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크림, 돈바스’ 합병지 전격 방문한 푸틴…“새로운 영토 현실 인정해야”

입력 2023.03.20 (09:24) 수정 2023.03.20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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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반도 세바스토폴에서 열린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9주년 기념식크림반도 세바스토폴에서 열린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9주년 기념식

■ 크림 합병 9주년…세바스토폴 깜짝 방문한 푸틴

2014년 3월 18일은 크림반도가 러시아 연방과 합병한 날입니다(러시아에서는 '통일'이라고 부릅니다). 매년 3월 18일 기념 행사가 열렸는데, 올해 9주년을 앞두고 러시아 크렘린궁은 '여러 행사를 개최할 것'이라고만 예고했습니다.

숨겨졌던 '빅 이벤트'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크림 방문이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흑해 함대의 모항인 크림 최대 도시 세바스토폴을 찾아 새로 지은 역사 건축 공원과 이날 개교한 어린이 센터와 미술 학교를 둘러봤습니다.

미하일 라즈보자예프 세바스토폴 시장은 텔레그램에 "이런 역사적인 날에 대통령은 항상 세바스토폴 시민들과 함께한다"며 "우리나라에는 놀라운 지도자가 있다"고 썼습니다.

3월 18일 크림 최대 도시 세바스토폴을 방문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3월 18일 크림 최대 도시 세바스토폴을 방문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

푸틴 대통령의 크림 방문이 매우 자주 있는 일은 아닙니다. 합병 5 주년 때 크림에서 열린 기념 행사에 참석했고 2020년 7월 케르치의 조선소에서 열린 해군 군함 기공식에 참석한 것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지난해 12월에는 크림대교 폭발 현장을 방문했습니다.

이른바 '특별군사작전' 시작 후 세바스토폴 방문은 처음인데 최근 크림이 국제 사회의 주목을 다시 받고 있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습니다.

■ "크림 문제는 종결된 사안"

크림반도 서쪽 흑해 상공에서는 정찰 중이던 미군 드론이 러시아 전투기의 차단 비행으로 추락하면서 러시아와 미국 간 긴장이 고조됐습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군이 크림에 지속적으로 드론 공격을 가하고 있다고 발표하고 있습니다. 젤 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크림반도를 수복해야 '끝나는 것'이라는 목표를 거듭 언급하고 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크림 방문 전날(17일), 크림 문제는 종결된 사안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크림의 사회·경제적 발전 상황을 평가하는 화상 회의에서였습니다.

"9년 전, 크림과 세바스토폴 주민들은 다시 한 번 그리고 영원히 우리의 위대한 통일 국가의 일부가 되기 위해 명백하고 최종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매우 중요한 사건입니다. 우리는 이 영토들의 발전을 위해 모든 것을 할 것입니다."

2014년 2월 우크라이나에서는 친러 성향의 야누코비치 정권이 무너졌습니다. 러시아계 주민들이 다수였던 크림반도에서는 분리독립 움직임이 일었고, 3월 러시아 연방 귀속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가 시행됐습니다. 세바스토폴 95.6%, 크림공화국 96.7%의 찬성률을 기록했고, 푸틴 대통령이 최종 서명하면서 합병 절차가 완료됐습니다.

우크라이나, 미국과 서방 등은 합병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유엔헌장과 국제법에 따라 주민들이 투표로 결정한 만큼 정당성을 주장합니다.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러시아 연방 평의회(상원) 의장도 18일 "크림반도의 사회적, 정치적 안정성을 들어 러시아 연방 통합은 완료됐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합병지 상황은? '돈바스' 전격 방문한 푸틴

18일 도네츠크의 항구도시 마리우폴을 방문한 푸틴 대통령이 주민들과 대화하고 있다18일 도네츠크의 항구도시 마리우폴을 방문한 푸틴 대통령이 주민들과 대화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러시아와 합병한 우크라이나 동남부 4개 지역, 즉 돈바스와 자포리자, 헤르손 역시 크림반도와 같은 절차를 밟았습니다. 주민 투표를 통해 (지역별로 87%~ 99%의 찬성률) 러시아와 합병했는데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거짓투표'라며 인정하지 않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18일 보란 듯, 크림에 이어 도네츠크 항구도시 마리우폴을 전격 방문했습니다. '특별군사작전' 이후 새롭게 합병한 지역을 직접 방문한 것은 처음입니다.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마리우폴 곳곳을 직접 운전해 주택과 병원 등 재건 상황을 점검했고 주민들도 만났다고 전했습니다. 당시 주민들이 질문한 러시아 시민권 취득 등 문제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별도 지시를 내릴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합병 지역의 러시아화는 빠르게 진행 중입니다. 러시아군이 도로와 사회간접자본 건설에 대거 투입되고 있고 교육과 연금 등 사회 전반에 러시아시스템이 적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오는 9월에 있을 러시아 지방선거에도 참여합니다.

■ 시진핑 휴전 제안할까? 우크라 "크림·돈바스 철군부터"…러 "새로운 영토 현실 인정해야"


푸틴 대통령이 합병지역을 연쇄 방문한 날, 러시아 외무부는 논평을 냈습니다. "지속 가능한 평화를 달성하려면 새로운 영토에 대한 국제적 인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16일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이 중국 외교장관과 통화 후 젤렌스키 대통령이 언급한 '평화 공식'의 중요성을 강조한 데 대한 답변 형식이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돈바스 등 새로운 합병지는 물론 크림반도에서의 러시아군 철수를 요구하는 데 대해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비판한 것입니다.

평화 협상 테이블에 다시 마주 앉기에는 간극이 큰 상황. 우크라이나 위기 '중재자'를 자임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러시아 방문이 더 주목받는 이유입니다. 지난달 중국은 평화협상 개시 등 12가지 안을 제안했고
이번 방문을 통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화해를 권하고 대화를 촉진하기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푸틴 대통령과 회담에 이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접촉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시 주석의 방문이 러시아에 유리할 것이라며 미리 견제하고 나섰습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시진핑 주석의 휴전 요청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현재까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을 승인하는 것이며, 러시아에 새 공세를 계획할 더 많은 시간을 주는 것"이라며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히기까지 했습니다.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현지시각(20일) 오늘 오후 비공식 1대1 회담을 시작으로 내일 외교· 국방· 경제 관료가 배석한 가운데 정상회담을 개최합니다. 중국은 양국 관계 발전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했고 러시아는 양국 관계가 역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고 평가한 이번 회담 결과에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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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크림, 돈바스’ 합병지 전격 방문한 푸틴…“새로운 영토 현실 인정해야”
    • 입력 2023-03-20 09:24:19
    • 수정2023-03-20 09:24:50
    특파원 리포트
크림반도 세바스토폴에서 열린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9주년 기념식
■ 크림 합병 9주년…세바스토폴 깜짝 방문한 푸틴

2014년 3월 18일은 크림반도가 러시아 연방과 합병한 날입니다(러시아에서는 '통일'이라고 부릅니다). 매년 3월 18일 기념 행사가 열렸는데, 올해 9주년을 앞두고 러시아 크렘린궁은 '여러 행사를 개최할 것'이라고만 예고했습니다.

숨겨졌던 '빅 이벤트'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크림 방문이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흑해 함대의 모항인 크림 최대 도시 세바스토폴을 찾아 새로 지은 역사 건축 공원과 이날 개교한 어린이 센터와 미술 학교를 둘러봤습니다.

미하일 라즈보자예프 세바스토폴 시장은 텔레그램에 "이런 역사적인 날에 대통령은 항상 세바스토폴 시민들과 함께한다"며 "우리나라에는 놀라운 지도자가 있다"고 썼습니다.

3월 18일 크림 최대 도시 세바스토폴을 방문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
푸틴 대통령의 크림 방문이 매우 자주 있는 일은 아닙니다. 합병 5 주년 때 크림에서 열린 기념 행사에 참석했고 2020년 7월 케르치의 조선소에서 열린 해군 군함 기공식에 참석한 것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지난해 12월에는 크림대교 폭발 현장을 방문했습니다.

이른바 '특별군사작전' 시작 후 세바스토폴 방문은 처음인데 최근 크림이 국제 사회의 주목을 다시 받고 있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습니다.

■ "크림 문제는 종결된 사안"

크림반도 서쪽 흑해 상공에서는 정찰 중이던 미군 드론이 러시아 전투기의 차단 비행으로 추락하면서 러시아와 미국 간 긴장이 고조됐습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군이 크림에 지속적으로 드론 공격을 가하고 있다고 발표하고 있습니다. 젤 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크림반도를 수복해야 '끝나는 것'이라는 목표를 거듭 언급하고 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크림 방문 전날(17일), 크림 문제는 종결된 사안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크림의 사회·경제적 발전 상황을 평가하는 화상 회의에서였습니다.

"9년 전, 크림과 세바스토폴 주민들은 다시 한 번 그리고 영원히 우리의 위대한 통일 국가의 일부가 되기 위해 명백하고 최종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매우 중요한 사건입니다. 우리는 이 영토들의 발전을 위해 모든 것을 할 것입니다."

2014년 2월 우크라이나에서는 친러 성향의 야누코비치 정권이 무너졌습니다. 러시아계 주민들이 다수였던 크림반도에서는 분리독립 움직임이 일었고, 3월 러시아 연방 귀속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가 시행됐습니다. 세바스토폴 95.6%, 크림공화국 96.7%의 찬성률을 기록했고, 푸틴 대통령이 최종 서명하면서 합병 절차가 완료됐습니다.

우크라이나, 미국과 서방 등은 합병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유엔헌장과 국제법에 따라 주민들이 투표로 결정한 만큼 정당성을 주장합니다.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러시아 연방 평의회(상원) 의장도 18일 "크림반도의 사회적, 정치적 안정성을 들어 러시아 연방 통합은 완료됐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합병지 상황은? '돈바스' 전격 방문한 푸틴

18일 도네츠크의 항구도시 마리우폴을 방문한 푸틴 대통령이 주민들과 대화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러시아와 합병한 우크라이나 동남부 4개 지역, 즉 돈바스와 자포리자, 헤르손 역시 크림반도와 같은 절차를 밟았습니다. 주민 투표를 통해 (지역별로 87%~ 99%의 찬성률) 러시아와 합병했는데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거짓투표'라며 인정하지 않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18일 보란 듯, 크림에 이어 도네츠크 항구도시 마리우폴을 전격 방문했습니다. '특별군사작전' 이후 새롭게 합병한 지역을 직접 방문한 것은 처음입니다.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마리우폴 곳곳을 직접 운전해 주택과 병원 등 재건 상황을 점검했고 주민들도 만났다고 전했습니다. 당시 주민들이 질문한 러시아 시민권 취득 등 문제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별도 지시를 내릴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합병 지역의 러시아화는 빠르게 진행 중입니다. 러시아군이 도로와 사회간접자본 건설에 대거 투입되고 있고 교육과 연금 등 사회 전반에 러시아시스템이 적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오는 9월에 있을 러시아 지방선거에도 참여합니다.

■ 시진핑 휴전 제안할까? 우크라 "크림·돈바스 철군부터"…러 "새로운 영토 현실 인정해야"


푸틴 대통령이 합병지역을 연쇄 방문한 날, 러시아 외무부는 논평을 냈습니다. "지속 가능한 평화를 달성하려면 새로운 영토에 대한 국제적 인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16일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이 중국 외교장관과 통화 후 젤렌스키 대통령이 언급한 '평화 공식'의 중요성을 강조한 데 대한 답변 형식이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돈바스 등 새로운 합병지는 물론 크림반도에서의 러시아군 철수를 요구하는 데 대해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비판한 것입니다.

평화 협상 테이블에 다시 마주 앉기에는 간극이 큰 상황. 우크라이나 위기 '중재자'를 자임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러시아 방문이 더 주목받는 이유입니다. 지난달 중국은 평화협상 개시 등 12가지 안을 제안했고
이번 방문을 통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화해를 권하고 대화를 촉진하기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푸틴 대통령과 회담에 이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접촉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시 주석의 방문이 러시아에 유리할 것이라며 미리 견제하고 나섰습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시진핑 주석의 휴전 요청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현재까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을 승인하는 것이며, 러시아에 새 공세를 계획할 더 많은 시간을 주는 것"이라며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히기까지 했습니다.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현지시각(20일) 오늘 오후 비공식 1대1 회담을 시작으로 내일 외교· 국방· 경제 관료가 배석한 가운데 정상회담을 개최합니다. 중국은 양국 관계 발전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했고 러시아는 양국 관계가 역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고 평가한 이번 회담 결과에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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