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불 켜놓고 잡니다”…‘커피믹스’로 버텼던 봉화광산 생존자 근황은

입력 2023.03.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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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관 기사] 봉화 광산의 기적…고립 9일 만의 생환(2022.11.05, 9시뉴스)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594554

봉화광산에서 매몰됐던 광부 두 명이 221시간 만에 생환한 사건 기억나실 겁니다. 당시 9시 뉴스에서도 기적이라 부를 만큼 극적인 구출이었습니다. 생존자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다시 한번 만나봤습니다.

1980년대부터 광부를 하며 베테랑 광부로 소개돼 온 박정하 씨는 사고가 난 지 다섯 달이 돼가지만 아직도 병원에 다닙니다. 신체적인 부상은 다 나았지만, 여전히 정신적인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겁니다. 사고 당시 헤드램프마저 꺼지면서 모닥불에 의지해 버텨야 했는데, 암흑 속에서 두려움에 떨어야 했던 박 씨는 아직도 어둠이 싫어 불을 켜놓고 잠을 청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제가 제일 무서웠고 겁났던 게 이 헤드램프가 나갔을 때입니다. 지금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것도 그것 때문인가 싶거든요. 그 안에는 모든 게 암흑이잖아요. 그 불빛이라는 것은 갱내에서는 정말 소중한 것이거든요. 둘이서 램프 2개를 가지고, 한 사람이 켜면 다른 사람이 끄고 그렇게 항상 불을 아끼고 해서 열흘 가까이를 버티고 했는데... 그게 꺼지고 나면 아무런 행동 자체를 할 수가 없어요. 그 자리에 가만 있을 수밖에 없어요."

봉화광산 사고로 9일 넘게 매몰됐다가 구출된 박정하 씨봉화광산 사고로 9일 넘게 매몰됐다가 구출된 박정하 씨

■ 노후화에 길어지고 깊어지는 광산…"80년대와 똑같은 환경 노출"

사고 당시 원인으로 지적된 것 중 하나는 광산의 노후화된 환경이었습니다. 전국의 운영 중인 광산은 325개인데, 이들의 평균 운영 기간은 15~20년 정도입니다. 광산 운영 기간에 비례해 갱도는 깊어지고 길어지면서 작업 중 갱도 천장에서 암석이 무너져 내리는 낙반ㆍ붕락 사고 위험이 더욱 커졌습니다.

광산 자체적으로 안전조치를 하곤 있지만, 박 씨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일어나고 모든 게 기계화되고 바뀌었음에도 광산에서 갱내에서 작업하는 광부들이 일하는 작업환경만큼은 일을 처음 시작했던 82년도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2020년부터 3년 동안 사망이나 중상이 발생한 광산만 35곳입니다.

특히 소규모 광산일수록 위험도는 증가한다고 합니다. 박 씨는 "광부로서 일하러 갱도를 지나치면서도 참 불안한데 왜 저렇게 놓았는지 할 정도인 광산이 많다"면서, " 채광을 해야만 된다는 생각이 앞서기 때문에 안전조치 강화가 자꾸 뒤로 밀려지는 것이 현실이다"고 지적했습니다.


■ 정부, 광산안전 종합대책 발표…"관심과 지원 계속 돼야"

정부도 봉화광산 이후 광산 안전에 대한 종합대책을 지난달 내놓았습니다. 예산을 전년 대비 72%를 증액해 110억 원을 들여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5인 이상 갱내광산은 '생존박스'라는 대피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고 설치를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갱내 매몰이나 불이 날 경우 작업자들이 긴급히 대피할 철제 공간이 생긴 겁니다.

수중에 있던 커피믹스마저 동나 갱내에 떨어지는 물을 마시며 버텼던 박 씨도 생존박스 도입 등은 광산 안전 개선에 큰 도움이 될거라고 동의했습니다. 다만 "정부가 얼마만큼 관심을 가지고 거기에 맞는 예산을 지원해주느냐에 따라서 환경이 얼마만큼 달라지느냐 달려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인터뷰 장소로 과거 탄광으로 유명했던 정선 사북마을의 모습을 간직한 한 광산 박물관로 꼽았던 박정하 씨, 자신의 사고도 과거 탄광 마을처럼 잊혀지지 않기를 기원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거기서 두 사람을 살려내려고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또 가족들은 그 고통의 시간들을 견뎌내야 되고 하는 아픔들을 겪었잖아요. 그래서 이런 아픔이 다시는 발생되지 않도록 좀 주의를 기울여 주시고 관심을 좀 가져주셨으면 하는 그런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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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18 08:00:33
    취재K

[연관 기사] 봉화 광산의 기적…고립 9일 만의 생환(2022.11.05, 9시뉴스)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594554

봉화광산에서 매몰됐던 광부 두 명이 221시간 만에 생환한 사건 기억나실 겁니다. 당시 9시 뉴스에서도 기적이라 부를 만큼 극적인 구출이었습니다. 생존자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다시 한번 만나봤습니다.

1980년대부터 광부를 하며 베테랑 광부로 소개돼 온 박정하 씨는 사고가 난 지 다섯 달이 돼가지만 아직도 병원에 다닙니다. 신체적인 부상은 다 나았지만, 여전히 정신적인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겁니다. 사고 당시 헤드램프마저 꺼지면서 모닥불에 의지해 버텨야 했는데, 암흑 속에서 두려움에 떨어야 했던 박 씨는 아직도 어둠이 싫어 불을 켜놓고 잠을 청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제가 제일 무서웠고 겁났던 게 이 헤드램프가 나갔을 때입니다. 지금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것도 그것 때문인가 싶거든요. 그 안에는 모든 게 암흑이잖아요. 그 불빛이라는 것은 갱내에서는 정말 소중한 것이거든요. 둘이서 램프 2개를 가지고, 한 사람이 켜면 다른 사람이 끄고 그렇게 항상 불을 아끼고 해서 열흘 가까이를 버티고 했는데... 그게 꺼지고 나면 아무런 행동 자체를 할 수가 없어요. 그 자리에 가만 있을 수밖에 없어요."

봉화광산 사고로 9일 넘게 매몰됐다가 구출된 박정하 씨
■ 노후화에 길어지고 깊어지는 광산…"80년대와 똑같은 환경 노출"

사고 당시 원인으로 지적된 것 중 하나는 광산의 노후화된 환경이었습니다. 전국의 운영 중인 광산은 325개인데, 이들의 평균 운영 기간은 15~20년 정도입니다. 광산 운영 기간에 비례해 갱도는 깊어지고 길어지면서 작업 중 갱도 천장에서 암석이 무너져 내리는 낙반ㆍ붕락 사고 위험이 더욱 커졌습니다.

광산 자체적으로 안전조치를 하곤 있지만, 박 씨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일어나고 모든 게 기계화되고 바뀌었음에도 광산에서 갱내에서 작업하는 광부들이 일하는 작업환경만큼은 일을 처음 시작했던 82년도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2020년부터 3년 동안 사망이나 중상이 발생한 광산만 35곳입니다.

특히 소규모 광산일수록 위험도는 증가한다고 합니다. 박 씨는 "광부로서 일하러 갱도를 지나치면서도 참 불안한데 왜 저렇게 놓았는지 할 정도인 광산이 많다"면서, " 채광을 해야만 된다는 생각이 앞서기 때문에 안전조치 강화가 자꾸 뒤로 밀려지는 것이 현실이다"고 지적했습니다.


■ 정부, 광산안전 종합대책 발표…"관심과 지원 계속 돼야"

정부도 봉화광산 이후 광산 안전에 대한 종합대책을 지난달 내놓았습니다. 예산을 전년 대비 72%를 증액해 110억 원을 들여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5인 이상 갱내광산은 '생존박스'라는 대피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고 설치를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갱내 매몰이나 불이 날 경우 작업자들이 긴급히 대피할 철제 공간이 생긴 겁니다.

수중에 있던 커피믹스마저 동나 갱내에 떨어지는 물을 마시며 버텼던 박 씨도 생존박스 도입 등은 광산 안전 개선에 큰 도움이 될거라고 동의했습니다. 다만 "정부가 얼마만큼 관심을 가지고 거기에 맞는 예산을 지원해주느냐에 따라서 환경이 얼마만큼 달라지느냐 달려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인터뷰 장소로 과거 탄광으로 유명했던 정선 사북마을의 모습을 간직한 한 광산 박물관로 꼽았던 박정하 씨, 자신의 사고도 과거 탄광 마을처럼 잊혀지지 않기를 기원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거기서 두 사람을 살려내려고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또 가족들은 그 고통의 시간들을 견뎌내야 되고 하는 아픔들을 겪었잖아요. 그래서 이런 아픔이 다시는 발생되지 않도록 좀 주의를 기울여 주시고 관심을 좀 가져주셨으면 하는 그런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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