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곗돈 먹튀’ 속출…국내 베트남인 ‘시끌’

입력 2023.03.13 (19:31) 수정 2023.03.13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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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계주가 돈을 갖고 잠적했다", 은행 문턱이 높았던 시절엔 이런 '곗돈 사기 사건'이 끊이지 않았는데요.

요즘은 '계 모임' 자체가 많이 사라졌다지만, 그렇지 않은 곳이 있습니다.

베트남 이주노동자들 사이에선 아직도 활성화돼 있는데, 최근 곗돈 사고가 잇따르고 있어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김민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십여 년 전 한국으로 건너와 귀화한 베트남 이주노동자입니다.

2019년, 같은 베트남 출신 여성으로부터 '계 모임' 참여를 권유받았습니다.

[A 씨/베트남 이주노동자/음성변조 : "베트남은 원래 은행에 (돈을) 안 넣어요. 계만 같이 하는 걸로 거의..."]

매달 일정액을 내고 낙찰로 한 명에게 몰아주는 익숙한 방식이었습니다.

모임당 십여 명이 함께한 SNS 대화방에는, 지인은 물론 얼굴도 모르는 베트남 사람들이 모이기도 했습니다.

3년쯤 잘 굴러가나 싶던 '계 모임'.

그런데 지난해 초 계주가 갑자기 입금을 미뤘고, A 씨는 지금껏 천만 원 넘게 못 돌려받았습니다.

이 베트남 여성도 마찬가지.

동포의 제안을 믿은 게 화근이었습니다.

[B 씨/피해자 지원 한국인/음성변조 : "(처음에) 이 친구한테 크게 하지 말고, 작게 20만 원짜리, 30만 원짜리 이렇게 작게 불렀었대요. 그건 다 주고 그랬었대요. 그래서 그걸 믿었대요."]

그렇게 점점 커진 곗돈, 많게는 한 달에 2백만 원씩 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1년쯤 전부터 계주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곗돈을 주지 않았습니다.

많게는 수천만 원씩, 수십 명이 피해를 봤는데, 대부분 공장 일을 하며 고국의 가족에게도 생활비를 보내야 하는 이주 노동자들이었습니다.

[C 씨/베트남 이주노동자/음성변조 : "충고하는데 이런 낙찰계 멀리하세요. 이런 낙찰계는 하지 마세요."]

하지만 말도 잘 통하지 않는 낯선 땅.

신고는 엄두조차 내지 못했습니다.

[B 씨/피해자 지원 한국인/음성변조 : "이 친구들은 도움받을 데가 없어요. 자기가 벌어야지 먹고 사는데 그 신고를 할 때마다 경찰서에도 가야 하고. 말도 달리고 글도 달리고 이거(고소장) 작성하는 것도 모르겠고..."]

피해자들은 지난달에서야 계주를 고소했고,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KBS 뉴스 김민혁입니다.

촬영기자:황종원/영상편집:김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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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주노동자 ‘곗돈 먹튀’ 속출…국내 베트남인 ‘시끌’
    • 입력 2023-03-13 19:31:14
    • 수정2023-03-13 19:45:27
    뉴스 7
[앵커]

"계주가 돈을 갖고 잠적했다", 은행 문턱이 높았던 시절엔 이런 '곗돈 사기 사건'이 끊이지 않았는데요.

요즘은 '계 모임' 자체가 많이 사라졌다지만, 그렇지 않은 곳이 있습니다.

베트남 이주노동자들 사이에선 아직도 활성화돼 있는데, 최근 곗돈 사고가 잇따르고 있어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김민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십여 년 전 한국으로 건너와 귀화한 베트남 이주노동자입니다.

2019년, 같은 베트남 출신 여성으로부터 '계 모임' 참여를 권유받았습니다.

[A 씨/베트남 이주노동자/음성변조 : "베트남은 원래 은행에 (돈을) 안 넣어요. 계만 같이 하는 걸로 거의..."]

매달 일정액을 내고 낙찰로 한 명에게 몰아주는 익숙한 방식이었습니다.

모임당 십여 명이 함께한 SNS 대화방에는, 지인은 물론 얼굴도 모르는 베트남 사람들이 모이기도 했습니다.

3년쯤 잘 굴러가나 싶던 '계 모임'.

그런데 지난해 초 계주가 갑자기 입금을 미뤘고, A 씨는 지금껏 천만 원 넘게 못 돌려받았습니다.

이 베트남 여성도 마찬가지.

동포의 제안을 믿은 게 화근이었습니다.

[B 씨/피해자 지원 한국인/음성변조 : "(처음에) 이 친구한테 크게 하지 말고, 작게 20만 원짜리, 30만 원짜리 이렇게 작게 불렀었대요. 그건 다 주고 그랬었대요. 그래서 그걸 믿었대요."]

그렇게 점점 커진 곗돈, 많게는 한 달에 2백만 원씩 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1년쯤 전부터 계주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곗돈을 주지 않았습니다.

많게는 수천만 원씩, 수십 명이 피해를 봤는데, 대부분 공장 일을 하며 고국의 가족에게도 생활비를 보내야 하는 이주 노동자들이었습니다.

[C 씨/베트남 이주노동자/음성변조 : "충고하는데 이런 낙찰계 멀리하세요. 이런 낙찰계는 하지 마세요."]

하지만 말도 잘 통하지 않는 낯선 땅.

신고는 엄두조차 내지 못했습니다.

[B 씨/피해자 지원 한국인/음성변조 : "이 친구들은 도움받을 데가 없어요. 자기가 벌어야지 먹고 사는데 그 신고를 할 때마다 경찰서에도 가야 하고. 말도 달리고 글도 달리고 이거(고소장) 작성하는 것도 모르겠고..."]

피해자들은 지난달에서야 계주를 고소했고,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KBS 뉴스 김민혁입니다.

촬영기자:황종원/영상편집:김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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