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급간부 처우 성토에 군 “최소 본봉 200만 원·GOP 야간수당 추진”

입력 2023.03.15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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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육군회관에서 열린 국방부-초급간부 복무여건 개선 간담회 (국방부 제공)14일 육군회관에서 열린 국방부-초급간부 복무여건 개선 간담회 (국방부 제공)

어제(14일) 서울 육군회관에는 각 군 초급간부 60여 명과 국방부 장관 그리고 각 군의 인사·복지 업무를 총괄하는 인사참모부장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최근 군 초급간부 처우 개선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자, 초급간부들로부터 직접 복무여건 개선에 대한 의견을 듣는 간담회 자리가 마련된 겁니다.

4시간가량 간담회가 이어졌지만, 국방부는 A4지 2장 분량의 보도자료만 냈습니다. 현장에서 나온 이야기들이 충분히 담기긴 어렵겠죠. 그래서 참석자들을 직접 취재해봤습니다.

월급, 수당, 주거여건, 복지 등 전 분야에 걸친 초급간부들의 개선 요구에 군에서도 일부 구체적인 답변을 내놨다는데요. 우선 월급부터 짚어보겠습니다.

■ 군 "초급간부 최소 본봉 200만 원 의견 공감"

모 육군 부대 소속 하사 1호봉 월급 명세서(익명 제공)모 육군 부대 소속 하사 1호봉 월급 명세서(익명 제공)

모 육군 부대 소속 A 하사의 월급 명세서입니다. 하사 1호봉인 A 하사의 본봉은 166만 원, 세전 지급액은 189만 원입니다. 여기서 세금과 군인공제회 적금 등을 빼고 손에 쥔 돈은 120만 7천520원 입니다.

모 육군 부대 소속 병장 월급 명세서(익명 제공)모 육군 부대 소속 병장 월급 명세서(익명 제공)

이번엔 모 육군 부대 소속 B 병장의 월급 명세서입니다. 본봉은 100만 원. 이발비 등을 합하면 1백2만 4천3백 원을 받았습니다. 저축 20만 원을 제하고 82만 4천3백 원이 통장에 들어왔습니다.

병장들의 월급은 더 오르는 추세입니다. 향후 3년 뒤 봉급과 내일준비적금이 합쳐져 월급으로 약 205만 원을 받을 전망입니다.

이렇게 초급간부와 병사 간 급여차가 적다보니 어제 간담회 자리에서는 아예 월급이 역전되는 거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월급 인상 여부에 대한 질문이 나왔습니다. 이에 국방부는 '초급간부들의 최소 본봉이 200만 원은 돼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 초급간부 C : "2025년이 되면 벌어질 초급간부와 (병사의) 월급 역전현상, 어떻게 현실화할 건지 구체적인 안이 궁금하다"

▲ 군 관계자: "초급간부들의 최소 본봉이 200만 원이 되어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한다. 간부들은 현재 임금 상승률을 따져봤을 때 2025년 기준(기재부와 협조했을 시) 200만 원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재정 당국에서는 '간부들은 수당을 받지 않냐'라고 한다. 하지만 국방부는 최소한 (초급간부) 본봉이 병장보다 많아야 한다는 것에 공감한다."

간담회에서는 군의 '단기복무 장려금' 지급에 대한 의견도 나왔는데요. 초급간부들은 단기복무 장려금보다는 '장기복무 장려금'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국방부 입장에서는 소위나 하사 등 당장의 초급간부 인력 획득을 위해 장려금 카드를 꺼냈겠지만, 어렵게 획득한 인력이 금방 나가게 된다면 악순환만 반복된다는 것입니다.

■ 재정 당국 "원래 24시간 대기"... 국방부 "당직비 2~4만 원 인상 추진 중"

초급간부들은 '당직근무비 현실화'도 요구했는데요. 국방부는 재정 당국의 반대 입장을 전하면서, 인상을 위해 계속 협의 중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초급간부 D : "일반 회사원이나 공무원과 달리 군인은 국가에 희생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사회 물가가 오른 것에 비해 봉급과 수당(당직근무비)은 오르지 않는다."

▲군 관계자: "당직근무비는 원래 지급이 안 됐었고, 지급된 지 얼마 안 됐다. 군도 당직근무비 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재정 당국은 '군인은 24시간 대기 태세가 아니냐'고 답한다. 지금까지는 희생과 애국심을 강요했지만, 이제는 아니라고 설득하고 있다. 관계부서와 협의를 통해 평일은 1만 원에서 3만 원으로, 주말은 2만 원에서 6만 원으로 늘리려고 추진 중이다."

지난해 육군 3사단 GOP 부대를 찾아 장병을 격려하는 이종섭 국방부 장관(국방부 제공)지난해 육군 3사단 GOP 부대를 찾아 장병을 격려하는 이종섭 국방부 장관(국방부 제공)

간담회에서는 GOP와 GP 전방 근무자에 대한 '야간수당' 지급 방침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초급간부 E : "해군에서는 해경으로 전직하는 경우가 많다. 재정 당국에서는 군을 24시간 대기태세라고 하는데 군은 비현업 공무원이다. 현업 공무원은 소방, 경찰, 해양경찰이 포함되는 걸로 안다. 군인도 현업 공무원으로 적용될 수 없는가?"

▲군 관계자: "법령에 우리는 근무시간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올해 법령에는 근무시간을 명시하지 않더라도 GOP, GP와 같이 야간에도 근무할 수밖에 없는 곳은 야간수당을 줄 수 있도록 이야기 중이다. 한편, 현업 공무원은 초과근무 시간의 제한이 없는데 만약 이걸 군인에게도 적용하게 되면 엄청난 예산이 소요된다. 그래서 우선 야간수당부터 추진하려고 하고 있다."

■ "어디서 살란거냐"... 군 "3년 차 미만 간부도 16만 원 지급 추진"

최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와 논란이 된 초급간부 숙소 모습최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와 논란이 된 초급간부 숙소 모습

최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현역 육군 중위라며 올린 사진과 글이 화제가 됐습니다. 간부 숙소를 배정받았는데, 곰팡이가 가득하고 가구들은 다 부서져있었다고 합니다. 그나마 이 숙소에서도 관리 주체가 바뀌었다는 이유로 퇴실 통보를 받았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초급간부들은 간담회에서 거주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초급간부 F : "부대 전출은 직업군인의 숙명인데, 주거 시설은 뒤따라주지 않고 있다. 특히 주거 공간을 바로 배정받지 못할 경우 공백 기간은 지원금 16만 원을 포함한 사비로 해결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군 관계자: "1995년부터 간부 숙소를 받지 못하는 간부들에게 지급되는 지원금이 지난해까지는 월 8만 원이었다. 이번 정부 들어서면서부터 16만 원으로 올랐지만, 이마저도 3년 차 미만 간부들에게는 지급되지 않고 있다. 우선 목표는 3년 미만 간부들에게도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을 노력 중이다. 이외에 민간 아파트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하거나 평균 5년 걸리는 건물 건축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컨테이너형 등으로 만들 구상을 하고 있다."

■ "군 복무 가산점제 부활해야"..."가능한 범위 내에서 방안 모색"

초급간부들은 전역한 이후에도 직업군인 생활이 보람찼다고 인식할 수 있도록 '군 복무 가산점제도'를 다시 살릴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냈습니다. 국방부는 "군의 우월성과 군 경력의 전문성을 고려해 가능한 범위 내에서의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밖에도 국방부는 초급간부들이 눈치 보지 않고 휴가를 좀 더 편하게 다녀올 수 있게 하는 개선안을 소개했습니다. 예를 들어 부대 사정 등으로 가지 못한 휴가는 향후 5년 안에 쓸 수 있게 하는 '휴가 저축제도'를 제시했습니다. 또 국내 여행뿐 아니라 해외 여행을 가고자 하는 간부들은 기존 10일 전 허가에서 5일 전 허가로 개선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군은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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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급간부 처우 성토에 군 “최소 본봉 200만 원·GOP 야간수당 추진”
    • 입력 2023-03-15 15:26:42
    취재K
14일 육군회관에서 열린 국방부-초급간부 복무여건 개선 간담회 (국방부 제공)
어제(14일) 서울 육군회관에는 각 군 초급간부 60여 명과 국방부 장관 그리고 각 군의 인사·복지 업무를 총괄하는 인사참모부장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최근 군 초급간부 처우 개선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자, 초급간부들로부터 직접 복무여건 개선에 대한 의견을 듣는 간담회 자리가 마련된 겁니다.

4시간가량 간담회가 이어졌지만, 국방부는 A4지 2장 분량의 보도자료만 냈습니다. 현장에서 나온 이야기들이 충분히 담기긴 어렵겠죠. 그래서 참석자들을 직접 취재해봤습니다.

월급, 수당, 주거여건, 복지 등 전 분야에 걸친 초급간부들의 개선 요구에 군에서도 일부 구체적인 답변을 내놨다는데요. 우선 월급부터 짚어보겠습니다.

■ 군 "초급간부 최소 본봉 200만 원 의견 공감"

모 육군 부대 소속 하사 1호봉 월급 명세서(익명 제공)
모 육군 부대 소속 A 하사의 월급 명세서입니다. 하사 1호봉인 A 하사의 본봉은 166만 원, 세전 지급액은 189만 원입니다. 여기서 세금과 군인공제회 적금 등을 빼고 손에 쥔 돈은 120만 7천520원 입니다.

모 육군 부대 소속 병장 월급 명세서(익명 제공)
이번엔 모 육군 부대 소속 B 병장의 월급 명세서입니다. 본봉은 100만 원. 이발비 등을 합하면 1백2만 4천3백 원을 받았습니다. 저축 20만 원을 제하고 82만 4천3백 원이 통장에 들어왔습니다.

병장들의 월급은 더 오르는 추세입니다. 향후 3년 뒤 봉급과 내일준비적금이 합쳐져 월급으로 약 205만 원을 받을 전망입니다.

이렇게 초급간부와 병사 간 급여차가 적다보니 어제 간담회 자리에서는 아예 월급이 역전되는 거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월급 인상 여부에 대한 질문이 나왔습니다. 이에 국방부는 '초급간부들의 최소 본봉이 200만 원은 돼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 초급간부 C : "2025년이 되면 벌어질 초급간부와 (병사의) 월급 역전현상, 어떻게 현실화할 건지 구체적인 안이 궁금하다"

▲ 군 관계자: "초급간부들의 최소 본봉이 200만 원이 되어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한다. 간부들은 현재 임금 상승률을 따져봤을 때 2025년 기준(기재부와 협조했을 시) 200만 원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재정 당국에서는 '간부들은 수당을 받지 않냐'라고 한다. 하지만 국방부는 최소한 (초급간부) 본봉이 병장보다 많아야 한다는 것에 공감한다."

간담회에서는 군의 '단기복무 장려금' 지급에 대한 의견도 나왔는데요. 초급간부들은 단기복무 장려금보다는 '장기복무 장려금'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국방부 입장에서는 소위나 하사 등 당장의 초급간부 인력 획득을 위해 장려금 카드를 꺼냈겠지만, 어렵게 획득한 인력이 금방 나가게 된다면 악순환만 반복된다는 것입니다.

■ 재정 당국 "원래 24시간 대기"... 국방부 "당직비 2~4만 원 인상 추진 중"

초급간부들은 '당직근무비 현실화'도 요구했는데요. 국방부는 재정 당국의 반대 입장을 전하면서, 인상을 위해 계속 협의 중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초급간부 D : "일반 회사원이나 공무원과 달리 군인은 국가에 희생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사회 물가가 오른 것에 비해 봉급과 수당(당직근무비)은 오르지 않는다."

▲군 관계자: "당직근무비는 원래 지급이 안 됐었고, 지급된 지 얼마 안 됐다. 군도 당직근무비 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재정 당국은 '군인은 24시간 대기 태세가 아니냐'고 답한다. 지금까지는 희생과 애국심을 강요했지만, 이제는 아니라고 설득하고 있다. 관계부서와 협의를 통해 평일은 1만 원에서 3만 원으로, 주말은 2만 원에서 6만 원으로 늘리려고 추진 중이다."

지난해 육군 3사단 GOP 부대를 찾아 장병을 격려하는 이종섭 국방부 장관(국방부 제공)
간담회에서는 GOP와 GP 전방 근무자에 대한 '야간수당' 지급 방침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초급간부 E : "해군에서는 해경으로 전직하는 경우가 많다. 재정 당국에서는 군을 24시간 대기태세라고 하는데 군은 비현업 공무원이다. 현업 공무원은 소방, 경찰, 해양경찰이 포함되는 걸로 안다. 군인도 현업 공무원으로 적용될 수 없는가?"

▲군 관계자: "법령에 우리는 근무시간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올해 법령에는 근무시간을 명시하지 않더라도 GOP, GP와 같이 야간에도 근무할 수밖에 없는 곳은 야간수당을 줄 수 있도록 이야기 중이다. 한편, 현업 공무원은 초과근무 시간의 제한이 없는데 만약 이걸 군인에게도 적용하게 되면 엄청난 예산이 소요된다. 그래서 우선 야간수당부터 추진하려고 하고 있다."

■ "어디서 살란거냐"... 군 "3년 차 미만 간부도 16만 원 지급 추진"

최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와 논란이 된 초급간부 숙소 모습
최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현역 육군 중위라며 올린 사진과 글이 화제가 됐습니다. 간부 숙소를 배정받았는데, 곰팡이가 가득하고 가구들은 다 부서져있었다고 합니다. 그나마 이 숙소에서도 관리 주체가 바뀌었다는 이유로 퇴실 통보를 받았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초급간부들은 간담회에서 거주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초급간부 F : "부대 전출은 직업군인의 숙명인데, 주거 시설은 뒤따라주지 않고 있다. 특히 주거 공간을 바로 배정받지 못할 경우 공백 기간은 지원금 16만 원을 포함한 사비로 해결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군 관계자: "1995년부터 간부 숙소를 받지 못하는 간부들에게 지급되는 지원금이 지난해까지는 월 8만 원이었다. 이번 정부 들어서면서부터 16만 원으로 올랐지만, 이마저도 3년 차 미만 간부들에게는 지급되지 않고 있다. 우선 목표는 3년 미만 간부들에게도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을 노력 중이다. 이외에 민간 아파트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하거나 평균 5년 걸리는 건물 건축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컨테이너형 등으로 만들 구상을 하고 있다."

■ "군 복무 가산점제 부활해야"..."가능한 범위 내에서 방안 모색"

초급간부들은 전역한 이후에도 직업군인 생활이 보람찼다고 인식할 수 있도록 '군 복무 가산점제도'를 다시 살릴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냈습니다. 국방부는 "군의 우월성과 군 경력의 전문성을 고려해 가능한 범위 내에서의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밖에도 국방부는 초급간부들이 눈치 보지 않고 휴가를 좀 더 편하게 다녀올 수 있게 하는 개선안을 소개했습니다. 예를 들어 부대 사정 등으로 가지 못한 휴가는 향후 5년 안에 쓸 수 있게 하는 '휴가 저축제도'를 제시했습니다. 또 국내 여행뿐 아니라 해외 여행을 가고자 하는 간부들은 기존 10일 전 허가에서 5일 전 허가로 개선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군은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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