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납 식기세척기, 중고→신품 둔갑…육·해·공 모두 속았다

입력 2023.03.21 (07:32) 수정 2023.03.21 (07:5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장병들의 '위생'과 직결되는 부대 내 주방용 식기세척기, 한 군납업체가 중고를 새 제품인 것처럼 눈속임해, 수 년째 일선 부대에 납품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국방부도 해당 업체를 수사 의뢰하고 사실 확인에 나섰습니다.

김우준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장비 이곳저곳을 뜯어보며 점검에 나선 작업자들.

[음성변조 : "여기 물 들어갔니? 이 천장에?"]

군에 납품하는 식기세척기를 수리하는 모습입니다.

[음성변조 : "기계 닦는다고 와가지고."]

그런데 주변에 수상한 도구들이 널려 있습니다.

겉면을 매끈하게 바꿔주는 시트지, 모터의 제조 일자를 조작할 수 있는 검수 도장 등입니다.

이것들을 이용해, 중고 세척기를 새 제품으로 '바꿔치기'했다는 게 제보자의 얘기입니다.

[제보자/음성변조 : "싹 닦아서 이런 거 이제 이런 부품 같은 것 이런 거는 교체를 해가지고 이렇게 이제 부대로 나가는 거예요."]

이 제품은 '리스', 즉 임대 방식으로 전국 군부대에 납품되는 기종입니다.

3년 기한을 채우면 반납되는데, 이걸 손봐서 새 제품으로 꾸미고는 재납품했다는 설명입니다.

[제보자/음성변조 : "우리가 그 기계를 회수를 해가지고, 다시 부대로 정상 새것으로 해서 나가는 거죠. 이틀이면 완성이 돼서, 부대에 들어갈 수 있는 상태가 돼요. (군)간부님들이 자세히 보지 않는 이상은 발견하기는 좀 힘든 부분이 있어요."]

이 일이 이뤄졌다는 현장을 찾아가 봤습니다.

중고 식기세척기와 부품이 가득합니다.

[창고 관계자/음성변조 : "중고를 수리해서 (AS 용도로) 준비해 놓는 건데, 보시다시피 이렇게 (모터에) 넘버가 다 있잖아요."]

이 군납업체 소유주는 육군 소령 출신 손 모 씨입니다.

2017년에 이미, 중고 세척기를 신품으로 속이고 납품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 1년 4개월을 선고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듬해 출소해 군납 '리스 사업'을 재개하면서, 같은 눈속임을 수년 째 계속했다는 게 제보자의 주장입니다.

제 뒤로 보이는 이곳 부대 역시 지난 1월 해당 업체의 식기세척기가 설치됐습니다.

그 식기세척기 역시 중고품이 신품으로 둔갑된 제품이었습니다.

손 씨를 통해 군 당국에 납품된 식기세척기는 370여 대.

전군에 들어가는 물량의 거의 절반에 이르는 규모로, 전체 금액은 22억 원이 넘습니다.

업체 소유주는, "직원 실수로 일부 부대에 중고품이 신제품으로 잘못 납품된 적이 있을 뿐, 고의로 제조일을 조작한 건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손○○/군납업체 소유주/음성변조 : "우리도 모를 수 있다니까요. 제가 뭐 창고에 뭐 한 달 한 번 갈까 말까인데, 출고되는 걸 제가 보지를 못하거든요."]

국방부는 사실 확인을 위해 육군 중앙수사단에 수사를 의뢰했고, 경찰청 안보수사국도 입건 전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KBS 뉴스 김우준입니다.

촬영기자:김민준 김현민/영상편집:신남규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군납 식기세척기, 중고→신품 둔갑…육·해·공 모두 속았다
    • 입력 2023-03-21 07:32:04
    • 수정2023-03-21 07:55:02
    뉴스광장
[앵커]

장병들의 '위생'과 직결되는 부대 내 주방용 식기세척기, 한 군납업체가 중고를 새 제품인 것처럼 눈속임해, 수 년째 일선 부대에 납품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국방부도 해당 업체를 수사 의뢰하고 사실 확인에 나섰습니다.

김우준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장비 이곳저곳을 뜯어보며 점검에 나선 작업자들.

[음성변조 : "여기 물 들어갔니? 이 천장에?"]

군에 납품하는 식기세척기를 수리하는 모습입니다.

[음성변조 : "기계 닦는다고 와가지고."]

그런데 주변에 수상한 도구들이 널려 있습니다.

겉면을 매끈하게 바꿔주는 시트지, 모터의 제조 일자를 조작할 수 있는 검수 도장 등입니다.

이것들을 이용해, 중고 세척기를 새 제품으로 '바꿔치기'했다는 게 제보자의 얘기입니다.

[제보자/음성변조 : "싹 닦아서 이런 거 이제 이런 부품 같은 것 이런 거는 교체를 해가지고 이렇게 이제 부대로 나가는 거예요."]

이 제품은 '리스', 즉 임대 방식으로 전국 군부대에 납품되는 기종입니다.

3년 기한을 채우면 반납되는데, 이걸 손봐서 새 제품으로 꾸미고는 재납품했다는 설명입니다.

[제보자/음성변조 : "우리가 그 기계를 회수를 해가지고, 다시 부대로 정상 새것으로 해서 나가는 거죠. 이틀이면 완성이 돼서, 부대에 들어갈 수 있는 상태가 돼요. (군)간부님들이 자세히 보지 않는 이상은 발견하기는 좀 힘든 부분이 있어요."]

이 일이 이뤄졌다는 현장을 찾아가 봤습니다.

중고 식기세척기와 부품이 가득합니다.

[창고 관계자/음성변조 : "중고를 수리해서 (AS 용도로) 준비해 놓는 건데, 보시다시피 이렇게 (모터에) 넘버가 다 있잖아요."]

이 군납업체 소유주는 육군 소령 출신 손 모 씨입니다.

2017년에 이미, 중고 세척기를 신품으로 속이고 납품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 1년 4개월을 선고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듬해 출소해 군납 '리스 사업'을 재개하면서, 같은 눈속임을 수년 째 계속했다는 게 제보자의 주장입니다.

제 뒤로 보이는 이곳 부대 역시 지난 1월 해당 업체의 식기세척기가 설치됐습니다.

그 식기세척기 역시 중고품이 신품으로 둔갑된 제품이었습니다.

손 씨를 통해 군 당국에 납품된 식기세척기는 370여 대.

전군에 들어가는 물량의 거의 절반에 이르는 규모로, 전체 금액은 22억 원이 넘습니다.

업체 소유주는, "직원 실수로 일부 부대에 중고품이 신제품으로 잘못 납품된 적이 있을 뿐, 고의로 제조일을 조작한 건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손○○/군납업체 소유주/음성변조 : "우리도 모를 수 있다니까요. 제가 뭐 창고에 뭐 한 달 한 번 갈까 말까인데, 출고되는 걸 제가 보지를 못하거든요."]

국방부는 사실 확인을 위해 육군 중앙수사단에 수사를 의뢰했고, 경찰청 안보수사국도 입건 전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KBS 뉴스 김우준입니다.

촬영기자:김민준 김현민/영상편집:신남규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