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K] 지역주택조합은 왜 ‘지옥주택조합’이 됐나

입력 2023.03.14 (19:16) 수정 2023.03.1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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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KBS는 최근 아라지구와 아라동 지역주택조합에 대한 연속보도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두 조합 자금 160억 원 가운데 일부를 업무대행사가 빼돌렸다는 의혹을 심층보도하고 있는데요.

오늘 취재기자와 함께 지역주택조합 제도가 뭔지, 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문준영 기자 자리했습니다.

지역주택조합이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는데, 아직도 생소한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설명 좀 부탁드립니다.

[기자]

네 최근 3~4년 사이에 지역주택조합이라는 단어 들어보신 분들 많으실 겁니다.

부동산 경기가 좋았을 때였죠.

전국 곳곳에서 지역주택사업이 추진됐고, 현재도 진행 중인데요.

제가 줄여서 지주택이라고 말씀을 드릴게요.

지주택은 쉽게 설명드리면 주민들이 돈을 모아서 주택, 아파트를 짓는 사업입니다.

무주택자이거나 85㎡ 이하 소형주택 소유자들이 모여서 조합을 만들고, 사업을 추진하는 겁니다.

정말 내 집 마련이 필요한 분들이 참여하는 제도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앵커]

무주택자나 소형주택 소유자가 사업주체가 돼서, 땅을 사고, 아파트를 짓는 사업인 거죠?

[기자]

네, LH 같은 공공기관이나 건설사가 아닌, 주민들이 조합을 만들고 땅을 사서 건설까지 하는 구조인데요.

이익을 남길 필요가 없기 때문에 시세보다 많게는 30%가량 저렴하게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청약통장 없이도 가능하기 때문에 취지 자체는 굉장히 좋은 제도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요즘 부동산 경기가 한풀 꺾였다고 하지만, 그래도 집값이 꽤 비싸잖아요.

이런 장점만 보면 정말 좋아 보이는데, 도대체 왜 문제가 끊이지 않는 건가요?

[기자]

추진 과정이 굉장히 까다롭고 지난하기 때문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장점만 보면 참 좋아 보이죠.

그런데 지주택은 '원수에게나 추천한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문제가 많이 발생합니다.

그 원인을 짚어보면요.

첫째는 '허위 과장 광고'입니다.

[앵커]

허위 과장 광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제가 서두에 말씀드렸는데요.

지주택 사업은 땅을 확보해서 아파트를 올리는 거잖아요.

그래서 토지 확보 여부가 관건입니다.

제가 취재한 아라지구와 아라동 지주택 사업은 대형건설사인 대림에서 짓는다라고 강조하면서 가입자들을 모집했습니다.

일부 가입자들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토지 확보가 완료 됐다, 곧바로 준공이 될 거다, 메이저 업체가 짓는데 무슨 문제가 있겠냐' 이런 식으로 분양 직원들이 조합원들을 모집했다고 해요.

그런데 실제로는 토지 사용 승낙을 받은 거였거든요.

[앵커]

그러니까, 토지를 사들인게 아니라 사용할 수 있도록 동의만 받은 거다?

[기자]

그렇죠,

토지를 사지도 않고 토지가 확보됐다, 이런 식으로 과장 광고 하는 사례들이 전국적으로도 많이 발생하고 있거든요.

조합원을 모집하려면 행정에 모집신고를 해야 하는데, 그 조건이 사업 부지 토지 소유자 절반 이상에게 토지 사용 승낙을 받는 겁니다.

[앵커]

사업부지를 매입하지 않아도 토지주 절반 이상 사용승낙만 받으면 조합원 모집이 가능하다는 얘기네요?

[기자]

그렇죠.

여기서부터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는 건데요,

조합원을 모집하면서 토지가 확보됐다는 식으로 홍보를 해서 투자를 이끌어내는 거죠,

왜냐하면 조합원이 모여야 자금이 마련되기 때문인데요,

게다가 분양 직원들은 가입자를 한 사람을 데려올 때마다 인센티브를 받습니다.

그래서 가입 초기 단계에서 제대로 된 설명도 듣지 못한 채 조합원으로 가입하는 사례가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앵커]

대형 건설사들을 껴서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었군요.

[기자]

그렇죠.

부지도 확보됐고, 대형 건설사가 짓는다 이렇게 홍보하니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되는 건데요,

아라지구 같은 경우에도 대림이 짓는다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거든요.

대림이 시공예정사였던 건 맞지만, 결국 약정이 취소됐습니다.

제가 대림 측에 확인해보니까요.

대림은 시공예정사일뿐인데, 조합 측이 마치 최종 결정된 것처럼 시안과 브랜드를 사용했다, 그래서 약정을 해지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런 식으로 초반 가입 단계에서부터 허위 과장광고에 속는 피해 사례들이 많고요.

또 시공예정사는 약정이 해지되면 언제든 변경될 수 있습니다.

지주택 사업에서 건설사들은 시공만 담당하거든요.

사업이 지연되거나 무산돼도 사실상 책임이 없습니다.

흔히 말하는 메이저 브랜드, 대형 건설사가 시공예정사가 됐다고 해서 안심해선 안 되는 이유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제가 들어본 또다른 지주택 문제는 기간이 굉장히 오래 걸린다는 건데요?

[기자]

맞습니다.

지주택이 위험한 두 번째 이유, '기약 없는 기다림'입니다.

[앵커]

기약 없는 기다림!

[기자]

네, 제가 서두에 말씀드렸던 거 생각나시죠.

돈을 모아서 땅을 사고, 그 위에 건물을 짓는다.

조합원을 모집하려면 땅 주인 50% 이상의 토지사용승낙을 받고, 모집 신고를 하고,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야 합니다.

[앵커]

토지사용 승낙을 받으면 바로 조합이 설립되는 건가요?

[기자]

아닙니다.

조합을 설립하려면 또 80% 이상의 토지 사용 승낙을 받거나, 15% 이상의 토지 소유권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이후에 사람들이 모인 창립 총회를 거쳐서 행정당국을 통해 조합설립 인가를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80% 이상 토지 사용 승낙을 받지 못해 사업이 중단되는 사례도 있고요.

조합 설립인가를 받았다고 해도, 사업계획 승인을 받으려면 토지를 95% 이상 소유해야 하거든요.

[앵커]

사업계획 승인받으려면 사실상 토지 대부분을 확보해야 한다는 말이네요?

[기자]

그렇죠.

사용 승낙이 아니라 95% 이상의 땅을 사들여아 하는 겁니다.

이 과정이 굉장히 지난하다는 겁니다.

만약에 땅 주인 입장에서, 조합원이 굉장히 몰린다, 내 땅 위에 메이저 아파트가 들어온다, 이런 소문이 나면 안 팔고 있다가 더 비싸게 땅을 팔지 않겠어요?

[앵커]

그렇죠.

[기자]

토지주 입장에서는 매도를 거부하면서 시간을 끌 수도 있고요.

또 어떤 지주택인 경우에는 업무대행사나 조합장 지인들이 사업부지 땅 일부를 사는 경우도 있거든요.

[앵커]

지인들을 동원해서 알박기를 한다라는 건가요?

[기자]

그렇죠.

그런 식으로 싸게 산 뒤에 비싸게 되팔려고 했다가 적발된 사례가 실제 있었습니다.

각종 이해 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 토지 매입 과정도 쉽지 않다라는 거죠.

그래서 처음에 토지 매입률, 토지 확보율을 확인하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앵커]

토지를 얼마나 확보했는지를 보라는 거네요.

[기자]

맞습니다.

다만, 토지 매입률이 높다고 해도 나머지 부지를 사는데 또 시간이 지체될 수 있고, 그만큼 금융비용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이 역시 조합원들이 떠안는 구조이기 때문에 조합원 입장에서는 굉장히 힘들 수 있습니다.

참고로 조합 측이 토지를 95% 이상 확보하면, 나머지 토지는 주택법에 따라 매수청구권을 행사해서 사업을 추진할 수는 있거든요.

알박기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이긴 한데, 현실적으로 95%의 토지를 확보하는 과정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앵커]

토지 확보 과정도 만만치 않은데요.

추가 분담금도 계속 문제가 되고 있잖아요?

[기자]

맞습니다.

세 번째가 바로 '사업 장기화에 따른 분담금 폭탄'입니다.

지주택의 끊이지 않는 문제가 조합원들의 이익과 권익을 보호해야 할 조합장이 업무대행사와 한통속이 되는 경우인데요.

저희가 보도한 아라지구와 아라동 지주택은 160억 원 상당의 자금이 모였는데 수년째 조합설립 인가도 받지 못한 사례입니다.

그런데 이 자금도 거의 다 바닥난 상황입니다.

이 두 곳의 추진위원회 임원들도 업무대행사와 특수 관계였던 사실이 드러났는데요.

이들이 쓴 광고비, 홍보비, 각종 용역비가 부풀려서 사용한 정황이 발견됐고, 경찰이 업무상횡령 혐의 등을 현재 수사하고 있거든요.

이처럼 추진 과정에서부터 민형사상 문제가 자주 발생하는데요.

이 과정에서 자금은 계속 지출되고, 사업 기간은 길어지고 또 조합이 설립돼서 대출을 일으켜서 공사가 시작됐다고 하더라도, 지금처럼 자재비나 건설비가 높은 경우에는 추가 분담금이 계속해서 늘 수밖에 없거든요.

분담금을 내지 않으면 공사가 중단되고, 중단되면 대출이자는 또 급격히 늘어나고 그러니까 조합원들 입장에서는 언제인지 기약할 수 없는 사업 기간에다, 추가 분담금까지 이중삼중 고통을 겪게 되는 거죠.

그리고 조합원 가입할 때 추가 분담금은 없다라고 하면서 안심보장증서 같은 걸 주기도 하는데요.

이걸 썼다고 해서 무조건 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분담금이 없다고 해서 가입했는데, 나중에 총회를 거쳐서 분담금을 내자고 하면 또 돈을 내야하거든요.

정말 조직적인 세력은 조합원 내부에 자기 사람을 심어놓고, '분담금을 내야 빨리 공사가 된다' 이런 식으로 내부 조합원들을 호도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이처럼 아예 처음부터 업무대행사와 추진위원장, 조합장, 조합원에 자기 사람을 심어서 사업을 좌지우지 할 수 있도록 이른바 '세팅'을 해두면, 다수의 조합원들은 거기에 끌려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렇게 말씀을 드립니다.

[앵커]

조합에 모인 자금은 신탁사회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기자]

사실상 신탁사는 사업 진행에 대해 감시하는 곳이 아니거든요.

신탁계약에 따라 자금을 맡아주는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업무대행사나 조합장, 추진위원장 등이 요구하면 절차에 따라 돈을 지출해주는 곳이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강력한 견제 수단이 될 수 없는 거죠.

채권자나 각종 소송 등으로부터 돈을 안정적으로 보관할 수 있는 있겠지만, 투명한 자금 집행을 담보하진 못합니다.

[앵커]

그렇다면, 나중에 돈이 잘못 쓰이거나 사업이 장기화될 것 같다, 이런 문제가 발견되면 탈퇴를 해버리면 안 되나요?

[기자]

잘 지적해주셨는데요.

그것도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이게 바로 네 번째 원인인 '벗어날 수 없는 굴레'입니다.

[앵커]

벗어날 수 없는 굴레?

[기자]

네, 만약 탈퇴한다고 하더라도 내가 낸 돈을 거의 건지지 못하고 나가야 하고요.

또 조합이 허용하지 않으면 탈퇴할 수 없다는 취지의 규정들이 있어서 탈퇴하는 것도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여러 조합원 중에는 탈퇴하려고 소송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하지만 각종 계약서와 조건들 때문에 승소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주택 분들 만나보면, '사람 피를 말린다'라고들 많이 표현하는데요,

이런 이유들 때문에 지역주택조합이 아니라 '지옥주택조합이다'라는 말이 생기기도 했거든요.

실제로 이 굴레를 벗어나지 못해서 스스로 목숨을 끓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이미 2016년엔 서울과 부산 등 광역지자체 8곳이 국토교통부에 지역주택조합 제도 폐지까지 건의한 적이 있었습니다.

계속 문제가 발생하니까요.

하지만 제도를 보완하고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것으로 결론이났습니다.

이 제도를 통해 실제로 주택을 공급받는 조합원이 있는 점 등이 고려됐는데요.

이전보다는 관리·감독이 제도적으로 강화됐지만, 지주택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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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절한K] 지역주택조합은 왜 ‘지옥주택조합’이 됐나
    • 입력 2023-03-14 19:16:57
    • 수정2023-03-14 20:21:53
    뉴스7(제주)
[앵커]

KBS는 최근 아라지구와 아라동 지역주택조합에 대한 연속보도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두 조합 자금 160억 원 가운데 일부를 업무대행사가 빼돌렸다는 의혹을 심층보도하고 있는데요.

오늘 취재기자와 함께 지역주택조합 제도가 뭔지, 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문준영 기자 자리했습니다.

지역주택조합이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는데, 아직도 생소한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설명 좀 부탁드립니다.

[기자]

네 최근 3~4년 사이에 지역주택조합이라는 단어 들어보신 분들 많으실 겁니다.

부동산 경기가 좋았을 때였죠.

전국 곳곳에서 지역주택사업이 추진됐고, 현재도 진행 중인데요.

제가 줄여서 지주택이라고 말씀을 드릴게요.

지주택은 쉽게 설명드리면 주민들이 돈을 모아서 주택, 아파트를 짓는 사업입니다.

무주택자이거나 85㎡ 이하 소형주택 소유자들이 모여서 조합을 만들고, 사업을 추진하는 겁니다.

정말 내 집 마련이 필요한 분들이 참여하는 제도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앵커]

무주택자나 소형주택 소유자가 사업주체가 돼서, 땅을 사고, 아파트를 짓는 사업인 거죠?

[기자]

네, LH 같은 공공기관이나 건설사가 아닌, 주민들이 조합을 만들고 땅을 사서 건설까지 하는 구조인데요.

이익을 남길 필요가 없기 때문에 시세보다 많게는 30%가량 저렴하게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청약통장 없이도 가능하기 때문에 취지 자체는 굉장히 좋은 제도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요즘 부동산 경기가 한풀 꺾였다고 하지만, 그래도 집값이 꽤 비싸잖아요.

이런 장점만 보면 정말 좋아 보이는데, 도대체 왜 문제가 끊이지 않는 건가요?

[기자]

추진 과정이 굉장히 까다롭고 지난하기 때문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장점만 보면 참 좋아 보이죠.

그런데 지주택은 '원수에게나 추천한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문제가 많이 발생합니다.

그 원인을 짚어보면요.

첫째는 '허위 과장 광고'입니다.

[앵커]

허위 과장 광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제가 서두에 말씀드렸는데요.

지주택 사업은 땅을 확보해서 아파트를 올리는 거잖아요.

그래서 토지 확보 여부가 관건입니다.

제가 취재한 아라지구와 아라동 지주택 사업은 대형건설사인 대림에서 짓는다라고 강조하면서 가입자들을 모집했습니다.

일부 가입자들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토지 확보가 완료 됐다, 곧바로 준공이 될 거다, 메이저 업체가 짓는데 무슨 문제가 있겠냐' 이런 식으로 분양 직원들이 조합원들을 모집했다고 해요.

그런데 실제로는 토지 사용 승낙을 받은 거였거든요.

[앵커]

그러니까, 토지를 사들인게 아니라 사용할 수 있도록 동의만 받은 거다?

[기자]

그렇죠,

토지를 사지도 않고 토지가 확보됐다, 이런 식으로 과장 광고 하는 사례들이 전국적으로도 많이 발생하고 있거든요.

조합원을 모집하려면 행정에 모집신고를 해야 하는데, 그 조건이 사업 부지 토지 소유자 절반 이상에게 토지 사용 승낙을 받는 겁니다.

[앵커]

사업부지를 매입하지 않아도 토지주 절반 이상 사용승낙만 받으면 조합원 모집이 가능하다는 얘기네요?

[기자]

그렇죠.

여기서부터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는 건데요,

조합원을 모집하면서 토지가 확보됐다는 식으로 홍보를 해서 투자를 이끌어내는 거죠,

왜냐하면 조합원이 모여야 자금이 마련되기 때문인데요,

게다가 분양 직원들은 가입자를 한 사람을 데려올 때마다 인센티브를 받습니다.

그래서 가입 초기 단계에서 제대로 된 설명도 듣지 못한 채 조합원으로 가입하는 사례가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앵커]

대형 건설사들을 껴서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었군요.

[기자]

그렇죠.

부지도 확보됐고, 대형 건설사가 짓는다 이렇게 홍보하니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되는 건데요,

아라지구 같은 경우에도 대림이 짓는다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거든요.

대림이 시공예정사였던 건 맞지만, 결국 약정이 취소됐습니다.

제가 대림 측에 확인해보니까요.

대림은 시공예정사일뿐인데, 조합 측이 마치 최종 결정된 것처럼 시안과 브랜드를 사용했다, 그래서 약정을 해지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런 식으로 초반 가입 단계에서부터 허위 과장광고에 속는 피해 사례들이 많고요.

또 시공예정사는 약정이 해지되면 언제든 변경될 수 있습니다.

지주택 사업에서 건설사들은 시공만 담당하거든요.

사업이 지연되거나 무산돼도 사실상 책임이 없습니다.

흔히 말하는 메이저 브랜드, 대형 건설사가 시공예정사가 됐다고 해서 안심해선 안 되는 이유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제가 들어본 또다른 지주택 문제는 기간이 굉장히 오래 걸린다는 건데요?

[기자]

맞습니다.

지주택이 위험한 두 번째 이유, '기약 없는 기다림'입니다.

[앵커]

기약 없는 기다림!

[기자]

네, 제가 서두에 말씀드렸던 거 생각나시죠.

돈을 모아서 땅을 사고, 그 위에 건물을 짓는다.

조합원을 모집하려면 땅 주인 50% 이상의 토지사용승낙을 받고, 모집 신고를 하고,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야 합니다.

[앵커]

토지사용 승낙을 받으면 바로 조합이 설립되는 건가요?

[기자]

아닙니다.

조합을 설립하려면 또 80% 이상의 토지 사용 승낙을 받거나, 15% 이상의 토지 소유권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이후에 사람들이 모인 창립 총회를 거쳐서 행정당국을 통해 조합설립 인가를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80% 이상 토지 사용 승낙을 받지 못해 사업이 중단되는 사례도 있고요.

조합 설립인가를 받았다고 해도, 사업계획 승인을 받으려면 토지를 95% 이상 소유해야 하거든요.

[앵커]

사업계획 승인받으려면 사실상 토지 대부분을 확보해야 한다는 말이네요?

[기자]

그렇죠.

사용 승낙이 아니라 95% 이상의 땅을 사들여아 하는 겁니다.

이 과정이 굉장히 지난하다는 겁니다.

만약에 땅 주인 입장에서, 조합원이 굉장히 몰린다, 내 땅 위에 메이저 아파트가 들어온다, 이런 소문이 나면 안 팔고 있다가 더 비싸게 땅을 팔지 않겠어요?

[앵커]

그렇죠.

[기자]

토지주 입장에서는 매도를 거부하면서 시간을 끌 수도 있고요.

또 어떤 지주택인 경우에는 업무대행사나 조합장 지인들이 사업부지 땅 일부를 사는 경우도 있거든요.

[앵커]

지인들을 동원해서 알박기를 한다라는 건가요?

[기자]

그렇죠.

그런 식으로 싸게 산 뒤에 비싸게 되팔려고 했다가 적발된 사례가 실제 있었습니다.

각종 이해 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 토지 매입 과정도 쉽지 않다라는 거죠.

그래서 처음에 토지 매입률, 토지 확보율을 확인하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앵커]

토지를 얼마나 확보했는지를 보라는 거네요.

[기자]

맞습니다.

다만, 토지 매입률이 높다고 해도 나머지 부지를 사는데 또 시간이 지체될 수 있고, 그만큼 금융비용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이 역시 조합원들이 떠안는 구조이기 때문에 조합원 입장에서는 굉장히 힘들 수 있습니다.

참고로 조합 측이 토지를 95% 이상 확보하면, 나머지 토지는 주택법에 따라 매수청구권을 행사해서 사업을 추진할 수는 있거든요.

알박기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이긴 한데, 현실적으로 95%의 토지를 확보하는 과정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앵커]

토지 확보 과정도 만만치 않은데요.

추가 분담금도 계속 문제가 되고 있잖아요?

[기자]

맞습니다.

세 번째가 바로 '사업 장기화에 따른 분담금 폭탄'입니다.

지주택의 끊이지 않는 문제가 조합원들의 이익과 권익을 보호해야 할 조합장이 업무대행사와 한통속이 되는 경우인데요.

저희가 보도한 아라지구와 아라동 지주택은 160억 원 상당의 자금이 모였는데 수년째 조합설립 인가도 받지 못한 사례입니다.

그런데 이 자금도 거의 다 바닥난 상황입니다.

이 두 곳의 추진위원회 임원들도 업무대행사와 특수 관계였던 사실이 드러났는데요.

이들이 쓴 광고비, 홍보비, 각종 용역비가 부풀려서 사용한 정황이 발견됐고, 경찰이 업무상횡령 혐의 등을 현재 수사하고 있거든요.

이처럼 추진 과정에서부터 민형사상 문제가 자주 발생하는데요.

이 과정에서 자금은 계속 지출되고, 사업 기간은 길어지고 또 조합이 설립돼서 대출을 일으켜서 공사가 시작됐다고 하더라도, 지금처럼 자재비나 건설비가 높은 경우에는 추가 분담금이 계속해서 늘 수밖에 없거든요.

분담금을 내지 않으면 공사가 중단되고, 중단되면 대출이자는 또 급격히 늘어나고 그러니까 조합원들 입장에서는 언제인지 기약할 수 없는 사업 기간에다, 추가 분담금까지 이중삼중 고통을 겪게 되는 거죠.

그리고 조합원 가입할 때 추가 분담금은 없다라고 하면서 안심보장증서 같은 걸 주기도 하는데요.

이걸 썼다고 해서 무조건 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분담금이 없다고 해서 가입했는데, 나중에 총회를 거쳐서 분담금을 내자고 하면 또 돈을 내야하거든요.

정말 조직적인 세력은 조합원 내부에 자기 사람을 심어놓고, '분담금을 내야 빨리 공사가 된다' 이런 식으로 내부 조합원들을 호도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이처럼 아예 처음부터 업무대행사와 추진위원장, 조합장, 조합원에 자기 사람을 심어서 사업을 좌지우지 할 수 있도록 이른바 '세팅'을 해두면, 다수의 조합원들은 거기에 끌려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렇게 말씀을 드립니다.

[앵커]

조합에 모인 자금은 신탁사회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기자]

사실상 신탁사는 사업 진행에 대해 감시하는 곳이 아니거든요.

신탁계약에 따라 자금을 맡아주는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업무대행사나 조합장, 추진위원장 등이 요구하면 절차에 따라 돈을 지출해주는 곳이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강력한 견제 수단이 될 수 없는 거죠.

채권자나 각종 소송 등으로부터 돈을 안정적으로 보관할 수 있는 있겠지만, 투명한 자금 집행을 담보하진 못합니다.

[앵커]

그렇다면, 나중에 돈이 잘못 쓰이거나 사업이 장기화될 것 같다, 이런 문제가 발견되면 탈퇴를 해버리면 안 되나요?

[기자]

잘 지적해주셨는데요.

그것도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이게 바로 네 번째 원인인 '벗어날 수 없는 굴레'입니다.

[앵커]

벗어날 수 없는 굴레?

[기자]

네, 만약 탈퇴한다고 하더라도 내가 낸 돈을 거의 건지지 못하고 나가야 하고요.

또 조합이 허용하지 않으면 탈퇴할 수 없다는 취지의 규정들이 있어서 탈퇴하는 것도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여러 조합원 중에는 탈퇴하려고 소송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하지만 각종 계약서와 조건들 때문에 승소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주택 분들 만나보면, '사람 피를 말린다'라고들 많이 표현하는데요,

이런 이유들 때문에 지역주택조합이 아니라 '지옥주택조합이다'라는 말이 생기기도 했거든요.

실제로 이 굴레를 벗어나지 못해서 스스로 목숨을 끓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이미 2016년엔 서울과 부산 등 광역지자체 8곳이 국토교통부에 지역주택조합 제도 폐지까지 건의한 적이 있었습니다.

계속 문제가 발생하니까요.

하지만 제도를 보완하고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것으로 결론이났습니다.

이 제도를 통해 실제로 주택을 공급받는 조합원이 있는 점 등이 고려됐는데요.

이전보다는 관리·감독이 제도적으로 강화됐지만, 지주택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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