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 시비 붙은 ‘서울링’…23년 전 ‘천년의 문’과 뭐가 다를까?

입력 2023.03.17 (17:0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서울시가 지난 8일 서울 마포구 하늘공원에 180m 규모의 대관람차 '서울링'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오세훈 시장이 추진하는 '한강 르네상스 2.0' 사업의 일환으로 서울의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계획을 발표하고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표절 시비가 불거졌습니다.

■ "'천년의 문'과 너무 유사…명백한 저작권 위반"

사단법인 새건축사협의회는 15일 <서울시의 '서울링' 건립계획에 대한 우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서울링 건립 계획에 두 가지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

하나는 저작권 문제로 서울시가 제시한 '서울링' 계획안은 지난 2000년 당시 문화관광부가 설계공모를 추진하고 건축사사무소 오퍼스가 당선돼 실시설계까지 완료한 '천년의 문'과 너무나 유사하다는 겁니다.

새건축사협의회는 "'서울링'과 '천년의 문'은 개념과 형태, 명칭, 심지어 건립 위치까지 비슷한데 서울시 발표에는 '천년의 문' 디자인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면서 "이는 명백히 저작권을 무시하는 부도덕한 행위이며 이대로 건립이 된다면 표절 혐의를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디자인을 강조하는 서울시에서 이렇게 저작권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도 없이 중요한 사업을 진행하는 것에 깊은 실망과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새건축사협의회가 지적한 두 번째 문제는 '서울의 관문'으로서의 적합성입니다.

협의회는 "'천년의 문' 건립이 무산되고 지난 20여 년간 원형 고리 형태의 대형 상징물은 영국 런던, 일본 도쿄, 중국 푸순 등 많은 도시에서 이미 세워졌다"면서 "그다지 새롭지 않은 디자인을 통해 서울의 관문이자 친환경 정책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로 거듭나게 할 계획이라는 주장은 얼마나 공허한가"라고 지적했습니다.

‘서울링’(왼쪽)과 ‘천년의 문’(오른쪽)  -서울시, 경희대 이은석 교수 제공‘서울링’(왼쪽)과 ‘천년의 문’(오른쪽) -서울시, 경희대 이은석 교수 제공

■ 20여 년 전 기획했다가 백지화된 '천년의 문'

'서울링'으로 재조명된 '천년의 문'의 설계 역사는 훨씬 오래됐습니다.

24년 전인 1999년 당시 새천년준비위원회 위원장이었던 고 이어령 교수와 신현웅 웅진재단 이사장이 국가 상징물 프로젝트로 기획, 주관해 그해 10월에 설계 공모를 냈습니다.

이 설계 공모에 백남준 작가와 유명 건축가들의 작품 등 36편이 접수됐는데 심사위원들은 젊은 건축가였던 이은석, 우대성의 공동작품 '서울의 고리'를 만장일치로 선정했습니다.

당선된 이 안은 실제 건축물을 짓기 위한 상세 설계인 실시설계까지 진행됐지만 예산 등의 이유로 백지화된 겁니다.

당시 김한길 문화관광부 장관은 "재원 조달 가능성과 현재 경제 여건, 공기, 그리고 국민여론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끝에 천년의 문 건립을 더 이상 추진하지 않기로 결론지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새천년위원회가 2000년 12월에 밝힌 '천년의 문' 디자인은 서울링과 거의 비슷했습니다.

규모는 천년의 문은 200m로 서울링 180m보다 더 크지만, 바큇살이 없는 원형 고리 형태라는 점과 내부에 곤돌라를 운영하는 점 등이 닮았습니다.

설립 위치가 난지도 쓰레기 매립지(하늘공원과 평화의 공원)라는 점도 비슷합니다.

'천년의 문' 사업은 2001년 3월에 착공해 2003년에 완공할 예정이었지만 사업이 중단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고 이후 설계비 미지급 문제로 소송이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천년의 문' 설계공모 공동 당선자였던 경희대 이은석 교수는 저작권 침해 문제와 관련 KBS와의 통화에서 "서울시와 오세훈 시장은 디자인이나 저작권 문제에 대해 훨씬 더 민감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저작권 문제가 해결만 된다면 서울시에 '천년의 문'에 대한 노하우를 제공해 어떻게든 돕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4일, 영국 런던에서 ‘런던아이’ 탑승 뒤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 (서울시 제공)오세훈 서울시장이 14일, 영국 런던에서 ‘런던아이’ 탑승 뒤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 (서울시 제공)

■ 서울시 "'서울링' 디자인은 '예시도'…저작권 침해 아냐"

이렇게 표절 시비가 붙자 서울시는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해명에 나섰습니다.

서울시는 '서울링이 20년 전 기획된 천년의 문 디자인에 대한 표절 혐의가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서울시는 "법률자문 결과, 서울링 디자인은 구체적 설계안 도출을 위한 방향성 제시 차원의 예시도이고, 대관람차의 기본 형태는 원형으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공공의 영역이며, 기능적으로도 천년의 문(관망탑, 전망대)과 서울링(대관람차)은 다른 구조물로 저작권 침해가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서울시는 "천년의 문 디자인을 존중하며, 향후 민간투자사업 설계 과정에서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경우 적정 조치할 예정"이라고도 전했습니다.

현재 유럽 출장 중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4일엔 영국 런던에서 '서울링'의 롤모델이자 런던의 랜드마크인 '런던아이' 대관람차에 직접 탑승하기도 했습니다.

오 시장은 탑승 뒤 취재진에게 "역학적, 기술적으로 안정되게 구현될 수 있을지 상당히 걱정을 많이 했는데 설명을 듣고 좀 더 확신을 갖게 됐다"며 서울링 계획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표절 시비 붙은 ‘서울링’…23년 전 ‘천년의 문’과 뭐가 다를까?
    • 입력 2023-03-17 17:08:44
    취재K

서울시가 지난 8일 서울 마포구 하늘공원에 180m 규모의 대관람차 '서울링'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오세훈 시장이 추진하는 '한강 르네상스 2.0' 사업의 일환으로 서울의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계획을 발표하고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표절 시비가 불거졌습니다.

■ "'천년의 문'과 너무 유사…명백한 저작권 위반"

사단법인 새건축사협의회는 15일 <서울시의 '서울링' 건립계획에 대한 우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서울링 건립 계획에 두 가지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

하나는 저작권 문제로 서울시가 제시한 '서울링' 계획안은 지난 2000년 당시 문화관광부가 설계공모를 추진하고 건축사사무소 오퍼스가 당선돼 실시설계까지 완료한 '천년의 문'과 너무나 유사하다는 겁니다.

새건축사협의회는 "'서울링'과 '천년의 문'은 개념과 형태, 명칭, 심지어 건립 위치까지 비슷한데 서울시 발표에는 '천년의 문' 디자인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면서 "이는 명백히 저작권을 무시하는 부도덕한 행위이며 이대로 건립이 된다면 표절 혐의를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디자인을 강조하는 서울시에서 이렇게 저작권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도 없이 중요한 사업을 진행하는 것에 깊은 실망과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새건축사협의회가 지적한 두 번째 문제는 '서울의 관문'으로서의 적합성입니다.

협의회는 "'천년의 문' 건립이 무산되고 지난 20여 년간 원형 고리 형태의 대형 상징물은 영국 런던, 일본 도쿄, 중국 푸순 등 많은 도시에서 이미 세워졌다"면서 "그다지 새롭지 않은 디자인을 통해 서울의 관문이자 친환경 정책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로 거듭나게 할 계획이라는 주장은 얼마나 공허한가"라고 지적했습니다.

‘서울링’(왼쪽)과 ‘천년의 문’(오른쪽)  -서울시, 경희대 이은석 교수 제공
■ 20여 년 전 기획했다가 백지화된 '천년의 문'

'서울링'으로 재조명된 '천년의 문'의 설계 역사는 훨씬 오래됐습니다.

24년 전인 1999년 당시 새천년준비위원회 위원장이었던 고 이어령 교수와 신현웅 웅진재단 이사장이 국가 상징물 프로젝트로 기획, 주관해 그해 10월에 설계 공모를 냈습니다.

이 설계 공모에 백남준 작가와 유명 건축가들의 작품 등 36편이 접수됐는데 심사위원들은 젊은 건축가였던 이은석, 우대성의 공동작품 '서울의 고리'를 만장일치로 선정했습니다.

당선된 이 안은 실제 건축물을 짓기 위한 상세 설계인 실시설계까지 진행됐지만 예산 등의 이유로 백지화된 겁니다.

당시 김한길 문화관광부 장관은 "재원 조달 가능성과 현재 경제 여건, 공기, 그리고 국민여론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끝에 천년의 문 건립을 더 이상 추진하지 않기로 결론지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새천년위원회가 2000년 12월에 밝힌 '천년의 문' 디자인은 서울링과 거의 비슷했습니다.

규모는 천년의 문은 200m로 서울링 180m보다 더 크지만, 바큇살이 없는 원형 고리 형태라는 점과 내부에 곤돌라를 운영하는 점 등이 닮았습니다.

설립 위치가 난지도 쓰레기 매립지(하늘공원과 평화의 공원)라는 점도 비슷합니다.

'천년의 문' 사업은 2001년 3월에 착공해 2003년에 완공할 예정이었지만 사업이 중단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고 이후 설계비 미지급 문제로 소송이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천년의 문' 설계공모 공동 당선자였던 경희대 이은석 교수는 저작권 침해 문제와 관련 KBS와의 통화에서 "서울시와 오세훈 시장은 디자인이나 저작권 문제에 대해 훨씬 더 민감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저작권 문제가 해결만 된다면 서울시에 '천년의 문'에 대한 노하우를 제공해 어떻게든 돕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4일, 영국 런던에서 ‘런던아이’ 탑승 뒤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 (서울시 제공)
■ 서울시 "'서울링' 디자인은 '예시도'…저작권 침해 아냐"

이렇게 표절 시비가 붙자 서울시는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해명에 나섰습니다.

서울시는 '서울링이 20년 전 기획된 천년의 문 디자인에 대한 표절 혐의가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서울시는 "법률자문 결과, 서울링 디자인은 구체적 설계안 도출을 위한 방향성 제시 차원의 예시도이고, 대관람차의 기본 형태는 원형으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공공의 영역이며, 기능적으로도 천년의 문(관망탑, 전망대)과 서울링(대관람차)은 다른 구조물로 저작권 침해가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서울시는 "천년의 문 디자인을 존중하며, 향후 민간투자사업 설계 과정에서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경우 적정 조치할 예정"이라고도 전했습니다.

현재 유럽 출장 중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4일엔 영국 런던에서 '서울링'의 롤모델이자 런던의 랜드마크인 '런던아이' 대관람차에 직접 탑승하기도 했습니다.

오 시장은 탑승 뒤 취재진에게 "역학적, 기술적으로 안정되게 구현될 수 있을지 상당히 걱정을 많이 했는데 설명을 듣고 좀 더 확신을 갖게 됐다"며 서울링 계획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