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복무자도 떠난다…“5년차 전역, 최근 5년 새 최다”

입력 2023.03.13 (18:13) 수정 2023.03.13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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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잠수함사령부에서 간부 복무여건 개선 방안 청취 중인 이종섭 국방부 장관(국방부 제공)해군 잠수함사령부에서 간부 복무여건 개선 방안 청취 중인 이종섭 국방부 장관(국방부 제공)

■ "5년차 전역, 최근 5년 새 최다"

최근 한 취재원이 군 간부들의 이탈이 심상치 않아보인다고 알려왔습니다.

장기복무를 하려는 초급 간부가 현저히 줄어든 데 이어, 장기복무에 들어간 간부들도 군복을 벗으려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 현황이 어떤지 파악해봤습니다.

자료제공: 육군본부자료제공: 육군본부

군의 최근 5년 간 장기복무 장교의 5년 차 전역 현황을 보니 올해 174명까지 늘었습니다. 최근 5년 새 가장 많은 수입니다. 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육군의 경우 올해 131명으로, 2021년과 비교하면 4배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장기복무 중인 장교들은 5년 차 때 딱 한 번 전역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그 이후에는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10년 차를 채워야 하고 그 이후부터는 진급 여부, 계급 정년 여부에 따라 전역할 수 있는 기회가 달라집니다.

■ "떠나고 싶어도 못 떠납니다"

전역 지원자가 급증하면서, 본인의 지원 의사와 달리 전역을 못한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장기복무자는 전역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서 합당한 이유라고 인정될 경우에 전역할 수 있는데, 육군의 경우 병기와 수송, 방공 등 3개 병과는 '계속 복무'라고 공지됐다고 합니다.

육군 관계자는 "소수 병과의 경우, 인력 운영에 따라 티오(전역 가능 정원)가 안 나오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번에 5년 차 전역을 희망했지만, 반려됐거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마음을 접은 두 대위를 만나봤습니다.

●육군 A 대위
"몇 병과들은 아예 접수조차 받지 않았다고 하고요, 지원했지만 반려된 병과는 주로 '군수' 관련 병과였다고 합니다. 자리는 많은데 인원은 부족하니까, 군에 남은 인원들이 최소 1.5 겸직, 2겸직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육군 B 대위
"겸직을 하다보면 자연스레 업무는 과중해지죠. 업무가 과중해지면 어떤 업무도 잘 되지 않고 효율은 떨어집니다. 겸직을 한다고 급여를 더 받나요? 힘만 들고 일은 안되죠. 이렇게 악순환이 계속 됩니다. 그러다보니 열심히 하려던 인원들도 그렇지 않게 되죠. '노답이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사회로 나가자' 이런 생각을 갖게 됩니다."

■ "직업적 안정성·사명감 부여가 중요"

최근 학군장교 임관자 수가 급감하는 등 군 간부 지원율이 크게 떨어지고, 장기복무 지원자 역시 급감하면서 군 당국은 처우 개선에 나섰습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직접 나서서 일선 부대 초급 간부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데요.

지난해 후반기 장기복무 선발 대상/비율 공고 (출처: 익명)지난해 후반기 장기복무 선발 대상/비율 공고 (출처: 익명)

전문가들은 '불안한 미래'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최병욱 /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
"전역 후 연금을 받을 수 있는 20년까지 복무할 수 있는 확률이 30-40%대에 그친다고 합니다. 10년 이상 장기복무자라 할지라도 '내가 과연 20년 군대 생활을 할 수 있을까'하는 불안감이 있다는 거죠. 장기복무에 대한 직업적 불안정성이 가장 큰 요소입니다"

또, 단순한 처우 개선에만 그칠 게 아니라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군인에 대한 사회적 인정과 군내 문화 개혁도 필요하다고 제언합니다.

●최병욱 /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
"과거 독일에서는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바꾸고, 급여를 계속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모병이 제대로 안된 적이 있습니다. 왜 그랬는지를 연구해보니 군대 문화 때문이었습니다. 내가 어디로 뛰는지, 어디로 나아가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돈만 올려준다고 되는 일이 아니었던 겁니다. 현재의 '1.5겸직이나 2겸직'식 임무부여는 '했다 치고'식 일처리에 그치게 됩니다. 그러면 본인은 '아무거나 하는 사람'이라고 인식하게 되죠. 결국 자존감이 떨어지게 됩니다. 힘들어도 이 일이 중요하고 가치있다면, 그것을 보는 국민도 박수를 쳐준다면 간부들은 '내 희생과 헌신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복무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인구 감소에 따라 병 자원이 점점 줄면서 군의 간부 정예화는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병 처우 개선만큼이나 간부 처우 개선에도 집중해야 하는 때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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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기복무자도 떠난다…“5년차 전역, 최근 5년 새 최다”
    • 입력 2023-03-13 18:13:07
    • 수정2023-03-13 21:16:38
    취재K
해군 잠수함사령부에서 간부 복무여건 개선 방안 청취 중인 이종섭 국방부 장관(국방부 제공)
■ "5년차 전역, 최근 5년 새 최다"

최근 한 취재원이 군 간부들의 이탈이 심상치 않아보인다고 알려왔습니다.

장기복무를 하려는 초급 간부가 현저히 줄어든 데 이어, 장기복무에 들어간 간부들도 군복을 벗으려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 현황이 어떤지 파악해봤습니다.

자료제공: 육군본부
군의 최근 5년 간 장기복무 장교의 5년 차 전역 현황을 보니 올해 174명까지 늘었습니다. 최근 5년 새 가장 많은 수입니다. 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육군의 경우 올해 131명으로, 2021년과 비교하면 4배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장기복무 중인 장교들은 5년 차 때 딱 한 번 전역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그 이후에는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10년 차를 채워야 하고 그 이후부터는 진급 여부, 계급 정년 여부에 따라 전역할 수 있는 기회가 달라집니다.

■ "떠나고 싶어도 못 떠납니다"

전역 지원자가 급증하면서, 본인의 지원 의사와 달리 전역을 못한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장기복무자는 전역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서 합당한 이유라고 인정될 경우에 전역할 수 있는데, 육군의 경우 병기와 수송, 방공 등 3개 병과는 '계속 복무'라고 공지됐다고 합니다.

육군 관계자는 "소수 병과의 경우, 인력 운영에 따라 티오(전역 가능 정원)가 안 나오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번에 5년 차 전역을 희망했지만, 반려됐거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마음을 접은 두 대위를 만나봤습니다.

●육군 A 대위
"몇 병과들은 아예 접수조차 받지 않았다고 하고요, 지원했지만 반려된 병과는 주로 '군수' 관련 병과였다고 합니다. 자리는 많은데 인원은 부족하니까, 군에 남은 인원들이 최소 1.5 겸직, 2겸직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육군 B 대위
"겸직을 하다보면 자연스레 업무는 과중해지죠. 업무가 과중해지면 어떤 업무도 잘 되지 않고 효율은 떨어집니다. 겸직을 한다고 급여를 더 받나요? 힘만 들고 일은 안되죠. 이렇게 악순환이 계속 됩니다. 그러다보니 열심히 하려던 인원들도 그렇지 않게 되죠. '노답이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사회로 나가자' 이런 생각을 갖게 됩니다."

■ "직업적 안정성·사명감 부여가 중요"

최근 학군장교 임관자 수가 급감하는 등 군 간부 지원율이 크게 떨어지고, 장기복무 지원자 역시 급감하면서 군 당국은 처우 개선에 나섰습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직접 나서서 일선 부대 초급 간부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데요.

지난해 후반기 장기복무 선발 대상/비율 공고 (출처: 익명)
전문가들은 '불안한 미래'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최병욱 /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
"전역 후 연금을 받을 수 있는 20년까지 복무할 수 있는 확률이 30-40%대에 그친다고 합니다. 10년 이상 장기복무자라 할지라도 '내가 과연 20년 군대 생활을 할 수 있을까'하는 불안감이 있다는 거죠. 장기복무에 대한 직업적 불안정성이 가장 큰 요소입니다"

또, 단순한 처우 개선에만 그칠 게 아니라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군인에 대한 사회적 인정과 군내 문화 개혁도 필요하다고 제언합니다.

●최병욱 /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
"과거 독일에서는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바꾸고, 급여를 계속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모병이 제대로 안된 적이 있습니다. 왜 그랬는지를 연구해보니 군대 문화 때문이었습니다. 내가 어디로 뛰는지, 어디로 나아가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돈만 올려준다고 되는 일이 아니었던 겁니다. 현재의 '1.5겸직이나 2겸직'식 임무부여는 '했다 치고'식 일처리에 그치게 됩니다. 그러면 본인은 '아무거나 하는 사람'이라고 인식하게 되죠. 결국 자존감이 떨어지게 됩니다. 힘들어도 이 일이 중요하고 가치있다면, 그것을 보는 국민도 박수를 쳐준다면 간부들은 '내 희생과 헌신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복무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인구 감소에 따라 병 자원이 점점 줄면서 군의 간부 정예화는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병 처우 개선만큼이나 간부 처우 개선에도 집중해야 하는 때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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