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선 지붕은 전체가 둥글지 않았다”…복원된 18세기 거북선은?

입력 2023.03.19 (12: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영화 '한산'에서 바다를 누비며 왜군을 격파하던 거북선의 모습은 인상적이다.

하지만 영화에 등장하는 거북선은 실제 임진왜란 당시 사용된 거북선의 모습은 아니다. 안타깝게도 임진왜란 당시의 거북선은 관련 문헌이나 사료가 부족해 완벽한 복원에는 한계가 있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거북선은 이순신 장군 사후 200년이 더 지나 18세기에 사용된 것이다. 용의 머리를 달고 둥근 덮개와 철갑을 씌운 모습이다.

영화 ‘한산’에 등장한 거북선영화 ‘한산’에 등장한 거북선

■"거북선의 지붕 전체 둥글지 않았다…3층에 화포 배치한 증거도 찾아"

그런데 거북선의 지붕이 실제는 둥근 형태가 아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채연석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장(전 항공우주연구원장)은 「18세기 거북선 설계도, 『이충무공전서』“龜船圖說”의 통제영 거북선 구조와 규모, 외형, 함포배치에 대한 연구」라는 논문에서 "1795년 정조의 명으로 편찬된 『이충무공전서』의 '귀선도설'이 19세기 초 거북선 건조에 설계도로 사용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이충무공전서』의 “귀선도설”『이충무공전서』의 “귀선도설”

채 위원장은 '비변사등록'에 삼도수군통제사를 지냈던 신대현이 "(거북선) 도식이 충무전서에 상세히 실려 있어서 한 번 보기만 하면 알 수 있다"고 상소를 올린 기록을 근거로 들었다.

신대현은 이어 "배(거북선)를 개조하거나 새로 건조할 때는 한결같이 전서에 나오는 도식대로 하되 (중략) 이렇게 한 뒤에도 혹 제도를 어긴 것이 드러나면 해당 간부를 문책하도록 해야겠다"고도 덧붙였다.

이 기록으로 보아 귀선도설이 1809년 이후 실제로 거북선을 건조할 때 기본 설계자료로 사용됐다는 걸 확인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채연석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장이 복원한 1795 통제영 거북선의 단면도채연석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장이 복원한 1795 통제영 거북선의 단면도

이충무공전서의 귀선도설에는 1795년 당시 '통제영 거북선'과 '전라좌수영 거북선' 등 두 종류가 설명돼 있다. 채 위원장은 이 가운데 규격과 구조가 자세히 설명된 통제영 거북선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했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복원한 1795년 통제영 거북선컴퓨터 그래픽으로 복원한 1795년 통제영 거북선

■"거북선의 지붕 전체가 둥글지 않았다…3층에 화포 배치한 증거도 찾아"

복원된 거북선은 지붕 전체를 둥글게 씌운 형태가 아니라 3층 갑판의 중앙 부분에만 판자를 세우고 지붕을 올린 모습이다. 그동안 알려졌던 거북선의 모습과 가장 다른 특징이다.

채 위원장은 "지붕 전체를 다 씌우면 무게가 너무 많이 증가해 (충돌 등으로) 한쪽으로 수군들이 많이 몰렸을 때 침몰하는 문제도 생길 수 있다"며 "가운데 부분만 개판을 만들어 놓으면 한쪽으로 쏠려도 무게 중심이나 안정성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채연석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장이 거북선 지붕의 차이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촬영기자 문아미)채연석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장이 거북선 지붕의 차이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촬영기자 문아미)

또 거북선 3층 개판 좌우에 함포를 설치해서 사용했다는 확실한 근거도 찾아냈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거북선 3층 개판에는 함포를 배치해서 사용했는지 아니면 조총이나 활 정도를 사용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

최 위원장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고문서 '통제영 해유문서(1894년)'에서 "2층과 3층 좌우 및 전후에 함포를 배치했다"는 내용을 근거로 들었다.

그는 "만약 지붕이 다 씌워져 있으면 포를 설치할 수 없다"며 "이런(중앙 지붕만 올린) 형태가 돼야 포를 제대로 설치해서 발사할 수가 있다"고 말했다.

1795 통제영 거북선의 포 위치1795 통제영 거북선의 포 위치

아울러 이번에 복원된 거북선은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거북선 상장의 폭이 넓었다. 1795년 통제영 거북선의 규격은 상장 길이 85척(26.6m), 폭 32척(10m)이다.

최 위원장은『각사등록』 통제영계록에 '저판 길이 67척인 1882년 거북선과 판옥선(우별선)의 저판과 상장(길이 88척, 폭 33척)에 대한 규격이 기록돼 있는 것을 확인해 거북선의 규격을 찾았다.

이번 연구 논문은『충무공 이순신과 한국해양』 제 9호(해군사관학교 해양연구소 2022년 12월 발행)에 실렸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거북선 지붕은 전체가 둥글지 않았다”…복원된 18세기 거북선은?
    • 입력 2023-03-19 12:00:11
    취재K

영화 '한산'에서 바다를 누비며 왜군을 격파하던 거북선의 모습은 인상적이다.

하지만 영화에 등장하는 거북선은 실제 임진왜란 당시 사용된 거북선의 모습은 아니다. 안타깝게도 임진왜란 당시의 거북선은 관련 문헌이나 사료가 부족해 완벽한 복원에는 한계가 있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거북선은 이순신 장군 사후 200년이 더 지나 18세기에 사용된 것이다. 용의 머리를 달고 둥근 덮개와 철갑을 씌운 모습이다.

영화 ‘한산’에 등장한 거북선
■"거북선의 지붕 전체 둥글지 않았다…3층에 화포 배치한 증거도 찾아"

그런데 거북선의 지붕이 실제는 둥근 형태가 아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채연석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장(전 항공우주연구원장)은 「18세기 거북선 설계도, 『이충무공전서』“龜船圖說”의 통제영 거북선 구조와 규모, 외형, 함포배치에 대한 연구」라는 논문에서 "1795년 정조의 명으로 편찬된 『이충무공전서』의 '귀선도설'이 19세기 초 거북선 건조에 설계도로 사용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이충무공전서』의 “귀선도설”
채 위원장은 '비변사등록'에 삼도수군통제사를 지냈던 신대현이 "(거북선) 도식이 충무전서에 상세히 실려 있어서 한 번 보기만 하면 알 수 있다"고 상소를 올린 기록을 근거로 들었다.

신대현은 이어 "배(거북선)를 개조하거나 새로 건조할 때는 한결같이 전서에 나오는 도식대로 하되 (중략) 이렇게 한 뒤에도 혹 제도를 어긴 것이 드러나면 해당 간부를 문책하도록 해야겠다"고도 덧붙였다.

이 기록으로 보아 귀선도설이 1809년 이후 실제로 거북선을 건조할 때 기본 설계자료로 사용됐다는 걸 확인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채연석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장이 복원한 1795 통제영 거북선의 단면도
이충무공전서의 귀선도설에는 1795년 당시 '통제영 거북선'과 '전라좌수영 거북선' 등 두 종류가 설명돼 있다. 채 위원장은 이 가운데 규격과 구조가 자세히 설명된 통제영 거북선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했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복원한 1795년 통제영 거북선
■"거북선의 지붕 전체가 둥글지 않았다…3층에 화포 배치한 증거도 찾아"

복원된 거북선은 지붕 전체를 둥글게 씌운 형태가 아니라 3층 갑판의 중앙 부분에만 판자를 세우고 지붕을 올린 모습이다. 그동안 알려졌던 거북선의 모습과 가장 다른 특징이다.

채 위원장은 "지붕 전체를 다 씌우면 무게가 너무 많이 증가해 (충돌 등으로) 한쪽으로 수군들이 많이 몰렸을 때 침몰하는 문제도 생길 수 있다"며 "가운데 부분만 개판을 만들어 놓으면 한쪽으로 쏠려도 무게 중심이나 안정성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채연석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장이 거북선 지붕의 차이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촬영기자 문아미)
또 거북선 3층 개판 좌우에 함포를 설치해서 사용했다는 확실한 근거도 찾아냈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거북선 3층 개판에는 함포를 배치해서 사용했는지 아니면 조총이나 활 정도를 사용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

최 위원장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고문서 '통제영 해유문서(1894년)'에서 "2층과 3층 좌우 및 전후에 함포를 배치했다"는 내용을 근거로 들었다.

그는 "만약 지붕이 다 씌워져 있으면 포를 설치할 수 없다"며 "이런(중앙 지붕만 올린) 형태가 돼야 포를 제대로 설치해서 발사할 수가 있다"고 말했다.

1795 통제영 거북선의 포 위치
아울러 이번에 복원된 거북선은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거북선 상장의 폭이 넓었다. 1795년 통제영 거북선의 규격은 상장 길이 85척(26.6m), 폭 32척(10m)이다.

최 위원장은『각사등록』 통제영계록에 '저판 길이 67척인 1882년 거북선과 판옥선(우별선)의 저판과 상장(길이 88척, 폭 33척)에 대한 규격이 기록돼 있는 것을 확인해 거북선의 규격을 찾았다.

이번 연구 논문은『충무공 이순신과 한국해양』 제 9호(해군사관학교 해양연구소 2022년 12월 발행)에 실렸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