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준칙 도입 공방…與 “재정건전성 위해 빨리”·野 “서두를 필요 없어”

입력 2023.03.14 (17:22) 수정 2023.03.14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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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핵심 국정과제로 내세운 ‘재정준칙’ 도입을 두고 여야가 공방을 벌였습니다.

여당은 재정 건전성 강화를 위해 재정준칙을 빠르게 도입해 국가 채무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한 반면, 야당은 한국의 재정 상황이 주요국에 비해 건전한만큼 서두를 필요가 없다며 맞섰습니다.

‘재정준칙’이란 재정 수지, 재정 지출, 국가 채무 등 국가의 총량 재정 지표에 대해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 재정 운용 목표를 법제화한 정책을 말합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오늘(14일) 재정준칙 도입에 관한 국가재정법 개정안 공청회를 열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습니다.

앞서 정부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유지’하도록 한 재정준칙을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여야의 공방으로 반년째 기재위 소위에 계류 중입니다.

오늘 공청회에서도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직전 문재인 정권에서 국가 채무가 많이 늘어났다는 점을 지적하며 재정준칙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은 “코로나19와 공급망 위기 때문에 지난 5년간 국가 채무가 416조 원이 늘었다”며 “재정준칙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건 이미 쓰나미를 겪었고, 또 쓰나미가 올지도 모르는데 제방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논리”라고 지적했습니다.

박대출 의원도“지난 국회에서 여야 대표들과 문재인 정부가 이 법을 왜 제출했을지 봐야 한다. 우리나라와 튀르키예를 제외하고 모든 선진국이 왜 재정준칙을 도입했을까”라며 “한국만 갈라파고스의 섬이 되려고 자처하는 것인지를 생각하면 도입 당위성은 명확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에 민주당 의원들은 대내외적으로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재정준칙보다는 적극적인 재정 투입이 필요한 시기라고 제동을 걸었습니다.

양기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 재정 건전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 양호한 편이지만, 가계 부채는 하위권”이라며 오히려 “가계 부채에 시달리는 분들을 위해 재정을 더 풀어서 도와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습니다.

정태호 의원도 “복합적 경제 위기가 다가오는 상황에서 재정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데 재정준칙을 지금 논의하는 것 자체가 적합하지도, 경제를 살리는 데 도움 되지 않는다”며 “재정준칙이 경제와 사회적 정의 실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전문가들도 재정준칙 도입을 두고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상적으로 나라를 운영하는 국가치고 재정준칙이 없는 나라가 별로 없다”면서 “지금 재정이 건전해서 도입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국민연금이 현재 대규모 흑자를 보고 있으니 연금개혁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과 같은 이야기”라고 말했습니다.

옥동석 인천대 무역학부 교수도 “국가채무의 급격한 증가를 제한하는 재정준칙 입법화는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는 핵심 수단”이라며 “재정준칙을 도입하면 대외적으로는 한국 재정에 대한 국제적 신뢰를 제고하고 대내적으로는 정치적 논의의 수준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나원준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재정준칙의 기계적 준수는 사회정책과 복지재정을 우선적으로 위축시켜 불평등과 양극화를 악화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하기 쉽다”며 “소극적 재정 운영으로 인구구조 문제 등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장기적으로 재정 지속가능성에 적신호가 올 수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현재 재정준칙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다”면서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고 국가부채는 가장 낮은 편인데, 국가부채를 억지로 낮췄을 때 기업부채나 가계부채가 늘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기재위는 내일(15일) 경제재정 소위를 열어 국가재정법 심사에 착수할 예정이지만 여야의 입장 차가 뚜렷해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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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14 17:22:28
    • 수정2023-03-14 17:22:52
    정치
윤석열 정부가 핵심 국정과제로 내세운 ‘재정준칙’ 도입을 두고 여야가 공방을 벌였습니다.

여당은 재정 건전성 강화를 위해 재정준칙을 빠르게 도입해 국가 채무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한 반면, 야당은 한국의 재정 상황이 주요국에 비해 건전한만큼 서두를 필요가 없다며 맞섰습니다.

‘재정준칙’이란 재정 수지, 재정 지출, 국가 채무 등 국가의 총량 재정 지표에 대해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 재정 운용 목표를 법제화한 정책을 말합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오늘(14일) 재정준칙 도입에 관한 국가재정법 개정안 공청회를 열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습니다.

앞서 정부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유지’하도록 한 재정준칙을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여야의 공방으로 반년째 기재위 소위에 계류 중입니다.

오늘 공청회에서도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직전 문재인 정권에서 국가 채무가 많이 늘어났다는 점을 지적하며 재정준칙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은 “코로나19와 공급망 위기 때문에 지난 5년간 국가 채무가 416조 원이 늘었다”며 “재정준칙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건 이미 쓰나미를 겪었고, 또 쓰나미가 올지도 모르는데 제방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논리”라고 지적했습니다.

박대출 의원도“지난 국회에서 여야 대표들과 문재인 정부가 이 법을 왜 제출했을지 봐야 한다. 우리나라와 튀르키예를 제외하고 모든 선진국이 왜 재정준칙을 도입했을까”라며 “한국만 갈라파고스의 섬이 되려고 자처하는 것인지를 생각하면 도입 당위성은 명확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에 민주당 의원들은 대내외적으로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재정준칙보다는 적극적인 재정 투입이 필요한 시기라고 제동을 걸었습니다.

양기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 재정 건전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 양호한 편이지만, 가계 부채는 하위권”이라며 오히려 “가계 부채에 시달리는 분들을 위해 재정을 더 풀어서 도와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습니다.

정태호 의원도 “복합적 경제 위기가 다가오는 상황에서 재정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데 재정준칙을 지금 논의하는 것 자체가 적합하지도, 경제를 살리는 데 도움 되지 않는다”며 “재정준칙이 경제와 사회적 정의 실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전문가들도 재정준칙 도입을 두고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상적으로 나라를 운영하는 국가치고 재정준칙이 없는 나라가 별로 없다”면서 “지금 재정이 건전해서 도입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국민연금이 현재 대규모 흑자를 보고 있으니 연금개혁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과 같은 이야기”라고 말했습니다.

옥동석 인천대 무역학부 교수도 “국가채무의 급격한 증가를 제한하는 재정준칙 입법화는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는 핵심 수단”이라며 “재정준칙을 도입하면 대외적으로는 한국 재정에 대한 국제적 신뢰를 제고하고 대내적으로는 정치적 논의의 수준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나원준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재정준칙의 기계적 준수는 사회정책과 복지재정을 우선적으로 위축시켜 불평등과 양극화를 악화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하기 쉽다”며 “소극적 재정 운영으로 인구구조 문제 등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장기적으로 재정 지속가능성에 적신호가 올 수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현재 재정준칙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다”면서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고 국가부채는 가장 낮은 편인데, 국가부채를 억지로 낮췄을 때 기업부채나 가계부채가 늘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기재위는 내일(15일) 경제재정 소위를 열어 국가재정법 심사에 착수할 예정이지만 여야의 입장 차가 뚜렷해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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