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의 세 번째 해명…그래도 남는 의문은?

입력 2023.03.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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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께서는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입법 예고된 정부안에서 적절한 상한 캡을 씌우지 않은 것에 대해 유감으로 여기고 보완을 지시하셨습니다." -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16일) '주 최대 69시간'으로 논란이 된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해 보완지시를 내렸습니다.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이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통해 직접 발표했습니다. 대통령실이 사흘 연속 '근로시간 개편안 재검토' 방침을 밝힌 겁니다.

이번 개편안이 발표된 건 지난 6일입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대한민국의 위상에 걸맞게 근로시간에 대한 노사의 시간 주권을 돌려주는 역사적인 진일보"라고 평가했습니다.

"근로시간 제도 개편은 낡고 불합리한 제도 관행을 개선하는 노동개혁의 핵심 과제입니다. 70년간 유지되어 온 낡은 틀을 깨고 새로운 근로시간 패러다임을 구축하겠습니다."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지난 6일

주무 부처 장관의 장밋빛 전망이 나온 지 정확히 열흘 만에 대통령이 보완지시를 내린 겁니다.

곧바로 대통령실과 여당, 주무 부처가 정책 조율을 제대로 하지 못하며, ‘졸속 행정’,'정책 엇박자'라는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 "주 69시간은 과도하다"…고용부로 날아간 화살

이런 비판은 어제 대통령실의 보완지시 브리핑 직후 기자들의 입에서도 나왔습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구체적인 답을 하지 않은 채 " 그동안 나온 여러 목소리를 정부가 세밀하게 살펴 현장에 더 잘 맞는 법안으로 바꾸겠다는 취지"라고 말을 아꼈습니다.

대통령실의 연이은 해명 전에도 비판 여론이 이어지는 등 상황이 악화 되자 결국 여당이 총대를 멨습니다.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주무 부처인 고용부에 책임을 돌렸습니다.

"주 69시간은 과도한 시간으로 보여지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가는 건 무리라고 생각한다. (노동부 장관이)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좀 매끄럽지 못했다. 자칫 오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설명이 되는 바람에 혼선을 빚은 것에 대해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15일)

하지만, ‘주 69시간’이라는 구체적인 수치는 갑자기 나온 게 아닙니다.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나오기 시작한 내용입니다.

정부 노동정책의 미래를 그린 '미래노동시장 연구회'는 지난해 12월, '근로시간 개편 최종 권고안'을 발표하면서 빈번하지는 않겠지만 '주 69시간' 근무가 가능해진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일주일 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특정 주의 경우 69시간 근무가 가능하다"면서 아예 구체적인 입법 계획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특정 주에 69시간 하면 나머지 주에는 그만큼 연장근로가 줄어든다... 고용부 업무보고인 1월 5일쯤 노동시장 개혁 관련 정부 입장을 정리해 낼 것이다. 이어 2월까지 이에 대한 논의를 마무리하고, 3월 초에는 정부 입법안을 낼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정기국회에 입법안을 제출할 수 있을 것이다.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지난해 12월 20일, 중앙일보 인터뷰 中

무엇보다 '미래노동시장 연구회'의 최종 권고안 발표 하루 뒤 윤 대통령 발언을 보면 윤석열 대통령 역시 정부의 이런 정책 방향을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제 '미래노동시장 연구회'에서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권고안을 제안했습니다. 근로시간 제도의 유연성과 탄력성을 높이고 임금체계를 직무성과 중심으로 개편하는 한편,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적용 문제 등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권고내용을 토대로 조속히 정부의 입장을 정리하고, 우리 사회의 노동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흔들림 없이 개혁을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 윤석열 대통령, 지난해 12월 13일 국무회의 中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대통령실과 여당이 이제서야 "주 69시간은 과도하다" "설명이 잘못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딘지 앞뒤가 맞지 않아 보입니다.

■ 반복되는 '엇박자'…개혁 추진 동력 축소되나?

대통령실과 고용부의 '노동시간 개편' 추진을 둘러싼 엇박자는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해 6월, 고용노동부가 ‘주 52시간 제 유연화’ 등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을 발표한 지 하루 만에 윤석열 대통령이 출근길 문답에서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고 밝힌 겁니다.

대통령실은 "최종안이 아니라는 의미"라고 해명하면서 대통령의 발언이 노동시장 개혁추진 방향을 전면 부정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지만, 대통령의 발언으로 대통령실과 부처 간 혼선을 키웠다는 비판은 당시에도 피하기 어려웠습니다.

■ 민주당 "대통령 말 한마디에 우왕좌왕...피해는 국민의 몫"

노동 개혁을 놓고 혼선이 이어지자 야당은 지난해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추진' 정책까지 소환하며 비판의 고삐를 바짝 당겼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충분한 공론화 없이 만5세 초등학교 입학을 추진했다가 국민 반발에 부딪쳐 철회한 것도 모자라 부총리까지 사퇴한 것을 잊었나. 대통령은 언제나 말로만 때우기 바쁘고 정부와 여당은 대통령 말 한마디에 우왕좌왕하니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 되고 있다" -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지난 15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당시에도 교육부는 정책 발표 뒤 강한 반발에 부딪히자 뒤늦게 학부모 의견 수렴에 나섰지만, 정책은 결국 폐기됐고, 박순애 당시 교육부 장관의 사퇴로 사태는 일단락됐습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개혁을 교육·연금 개혁과 함께 국정의 핵심 3대 개혁과제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그렇다면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참모들, 그리고 고용노동부가 '노동시간 개편안' 필요성에 대해 많은 관심을 쏟아 왔다는 사실을 쉽게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잘 알지 못했다", "유감이다"는 해명이 잘 와닿지 않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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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통령실의 세 번째 해명…그래도 남는 의문은?
    • 입력 2023-03-17 08:00:30
    취재K


"대통령께서는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입법 예고된 정부안에서 적절한 상한 캡을 씌우지 않은 것에 대해 유감으로 여기고 보완을 지시하셨습니다." -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16일) '주 최대 69시간'으로 논란이 된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해 보완지시를 내렸습니다.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이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통해 직접 발표했습니다. 대통령실이 사흘 연속 '근로시간 개편안 재검토' 방침을 밝힌 겁니다.

이번 개편안이 발표된 건 지난 6일입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대한민국의 위상에 걸맞게 근로시간에 대한 노사의 시간 주권을 돌려주는 역사적인 진일보"라고 평가했습니다.

"근로시간 제도 개편은 낡고 불합리한 제도 관행을 개선하는 노동개혁의 핵심 과제입니다. 70년간 유지되어 온 낡은 틀을 깨고 새로운 근로시간 패러다임을 구축하겠습니다."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지난 6일

주무 부처 장관의 장밋빛 전망이 나온 지 정확히 열흘 만에 대통령이 보완지시를 내린 겁니다.

곧바로 대통령실과 여당, 주무 부처가 정책 조율을 제대로 하지 못하며, ‘졸속 행정’,'정책 엇박자'라는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 "주 69시간은 과도하다"…고용부로 날아간 화살

이런 비판은 어제 대통령실의 보완지시 브리핑 직후 기자들의 입에서도 나왔습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구체적인 답을 하지 않은 채 " 그동안 나온 여러 목소리를 정부가 세밀하게 살펴 현장에 더 잘 맞는 법안으로 바꾸겠다는 취지"라고 말을 아꼈습니다.

대통령실의 연이은 해명 전에도 비판 여론이 이어지는 등 상황이 악화 되자 결국 여당이 총대를 멨습니다.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주무 부처인 고용부에 책임을 돌렸습니다.

"주 69시간은 과도한 시간으로 보여지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가는 건 무리라고 생각한다. (노동부 장관이)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좀 매끄럽지 못했다. 자칫 오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설명이 되는 바람에 혼선을 빚은 것에 대해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15일)

하지만, ‘주 69시간’이라는 구체적인 수치는 갑자기 나온 게 아닙니다.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나오기 시작한 내용입니다.

정부 노동정책의 미래를 그린 '미래노동시장 연구회'는 지난해 12월, '근로시간 개편 최종 권고안'을 발표하면서 빈번하지는 않겠지만 '주 69시간' 근무가 가능해진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일주일 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특정 주의 경우 69시간 근무가 가능하다"면서 아예 구체적인 입법 계획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특정 주에 69시간 하면 나머지 주에는 그만큼 연장근로가 줄어든다... 고용부 업무보고인 1월 5일쯤 노동시장 개혁 관련 정부 입장을 정리해 낼 것이다. 이어 2월까지 이에 대한 논의를 마무리하고, 3월 초에는 정부 입법안을 낼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정기국회에 입법안을 제출할 수 있을 것이다.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지난해 12월 20일, 중앙일보 인터뷰 中

무엇보다 '미래노동시장 연구회'의 최종 권고안 발표 하루 뒤 윤 대통령 발언을 보면 윤석열 대통령 역시 정부의 이런 정책 방향을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제 '미래노동시장 연구회'에서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권고안을 제안했습니다. 근로시간 제도의 유연성과 탄력성을 높이고 임금체계를 직무성과 중심으로 개편하는 한편,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적용 문제 등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권고내용을 토대로 조속히 정부의 입장을 정리하고, 우리 사회의 노동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흔들림 없이 개혁을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 윤석열 대통령, 지난해 12월 13일 국무회의 中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대통령실과 여당이 이제서야 "주 69시간은 과도하다" "설명이 잘못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딘지 앞뒤가 맞지 않아 보입니다.

■ 반복되는 '엇박자'…개혁 추진 동력 축소되나?

대통령실과 고용부의 '노동시간 개편' 추진을 둘러싼 엇박자는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해 6월, 고용노동부가 ‘주 52시간 제 유연화’ 등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을 발표한 지 하루 만에 윤석열 대통령이 출근길 문답에서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고 밝힌 겁니다.

대통령실은 "최종안이 아니라는 의미"라고 해명하면서 대통령의 발언이 노동시장 개혁추진 방향을 전면 부정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지만, 대통령의 발언으로 대통령실과 부처 간 혼선을 키웠다는 비판은 당시에도 피하기 어려웠습니다.

■ 민주당 "대통령 말 한마디에 우왕좌왕...피해는 국민의 몫"

노동 개혁을 놓고 혼선이 이어지자 야당은 지난해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추진' 정책까지 소환하며 비판의 고삐를 바짝 당겼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충분한 공론화 없이 만5세 초등학교 입학을 추진했다가 국민 반발에 부딪쳐 철회한 것도 모자라 부총리까지 사퇴한 것을 잊었나. 대통령은 언제나 말로만 때우기 바쁘고 정부와 여당은 대통령 말 한마디에 우왕좌왕하니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 되고 있다" -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지난 15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당시에도 교육부는 정책 발표 뒤 강한 반발에 부딪히자 뒤늦게 학부모 의견 수렴에 나섰지만, 정책은 결국 폐기됐고, 박순애 당시 교육부 장관의 사퇴로 사태는 일단락됐습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개혁을 교육·연금 개혁과 함께 국정의 핵심 3대 개혁과제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그렇다면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참모들, 그리고 고용노동부가 '노동시간 개편안' 필요성에 대해 많은 관심을 쏟아 왔다는 사실을 쉽게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잘 알지 못했다", "유감이다"는 해명이 잘 와닿지 않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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