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노무현을 죽였나”…이인규 회고록 출간 논란

입력 2023.03.18 (06:31) 수정 2023.03.18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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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했던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이 '수사 회고록'을 출간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누가 노무현을 죽였나"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에서 그는, 노 전 대통령이 뇌물을 받은 건 사실이라며 수사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는데, 법정에서 판단을 거치지 않은 혐의 사실을 기정사실화하는 게 부적절하단 지적도 나옵니다.

이화진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퇴임 1년여 만에 검찰에 소환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박연차 당시 태광실업 회장에게 600만 달러가 넘는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였습니다.

[노무현/전 대통령/2009년 4월 30일 : "(왜 국민들께 면목 없다고 하셨어요?) 면목 없는 일이죠..."]

'명품 시계'를 받았다는 보도까지 이어졌습니다.

[KBS : "2억 원 상당의 명품 시계를 선물한 것으로."]

[SBS : "명품 시계 두 개를 논두렁에 버렸다고."]

얼마 가지 않아 노 전 대통령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수사 책임자였던 이인규 대검 중수부장은 검찰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14년이 흐른 뒤 이 전 부장이 당시 수사 상황을 상세히 기술한 회고록을 출간했습니다.

책에는, "박연차 회장이 노 전 대통령 측에 건넨 640만 달러와 피아제 시계 한 쌍은 모두 뇌물"이라며, "유죄를 받아낼 충분한 증거가 있었다"고 적었습니다.

특히 '명품 시계'에 대해선 소환 조사 당일 노 전 대통령이 먼저 "이 부장! 시계는 뺍시다, 쪽팔리잖아" 라는 말을 했다고도 썼습니다.

또, 보도 경위와 관련해선 청와대와 국정원의 개입이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정동기 민정수석이 "노 전 대통령을 '불구속' 하되 명품시계 수수 사실을 언론에 흘려 도덕적 타격을 가하는 게 어떠냐"고 연락을 해왔다는 겁니다.

시계 의혹을 가장 먼저 전한 KBS, '논두렁에 버렸다'고 보도한 SBS에도 국정원이 영향을 미쳤다는 건데, 훗날 KBS 사장을 지낸 고대영 당시 보도국장이 사석에서 이를 인정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도 적었습니다.

그러나 고 전 사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고, 정 전 수석도 "그런 일이 없다"고 부인했습니다.

책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내용도 담겼는데, "노 전 대통령 변호인으로서 무능했고, (검찰에) 의견서 한 장 낸 적이 없다"는 비난이었습니다.

이 전 부장이 회고록에 적은 이 사건은, 노 전 대통령 사망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습니다.

법조계 일각에선 법정의 판단을 받지 않은 혐의를 수사 검사가 기정사실화하는 게 우려스럽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KBS 뉴스 이화진입니다.

촬영기자:유용규/영상편집:박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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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가 노무현을 죽였나”…이인규 회고록 출간 논란
    • 입력 2023-03-18 06:31:43
    • 수정2023-03-18 07:55:53
    뉴스광장 1부
[앵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했던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이 '수사 회고록'을 출간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누가 노무현을 죽였나"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에서 그는, 노 전 대통령이 뇌물을 받은 건 사실이라며 수사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는데, 법정에서 판단을 거치지 않은 혐의 사실을 기정사실화하는 게 부적절하단 지적도 나옵니다.

이화진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퇴임 1년여 만에 검찰에 소환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박연차 당시 태광실업 회장에게 600만 달러가 넘는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였습니다.

[노무현/전 대통령/2009년 4월 30일 : "(왜 국민들께 면목 없다고 하셨어요?) 면목 없는 일이죠..."]

'명품 시계'를 받았다는 보도까지 이어졌습니다.

[KBS : "2억 원 상당의 명품 시계를 선물한 것으로."]

[SBS : "명품 시계 두 개를 논두렁에 버렸다고."]

얼마 가지 않아 노 전 대통령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수사 책임자였던 이인규 대검 중수부장은 검찰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14년이 흐른 뒤 이 전 부장이 당시 수사 상황을 상세히 기술한 회고록을 출간했습니다.

책에는, "박연차 회장이 노 전 대통령 측에 건넨 640만 달러와 피아제 시계 한 쌍은 모두 뇌물"이라며, "유죄를 받아낼 충분한 증거가 있었다"고 적었습니다.

특히 '명품 시계'에 대해선 소환 조사 당일 노 전 대통령이 먼저 "이 부장! 시계는 뺍시다, 쪽팔리잖아" 라는 말을 했다고도 썼습니다.

또, 보도 경위와 관련해선 청와대와 국정원의 개입이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정동기 민정수석이 "노 전 대통령을 '불구속' 하되 명품시계 수수 사실을 언론에 흘려 도덕적 타격을 가하는 게 어떠냐"고 연락을 해왔다는 겁니다.

시계 의혹을 가장 먼저 전한 KBS, '논두렁에 버렸다'고 보도한 SBS에도 국정원이 영향을 미쳤다는 건데, 훗날 KBS 사장을 지낸 고대영 당시 보도국장이 사석에서 이를 인정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도 적었습니다.

그러나 고 전 사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고, 정 전 수석도 "그런 일이 없다"고 부인했습니다.

책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내용도 담겼는데, "노 전 대통령 변호인으로서 무능했고, (검찰에) 의견서 한 장 낸 적이 없다"는 비난이었습니다.

이 전 부장이 회고록에 적은 이 사건은, 노 전 대통령 사망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습니다.

법조계 일각에선 법정의 판단을 받지 않은 혐의를 수사 검사가 기정사실화하는 게 우려스럽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KBS 뉴스 이화진입니다.

촬영기자:유용규/영상편집:박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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