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친구 살해한 12살·13살 소녀…‘처벌 면제’에 들끓는 독일 사회

입력 2023.03.1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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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살 소녀의 죽음 … 범인은 12살·13살 소녀들

지난 11일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 있는 프로이덴베르크라는 작은 마을에서 12살 소녀 '루이제'가 실종됐다. 친구를 만난 뒤 숲을 지나 집으로 가던 루이제는 당일 오후 5시 30분 마지막으로 목격됐다. 하지만 그 이후 행방을 알 수 없었다. 가족들의 신고로 경찰 수색이 시작됐고, 루이제는 다음 날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된 장소는 자전거 도로 근처. 집과 정반대 방향에 있는 곳이었다.

발견된 루이제에게선 흉기에 찔린 상처가 다수 확인됐다. 살인 사건 수사로 전환한 경찰은 루이제의 동급생을 포함해 주변인들을 대상으로 탐문에 나섰다. 그 과정에서 12살과 13살 소녀가 용의 선상에 올랐다. 두 소녀의 진술에서 다른 사람들과 모순되는 내용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경찰이 그들의 부모와 심리학자까지 참여시킨 가운데 조사를 진행했고, 두 소녀는 결국 범행 사실을 자백했다.

수사에 참여 중인 마리오 만바일러 검사는 "조사한 바에 따르면 두 용의자는 피해자와 평소 아는 사이"라고 밝혔다. 다만 "아이들의 범행 동기가 될 수 있는 것을 어른들을 이해가 안 될 수도 있다"며 범행 동기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이와 관련해 독일 매체인 '포커스'는 용의자들이 루이제와 말다툼을 벌인 뒤 보복 과정에서 범행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피해자 수색 현장피해자 수색 현장

■ 나이 때문에 형사처벌은 불가능 … 독일 형사미성년 기준은 '14세'

두 명의 살인 용의자들은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살인 사건 용의자들은 12살과 13살, 독일 기준 형사미성년자로 분류돼 형사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이다. 독일의 형사미성년 연령 기준은 14세로 한국과 동일하다. 두 소녀는 현재 청소년복지과로 인계됐다.

형사미성년 기준은 나라마다 다르다. 일본은 독일과 한국처럼 형사미성년 연령 기준을 14세 미만으로 삼고 있다. 반면 프랑스는 13세 미만, 영국은 10세 미만이다. 만약 이 사건이 프랑스에서 벌어졌다면 용의자 둘 중 한 명은 처벌되고, 영국이었다면 두 명 모두 형사처벌이 가능할 수 있었다.

살인 사건 관련 기자회견살인 사건 관련 기자회견

■ 충격 받은 독일 사회 … "형사미성년 기준 낮춰야"

독일 사회는 큰 충격을 받았다. 피해자에서 수많은 상처가 발견될 만큼 범행 수법이 잔혹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한 위르겐 쥐스 콜른렌츠시 경찰 부청장은 "40년 이상 근무했지만, 여전히 말문을 막히게 하는 사건이 있다"고 말했다.

독일 매체들도 이번 사건을 집중적으로 보도하며, 형사미성 기준과 청소년 범죄에 대한 분석 기사까지 쏟아내고 있다.

일부 독일 시민들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분노를 표출하며, 형사미성년 기준 하향을 강하게 요구했다.

형사 책임 연령을 12세 또는 10세로 낮춰야 합니다.
@Schi*****(트위터)

이 국가에서 살인자를 보호하는 것이 참 아름답습니다. 기자회견에 의하면 프로이덴베르크의 작은 소녀 루이제는 고통받았습니다. 그러면 12살, 13살의 살인자들이 받는 건 무엇인가요? 그 나이에 이 정도로 망가진 삶이면 평생을 옥살이 해야합니다.
@v_harz*****(트위터)

#루이제 #살인 #독일을 뒤흔들다. 형사 미성년자는 기소되지 않습니다. #AfD가 수년 동안 요구해온 형사 책임 연령을 14세에서 12세로 낮추는 것은 불가피합니다!
@M_HarderKuehnel(트위터/독일 AfD 의원)

하지만 이러한 분노 속에서도 냉정을 유지해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아이들로 인해 비극이 벌어지긴 하지만 그 비극의 책임을 오롯이 아이들에게만 묻는 방향으로 가면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이번 기회에 청소년 범죄 예방 시스템을 재점검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같은 논쟁은 한국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한국 법무부는 지난해 12월 형사미성년자 상한 연령을 현행 '만 14세 미만'에서 '만 13세 미만'으로 바꾸는 내용의 소년법·형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이다. 형사미성년 기준 하향 여론이 거세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적극적인 사회적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낮추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잔혹해져 가는 아이들의 범죄를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어른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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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친구 살해한 12살·13살 소녀…‘처벌 면제’에 들끓는 독일 사회
    • 입력 2023-03-16 11:00:13
    특파원 리포트

■ 12살 소녀의 죽음 … 범인은 12살·13살 소녀들

지난 11일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 있는 프로이덴베르크라는 작은 마을에서 12살 소녀 '루이제'가 실종됐다. 친구를 만난 뒤 숲을 지나 집으로 가던 루이제는 당일 오후 5시 30분 마지막으로 목격됐다. 하지만 그 이후 행방을 알 수 없었다. 가족들의 신고로 경찰 수색이 시작됐고, 루이제는 다음 날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된 장소는 자전거 도로 근처. 집과 정반대 방향에 있는 곳이었다.

발견된 루이제에게선 흉기에 찔린 상처가 다수 확인됐다. 살인 사건 수사로 전환한 경찰은 루이제의 동급생을 포함해 주변인들을 대상으로 탐문에 나섰다. 그 과정에서 12살과 13살 소녀가 용의 선상에 올랐다. 두 소녀의 진술에서 다른 사람들과 모순되는 내용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경찰이 그들의 부모와 심리학자까지 참여시킨 가운데 조사를 진행했고, 두 소녀는 결국 범행 사실을 자백했다.

수사에 참여 중인 마리오 만바일러 검사는 "조사한 바에 따르면 두 용의자는 피해자와 평소 아는 사이"라고 밝혔다. 다만 "아이들의 범행 동기가 될 수 있는 것을 어른들을 이해가 안 될 수도 있다"며 범행 동기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이와 관련해 독일 매체인 '포커스'는 용의자들이 루이제와 말다툼을 벌인 뒤 보복 과정에서 범행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피해자 수색 현장
■ 나이 때문에 형사처벌은 불가능 … 독일 형사미성년 기준은 '14세'

두 명의 살인 용의자들은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살인 사건 용의자들은 12살과 13살, 독일 기준 형사미성년자로 분류돼 형사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이다. 독일의 형사미성년 연령 기준은 14세로 한국과 동일하다. 두 소녀는 현재 청소년복지과로 인계됐다.

형사미성년 기준은 나라마다 다르다. 일본은 독일과 한국처럼 형사미성년 연령 기준을 14세 미만으로 삼고 있다. 반면 프랑스는 13세 미만, 영국은 10세 미만이다. 만약 이 사건이 프랑스에서 벌어졌다면 용의자 둘 중 한 명은 처벌되고, 영국이었다면 두 명 모두 형사처벌이 가능할 수 있었다.

살인 사건 관련 기자회견
■ 충격 받은 독일 사회 … "형사미성년 기준 낮춰야"

독일 사회는 큰 충격을 받았다. 피해자에서 수많은 상처가 발견될 만큼 범행 수법이 잔혹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한 위르겐 쥐스 콜른렌츠시 경찰 부청장은 "40년 이상 근무했지만, 여전히 말문을 막히게 하는 사건이 있다"고 말했다.

독일 매체들도 이번 사건을 집중적으로 보도하며, 형사미성 기준과 청소년 범죄에 대한 분석 기사까지 쏟아내고 있다.

일부 독일 시민들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분노를 표출하며, 형사미성년 기준 하향을 강하게 요구했다.

형사 책임 연령을 12세 또는 10세로 낮춰야 합니다.
@Schi*****(트위터)

이 국가에서 살인자를 보호하는 것이 참 아름답습니다. 기자회견에 의하면 프로이덴베르크의 작은 소녀 루이제는 고통받았습니다. 그러면 12살, 13살의 살인자들이 받는 건 무엇인가요? 그 나이에 이 정도로 망가진 삶이면 평생을 옥살이 해야합니다.
@v_harz*****(트위터)

#루이제 #살인 #독일을 뒤흔들다. 형사 미성년자는 기소되지 않습니다. #AfD가 수년 동안 요구해온 형사 책임 연령을 14세에서 12세로 낮추는 것은 불가피합니다!
@M_HarderKuehnel(트위터/독일 AfD 의원)

하지만 이러한 분노 속에서도 냉정을 유지해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아이들로 인해 비극이 벌어지긴 하지만 그 비극의 책임을 오롯이 아이들에게만 묻는 방향으로 가면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이번 기회에 청소년 범죄 예방 시스템을 재점검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같은 논쟁은 한국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한국 법무부는 지난해 12월 형사미성년자 상한 연령을 현행 '만 14세 미만'에서 '만 13세 미만'으로 바꾸는 내용의 소년법·형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이다. 형사미성년 기준 하향 여론이 거세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적극적인 사회적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낮추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잔혹해져 가는 아이들의 범죄를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어른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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