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첩장 논란’ 장흥군수…“축의금 안받겠다” 사과

입력 2023.03.17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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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의 결혼식을 앞두고 자신의 은행 계좌번호가 적힌 청첩장을 무더기로 배포한 김성 전남 장흥군수. 김 군수는 KBS 보도가 나간 뒤로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김 군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 최대한 추려서 1,300명..."무작위 발송은 아니다"라며 선 긋기

보통 종이 청첩장에는 신랑·신부나 양가 혼주의 은행 계좌번호가 함께 적혀있습니다. 결혼식에 불참하는 하객들을 위해서인데요. 이번에 논란이 된 청첩장에는 김 군수 은행 계좌 번호만 적혀 있습니다. 김 군수는 청첩장 350장을 만들어 지인들에게 돌렸습니다.

종이 청첩장에 나온 김성 전남 장흥군수의 은행 계좌번호종이 청첩장에 나온 김성 전남 장흥군수의 은행 계좌번호

'모바일 청첩장'을 받은 사람은 더 많습니다. 모바일 청첩장에는 김 군수의 계좌번호뿐만 아니라 양가 혼주, 신랑·신부의 계좌도 함께 나와 있습니다.

김 군수는 모바일 청첩장을 1,300명에게 카카오톡으로 보냈습니다. 청첩장은 장흥군의 전·현직 이장들과 사회단체장은 물론이고,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상대 후보 캠프 관계자들에게까지 전달됐습니다.

일부는 종이 청첩장과 모바일 청첩장을 동시에 받기도 했습니다.

취재진은 "청첩장을 너무 많이 보낸 게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김 군수는 "휴대전화에 9천 명이 정도가 저장돼 있고 이 가운데 1,300명만 추려서 보낸 것이다"라고 답했습니다.

김 군수는 취재진에게 직접 본인의 휴대전화를 보여주면서 "강원도 태백시장처럼 모친상 부고를 무작위로 시민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발송하지 않았다"라며 "카카오톡으로 본인이 직접 한 명씩 모바일 청첩장을 보냈다"라고 말했습니다.

김성 전남 장흥군수김성 전남 장흥군수

또 김 군수는 "초등학교부터 대학원까지 다녔고 정치 활동을 오래 했기 때문에 아는 사람이 많다"라며 "주변에서 자녀가 결혼하면 꼭 연락을 달라고 해서 청첩장을 보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 경제도 어려운데...호텔 결혼식 축의금 내라고?

군민들의 반응은 싸늘합니다. 한 군민은 "지역 경제가 매우 어려운데 호텔 결혼식을 알리는 게 말이 되냐"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다른 군민은 "목민관이 아닌 군민에게 부담을 주는 군수"라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축의금 장사가 아니냐"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결혼식은 서울에서 열리는데 장흥에서는 5시간이 넘게 걸립니다. 오전 11시 30분에 시작하기 때문에 참석하려면 전날이나 당일 새벽에 일찍 출발해야 합니다.

한 장흥군민은 "애초에 가기도 어려운 결혼식인데 청첩장에 본인 계좌번호만 남긴 의도가 의심된다"고 말했습니다.

■ 빗발치는 여론에 사과문..."심려 끼쳐 송구, 축의금 안 받겠다."

논란이 커지자 김 군수는 어제(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결혼식 청첩장 발송과 관련해 장흥군민들에게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다"는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김성 전남 장흥군수 페이스북 갈무리김성 전남 장흥군수 페이스북 갈무리

김 군수는 "친척과 가까운 친구, 사회단체장만을 중심으로 범위를 최소화해 알렸지만 신중하지 못한 행동이었다"며 "장흥군민들은 결혼식에 부담 갖지 말고 축의금도 절대 하지 말아 달라"고 밝혔습니다.

또 김 군수는 “받아들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사실을 가벼이 생각했다”라며 "앞으로 더욱 엄격한 잣대로 행동하고 처신하겠다”라고 덧붙였습니다.

■ 경조사비를 제한하는 관련법은 국회에서 계류 중

김 군수처럼 선출직 공직자가 축의금을 받는 것은 불법은 아닙니다. 청탁금지법에 따라 경조사비는 5만 원까지만 받을 수 있습니다.

대신 대가성 축의금이 오갈 수 있기 때문에 공무원 행동강령에는 "직무관련자나 직무 관련 공무원에게 경조사를 알려선 안 된다"는 조항이 마련돼 있습니다.


하지만 선거 자금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는데요. 이 때문에 지난해 국회에서는 선출직 공무원에 한해 경조사비를 받지 못하게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발의됐습니다.

하지만 국회 상임위 검토 과정에서 경조사비를 낸 사람과의 관계 파악이 어렵고, 단속도 쉽지 않다는 문제가 제기되면서 아직 계류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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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첩장 논란’ 장흥군수…“축의금 안받겠다” 사과
    • 입력 2023-03-17 10:14:06
    취재K

장남의 결혼식을 앞두고 자신의 은행 계좌번호가 적힌 청첩장을 무더기로 배포한 김성 전남 장흥군수. 김 군수는 KBS 보도가 나간 뒤로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김 군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 최대한 추려서 1,300명..."무작위 발송은 아니다"라며 선 긋기

보통 종이 청첩장에는 신랑·신부나 양가 혼주의 은행 계좌번호가 함께 적혀있습니다. 결혼식에 불참하는 하객들을 위해서인데요. 이번에 논란이 된 청첩장에는 김 군수 은행 계좌 번호만 적혀 있습니다. 김 군수는 청첩장 350장을 만들어 지인들에게 돌렸습니다.

종이 청첩장에 나온 김성 전남 장흥군수의 은행 계좌번호
'모바일 청첩장'을 받은 사람은 더 많습니다. 모바일 청첩장에는 김 군수의 계좌번호뿐만 아니라 양가 혼주, 신랑·신부의 계좌도 함께 나와 있습니다.

김 군수는 모바일 청첩장을 1,300명에게 카카오톡으로 보냈습니다. 청첩장은 장흥군의 전·현직 이장들과 사회단체장은 물론이고,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상대 후보 캠프 관계자들에게까지 전달됐습니다.

일부는 종이 청첩장과 모바일 청첩장을 동시에 받기도 했습니다.

취재진은 "청첩장을 너무 많이 보낸 게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김 군수는 "휴대전화에 9천 명이 정도가 저장돼 있고 이 가운데 1,300명만 추려서 보낸 것이다"라고 답했습니다.

김 군수는 취재진에게 직접 본인의 휴대전화를 보여주면서 "강원도 태백시장처럼 모친상 부고를 무작위로 시민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발송하지 않았다"라며 "카카오톡으로 본인이 직접 한 명씩 모바일 청첩장을 보냈다"라고 말했습니다.

김성 전남 장흥군수
또 김 군수는 "초등학교부터 대학원까지 다녔고 정치 활동을 오래 했기 때문에 아는 사람이 많다"라며 "주변에서 자녀가 결혼하면 꼭 연락을 달라고 해서 청첩장을 보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 경제도 어려운데...호텔 결혼식 축의금 내라고?

군민들의 반응은 싸늘합니다. 한 군민은 "지역 경제가 매우 어려운데 호텔 결혼식을 알리는 게 말이 되냐"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다른 군민은 "목민관이 아닌 군민에게 부담을 주는 군수"라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축의금 장사가 아니냐"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결혼식은 서울에서 열리는데 장흥에서는 5시간이 넘게 걸립니다. 오전 11시 30분에 시작하기 때문에 참석하려면 전날이나 당일 새벽에 일찍 출발해야 합니다.

한 장흥군민은 "애초에 가기도 어려운 결혼식인데 청첩장에 본인 계좌번호만 남긴 의도가 의심된다"고 말했습니다.

■ 빗발치는 여론에 사과문..."심려 끼쳐 송구, 축의금 안 받겠다."

논란이 커지자 김 군수는 어제(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결혼식 청첩장 발송과 관련해 장흥군민들에게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다"는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김성 전남 장흥군수 페이스북 갈무리
김 군수는 "친척과 가까운 친구, 사회단체장만을 중심으로 범위를 최소화해 알렸지만 신중하지 못한 행동이었다"며 "장흥군민들은 결혼식에 부담 갖지 말고 축의금도 절대 하지 말아 달라"고 밝혔습니다.

또 김 군수는 “받아들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사실을 가벼이 생각했다”라며 "앞으로 더욱 엄격한 잣대로 행동하고 처신하겠다”라고 덧붙였습니다.

■ 경조사비를 제한하는 관련법은 국회에서 계류 중

김 군수처럼 선출직 공직자가 축의금을 받는 것은 불법은 아닙니다. 청탁금지법에 따라 경조사비는 5만 원까지만 받을 수 있습니다.

대신 대가성 축의금이 오갈 수 있기 때문에 공무원 행동강령에는 "직무관련자나 직무 관련 공무원에게 경조사를 알려선 안 된다"는 조항이 마련돼 있습니다.


하지만 선거 자금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는데요. 이 때문에 지난해 국회에서는 선출직 공무원에 한해 경조사비를 받지 못하게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발의됐습니다.

하지만 국회 상임위 검토 과정에서 경조사비를 낸 사람과의 관계 파악이 어렵고, 단속도 쉽지 않다는 문제가 제기되면서 아직 계류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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