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a/fckeditor/new/image/2023/03/15/320201678786867899.jpg)
국세청에 탈세를 신고한 제보자가 신원이 노출돼 두려움에 시달리고 있다.
신원을 노출시킨 사람은 다름아닌, 세무서 직원이다.
세무서는 탈세 제보자 신원을 보호할 의무가 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 탈세 의심 제보를 했더니.
대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 씨는 지난해 말 오토바이 한 대를 구매했다. 음식 배달 겸 출퇴근을 위해서였다. 오토바이 가격은 517만 원이었다.
그런데 운전 하루 만에 오토바이에 문제가 생겼다. 냉각수가 가득 차 있는데도, 냉각 장치가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운전 중 시동이 꺼지기까지 했다.
![구매 직후 결함이 발생한 오토바이.](/data/fckeditor/new/image/2023/03/15/320201678787233530.jpg)
A 씨는 오토바이 환불을 결심하고 영수증을 찾았다.
그런데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오토바이를 실제 구매한 장소와 사업장 위치가 달랐던 것이다.
![A 씨의 영수증. 오토바이는 달서구에서 구매했지만, 남구에서 판매된 것으로 기재됐다.](/data/fckeditor/new/image/2023/03/15/320201678787202336.jpg)
탈세가 의심되는 상황. A 씨는 국세청에 해당 영수증을 보여주며 탈세 제보를 했다.
국세청은 신원 보호를 해주겠다며 안심시켰다.
그 뒤 A 씨는 오토바이 판매업자를 사기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 오토바이 업자는 혐의를 인정했다.
(그러나 환불 요구 과정에서 실랑이가 발생했다.)
진짜 문제는 이제부터 발생한다.
■ 제보자 신원 노출 시킨 세무서
얼마 뒤, 남대구세무서로부터 전화가 왔다. 신고 내용을 통보하기 위해서다.
세무서 직원은 해당 업소가 탈세는 아니지만, '신용카드 위장가맹 업소'로 적발됐다는 결과를 안내했다.
그런데 A 씨는 곧 황당한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된다.
세무서 직원이 제보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판매업자에게 A 씨의 영수증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구매 일시와 금액이 노출되면, 제보자 신원은 당장 드러날 수밖에 없다.
![세무서 직원은 오토바이 업자에게 A 씨의 구매정보를 보여줬다.](/data/fckeditor/new/image/2023/03/15/320201678787268694.jpg)
A 씨는 보복이 두려웠다. 판매업자가 A 씨의 오토바이 배달을 위해 A 씨의 집 주소와 전화번호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카톡 프로필 사진에는 가족 사진까지 노출돼 있었다. 처음 며칠은 집 밖에 나가지도 못했다.
A 씨: 너무 놀랬죠. 어떻게 영수증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지. 국세청 직원 전화 끊자마자 아내한테 전화해서 아기랑 잘 단속하고 집에 있으라고 했어요. |
A 씨는 세무서에 항의했다. 그런데 세무서 측의 대응이 황당했다. 신고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다. 정당한 공무 집행이라는 말 속에 제보자 신원을 보호한다는 의지는 전혀 없어 보였다.
A 씨는 오히려 핀잔까지 들었다.
A 씨: "제가 지금 너무 무서워서 밖에도 못 나가겠어요." 세무서 직원: "왜요? 뭐가 무서운데요? 그 사람들이 깡패입니까? 만약에 그렇다면 경찰서에 신변보호 요청을 하는 방법이 있어요." |
공익 제보자가 신원이 노출돼 두려움을 호소하는데, 태연히 경찰에 신고하는 세무서 직원.
여러번 항의에도 세무서 직원은 똑같은 태도를 보였 다. 자영업자인 A 씨는 더이상 세무서를 상대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대응을 포기했다.
■ 취재가 시작되자, 뒤바뀐 말
KBS 취재가 시작되어서야 세무서 측은 잘못을 인정했다.
신고 내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는 것이다. A 씨에게 사과를 하겠다고도 했다.
![](/data/fckeditor/new/image/2023/03/15/320201678787363469.jpg)
이번 사례에서 구조적인 문제점도 발견됐다.
해당 오토바이 가게는 동네에서 작게 운영하는 가게였다. 그래서 영수증만으로도 제보자 신원 노출이 특히 쉬웠다.
만약 이번처럼 탈세 의심 피신고업체가 소규모일 경우 제보자 신원이 노출되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국세청 역시 문제를 인지했다.
국세청은 앞으로 소규모 영업장에 대한 조사를 할 경우, 제보자에게 상황을 미리 안내해 신원 노출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만들겠다고 했다. 더불어 직원 교육도 강화하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data/fckeditor/new/image/2023/03/15/320201678787317994.jpg)
국세청은 제보가 필수인 불법 탈세 행위에 대해 수십억 원의 신고 포상금까지 내걸었다. 그러나 공익 제보자를 보호할 기본적인 장치 마련부터가 우선이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건을 취재하면서 A 씨는 국세청 입장에서는 뼈 아플 말을 했다.
A 씨: 만약 주위에서 탈세 신고를 한다고 하면 뜯어 말릴 겁니다. 신원 보호도 안 해주면서 무슨 공익 신고입니까. |
남대구세무서는 보도 이후, A 씨에게 사과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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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세 제보자 신원 노출 시키고선 “뭐가 무섭냐”는 세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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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3-03-15 11:04:23
![](/data/fckeditor/new/image/2023/03/15/320201678786867899.jpg)
국세청에 탈세를 신고한 제보자가 신원이 노출돼 두려움에 시달리고 있다.
신원을 노출시킨 사람은 다름아닌, 세무서 직원이다.
세무서는 탈세 제보자 신원을 보호할 의무가 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 탈세 의심 제보를 했더니.
대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 씨는 지난해 말 오토바이 한 대를 구매했다. 음식 배달 겸 출퇴근을 위해서였다. 오토바이 가격은 517만 원이었다.
그런데 운전 하루 만에 오토바이에 문제가 생겼다. 냉각수가 가득 차 있는데도, 냉각 장치가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운전 중 시동이 꺼지기까지 했다.
![구매 직후 결함이 발생한 오토바이.](/data/fckeditor/new/image/2023/03/15/320201678787233530.jpg)
A 씨는 오토바이 환불을 결심하고 영수증을 찾았다.
그런데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오토바이를 실제 구매한 장소와 사업장 위치가 달랐던 것이다.
![A 씨의 영수증. 오토바이는 달서구에서 구매했지만, 남구에서 판매된 것으로 기재됐다.](/data/fckeditor/new/image/2023/03/15/320201678787202336.jpg)
탈세가 의심되는 상황. A 씨는 국세청에 해당 영수증을 보여주며 탈세 제보를 했다.
국세청은 신원 보호를 해주겠다며 안심시켰다.
그 뒤 A 씨는 오토바이 판매업자를 사기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 오토바이 업자는 혐의를 인정했다.
(그러나 환불 요구 과정에서 실랑이가 발생했다.)
진짜 문제는 이제부터 발생한다.
■ 제보자 신원 노출 시킨 세무서
얼마 뒤, 남대구세무서로부터 전화가 왔다. 신고 내용을 통보하기 위해서다.
세무서 직원은 해당 업소가 탈세는 아니지만, '신용카드 위장가맹 업소'로 적발됐다는 결과를 안내했다.
그런데 A 씨는 곧 황당한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된다.
세무서 직원이 제보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판매업자에게 A 씨의 영수증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구매 일시와 금액이 노출되면, 제보자 신원은 당장 드러날 수밖에 없다.
![세무서 직원은 오토바이 업자에게 A 씨의 구매정보를 보여줬다.](/data/fckeditor/new/image/2023/03/15/320201678787268694.jpg)
A 씨는 보복이 두려웠다. 판매업자가 A 씨의 오토바이 배달을 위해 A 씨의 집 주소와 전화번호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카톡 프로필 사진에는 가족 사진까지 노출돼 있었다. 처음 며칠은 집 밖에 나가지도 못했다.
A 씨: 너무 놀랬죠. 어떻게 영수증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지. 국세청 직원 전화 끊자마자 아내한테 전화해서 아기랑 잘 단속하고 집에 있으라고 했어요. |
A 씨는 세무서에 항의했다. 그런데 세무서 측의 대응이 황당했다. 신고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다. 정당한 공무 집행이라는 말 속에 제보자 신원을 보호한다는 의지는 전혀 없어 보였다.
A 씨는 오히려 핀잔까지 들었다.
A 씨: "제가 지금 너무 무서워서 밖에도 못 나가겠어요." 세무서 직원: "왜요? 뭐가 무서운데요? 그 사람들이 깡패입니까? 만약에 그렇다면 경찰서에 신변보호 요청을 하는 방법이 있어요." |
공익 제보자가 신원이 노출돼 두려움을 호소하는데, 태연히 경찰에 신고하는 세무서 직원.
여러번 항의에도 세무서 직원은 똑같은 태도를 보였 다. 자영업자인 A 씨는 더이상 세무서를 상대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대응을 포기했다.
■ 취재가 시작되자, 뒤바뀐 말
KBS 취재가 시작되어서야 세무서 측은 잘못을 인정했다.
신고 내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는 것이다. A 씨에게 사과를 하겠다고도 했다.
![](/data/fckeditor/new/image/2023/03/15/320201678787363469.jpg)
이번 사례에서 구조적인 문제점도 발견됐다.
해당 오토바이 가게는 동네에서 작게 운영하는 가게였다. 그래서 영수증만으로도 제보자 신원 노출이 특히 쉬웠다.
만약 이번처럼 탈세 의심 피신고업체가 소규모일 경우 제보자 신원이 노출되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국세청 역시 문제를 인지했다.
국세청은 앞으로 소규모 영업장에 대한 조사를 할 경우, 제보자에게 상황을 미리 안내해 신원 노출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만들겠다고 했다. 더불어 직원 교육도 강화하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data/fckeditor/new/image/2023/03/15/320201678787317994.jpg)
국세청은 제보가 필수인 불법 탈세 행위에 대해 수십억 원의 신고 포상금까지 내걸었다. 그러나 공익 제보자를 보호할 기본적인 장치 마련부터가 우선이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건을 취재하면서 A 씨는 국세청 입장에서는 뼈 아플 말을 했다.
A 씨: 만약 주위에서 탈세 신고를 한다고 하면 뜯어 말릴 겁니다. 신원 보호도 안 해주면서 무슨 공익 신고입니까. |
남대구세무서는 보도 이후, A 씨에게 사과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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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jyp@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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