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계가 반” 삼겹살 데이 후폭풍…기준 마련될까?

입력 2023.03.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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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커뮤니티 캡처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삼겹살 데이'가 시작된 지 올해로 20년째를 맞았습니다.

'삼겹살 데이'는 2003년 파주 연천 축협에서 한돈 소비 활성화를 위해 숫자 3이 두 번 겹치는 3월 3일을 삼겹살 먹는 날로 지정하면서 시작됐는데요.

특히 올해는 고물가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최대 50%까지 할인 행사가 진행되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그런데 행사 기간 삼겹살을 구매한 소비자들 가운데 '비계가 너무 많다', '절반이 비계다'라는 불만 후기가 하나둘씩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논란이 계속되자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 유통업체들은 삼겹살 데이에 판매된 일부 제품들이 검수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환불과 교환 조치에 나섰습니다.

■ '과지방 삼겹살' 왜 팔렸나?

원래 삼겹살은 비계가 있는 부위고, 그 맛으로 먹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소비자들이 불만을 제기한 상품들은 한눈에 봐도 "해도 너무 많다"는 반응이 나올 만한 것들이 상당수였습니다. 대형마트들이 늦었지만 환불 등 후속 조치에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기도 합니다.

삼겹살의 경우 비계가 너무 많으면 상품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를 확인하는 검수는 필수입니다.

유통업계들은 할인 행사를 앞두고 물량을 대량으로 들여오는 과정에서 검수에 다소 미진한 점이 있었다고 인정하는 분위기입니다.

삼겹살은 원료육이 진공 포장된 상태로 들어오는데 마트 진열대에 내놓기 전에 육안으로 상품을 검수하고 매입을 진행합니다. 이 과정에서 비계가 많은 부위도 포함된 상태로 들어왔을 가능성이 있는데, 이를 꼼꼼하게 걸러내지 못한 겁니다.

■ '논란의 비계', 삼겹살 과지방 판단 기준 없나?

'육안으로 검수를 진행한다', 그러면 어느 정도 지방 비율이 적정한지 판단할 기준이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기준이 없는 건 아닙니다. 다만 공인된 기준이 없다 보니 업체별로 내부적인 기준에 따라 판단하고 있습니다.

쉽지는 않습니다. 삼겹살의 경우 지방 비중에 대한 고객의 선호도가 다양하다 보니 통일된 기준을 만들기는 어렵기 때문인데요.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축산물 등급판정 세부기준'을 보면 돼지고기 등급을 나눌 때 판단하는 여러 기준 가운데 삼겹살 상태가 있습니다.

돼지고기를 1+등급, 1등급, 2등급으로 나누는 기준 가운데 하나로 삼겹살의 지방 비율을 보는 겁니다.

하지만 이는 삼겹살만의 기준이 아니라 돼지고기 전체 품질을 평가하는 것으로, 특정 부위만을 따로 평가할 공인된 기준은 현재로선 없는 상황입니다.

삼겹살의 비계 두께도 어떤 부위를 잘랐는가에 따라 얼마나 포함되는지가 달라지기 때문에 부위에 따라 소비자가 느끼는 만족도는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삼겹살의 경우 1+등급을 받더라도 과지방 삼겹살로 여기는 소비자들이 많아 구매자 선호도는 낮은 경우가 있습니다.

대형마트들은 이번 논란을 계기로 검수율을 높여 지방이 지나치게 많은 삼겹살 부위는 포함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고 했지만,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는 한 논란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 가장 선호하는 삼겹살 "지방함량 25~30%"

기준을 세우는데 참고가 될만한 조사는 있습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삼겹살 소비형태 관련 소비자 설문조사’ (2021년 소비자 1,500명 대상 온라인 설문조사)축산물품질평가원 ‘삼겹살 소비형태 관련 소비자 설문조사’ (2021년 소비자 1,500명 대상 온라인 설문조사)

축산물품질평가원이 전문 리서치 기관에 의뢰한 '삼겹살 소비형태 관련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지방 비율이 25~30%대인 삼겹살 부위를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논란이 된 비계 삼겹살의 경우 지방 비율이 45~50% 수준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응답자 10명 가운데 8명은 국내산 삼겹살 판매 시 지방량 수준에 따라 삼겹살을 구분 판매하고, 그 정보(판매대나 포장지 라벨 등)를 제공하는 게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번 삼겹살 비계 논란이 자칫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까 한돈 농가는 걱정하는 분위기입니다.

지난해 수입산 축산물 할당 관세로 돼지고기 수입이 40% 가까이 늘어난데다, 정부의 한우 소비 촉진 행사 등으로 소고기의 가격 경쟁력까지 높아지며 한돈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서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입니다.

논란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30여 년 전 만들어진 '돼지고기 등급 판정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인포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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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계가 반” 삼겹살 데이 후폭풍…기준 마련될까?
    • 입력 2023-03-15 07:00:13
    취재K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삼겹살 데이'가 시작된 지 올해로 20년째를 맞았습니다.

'삼겹살 데이'는 2003년 파주 연천 축협에서 한돈 소비 활성화를 위해 숫자 3이 두 번 겹치는 3월 3일을 삼겹살 먹는 날로 지정하면서 시작됐는데요.

특히 올해는 고물가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최대 50%까지 할인 행사가 진행되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그런데 행사 기간 삼겹살을 구매한 소비자들 가운데 '비계가 너무 많다', '절반이 비계다'라는 불만 후기가 하나둘씩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논란이 계속되자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 유통업체들은 삼겹살 데이에 판매된 일부 제품들이 검수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환불과 교환 조치에 나섰습니다.

■ '과지방 삼겹살' 왜 팔렸나?

원래 삼겹살은 비계가 있는 부위고, 그 맛으로 먹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소비자들이 불만을 제기한 상품들은 한눈에 봐도 "해도 너무 많다"는 반응이 나올 만한 것들이 상당수였습니다. 대형마트들이 늦었지만 환불 등 후속 조치에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기도 합니다.

삼겹살의 경우 비계가 너무 많으면 상품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를 확인하는 검수는 필수입니다.

유통업계들은 할인 행사를 앞두고 물량을 대량으로 들여오는 과정에서 검수에 다소 미진한 점이 있었다고 인정하는 분위기입니다.

삼겹살은 원료육이 진공 포장된 상태로 들어오는데 마트 진열대에 내놓기 전에 육안으로 상품을 검수하고 매입을 진행합니다. 이 과정에서 비계가 많은 부위도 포함된 상태로 들어왔을 가능성이 있는데, 이를 꼼꼼하게 걸러내지 못한 겁니다.

■ '논란의 비계', 삼겹살 과지방 판단 기준 없나?

'육안으로 검수를 진행한다', 그러면 어느 정도 지방 비율이 적정한지 판단할 기준이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기준이 없는 건 아닙니다. 다만 공인된 기준이 없다 보니 업체별로 내부적인 기준에 따라 판단하고 있습니다.

쉽지는 않습니다. 삼겹살의 경우 지방 비중에 대한 고객의 선호도가 다양하다 보니 통일된 기준을 만들기는 어렵기 때문인데요.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축산물 등급판정 세부기준'을 보면 돼지고기 등급을 나눌 때 판단하는 여러 기준 가운데 삼겹살 상태가 있습니다.

돼지고기를 1+등급, 1등급, 2등급으로 나누는 기준 가운데 하나로 삼겹살의 지방 비율을 보는 겁니다.

하지만 이는 삼겹살만의 기준이 아니라 돼지고기 전체 품질을 평가하는 것으로, 특정 부위만을 따로 평가할 공인된 기준은 현재로선 없는 상황입니다.

삼겹살의 비계 두께도 어떤 부위를 잘랐는가에 따라 얼마나 포함되는지가 달라지기 때문에 부위에 따라 소비자가 느끼는 만족도는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삼겹살의 경우 1+등급을 받더라도 과지방 삼겹살로 여기는 소비자들이 많아 구매자 선호도는 낮은 경우가 있습니다.

대형마트들은 이번 논란을 계기로 검수율을 높여 지방이 지나치게 많은 삼겹살 부위는 포함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고 했지만,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는 한 논란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 가장 선호하는 삼겹살 "지방함량 25~30%"

기준을 세우는데 참고가 될만한 조사는 있습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삼겹살 소비형태 관련 소비자 설문조사’ (2021년 소비자 1,500명 대상 온라인 설문조사)
축산물품질평가원이 전문 리서치 기관에 의뢰한 '삼겹살 소비형태 관련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지방 비율이 25~30%대인 삼겹살 부위를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논란이 된 비계 삼겹살의 경우 지방 비율이 45~50% 수준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응답자 10명 가운데 8명은 국내산 삼겹살 판매 시 지방량 수준에 따라 삼겹살을 구분 판매하고, 그 정보(판매대나 포장지 라벨 등)를 제공하는 게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번 삼겹살 비계 논란이 자칫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까 한돈 농가는 걱정하는 분위기입니다.

지난해 수입산 축산물 할당 관세로 돼지고기 수입이 40% 가까이 늘어난데다, 정부의 한우 소비 촉진 행사 등으로 소고기의 가격 경쟁력까지 높아지며 한돈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서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입니다.

논란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30여 년 전 만들어진 '돼지고기 등급 판정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인포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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