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中 신임 총리는 ‘개혁개방’ 강조했지만…WSJ “개혁개방 종언”

입력 2023.03.14 (07:00) 수정 2023.03.14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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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리창 신임 총리(가운데)가 13일 전인대 폐막식 직후 열린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양손을 들어 자리에 착석하라고 권유하고 있다.(사진: 로이터TV 캡처)중국 리창 신임 총리(가운데)가 13일 전인대 폐막식 직후 열린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양손을 들어 자리에 착석하라고 권유하고 있다.(사진: 로이터TV 캡처)

"대외 개방은 중국의 기본 정책이며 외부 정세가 아무리 변해도 흔들림 없이 밀고 나가겠습니다."

리창 중국 총리의 취임 일성입니다. 리 총리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막식 직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대외 개방의 문을 더 열고, 더 나은 (기업) 환경을 만들고,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그같이 말했습니다.

■ 리창 신임 총리, 첫 내외신 회견에서 '대외 개방' 강조

시진핑 주석의 3연임과 독주가 일찌감치 결정된 상황에서 양회를 취재하는 기자들의 귀는 시 주석보다 리창 총리에게 쏠렸습니다. 신임 총리가 과연 첫 기자회견에서 어떤 경제 청사진을 내놓을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실제 한국 특파원들도 시 주석이 폐막사를 하는 전인대 폐막식보다 직후 열린 리 총리 기자회견에 더 많이 참석했습니다.

리창 중국 총리가 13일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리창 중국 총리가 13일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리창 총리가 개방 정책을 강조한 것은 현재 중국 경제에 대한 나름의 판단과 관련이 있을 것입니다. 리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올해 5% 안팎 성장 목표 달성이 "쉬운 일이 아닐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중국 경제 총량이 120조 위안을 돌파해 기준점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새로운 도전도 적지 않다고 인정했습니다.

중국은 코로나19 이후 경기를 반등시켜야 하지만 소비 심리가 좀처럼 되살아나지 않는 데다 부동산 부실화, 지방 정부 재정난 등 여러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무엇보다 미·중 전략 경쟁에 따른 공급망 문제도 해결해야 합니다. 당장 반도체 수급에 비상이 걸려있습니다. 이같은 도전들을 극복하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대외개방, 즉 지속적인 외자 유치와 교역이 필요합니다.

리창 총리는 113분 기자회견에서 발전을 46차례나 언급했습니다. 대외 개방도 13차례 말했습니다. 경제 성장과 개방 정책에 대한 의지가 읽힙니다.

■ 리창 "디커플링 말하지만, 지난해 미·중 교역액 사상 최대치"

리 총리는 이와 관련해 미국 측에서 미·중 간 이른바 '디커플링'을 과장해 말하지만 이로 인한 이익은 알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지난해 미·중 교역액은 7,600억 달러에 육박해 사상 최대치였다고도 설명했습니다. 리 총리는 관련 통계들을 보면 절대 다수의 외자 기업은 여전히 중국의 발전 전망을 낙관하고 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자신의 경험도 이야기했습니다. 지난해 상하이에서 당서기로 재직할 때 미국 등 많은 외국계 기업 임원들을 만났는데 모두 상하이와 중국에 대해 긍정적으로 말하더라고 소개했습니다. 상하이와 저장성, 장쑤성 등 중국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동부 해안 지방정부를 성장과 당 서기로서 이끌었던 자신감이 느껴졌습니다.

시진핑 주석(왼쪽)과 리창 총리가 10일 전인대 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시진핑 주석(왼쪽)과 리창 총리가 10일 전인대 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같은 대외 개방 기조와 함께 민영 기업의 역할도 강조했습니다. 민영 기업 발전 환경은 더 좋아질 것이고 발전 공간도 더 커질 것이라고 공언했습니다. 이를 위해 정부 관료들의 분발도 촉구했습니다. "사무실에 앉아있으면 모든 것이 문제로 보이고, 현장으로 가서 조사하고 연구하면 모든 것에 해법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 '집행자'에 그칠까? '자율성'을 확보할까?

리 총리에 대해 시진핑 주석 정책의 단순 집행자로 머물 것이란 예상과 시 주석의 신임을 바탕으로 전임 리커창 총리보다 더 많은 자율성을 발휘할 것이란 관측이 엇갈립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번 양회를 거치며 당정(공산당-정부) 관계는 일체화 경향을 보이고 정부에 대한 당의 장악력이 더 커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당의 핵심', '인민 영수' 시진핑 주석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된 상황과 무관치 않습니다. 경제 분야 역시 예외일 수 없습니다. 시 주석의 정책 방향과 권한 이양 정도가 리 총리의 역할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될 것입니다.

11일 전인대 전체회의에서 새로 선출된 리창 총리(오른쪽)가 전임 리커창 전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11일 전인대 전체회의에서 새로 선출된 리창 총리(오른쪽)가 전임 리커창 전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 때문에 비관론도 제기됩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 주석의 권력 강화로 중국의 집단 지도체제가 완전히 무너지고 그 결과 개혁개방 시대가 종언을 고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공산당과 국가의 분리가 개혁 개방을 이끈 덩샤오핑 주장의 핵심인데 시진핑은 이와 다른 입장인 것 같다"면서 그같이 주장했습니다. 당정이 어느 정도 분리된 시절에는 경제 사령탑 역할을 국무원이 맡았는데 갈수록 공산당의 통제력이 커지면서 국무원 수장인 총리의 역할은 급격히 줄어들게 됐다고 분석했습니다.

■ WSJ "중국 개혁개방 시대가 종언을 고했다"

구체적인 사례도 제시했습니다. 이번 양회에서 국무원에 국가데이터국과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을 신설하고 과학기술부의 역할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이들 기관을 역시 신설하는 공산당 산하 금융·정보·과학기술위원회가 지도, 통제할 계획입니다. 조직 개편에서도 당의 우위와 통제권 강화가 뚜렷합니다. 시진핑 주석도 이번 전인대 폐막사에서 "당이 흥해야 나라가 강해진다"며 당의 역할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중국 공산당 영도와 당 중앙의 집중통일영도 견지도 역설했습니다.

리창 총리는 13일 취임 뒤 첫 내외신 기자회견장에 입장할 때 손을 흔들며 비교적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사진: 로이터TV 캡처)리창 총리는 13일 취임 뒤 첫 내외신 기자회견장에 입장할 때 손을 흔들며 비교적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사진: 로이터TV 캡처)

그렇다면 시 주석은 이번 양회를 거치며 어떤 정책 방향을 밝혔을까요? 관영 CCTV는 시 주석이 전인대 폐막사에서 강국 건설과 민족 부흥을 강조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시 주석은 폐막사에서 금세기 중반까지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전면적으로 건설하고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전면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전체 인민의 공동부유를 추진하는 데 있어 더욱 명확한 실질적 진전을 계속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다시 공동부유입니다. 공동부유가 정책 기조로 떠오르면 '분배'가 중시되고 빅테크 등 민간, 혁신 기업들의 자율성이 제약을 받는 경향을 보여왔습니다.

리창 총리가 대외 개방과 민영기업의 역할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강조했지만, 시 주석의 시선은 여전히 '공동부유'를 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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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中 신임 총리는 ‘개혁개방’ 강조했지만…WSJ “개혁개방 종언”
    • 입력 2023-03-14 07:00:46
    • 수정2023-03-14 13:22:27
    특파원 리포트
중국 리창 신임 총리(가운데)가 13일 전인대 폐막식 직후 열린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양손을 들어 자리에 착석하라고 권유하고 있다.(사진: 로이터TV 캡처)
"대외 개방은 중국의 기본 정책이며 외부 정세가 아무리 변해도 흔들림 없이 밀고 나가겠습니다."

리창 중국 총리의 취임 일성입니다. 리 총리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막식 직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대외 개방의 문을 더 열고, 더 나은 (기업) 환경을 만들고,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그같이 말했습니다.

■ 리창 신임 총리, 첫 내외신 회견에서 '대외 개방' 강조

시진핑 주석의 3연임과 독주가 일찌감치 결정된 상황에서 양회를 취재하는 기자들의 귀는 시 주석보다 리창 총리에게 쏠렸습니다. 신임 총리가 과연 첫 기자회견에서 어떤 경제 청사진을 내놓을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실제 한국 특파원들도 시 주석이 폐막사를 하는 전인대 폐막식보다 직후 열린 리 총리 기자회견에 더 많이 참석했습니다.

리창 중국 총리가 13일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리창 총리가 개방 정책을 강조한 것은 현재 중국 경제에 대한 나름의 판단과 관련이 있을 것입니다. 리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올해 5% 안팎 성장 목표 달성이 "쉬운 일이 아닐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중국 경제 총량이 120조 위안을 돌파해 기준점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새로운 도전도 적지 않다고 인정했습니다.

중국은 코로나19 이후 경기를 반등시켜야 하지만 소비 심리가 좀처럼 되살아나지 않는 데다 부동산 부실화, 지방 정부 재정난 등 여러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무엇보다 미·중 전략 경쟁에 따른 공급망 문제도 해결해야 합니다. 당장 반도체 수급에 비상이 걸려있습니다. 이같은 도전들을 극복하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대외개방, 즉 지속적인 외자 유치와 교역이 필요합니다.

리창 총리는 113분 기자회견에서 발전을 46차례나 언급했습니다. 대외 개방도 13차례 말했습니다. 경제 성장과 개방 정책에 대한 의지가 읽힙니다.

■ 리창 "디커플링 말하지만, 지난해 미·중 교역액 사상 최대치"

리 총리는 이와 관련해 미국 측에서 미·중 간 이른바 '디커플링'을 과장해 말하지만 이로 인한 이익은 알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지난해 미·중 교역액은 7,600억 달러에 육박해 사상 최대치였다고도 설명했습니다. 리 총리는 관련 통계들을 보면 절대 다수의 외자 기업은 여전히 중국의 발전 전망을 낙관하고 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자신의 경험도 이야기했습니다. 지난해 상하이에서 당서기로 재직할 때 미국 등 많은 외국계 기업 임원들을 만났는데 모두 상하이와 중국에 대해 긍정적으로 말하더라고 소개했습니다. 상하이와 저장성, 장쑤성 등 중국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동부 해안 지방정부를 성장과 당 서기로서 이끌었던 자신감이 느껴졌습니다.

시진핑 주석(왼쪽)과 리창 총리가 10일 전인대 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같은 대외 개방 기조와 함께 민영 기업의 역할도 강조했습니다. 민영 기업 발전 환경은 더 좋아질 것이고 발전 공간도 더 커질 것이라고 공언했습니다. 이를 위해 정부 관료들의 분발도 촉구했습니다. "사무실에 앉아있으면 모든 것이 문제로 보이고, 현장으로 가서 조사하고 연구하면 모든 것에 해법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 '집행자'에 그칠까? '자율성'을 확보할까?

리 총리에 대해 시진핑 주석 정책의 단순 집행자로 머물 것이란 예상과 시 주석의 신임을 바탕으로 전임 리커창 총리보다 더 많은 자율성을 발휘할 것이란 관측이 엇갈립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번 양회를 거치며 당정(공산당-정부) 관계는 일체화 경향을 보이고 정부에 대한 당의 장악력이 더 커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당의 핵심', '인민 영수' 시진핑 주석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된 상황과 무관치 않습니다. 경제 분야 역시 예외일 수 없습니다. 시 주석의 정책 방향과 권한 이양 정도가 리 총리의 역할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될 것입니다.

11일 전인대 전체회의에서 새로 선출된 리창 총리(오른쪽)가 전임 리커창 전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 때문에 비관론도 제기됩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 주석의 권력 강화로 중국의 집단 지도체제가 완전히 무너지고 그 결과 개혁개방 시대가 종언을 고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공산당과 국가의 분리가 개혁 개방을 이끈 덩샤오핑 주장의 핵심인데 시진핑은 이와 다른 입장인 것 같다"면서 그같이 주장했습니다. 당정이 어느 정도 분리된 시절에는 경제 사령탑 역할을 국무원이 맡았는데 갈수록 공산당의 통제력이 커지면서 국무원 수장인 총리의 역할은 급격히 줄어들게 됐다고 분석했습니다.

■ WSJ "중국 개혁개방 시대가 종언을 고했다"

구체적인 사례도 제시했습니다. 이번 양회에서 국무원에 국가데이터국과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을 신설하고 과학기술부의 역할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이들 기관을 역시 신설하는 공산당 산하 금융·정보·과학기술위원회가 지도, 통제할 계획입니다. 조직 개편에서도 당의 우위와 통제권 강화가 뚜렷합니다. 시진핑 주석도 이번 전인대 폐막사에서 "당이 흥해야 나라가 강해진다"며 당의 역할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중국 공산당 영도와 당 중앙의 집중통일영도 견지도 역설했습니다.

리창 총리는 13일 취임 뒤 첫 내외신 기자회견장에 입장할 때 손을 흔들며 비교적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사진: 로이터TV 캡처)
그렇다면 시 주석은 이번 양회를 거치며 어떤 정책 방향을 밝혔을까요? 관영 CCTV는 시 주석이 전인대 폐막사에서 강국 건설과 민족 부흥을 강조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시 주석은 폐막사에서 금세기 중반까지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전면적으로 건설하고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전면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전체 인민의 공동부유를 추진하는 데 있어 더욱 명확한 실질적 진전을 계속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다시 공동부유입니다. 공동부유가 정책 기조로 떠오르면 '분배'가 중시되고 빅테크 등 민간, 혁신 기업들의 자율성이 제약을 받는 경향을 보여왔습니다.

리창 총리가 대외 개방과 민영기업의 역할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강조했지만, 시 주석의 시선은 여전히 '공동부유'를 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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