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층시사국] 지방의원 민낯 보고서

입력 2023.03.15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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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층시사국 7회Ⅱ] 지방의원 민낯 보고서
유튜브 링크: https://youtu.be/Tbyj6gvBVow

노태우 전 대통령/
“기초단위 지방의회 의원 선거를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1991년.

김대중 전 대통령/
“지자제를 시행하라”

뉴스 녹취)
“김대중 총재가 단식을 중단했습니다.”

여전히 냉기 가득했지만, 새 희망에 부푼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방 자치의 시대!
후보자들은 운동장에서 큰 절을 넙죽하거나,
연단에 올라 포부를 외쳤고,

녹취)
“전라도다, 경상도다, 그런 것 다 필요 없어요!”

유권자들은 옹기종기 모여앉아 두 귀를 기울였습니다.
동네 일꾼을 직접 뽑아, 우리 삶이 더 풍요로워 질 거라는 기대에 부풀었던 1991년.
3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른 지금, 그 기대는 어떤 현실이 됐을까요.

군민 희망을 실현하는 경남의 한 기초의회.
시의회 의정활동인 행정 사무 감사가 한창입니다.
열띤 공방이 펼쳐지는 가운데 마이크를 잡은 한 의원!
그런데, 발언 내용이 어딘지 좀 이상합니다.

이재운/경남 거창군의원
"119, 그분들은 환자만 이송하면 되는데, 경찰에 (음주) 신고를 하고 이렇게 하다보니까. 주민들이 거기에 대해서, 상당히 피해를 많이 보고 있어요."

119구조대가 음주 사고를 낸 농민들을 경찰에 신고하는 바람에, 농민들이 피해를 봤다는 겁니다.
급기야 앞으로 똑같은 일이 생기면, 아예 눈감아 주라고 합니다.

이재운/경남 거창군의원
“이런 일이 없도록 (소방과 경찰에) 좀, 조치 좀 해 주시기 바랍니다. 주민들을 위해서 좀 눈감아 주시는 게 안 좋겠나.”

헛웃음만 나오는 황당한 발언. 비단, 거창군만의 일은 아닙니다.
같은 기간, 희망찬 미래를 여는 또 다른 기초의회.
이번엔 책을 두고 생트집을 부립니다.
창원시 도서관이 '좌경화'됐다는 겁니다.

김미나/경남 창원시의원
“(도서관에) 공산당 책은 차고 넘치더라고요, 심지어 김일성, 김정은 이렇게 다 있는데.
“그분들도 지도자고, 우리나라 지도자도 많이 있습니다. 그죠? 이승만, 박정희, 맥아더 장군, 맥아더 장군? 우리나라 위인이 아니네? 그 분은?”

정말 그럴까요.
의원님 말씀이 맞는 지 한번 확인해봤습니다.
검색 도구를 활용해, 제목에 '이승만'과 '박정희', '맥아더'가 들어간 도서를 찾았습니다.
각각 158권, 422권, 51권입니다.
찬양 일색부터 비판적인 시각까지 다양한 주제의 도서들입니다.
반면,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이 들어가는 제목은 각 79권, 134권, 58권으로, 앞선 도서의 절반도 안 됩니다.

정지웅/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시민입법위원장
“아무 소리나 하는 것을 우리가 망언이라고 하죠. 아무 말씀이나 해서 공무원들이 엄청난 행정력을 낭비하게 된다거나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지방의회에 대한 존중감이나 이런 측면에서도 굉장히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죠.”

남현종 / 9층시사국 MC
지난해 6월, 우리 손으로 직접 뽑은 지방의원님들의 말을 들어봤습니다. 당시 저 망언들을 하면서 크게 논란이 됐었잖아요. 당시, 저 얘기를 했던 지방의원들은 어떤 입장을 내놓았습니까.

이형관/9층시사국 취재기자
네, 논란 이후 두 의원 모두 경솔한 발언을 했다는 취지로 사과 입장을 냈습니다.

MC
자, 그리고 이런 막말 때문에 지금 이형관 기자가 지방의원이 제대로 일을 하고 있는 지, 괜찮은 자질을 갖고 있는 지, 취재를 시작하게 된 거죠?

이 기자
네, 그렇습니다. 화면 잠깐 보시면요. [CG]지방의원은 우리가 낸 세금 가운데 288조 원에 가까운 지방 살림을 다루고 있습니다. 중앙 정부 예산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로, 굉장히 많은 수치인데요.
하지만 모두의 관심 밖에 있죠. 국희의원들과 달리 지방의원 같은 경우는, 감시에서 벗어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희 취재진이 지방의원들이 스스로 의무를 다하고 있는 지, 한 번 살펴봤습니다.
지방자치법을 보면요. 지방자치법은 지방의원 의무를 3가지 키워드로 말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가 바로 품위, 그리고 성실, 마지막으로 공공의 이익인데요. 다음 보실 화면이 성실에 관한 것입니다.

MC
앞서 얼마나 품위가 있었는 지는 말들로 확인할 수 있었는 데, 얼마나 성실한 지 그럼 또 한 번 살펴봐야겠습니다.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완화된 지난해 9월 말,
마치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비행기에 오른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경남 양산시의회 의원님들입니다.
코로나19 빗장이 풀린 지 한 달여 만에 해외 연수를 떠났습니다.
어디를 그리 바삐 다녀오신 걸까.

양산시의회가 선택한 곳은 1년 내내 따뜻한 날씨로 사랑 받는 미국 서부!
LA 한국 노인복지관을 첫 방문지로 연수가 시작됐습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휴양도시 ‘라플린’을 거치고, 세계 3대 협곡으로 불리는 ‘그랜드 캐니언’과 ‘브라이스 캐니언’, ‘자이언 캐니언’, 영국 BBC가 죽기 전에 꼭 가야 할 관광지 가운데 하나인 ‘요세미티 국립공원’도 들렀습니다. 사실상, 미국 서부 여행 패키지 상품과 다르지 않습니다.

여행업체 관계자
“미국 서부 일정하면 꼭 들어가는 곳들로 알고 있어요. 왜냐하면 그쪽 지역을 제일 많이 (넣으려고 하시니까). 관광하기에는 좋은 곳들이죠.”

7박 9일 일정 가운데 관광지가 절반인 연수 일정. 심의는 어떻게 통과한 걸까요.
미국 연수 출발 2주 전, 외부위원 7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심의위원회 회의록입니다.

‘출장일정표를 조금 수정하면 안 되나’,
‘거기가 전부 다 관광지인데’

지적이 곳곳에서 이어졌지만, 의회는 이미 심의위가 열리기도 전에 여행사 예약을 마친 상태였습니다.
답은 정해졌고 심의위원회는 대답만 하면 되는 ‘답정너’ 상태였네요.

손용호/정의당 양산시위원회 비대위원장
“(의원) 본인들이 하는 일이 양산시 예산을 심의하고 심사하는 건데, 정작 자신들을 위해 예산을 쓸 때는 이 심의하는 기구를 무력화시켜버렸죠.”

이번 연수에 참여한 의원은 모두 16명, 예산 8천 4백여만 원이 들어갔습니다.
다 시민 세금입니다.

이종희/경남 양산시의회 의장
"의원들은 가면 일반 여행객하고 다른 게 뭘 봐도 다 보거든요. 우리가 보도블록을 봤을 때, 미국은 보도블록이 엄청 크더라고요. 의원들하고 많은 것을 보고 왔다고 생각합니다."

지방 의원들이 정성을 다하는 건 해외 연수 뿐만은 아니죠.
수당 챙기기에 누구보다 진심입니다.

뉴스 녹취)
“대전 구의회들이 월정수당을 많게는 매달 100만 원까지 올리기로 한 데 이어….”
“지방의회 의원들의 의정비가 줄줄이 인상됐습니다.”

의정비. 지방의원들이 받는 보수입니다.
크게 기본급인 ‘월정수당’과 보조수당인 ‘의정활동비’로 나뉘는 데요.
활동비는 사실상 고정, 월정수당만 4년마다 인상할 수 있습니다.
궁금한 건 올해 인상 금액이겠죠?
KBS가 올해 전국 지방의회의 수당 현황을 자세히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전국 지방의회 243곳 가운데 231곳이 수당 인상을 결정했습니다.
지방공무원 보수 인상률인 1.4%를 넘어선 곳은 68곳에 이르는 데요.
1위는 경북 울릉군의회! 인상률 50%로 가장 높습니다. 매달 78만 원을 더 받네요.
2위부터 5위는 대전의 자치구 의회 4곳이 나란히 차지했습니다.
인상률이 27%부터 37%까지, 적게는 60만 원에서 많게는 80만 원을 더 받습니다.

김학성/대전시 동구 주민
“최저 임금이 지금 얼마인지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많은 돈을 한꺼번에 올린시다는 건 구민으로서 이해할 수 없고요.”
“선거 때는 구민들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시겠다고 (하셔 놓고), 벌써 주머니 챙기기에 급급한 거 아닌가?”

MC
보면서 좀 화도 나고 부럽기도 합니다. 이게 지금 일반 회사원, 직장인의 입장이라면, 올리고 싶은 만큼 마음대로 월급도 올리고, 해외여행 가고 싶으면 회사 돈으로 가고, 그런 거잖아요. 지금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거죠?

이 기자
행정안전부가 지방공무원 보수인상률, 지난해 같은 경우는 1.4%죠. 이를 넘어서 월정수당을 올릴 경우에는 의견 수렴을 반드시 거치도록 하고 있습니다.
과도한 인상을 막기 위해선 데요. 그런데 권고에 그치다보니 지침이 제대로 지켜지지는 않습니다.
강원도 영월군의회 회의록입니다. '월정수당 20% 인상안'에 대해 '높다'는 주민 의견이 83%에 이릅니다. 반대를 하는 거죠. 하지만 이 결과가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냥 밀고 나가면 좋겠다", "욕을 먹어도 방법이 없다"는 강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고, 결국 인상안이 확정됐습니다.

MC
그러니까 관련 지침과 관련 기준은 있지만, 안 지키고 있는 거네요. 권고 사항이니까요. 자, 지금까지 지방의원들의 이 3가지 의무 품위, 성실, 남은 게 이제 ‘공공의 이익’이네요?

이 기자
네, 그렇습니다. 시민의 권한을 위임받는 만큼 가장 중요한 의무 가운데 하나인데요. 하지만 기대와는 다르게, 자신의 돈벌이에 권력과 지위를 이용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의원들도 있었습니다.

지난해 10월, 경남 함양군의회 행정사무감사장.

녹취)
“의석을 정돈해주시기 바랍니다.”

건설위원회 소속 서영재 의원이 난데없이 도로 포장 공사를 해달라고 요구합니다.

서영재/경남 함양군의원
“지금 우리 전부 마을 안길도 아스콘 포장으로 다해 달래요. 마을마다. (한숨) 그래서 전면 포장을 조금, 전면 포장 요구에 만족도를 좀 높여줬으면 좋겠다.”

지역 민원이라는 이 발언, 과연, 주민들을 위한 것이었을까요?
지난해 10월, 예산 천9백만 원이 투입돼 포장 공사가 진행된 함양의 한 농로.
그런데 이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따낸 건설업체. 알고 봤더니, 대표는 서영재 의원의 지인, 감사는 아내,
사내 이사는 형과 사윕니다. 사실상 가족 회사입니다.

○○건설업체 전 관계자
“농로 포장, 콘크리트 포장 이런 것들을 하고, 그런 작업하는 곳이죠. (대표가) 사모님 아니면 서영재 사장님이나 이렇게 알고 있는데….”

정지웅/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
“탈법적인 운영 방식이죠. 이런 유형이 굉장히 흔합니다. 가족 명의로 돌려놓고 의원 본인이 실질적으로 운영을 하는 거죠.”

심지어 서 의원 본인은 이 회사 사원으로 일한다며, 겸직신고서까지 제출했습니다.
그러고도 버젓이 군의회의 건설위원회에 들어갔습니다.
이해충돌이 우려됐지만, 함양군의회는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박용운/경남 함양군의회 의장
“제가 그걸 미처 몰라서 그걸 못 봤습니다. 제가 그때(상임위 배정) 당시에 경황이 없어서 미처 못 챙겼습니다.”

서 의원이 함양군의회 군의원 3선을 하는 동안, 서 의원의 가족 회사가 함양군에서 따낸 수의계약은 모두 66건, 금액은 10억 2천여 만 원입니다.

서영재/경남 함양군의원
"그런 것을 두고 많은 오해 소지도 있어서, 많은 논란도 있었고, 또 이제 그것에 대해서 사실 또 이해도 시켰고요."

‘이해 충돌’ 우려는 사실상 현실이었습니다.

김태규/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지방의회 의원들 같은 경우는 지방의, 쉬운 말로 유지라고 볼까요. 이해당사자들이 많기 때문에 참 공정하기가 쉽지 않은 환경에 있습니다.”

“잘못이 있으면 사후적이라도 시정하고, 또 필요하면 (공직에서) 물러설 수 있도록 하는 그런 제도적 장치들이 필요할 거고요.”

뉴스 녹취)
“경남 합천군 용주면에서 산불이 나 빠른 속도로 불길이 번지고 있습니다.”
“강한 바람까지 불고 있어,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지난 8일, 경남 합천.
산불로 축구장 2백 개가 넘는 면적이 탔습니다.
주민들은가슴을 졸여야만 했습니다.

손성근/경남 합천군 안계리 이장
“산 능선까지 불이 차올라 왔고, 순식간에 저희 마을 쪽으로 이미 불이 다 붙어가지고….”

하지만 지역 군의원들은 산불 발생 다음 날, 호주로 연수를 떠났습니다.

경남 합천군의회 관계자
“이미 3개월 전에 그 계획한 일정이라서 그걸 취소하기는 조금 곤란했습니다.”

2023년 지방 자치. 우리 시대의 부끄러운 민낯입니다.

취재기자: 이대완 윤경재 이형관
촬영기자: 박세준 이하우 김대현
외부촬영: 조선기 박민재
영상편집: 김대영
자료조사: 오석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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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층시사국] 지방의원 민낯 보고서
    • 입력 2023-03-15 23:4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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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층시사국 7회Ⅱ] 지방의원 민낯 보고서
유튜브 링크: https://youtu.be/Tbyj6gvBVow

노태우 전 대통령/
“기초단위 지방의회 의원 선거를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1991년.

김대중 전 대통령/
“지자제를 시행하라”

뉴스 녹취)
“김대중 총재가 단식을 중단했습니다.”

여전히 냉기 가득했지만, 새 희망에 부푼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방 자치의 시대!
후보자들은 운동장에서 큰 절을 넙죽하거나,
연단에 올라 포부를 외쳤고,

녹취)
“전라도다, 경상도다, 그런 것 다 필요 없어요!”

유권자들은 옹기종기 모여앉아 두 귀를 기울였습니다.
동네 일꾼을 직접 뽑아, 우리 삶이 더 풍요로워 질 거라는 기대에 부풀었던 1991년.
3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른 지금, 그 기대는 어떤 현실이 됐을까요.

군민 희망을 실현하는 경남의 한 기초의회.
시의회 의정활동인 행정 사무 감사가 한창입니다.
열띤 공방이 펼쳐지는 가운데 마이크를 잡은 한 의원!
그런데, 발언 내용이 어딘지 좀 이상합니다.

이재운/경남 거창군의원
"119, 그분들은 환자만 이송하면 되는데, 경찰에 (음주) 신고를 하고 이렇게 하다보니까. 주민들이 거기에 대해서, 상당히 피해를 많이 보고 있어요."

119구조대가 음주 사고를 낸 농민들을 경찰에 신고하는 바람에, 농민들이 피해를 봤다는 겁니다.
급기야 앞으로 똑같은 일이 생기면, 아예 눈감아 주라고 합니다.

이재운/경남 거창군의원
“이런 일이 없도록 (소방과 경찰에) 좀, 조치 좀 해 주시기 바랍니다. 주민들을 위해서 좀 눈감아 주시는 게 안 좋겠나.”

헛웃음만 나오는 황당한 발언. 비단, 거창군만의 일은 아닙니다.
같은 기간, 희망찬 미래를 여는 또 다른 기초의회.
이번엔 책을 두고 생트집을 부립니다.
창원시 도서관이 '좌경화'됐다는 겁니다.

김미나/경남 창원시의원
“(도서관에) 공산당 책은 차고 넘치더라고요, 심지어 김일성, 김정은 이렇게 다 있는데.
“그분들도 지도자고, 우리나라 지도자도 많이 있습니다. 그죠? 이승만, 박정희, 맥아더 장군, 맥아더 장군? 우리나라 위인이 아니네? 그 분은?”

정말 그럴까요.
의원님 말씀이 맞는 지 한번 확인해봤습니다.
검색 도구를 활용해, 제목에 '이승만'과 '박정희', '맥아더'가 들어간 도서를 찾았습니다.
각각 158권, 422권, 51권입니다.
찬양 일색부터 비판적인 시각까지 다양한 주제의 도서들입니다.
반면,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이 들어가는 제목은 각 79권, 134권, 58권으로, 앞선 도서의 절반도 안 됩니다.

정지웅/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시민입법위원장
“아무 소리나 하는 것을 우리가 망언이라고 하죠. 아무 말씀이나 해서 공무원들이 엄청난 행정력을 낭비하게 된다거나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지방의회에 대한 존중감이나 이런 측면에서도 굉장히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죠.”

남현종 / 9층시사국 MC
지난해 6월, 우리 손으로 직접 뽑은 지방의원님들의 말을 들어봤습니다. 당시 저 망언들을 하면서 크게 논란이 됐었잖아요. 당시, 저 얘기를 했던 지방의원들은 어떤 입장을 내놓았습니까.

이형관/9층시사국 취재기자
네, 논란 이후 두 의원 모두 경솔한 발언을 했다는 취지로 사과 입장을 냈습니다.

MC
자, 그리고 이런 막말 때문에 지금 이형관 기자가 지방의원이 제대로 일을 하고 있는 지, 괜찮은 자질을 갖고 있는 지, 취재를 시작하게 된 거죠?

이 기자
네, 그렇습니다. 화면 잠깐 보시면요. [CG]지방의원은 우리가 낸 세금 가운데 288조 원에 가까운 지방 살림을 다루고 있습니다. 중앙 정부 예산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로, 굉장히 많은 수치인데요.
하지만 모두의 관심 밖에 있죠. 국희의원들과 달리 지방의원 같은 경우는, 감시에서 벗어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희 취재진이 지방의원들이 스스로 의무를 다하고 있는 지, 한 번 살펴봤습니다.
지방자치법을 보면요. 지방자치법은 지방의원 의무를 3가지 키워드로 말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가 바로 품위, 그리고 성실, 마지막으로 공공의 이익인데요. 다음 보실 화면이 성실에 관한 것입니다.

MC
앞서 얼마나 품위가 있었는 지는 말들로 확인할 수 있었는 데, 얼마나 성실한 지 그럼 또 한 번 살펴봐야겠습니다.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완화된 지난해 9월 말,
마치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비행기에 오른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경남 양산시의회 의원님들입니다.
코로나19 빗장이 풀린 지 한 달여 만에 해외 연수를 떠났습니다.
어디를 그리 바삐 다녀오신 걸까.

양산시의회가 선택한 곳은 1년 내내 따뜻한 날씨로 사랑 받는 미국 서부!
LA 한국 노인복지관을 첫 방문지로 연수가 시작됐습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휴양도시 ‘라플린’을 거치고, 세계 3대 협곡으로 불리는 ‘그랜드 캐니언’과 ‘브라이스 캐니언’, ‘자이언 캐니언’, 영국 BBC가 죽기 전에 꼭 가야 할 관광지 가운데 하나인 ‘요세미티 국립공원’도 들렀습니다. 사실상, 미국 서부 여행 패키지 상품과 다르지 않습니다.

여행업체 관계자
“미국 서부 일정하면 꼭 들어가는 곳들로 알고 있어요. 왜냐하면 그쪽 지역을 제일 많이 (넣으려고 하시니까). 관광하기에는 좋은 곳들이죠.”

7박 9일 일정 가운데 관광지가 절반인 연수 일정. 심의는 어떻게 통과한 걸까요.
미국 연수 출발 2주 전, 외부위원 7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심의위원회 회의록입니다.

‘출장일정표를 조금 수정하면 안 되나’,
‘거기가 전부 다 관광지인데’

지적이 곳곳에서 이어졌지만, 의회는 이미 심의위가 열리기도 전에 여행사 예약을 마친 상태였습니다.
답은 정해졌고 심의위원회는 대답만 하면 되는 ‘답정너’ 상태였네요.

손용호/정의당 양산시위원회 비대위원장
“(의원) 본인들이 하는 일이 양산시 예산을 심의하고 심사하는 건데, 정작 자신들을 위해 예산을 쓸 때는 이 심의하는 기구를 무력화시켜버렸죠.”

이번 연수에 참여한 의원은 모두 16명, 예산 8천 4백여만 원이 들어갔습니다.
다 시민 세금입니다.

이종희/경남 양산시의회 의장
"의원들은 가면 일반 여행객하고 다른 게 뭘 봐도 다 보거든요. 우리가 보도블록을 봤을 때, 미국은 보도블록이 엄청 크더라고요. 의원들하고 많은 것을 보고 왔다고 생각합니다."

지방 의원들이 정성을 다하는 건 해외 연수 뿐만은 아니죠.
수당 챙기기에 누구보다 진심입니다.

뉴스 녹취)
“대전 구의회들이 월정수당을 많게는 매달 100만 원까지 올리기로 한 데 이어….”
“지방의회 의원들의 의정비가 줄줄이 인상됐습니다.”

의정비. 지방의원들이 받는 보수입니다.
크게 기본급인 ‘월정수당’과 보조수당인 ‘의정활동비’로 나뉘는 데요.
활동비는 사실상 고정, 월정수당만 4년마다 인상할 수 있습니다.
궁금한 건 올해 인상 금액이겠죠?
KBS가 올해 전국 지방의회의 수당 현황을 자세히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전국 지방의회 243곳 가운데 231곳이 수당 인상을 결정했습니다.
지방공무원 보수 인상률인 1.4%를 넘어선 곳은 68곳에 이르는 데요.
1위는 경북 울릉군의회! 인상률 50%로 가장 높습니다. 매달 78만 원을 더 받네요.
2위부터 5위는 대전의 자치구 의회 4곳이 나란히 차지했습니다.
인상률이 27%부터 37%까지, 적게는 60만 원에서 많게는 80만 원을 더 받습니다.

김학성/대전시 동구 주민
“최저 임금이 지금 얼마인지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많은 돈을 한꺼번에 올린시다는 건 구민으로서 이해할 수 없고요.”
“선거 때는 구민들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시겠다고 (하셔 놓고), 벌써 주머니 챙기기에 급급한 거 아닌가?”

MC
보면서 좀 화도 나고 부럽기도 합니다. 이게 지금 일반 회사원, 직장인의 입장이라면, 올리고 싶은 만큼 마음대로 월급도 올리고, 해외여행 가고 싶으면 회사 돈으로 가고, 그런 거잖아요. 지금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거죠?

이 기자
행정안전부가 지방공무원 보수인상률, 지난해 같은 경우는 1.4%죠. 이를 넘어서 월정수당을 올릴 경우에는 의견 수렴을 반드시 거치도록 하고 있습니다.
과도한 인상을 막기 위해선 데요. 그런데 권고에 그치다보니 지침이 제대로 지켜지지는 않습니다.
강원도 영월군의회 회의록입니다. '월정수당 20% 인상안'에 대해 '높다'는 주민 의견이 83%에 이릅니다. 반대를 하는 거죠. 하지만 이 결과가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냥 밀고 나가면 좋겠다", "욕을 먹어도 방법이 없다"는 강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고, 결국 인상안이 확정됐습니다.

MC
그러니까 관련 지침과 관련 기준은 있지만, 안 지키고 있는 거네요. 권고 사항이니까요. 자, 지금까지 지방의원들의 이 3가지 의무 품위, 성실, 남은 게 이제 ‘공공의 이익’이네요?

이 기자
네, 그렇습니다. 시민의 권한을 위임받는 만큼 가장 중요한 의무 가운데 하나인데요. 하지만 기대와는 다르게, 자신의 돈벌이에 권력과 지위를 이용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의원들도 있었습니다.

지난해 10월, 경남 함양군의회 행정사무감사장.

녹취)
“의석을 정돈해주시기 바랍니다.”

건설위원회 소속 서영재 의원이 난데없이 도로 포장 공사를 해달라고 요구합니다.

서영재/경남 함양군의원
“지금 우리 전부 마을 안길도 아스콘 포장으로 다해 달래요. 마을마다. (한숨) 그래서 전면 포장을 조금, 전면 포장 요구에 만족도를 좀 높여줬으면 좋겠다.”

지역 민원이라는 이 발언, 과연, 주민들을 위한 것이었을까요?
지난해 10월, 예산 천9백만 원이 투입돼 포장 공사가 진행된 함양의 한 농로.
그런데 이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따낸 건설업체. 알고 봤더니, 대표는 서영재 의원의 지인, 감사는 아내,
사내 이사는 형과 사윕니다. 사실상 가족 회사입니다.

○○건설업체 전 관계자
“농로 포장, 콘크리트 포장 이런 것들을 하고, 그런 작업하는 곳이죠. (대표가) 사모님 아니면 서영재 사장님이나 이렇게 알고 있는데….”

정지웅/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
“탈법적인 운영 방식이죠. 이런 유형이 굉장히 흔합니다. 가족 명의로 돌려놓고 의원 본인이 실질적으로 운영을 하는 거죠.”

심지어 서 의원 본인은 이 회사 사원으로 일한다며, 겸직신고서까지 제출했습니다.
그러고도 버젓이 군의회의 건설위원회에 들어갔습니다.
이해충돌이 우려됐지만, 함양군의회는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박용운/경남 함양군의회 의장
“제가 그걸 미처 몰라서 그걸 못 봤습니다. 제가 그때(상임위 배정) 당시에 경황이 없어서 미처 못 챙겼습니다.”

서 의원이 함양군의회 군의원 3선을 하는 동안, 서 의원의 가족 회사가 함양군에서 따낸 수의계약은 모두 66건, 금액은 10억 2천여 만 원입니다.

서영재/경남 함양군의원
"그런 것을 두고 많은 오해 소지도 있어서, 많은 논란도 있었고, 또 이제 그것에 대해서 사실 또 이해도 시켰고요."

‘이해 충돌’ 우려는 사실상 현실이었습니다.

김태규/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지방의회 의원들 같은 경우는 지방의, 쉬운 말로 유지라고 볼까요. 이해당사자들이 많기 때문에 참 공정하기가 쉽지 않은 환경에 있습니다.”

“잘못이 있으면 사후적이라도 시정하고, 또 필요하면 (공직에서) 물러설 수 있도록 하는 그런 제도적 장치들이 필요할 거고요.”

뉴스 녹취)
“경남 합천군 용주면에서 산불이 나 빠른 속도로 불길이 번지고 있습니다.”
“강한 바람까지 불고 있어,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지난 8일, 경남 합천.
산불로 축구장 2백 개가 넘는 면적이 탔습니다.
주민들은가슴을 졸여야만 했습니다.

손성근/경남 합천군 안계리 이장
“산 능선까지 불이 차올라 왔고, 순식간에 저희 마을 쪽으로 이미 불이 다 붙어가지고….”

하지만 지역 군의원들은 산불 발생 다음 날, 호주로 연수를 떠났습니다.

경남 합천군의회 관계자
“이미 3개월 전에 그 계획한 일정이라서 그걸 취소하기는 조금 곤란했습니다.”

2023년 지방 자치. 우리 시대의 부끄러운 민낯입니다.

취재기자: 이대완 윤경재 이형관
촬영기자: 박세준 이하우 김대현
외부촬영: 조선기 박민재
영상편집: 김대영
자료조사: 오석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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