스 로봇 개(좌/사진=고스트 로보틱스)와 해당 제품으로 주문 제작한 킬러 로봇 개(우/사진:소드인터내셔널)고스트로보틱스 로봇 개(좌/사진=고스트 로보틱스)와 해당 제품으로 주문 제작한 킬러 로봇 개(우/사진:소드인터내셔널)

■ 킬러 로봇 개, 속속 등장

미국 경찰이 로봇 경찰견을 순찰이나 조사, 방역 업무에만 사용한다고 했는데도 사생활 침해와 유색 인종 탄압 시비가 끊이지 않는 것은 그동안 미국 경찰이 보여준 인권 침해 사례와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 발달로 로봇의 잠재력이 무한해지면서 위험성과 공격성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2021년 10월 워싱턴에서 미 육군협회(AUSA) 방산전시회에서 등장한 이른바 '킬러 로봇 개'가 논란을 이어갔습니다. 4족 보행 로봇 개발업체인 미국의 고스트 로보틱스가 원격 조종 소총을 등에 장착한 로봇 개를 선보였습니다. 이 총은 고스트 로보틱스의 모회사인 무기제조업체 소드인터내셔널이 만든 저격용 총으로 원격으로 1.2km 떨어진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습니다. 고스트로보틱스의 로봇 개는 2020년부터 미군에서 시험 운용하고 있으며 촬영이나 탐지 등 정찰 임무나 폭탄 해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용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러시아 무기박람회에서 대전차 로켓을 장착한 로봇 개가 등장했는데 외신들은 이 살상용 로봇 개가 중국의 로봇 제조업체가 시판 중인 제품을 개조한 것으로 보인다며 상용 로봇의 무기화에 대한 우려를 전했습니다.

군사용이든 비 군사용이든 로봇은 항상 살상용 무기로 바뀔 수 있다는 우려와 미국 경찰의 인종 차별 및 과잉 대응 사례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LA PD의 로봇 경찰견 논란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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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11 11:3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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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팬클럽 ‘아미’로 등장한 로봇 개 ‘스팟’ (사진= 현대차 그룹)
■ BTS 공연장에 등장한 로봇 개

지난해 10월 부산 아시아드 주 경기장에서 열린 2030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 성공을 위한 BTS 콘서트장에 로봇 개가 등장했습니다. 이 로봇 개의 이름은 '스팟(SPOT)'으로 현대자동차 산하 로봇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만든 겁니다.

콘서트장에서는 '스팟' 7대와 인간형 로봇 '아틀라스' 1대가 함께 BTS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에 이어 아미(ARMY, 방탄소년단 팬덤)가 된 보라색 '스팟'이 콘서트장으로 향하는 영상이 먼저 공개됐습니다. 이어서 영상에 나왔던 보라색 '스팟'이 실제로 등장해 BTS 멤버들을 대기실에서 무대까지 에스코트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4족 무인 지상 수단’(Quadruped Unmanned Ground Vehicle, QUGV)이라고도 불리는 로봇 개 '스팟'은 우리말로 하면 '바둑이'쯤으로 불리는 흔한 개 이름입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2020년부터 판매하기 시작한 로봇으로 기본 모델 가격은 대당 7만 5천 달러 우리 돈 약 1억 원 가까이합니다. 최고속도는 인간의 빠른 걸음걸이보다 좀 더 빠른 시속 4.8km이며 배터리로 평균 90분 동안 작동합니다. 최고 14kg의 짐을 운반할 수 있고 등에 설치된 카메라로 감시를 할 수 있으며 로봇팔을 설치하면 물건을 집거나 나르는 간단한 작업도 가능하다고 제조사는 설명합니다.

미국 보스턴 다이내믹스 사족 보행 로봇 ‘스팟’(Spot). (사진=보스턴 다이내믹스)
■ 美 LA 경찰 로봇 경찰견으로 '스팟' 도입 추진

지난해 11월 마이클 무어 LAPD 국장은 경찰위원회 회의를 통해 시의회에 '스팟' 을 사겠다고 제안했습니다. 무어 국장은 특수기동대(SWAT)가 접근하기 어려운 건물 내부에서 범죄자들을 저지하고 통제하는 데 '스팟'이 적절하다고 밝혔습니다. 무어 국장은 기존 작전에 투입되는 바퀴 달린 로봇은 한계가 있다며 '스팟'은 로봇견이 인질 대치 등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경찰을 보호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부 위원들 사이에서 스팟의 가격과 향후 논란 가능성 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으나 결국 만장일치로 통과해 시의회에 스팟 구매 승인서를 전달했습니다. 승인서에는 스팟 구매에 들어가는 비용을 경찰 재단에서 직접 마련한다는 조건이 붙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LAPD가 도입을 검토하는 '스팟'은 일반용 제품이 아니라 다양한 특수 장비를 갖춰 총격, 폭발, 자연 재해 등 고위험 작전을 위해 설계된 최고급 모델입니다. 이 특수 모델의 가격은 27만7917 달러 우리 돈 약 3억 7천만 원으로 알려졌습니다. 기본 모델 가격 보다 약 4배 가까이 비싼 가격입니다.

앞서 플로리다주와 매사추세츠주 하와이 경찰은 스팟을 도입해 작전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하와이 호놀룰루 시 경찰국은 2021년 8월 로봇견을 코로나 19 감염 위험이 큰 노숙자 체온 측정과 보호소 관리 업무를 보조하기 위해 로봇견을 투입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드론이나 바퀴 달린 로봇처럼 경찰의 안전을 보호하고 행정을 돕는 유용한 도구라며 일반인을 대상으로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뉴욕 경찰 도입 로봇 경찰견 ‘디지독(Digidog)’  (사진=abc 화면 캡처)
■ 뉴욕 경찰은 실패한 로봇 경찰견 '스팟'

뉴욕 경찰은 2020년 12월 보스톤 다이나믹스로부터 로봇 개 '스팟'을 9만 4천 달러에 임대했습니다. '디지독(Digidog)'으로 이름 붙여진 이 로봇 경찰견은 카메라와 조명 등 감시 장비를 장착해 범행 현장에 투입됐습니다. 2021년 2월 뉴욕 브롱크스에서 발생한 인질 강도 사건 당시 뉴욕 경찰은 인질범들을 확인하기 위해 이 '디지독'을 투입했습니다. 인질범의 상황을 효과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는 분석에 두 달 뒤에도 맨해튼의 저소득층 거주지역에서 발생한 인질 사건에도 투입됐는데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논란이 됐습니다.

당시 경찰은 로봇 경찰견이 용의자 체포과정에서 특별한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시민들의 반발은 컸습니다. 뉴욕 경찰국이 로봇 경찰견을 도입할 당시 시민들에게 상세히 알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뉴욕에서는 경찰이 필요한 기술을 도입할 때 시 의회의 승인을 받지 않아도 됩니다. 때문에 시의회도 시장도 도입 사실을 몰랐던 겁니다.

'디지독' 투입은 흑인 사회를 중심으로 경찰이 저소득층과 유색인종을 억압하기 위해 로봇까지 도입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미국에선 오래전부터 맹견은 흑인을 관리하는 수단으로 사용했다는 인식이 있는 데다 지금도 경찰견은 유색 인종에게 주로 투입한다는 인식 때문입니다. 로봇 경찰견이 투입됐던 맨해튼의 저소득층 주민들은 자신들이 '디지독'의 시험 대상이 된 것 같다는 인터뷰도 보도됐습니다. 뉴욕 시장 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들까지 논란에 가세해 로봇 경찰견을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더구나 이때는 조지 플로이드를 살해한 경관에 대한 재판이 진행될 때였습니다.

결국, 뉴욕 경찰은 당초 8월까지 로봇 경찰견을 임대해 성능을 시험할 계획이었지만 이 사건을 마지막으로 임대 계약을 끝냈습니다. '디지독'이 사건 현장에 투입된 사례는 6차례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시장이 도입 사실을 몰랐다는 점도 문제였습니다.

LA 시의회, 경찰견 로봇 도입 여부 투표 60일 연기 결정 (사진: LA 시의회 유튜브 캡처)
■ 제동 걸린 LA PD 경찰견 도입 계획

LA PD는 처음 부터 로봇 경찰견을 투입할 경우 ' 드론'과 동일한 사용 규정을 적용하겠다는 운영계획을 마련했습니다. 로봇 경찰견은 일반 대중을 감시하거나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LAPD는 저격수를 배치한 무장 강도와의 대치 등 경찰관들이 안전 위협이 높은 상황에만 드론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로봇 경찰견에 무기나 안면 인식 기능을 장착하지 않고, 순찰엔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점을 참작해 LA 경찰위원회와 시의회 공공안전위원회가 로봇 경찰견 도입을 찬성했지만 시의회는 제동을 걸었습니다. 당초 7일 도입 여부를 결정하려던 LA시의회는 찬반 논란이 가열되면서 표결 날짜를 60일 연기했습니다.

로봇 경찰견 도입을 반대하는 쪽은 로봇 개가 사람들을 해치거나 감시하고, 스파이 기능을 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특히 LAPD의 인종차별 문제를 더욱 극대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로봇 경찰견 도입을 반대하는 한 시의원은 “로봇 경찰견은 유색인종에 치우쳐 사용돼 이미 뉴욕에서도 거부됐다”며 “이런 반이성적인 기계를 LA에서 허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2016년 7월 달라스 경찰 ‘폭탄 로봇 사용’ 관련 기자회견 (사진:CNN 화면 캡처)
■ 경찰 로봇 견에 대한 우려는 현실적 이유?

2016년 7월 텍사스 주 달라스에서 5명의 경찰이 총에 맞았습니다. 경찰을 노린 조준 사격이었습니다. 총격범은 현장 주변건물로 숨었고 경찰은 건물에 폭탄 제거용 원격 조종 로봇을 투입했습니다. 그런데 이 로봇은 폭탄을 제거할 목적이 아니라 총격범을 제거할 목적으로 폭탄을 장착한 상태였습니다. 이 로봇을 총격범이 있던 건물 2층에 올려보낸 뒤 폭탄을 터트려 총격범을 폭사시켰습니다.

경찰이 군사용 로봇을 이용해 범인을 제압한 것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윤리적으로 큰 논란이 됐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폭탄 로봇을 사용하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었으며 만약 이렇게 하지 않았다면 더 많은 경찰이 위험에 처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사건은 이후 경찰의 로봇 도입 계획에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고스트로보틱스 로봇 개(좌/사진=고스트 로보틱스)와 해당 제품으로 주문 제작한 킬러 로봇 개(우/사진:소드인터내셔널)
■ 킬러 로봇 개, 속속 등장

미국 경찰이 로봇 경찰견을 순찰이나 조사, 방역 업무에만 사용한다고 했는데도 사생활 침해와 유색 인종 탄압 시비가 끊이지 않는 것은 그동안 미국 경찰이 보여준 인권 침해 사례와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 발달로 로봇의 잠재력이 무한해지면서 위험성과 공격성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2021년 10월 워싱턴에서 미 육군협회(AUSA) 방산전시회에서 등장한 이른바 '킬러 로봇 개'가 논란을 이어갔습니다. 4족 보행 로봇 개발업체인 미국의 고스트 로보틱스가 원격 조종 소총을 등에 장착한 로봇 개를 선보였습니다. 이 총은 고스트 로보틱스의 모회사인 무기제조업체 소드인터내셔널이 만든 저격용 총으로 원격으로 1.2km 떨어진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습니다. 고스트로보틱스의 로봇 개는 2020년부터 미군에서 시험 운용하고 있으며 촬영이나 탐지 등 정찰 임무나 폭탄 해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용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러시아 무기박람회에서 대전차 로켓을 장착한 로봇 개가 등장했는데 외신들은 이 살상용 로봇 개가 중국의 로봇 제조업체가 시판 중인 제품을 개조한 것으로 보인다며 상용 로봇의 무기화에 대한 우려를 전했습니다.

군사용이든 비 군사용이든 로봇은 항상 살상용 무기로 바뀔 수 있다는 우려와 미국 경찰의 인종 차별 및 과잉 대응 사례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LA PD의 로봇 경찰견 논란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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