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원 폭로, 신빙성 따져보면…의혹은 새로우나 증거는 부족

입력 2023.03.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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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씨의 손자 전우원 입니다. 가족과 주변인들의 범죄 행각을 밝힙니다."

지난 14일, 전두환 씨의 손자 전우원 씨는 SNS를 통해 가족 비리를 폭로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가족들이 추징을 피해 숨겨둔 '검은 돈'이 있다는 내용이 주목받았습니다. 전두환 씨는 추징금 2,205억 원 중 922억 원을 끝내 미납하고 사망했습니다.

경기도 오산시 임야 3개 필지에 대한 공매대금 55억원은 행정 소송 중으로, 검찰이 최종 승소하면 추징할 수 있게 됩니다. 다만, 나머지 867억 원은 현행법상 전두환 씨가 사망해 추징할 수 없습니다.

전우원 씨는 가족들이 회사를 세워 자금을 숨기거나, 지인을 통해 돈을 세탁하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만들어 썼다고 주장했습니다.


전 씨의 폭로 중 그간 다뤄지지 않은 새로운 내용을 중심으로 신빙성을 검증해봤습니다.

■ 의혹 ① KT 계열사, 전두환 비자금 연루됐나

나스미디어는 KT 그룹의 디지털 미디어 광고 계열사입니다. 1대 주주는 42.96%의 지분을 보유한 KT, 2대 주주는 16.8% 보유한 창업자 정기호 KT 알파 사장입니다.

전 씨는 나스미디어가 자신의 큰아버지인 전재국 씨의 비자금으로 운영되는 회사라고 주장했습니다.

전재국 씨가 지인을 내세워 나스미디어를 설립했고, 실질적으로는 전 씨가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또 , 자신이 이 회사에서 인턴으로 근무했던 이력에 대해서 밝히기도 했습니다.

일단, 전우원 씨가 나스미디어에서 인턴으로 일했던 건 사실이었습니다. 2017년 6월부터 8월까지 2달 동안 통역 업무를 하는 계약직으로 근무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취재 중 의아했던 부분은 바로 채용 과정입니다. 당시 나스미디어는 정식 채용 공고를 올리지 않았습니다.

공고를 통해 입사한게 아니라면, '누군가의 소개로 들어간 것 아닐까?'라는 합리적인 의심이 가능합니다.

이에 대해 나스미디어 측은 '당시 인사담당자 퇴사로 확인이 어렵다'고만 답했습니다.

동시에 의혹의 본류인 '비자금 은닉설'은 전면 부인했습니다. 공식 입장문을 내고 "나스미디어는 창업자 정기호 사장이 20년 이상 운영해왔던 상장사로, 언급된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습니다.

좀 더 구체적인 해명을 듣고자 KBS는 정기호 대표와 다각적으로 접촉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 의혹 ② 비자금으로 '고급 아파트'와 '유학비' 댔나

전우원 씨가 자신이 전 씨 일가의 비자금으로 생활했다는 셀프 폭로도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전두환 일가가 여전히 숨겨둔 '검은 돈'으로 생활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완전히 가지 않은 상황에서, 가족 구성원이 이를 인정한 건 처음이었기 때문입니다.


전 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 학비와 교육비로 들어간 돈만 최소 10억" 이라며 "깨끗한 돈은 아니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자신의 친어머니인 최 모 씨가 지인 이 모 씨의 명의로 유학비를 송금해줬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전 씨는 이 씨를 '자금 세탁책' 중 한 명으로 꼽고, 구체적인 주소지까지 공개했습니다.

취재진은 해당 주소지를 찾아갔습니다. 이 모 씨는 실제로 그 집에 살고 있었습니다. 이 씨의 가족으로 추정되는 인물과도 접촉할 수 있었습니다.

더 눈길을 끄는 점은 친모인 최 모 씨가 같은 건물에 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최 씨와 이 씨가 친분이 두터웠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취재진은 해당 주소지를 두 차례 방문했지만, 만날 수 없었습니다. 연락처를 남겼지만, 두 사람은 회신하지 않았습니다.

전 씨는 자신의 아버지인 전재용 씨가 비자금을 숨기기 위해 서울 이태원에 있는 고급 아파트를 자신의 명의로 넘겼다는 주장도 내놨습니다.


전우원 씨가 말한 아파트는 서울 이태원에 있습니다. 전두환 일가 추징금 수사 당시 전재용 씨의 거주지로 널리 알려졌던 곳입니다.

전재용 씨는 지금도 해당 아파트에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취재진은 해당 아파트 전 세대(총 24세대)의 등기부 등본을 떼봤습니다.

그러나 하지만 말소된 등기를 다 뒤져도 전우원 씨의 이름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적어도 실명 증여는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 의혹 ③ 압구정 유학원 · 치과 원장도 비자금 관리했나

전우원 씨는 부친 전재용 씨가 한 유학원에 엄청난 돈을 냈고, 해당 유학원을 통해 자신이 입시 비리를 저질렀다고도 폭로했습니다.

전 씨는 "서울 강남의 A 유학원이 시험지를 빼돌렸다. 여러 가지 시험 점수들이 왜곡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자신의 아버지인 전재용 씨가 유학원에 엄청난 돈을 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유학원들도 큰 돈을 받아야만 움직인다"며 "전재용 씨는 이 돈들이 어디서 났을까요"라고 반문하며, 전 씨 일가의 비자금이 유학원으로도 흘러 들어갔음을 내비쳤습니다.

지목된 유학원은 서울 압구정동에 실제로 있었습니다. 취재진이 찾아가 물었지만, 전 씨의 폭로는 말도 안 된다고 손사래를 쳤습니다. 전우원 씨와 학원 원장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고 밝혔습니다.

전 씨가 가족들의 비자금이 흘러 들어갔다고 지목한 또 다른 곳은 바로 한 치과입니다.

전 씨는 가족들이 이 치과에서 진료를 받았고, 치과를 운영하는 의사 이 모 씨가 자신의 할머니인 이순자 씨의 '검은 돈'을 다량 보유하고 있다고 지목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구체적인 증거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치과 측은 "전 씨 일가를 치료한 것은 맞다" 면서도 비자금 세탁 의혹은 '사실무근'이라며 완강히 부인했습니다.

■ 경찰 "마약은 수사 착수"…검찰엔 고발장 접수

폭로를 이어가던 전우원 씨는 지난 17일, SNS 라이브 방송에서 마약을 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에 미국 현지 경찰과 구급대가 출동했고, 전 씨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뒤로 전 씨의 폭로는 멈췄지만, 수사기관의 고민은 깊어졌습니다.

일단 경찰은 전두환 씨 일가 비자금과 관련해 "범죄가 될 사안이 있는지 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관계자들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 씨의 주장과 관련해 "현재 (전두환 씨 일가) 비자금 관련 고소·고발이 들어온 것은 확인된 게 없지만, 범죄가 될 게 있는지 언론 모니터링을 하면서 지속적으로 보는 상태"라고 설명했습니다. 원론적인 설명입니다.

상대적으로 수사 가능성이 큰 부분은 전 씨 본인과 지인들의 마약 투약 의혹입니다. 경찰은 마약 부분에 대해서는 입건 전 조사(내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전 씨가 스스로 '마약을 투약하고 있다'고 밝힌 부분은 "(전 씨가 거주하는 뉴욕의) 현지 주재관을 통해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경찰은 설명했습니다.

전 씨가 마약을 투약했다고 지목한 다수의 지인에 대해서는 "SNS(인스타그램)에 각 인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달라는 영장을 집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검찰에는 20일 고발장이 접수됐습니다. 시민단체인 서민민생대책위는 전우원 씨의 폭로가 사실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서울중앙지검에 이순자 씨와 전재국·재용·재만 씨를 고발했습니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할 계기로 삼을지는 아직 불투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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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우원 폭로, 신빙성 따져보면…의혹은 새로우나 증거는 부족
    • 입력 2023-03-21 07:00:19
    취재K

"전두환 씨의 손자 전우원 입니다. 가족과 주변인들의 범죄 행각을 밝힙니다."

지난 14일, 전두환 씨의 손자 전우원 씨는 SNS를 통해 가족 비리를 폭로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가족들이 추징을 피해 숨겨둔 '검은 돈'이 있다는 내용이 주목받았습니다. 전두환 씨는 추징금 2,205억 원 중 922억 원을 끝내 미납하고 사망했습니다.

경기도 오산시 임야 3개 필지에 대한 공매대금 55억원은 행정 소송 중으로, 검찰이 최종 승소하면 추징할 수 있게 됩니다. 다만, 나머지 867억 원은 현행법상 전두환 씨가 사망해 추징할 수 없습니다.

전우원 씨는 가족들이 회사를 세워 자금을 숨기거나, 지인을 통해 돈을 세탁하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만들어 썼다고 주장했습니다.


전 씨의 폭로 중 그간 다뤄지지 않은 새로운 내용을 중심으로 신빙성을 검증해봤습니다.

■ 의혹 ① KT 계열사, 전두환 비자금 연루됐나

나스미디어는 KT 그룹의 디지털 미디어 광고 계열사입니다. 1대 주주는 42.96%의 지분을 보유한 KT, 2대 주주는 16.8% 보유한 창업자 정기호 KT 알파 사장입니다.

전 씨는 나스미디어가 자신의 큰아버지인 전재국 씨의 비자금으로 운영되는 회사라고 주장했습니다.

전재국 씨가 지인을 내세워 나스미디어를 설립했고, 실질적으로는 전 씨가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또 , 자신이 이 회사에서 인턴으로 근무했던 이력에 대해서 밝히기도 했습니다.

일단, 전우원 씨가 나스미디어에서 인턴으로 일했던 건 사실이었습니다. 2017년 6월부터 8월까지 2달 동안 통역 업무를 하는 계약직으로 근무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취재 중 의아했던 부분은 바로 채용 과정입니다. 당시 나스미디어는 정식 채용 공고를 올리지 않았습니다.

공고를 통해 입사한게 아니라면, '누군가의 소개로 들어간 것 아닐까?'라는 합리적인 의심이 가능합니다.

이에 대해 나스미디어 측은 '당시 인사담당자 퇴사로 확인이 어렵다'고만 답했습니다.

동시에 의혹의 본류인 '비자금 은닉설'은 전면 부인했습니다. 공식 입장문을 내고 "나스미디어는 창업자 정기호 사장이 20년 이상 운영해왔던 상장사로, 언급된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습니다.

좀 더 구체적인 해명을 듣고자 KBS는 정기호 대표와 다각적으로 접촉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 의혹 ② 비자금으로 '고급 아파트'와 '유학비' 댔나

전우원 씨가 자신이 전 씨 일가의 비자금으로 생활했다는 셀프 폭로도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전두환 일가가 여전히 숨겨둔 '검은 돈'으로 생활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완전히 가지 않은 상황에서, 가족 구성원이 이를 인정한 건 처음이었기 때문입니다.


전 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 학비와 교육비로 들어간 돈만 최소 10억" 이라며 "깨끗한 돈은 아니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자신의 친어머니인 최 모 씨가 지인 이 모 씨의 명의로 유학비를 송금해줬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전 씨는 이 씨를 '자금 세탁책' 중 한 명으로 꼽고, 구체적인 주소지까지 공개했습니다.

취재진은 해당 주소지를 찾아갔습니다. 이 모 씨는 실제로 그 집에 살고 있었습니다. 이 씨의 가족으로 추정되는 인물과도 접촉할 수 있었습니다.

더 눈길을 끄는 점은 친모인 최 모 씨가 같은 건물에 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최 씨와 이 씨가 친분이 두터웠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취재진은 해당 주소지를 두 차례 방문했지만, 만날 수 없었습니다. 연락처를 남겼지만, 두 사람은 회신하지 않았습니다.

전 씨는 자신의 아버지인 전재용 씨가 비자금을 숨기기 위해 서울 이태원에 있는 고급 아파트를 자신의 명의로 넘겼다는 주장도 내놨습니다.


전우원 씨가 말한 아파트는 서울 이태원에 있습니다. 전두환 일가 추징금 수사 당시 전재용 씨의 거주지로 널리 알려졌던 곳입니다.

전재용 씨는 지금도 해당 아파트에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취재진은 해당 아파트 전 세대(총 24세대)의 등기부 등본을 떼봤습니다.

그러나 하지만 말소된 등기를 다 뒤져도 전우원 씨의 이름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적어도 실명 증여는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 의혹 ③ 압구정 유학원 · 치과 원장도 비자금 관리했나

전우원 씨는 부친 전재용 씨가 한 유학원에 엄청난 돈을 냈고, 해당 유학원을 통해 자신이 입시 비리를 저질렀다고도 폭로했습니다.

전 씨는 "서울 강남의 A 유학원이 시험지를 빼돌렸다. 여러 가지 시험 점수들이 왜곡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자신의 아버지인 전재용 씨가 유학원에 엄청난 돈을 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유학원들도 큰 돈을 받아야만 움직인다"며 "전재용 씨는 이 돈들이 어디서 났을까요"라고 반문하며, 전 씨 일가의 비자금이 유학원으로도 흘러 들어갔음을 내비쳤습니다.

지목된 유학원은 서울 압구정동에 실제로 있었습니다. 취재진이 찾아가 물었지만, 전 씨의 폭로는 말도 안 된다고 손사래를 쳤습니다. 전우원 씨와 학원 원장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고 밝혔습니다.

전 씨가 가족들의 비자금이 흘러 들어갔다고 지목한 또 다른 곳은 바로 한 치과입니다.

전 씨는 가족들이 이 치과에서 진료를 받았고, 치과를 운영하는 의사 이 모 씨가 자신의 할머니인 이순자 씨의 '검은 돈'을 다량 보유하고 있다고 지목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구체적인 증거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치과 측은 "전 씨 일가를 치료한 것은 맞다" 면서도 비자금 세탁 의혹은 '사실무근'이라며 완강히 부인했습니다.

■ 경찰 "마약은 수사 착수"…검찰엔 고발장 접수

폭로를 이어가던 전우원 씨는 지난 17일, SNS 라이브 방송에서 마약을 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에 미국 현지 경찰과 구급대가 출동했고, 전 씨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뒤로 전 씨의 폭로는 멈췄지만, 수사기관의 고민은 깊어졌습니다.

일단 경찰은 전두환 씨 일가 비자금과 관련해 "범죄가 될 사안이 있는지 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관계자들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 씨의 주장과 관련해 "현재 (전두환 씨 일가) 비자금 관련 고소·고발이 들어온 것은 확인된 게 없지만, 범죄가 될 게 있는지 언론 모니터링을 하면서 지속적으로 보는 상태"라고 설명했습니다. 원론적인 설명입니다.

상대적으로 수사 가능성이 큰 부분은 전 씨 본인과 지인들의 마약 투약 의혹입니다. 경찰은 마약 부분에 대해서는 입건 전 조사(내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전 씨가 스스로 '마약을 투약하고 있다'고 밝힌 부분은 "(전 씨가 거주하는 뉴욕의) 현지 주재관을 통해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경찰은 설명했습니다.

전 씨가 마약을 투약했다고 지목한 다수의 지인에 대해서는 "SNS(인스타그램)에 각 인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달라는 영장을 집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검찰에는 20일 고발장이 접수됐습니다. 시민단체인 서민민생대책위는 전우원 씨의 폭로가 사실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서울중앙지검에 이순자 씨와 전재국·재용·재만 씨를 고발했습니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할 계기로 삼을지는 아직 불투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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