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대기권] ‘현대차 킹산직’과 ‘최대 69시간 노동’의 구멍

입력 2023.03.11 (21:25) 수정 2023.03.11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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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박대기 기자의 경제대기권, 매주 선보이고 있죠.

박대기 기자가 오늘(11일)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어서오십시오.

오늘은 어떤 이야기입니까?

[기자]

정부가 1주일에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내가 얼마나 일하고 쉴 수 있나,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한 문제니까 취재했습니다.

[앵커]

일터 사정에 따라 노동자 개개인의 사정에 따라 이걸 찬성하거나 반대하거나 할 것 아니겠어요.

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 어떻습니까.

[기자]

그래서 노조가 강한 대기업 이야기부터 해보겠습니다.

첫 키워드는 '현대차 킹산직'입니다.

10년 만에 현대차 생산직 채용이 진행 중인데요,

생산직은 공장 노동자를 말합니다.

지원자가 몰리며 인기가 많다 보니 왕, 그러니까 킹을 붙여서 '킹산직'으로 불리는 것입니다.

임금뿐 아니라 높은 고용 안정성이 인기 비결입니다.

노동 시간을 봐도 그렇습니다.

12년 전 연간 2천6백여 시간에서 최근 천8백여 시간으로 줄었는데요.

주간으로는 40시간이 안 되는데 휴가가 있어서 그렇습니다.

현대차는 52시간 제가 도입되기 전에도 다른 곳보다 먼저 노동 시간을 줄였습니다.

최대 69시간을 허용해도 노사합의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현대차처럼 노조가 강한 곳은 노동자 뜻에 따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앵커]

현대차는 그러한데 모든 일터가 현대차 같지는 않은 거니까 다른 곳들은 사정이 다르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문제는 중소기업입니다.

우리나라 100인 미만 사업장의 노조 조직률이 1.6%밖에 안 됩니다.

이런 곳은 '노동자 대표'를 뽑아서 합의하겠다는 것이 정부 계획이지만, 과연 노동자의 뜻이 잘 반영될까 우려도 나옵니다.

[앵커]

그렇겠죠.

정부 입장은 아무튼 일이 많을 때 몰아서 하고 쉴 때 몰아서 쉬자는 건데, 이에 대해서도 과연 이게 잘 지켜질까, 의구는 여전한 거 같아요.

[기자]

네, 기자도 그 질문을 했고 이정식 노동부장관이 답변한 것이 화제가 됐는데요.

다음 키워드를 이렇게 가져와봤습니다.

"회장 나오라"는 MZ?입니다.

장관이 최대 69시간 허용을 밝히면서 질문에 이렇게 대답을 한 것인데,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이정식/고용노동부 장관/지난 6일 : "요새 MZ세대들은 '부회장 나와라, 회장 나와라, 성과급이 무슨 근거로 이렇게 됐냐'라고 해서 권리의식이 굉장히 뛰어나다. (중략) 적극적인 권리의식이 법을 실효성 있게 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발언 취지는, 젊은 세대는 권리의식이 높고 정부도 적극 단속을 할테니 악용 사례를 줄일 거라는 말입니다.

그러나 과연 MZ 세대라고 해서 직장에서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네티즌 사이에서 논란이 됐습니다.

양대노총도 최대 69시간 허용을 반대하고 있고요,

최근 MZ세대를 대변하겠다면서 새로운 노조가 생겨나고 있는데, 이런 노조 역시 69시간 허용이 '역사 퇴행'이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앵커]

노동 강도가 높아지니까 노동조합에선 반대한다는 거겠고, 그런데 개개인 입장에선 수당 같은 걸 더 받으니까 오히려 더 낫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 같아요.

어떻게 봐야 합니까.

[기자]

야근 수당 받아서 좋다는 분들도 있습니다.

문제는 다음 키워드인데요,

'공짜 야근'입니다.

직장 중에는 야근을 해도 수당을 받을 수 없는 곳이 있습니다.

포괄임금제가 도입된 곳입니다.

드문 일이 아닙니다.

4년 전 조사에서는 대기업의 반 이상이 도입했을 정도입니다.

[앵커]

그 포괄임금제가 도대체 뭐길래 야근을 해도 수당을 받을 수 없는 건지 설명이 필요할 거 같아요.

[기자]

포괄임금제는 노동 시간 계산이 어려운 경우에 도입됩니다.

야근수당이 임금에 이미 포함이 돼 있으니까 따로 신청할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문제는 회사는 야근을 시켜도 돈을 안 줘도 되니까 야근이 잦아진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아무리 일이 몰려도 주 52시간까지만 시킬수 있는데, 69시간이 허용되면 바쁜 주에는 그런 안전판마저 사라지는 문제가 있습니다.

[앵커]

그러면 정부는 이 포괄임금제 부분에 대해선 어떤 입장입니까.

[기자]

정부도 포괄임금제 남용이 문제라고 인정을 하고 이달 안에 대책을 내놓겠다고 했습니다.

특히 IT 기업에 이런 포괄임금제 공짜 야근이 많아서 52시간 제 도입 전에는 '판교의 등대'라면서 심야에 환하게 불 켜진 IT 기업 빌딩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돌아가서는 안 되겠죠?

장시간 노동이 출생률까지 낮춘다는 연구 결과도 있는 만큼 제대로 된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영상편집:전유진/그래픽:서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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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11 21:25:57
    • 수정2023-03-11 21:4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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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박대기 기자의 경제대기권, 매주 선보이고 있죠.

박대기 기자가 오늘(11일)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어서오십시오.

오늘은 어떤 이야기입니까?

[기자]

정부가 1주일에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내가 얼마나 일하고 쉴 수 있나,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한 문제니까 취재했습니다.

[앵커]

일터 사정에 따라 노동자 개개인의 사정에 따라 이걸 찬성하거나 반대하거나 할 것 아니겠어요.

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 어떻습니까.

[기자]

그래서 노조가 강한 대기업 이야기부터 해보겠습니다.

첫 키워드는 '현대차 킹산직'입니다.

10년 만에 현대차 생산직 채용이 진행 중인데요,

생산직은 공장 노동자를 말합니다.

지원자가 몰리며 인기가 많다 보니 왕, 그러니까 킹을 붙여서 '킹산직'으로 불리는 것입니다.

임금뿐 아니라 높은 고용 안정성이 인기 비결입니다.

노동 시간을 봐도 그렇습니다.

12년 전 연간 2천6백여 시간에서 최근 천8백여 시간으로 줄었는데요.

주간으로는 40시간이 안 되는데 휴가가 있어서 그렇습니다.

현대차는 52시간 제가 도입되기 전에도 다른 곳보다 먼저 노동 시간을 줄였습니다.

최대 69시간을 허용해도 노사합의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현대차처럼 노조가 강한 곳은 노동자 뜻에 따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앵커]

현대차는 그러한데 모든 일터가 현대차 같지는 않은 거니까 다른 곳들은 사정이 다르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문제는 중소기업입니다.

우리나라 100인 미만 사업장의 노조 조직률이 1.6%밖에 안 됩니다.

이런 곳은 '노동자 대표'를 뽑아서 합의하겠다는 것이 정부 계획이지만, 과연 노동자의 뜻이 잘 반영될까 우려도 나옵니다.

[앵커]

그렇겠죠.

정부 입장은 아무튼 일이 많을 때 몰아서 하고 쉴 때 몰아서 쉬자는 건데, 이에 대해서도 과연 이게 잘 지켜질까, 의구는 여전한 거 같아요.

[기자]

네, 기자도 그 질문을 했고 이정식 노동부장관이 답변한 것이 화제가 됐는데요.

다음 키워드를 이렇게 가져와봤습니다.

"회장 나오라"는 MZ?입니다.

장관이 최대 69시간 허용을 밝히면서 질문에 이렇게 대답을 한 것인데,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이정식/고용노동부 장관/지난 6일 : "요새 MZ세대들은 '부회장 나와라, 회장 나와라, 성과급이 무슨 근거로 이렇게 됐냐'라고 해서 권리의식이 굉장히 뛰어나다. (중략) 적극적인 권리의식이 법을 실효성 있게 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발언 취지는, 젊은 세대는 권리의식이 높고 정부도 적극 단속을 할테니 악용 사례를 줄일 거라는 말입니다.

그러나 과연 MZ 세대라고 해서 직장에서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네티즌 사이에서 논란이 됐습니다.

양대노총도 최대 69시간 허용을 반대하고 있고요,

최근 MZ세대를 대변하겠다면서 새로운 노조가 생겨나고 있는데, 이런 노조 역시 69시간 허용이 '역사 퇴행'이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앵커]

노동 강도가 높아지니까 노동조합에선 반대한다는 거겠고, 그런데 개개인 입장에선 수당 같은 걸 더 받으니까 오히려 더 낫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 같아요.

어떻게 봐야 합니까.

[기자]

야근 수당 받아서 좋다는 분들도 있습니다.

문제는 다음 키워드인데요,

'공짜 야근'입니다.

직장 중에는 야근을 해도 수당을 받을 수 없는 곳이 있습니다.

포괄임금제가 도입된 곳입니다.

드문 일이 아닙니다.

4년 전 조사에서는 대기업의 반 이상이 도입했을 정도입니다.

[앵커]

그 포괄임금제가 도대체 뭐길래 야근을 해도 수당을 받을 수 없는 건지 설명이 필요할 거 같아요.

[기자]

포괄임금제는 노동 시간 계산이 어려운 경우에 도입됩니다.

야근수당이 임금에 이미 포함이 돼 있으니까 따로 신청할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문제는 회사는 야근을 시켜도 돈을 안 줘도 되니까 야근이 잦아진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아무리 일이 몰려도 주 52시간까지만 시킬수 있는데, 69시간이 허용되면 바쁜 주에는 그런 안전판마저 사라지는 문제가 있습니다.

[앵커]

그러면 정부는 이 포괄임금제 부분에 대해선 어떤 입장입니까.

[기자]

정부도 포괄임금제 남용이 문제라고 인정을 하고 이달 안에 대책을 내놓겠다고 했습니다.

특히 IT 기업에 이런 포괄임금제 공짜 야근이 많아서 52시간 제 도입 전에는 '판교의 등대'라면서 심야에 환하게 불 켜진 IT 기업 빌딩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돌아가서는 안 되겠죠?

장시간 노동이 출생률까지 낮춘다는 연구 결과도 있는 만큼 제대로 된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영상편집:전유진/그래픽:서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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