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 속출’ 인천공항면세점 입찰…누가 마지막으로 웃을까?

입력 2023.03.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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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10년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에 입점할 사업자 후보가 결정됐습니다. 호텔신라, 신세계 디에프, 현대백화점면세점 3개사입니다.

인천공항공사는 사업자들이 써낸 입찰가격(40점)과 사업제안서 평가 결과(60점) 등을 합산해 복수 사업자를 결정해 통보했고, 관세청 심사를 거쳐 최종 사업자(공항공사 평가 점수 50%와 관세청 점수 50% 합산)가 선정됩니다.

일반사업권 63개 매장에 3개 사업자(현대백화점은 부티크 구역만 입찰)가 들어오는 것은 사실상 확정된 만큼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향수와 화장품·주류와 담배 사업권을 신라와 신세계 가운데 누가 가져갈지를 두고 경쟁을 벌이게 됐습니다.

■ 국내 1위 롯데면세점, 왜 탈락했나?

이번 입찰에서 가장 이변으로 여겨진 건 국내 1위인 롯데면세점의 탈락입니다.

인천공항공사의 사업자 선정 평가 항목을 보면 비중은 가격보다 사업제안서가 높습니다. 하지만 실제 입찰 결과를 좌우하는 건 '가격'인데요. 현재 인천공항 매출의 70%가량은 면세점 임대료 등 비항공 수익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임대료를 중요하게 볼 수밖에 없습니다.

입찰에 참여한 기업들은 비공개로 공사 측이 제시한 최소 입찰가격 이상의 임대료를 써내는데, 이번 결과에서 볼 수 있듯이 결국 높은 임대료를 제시할수록 좋은 점수를 받게 됩니다.

실제로 이번에 탈락한 롯데는 일반사업권 응찰 기업 가운데 가장 낮은 입찰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올해부터 인천공항 면세점은 기존 5년에서 10년 계약으로 바뀌고, 임대료도 이용객 연동 방식으로 산정되는데 가장 매출이 높은 향수·화장품·주류·담배 사업권 기준으로 신라가 1인당 최대 9,163원, 신세계는 최대 9,020원을 제시한 반면 롯데는 7,224원을 써냈습니다.

신세계나 신라가 매우 공격적으로 인천공항면세점 사업에 대한 의욕을 보이며 높은 금액을 베팅했지만 롯데는 다소 보수적으로 접근했던 건데요.

롯데는 경쟁사들이 이렇게까지 높은 입찰가를 제시할 줄을 몰랐다며 당혹감을 보였지만, 내부적으로는 높은 임대료 대비 매출 비중이 크지 않았던 공항면세점을 접고 사업을 재편할 기회라는 반응도 나옵니다.

■ '쩐의 전쟁' 된 입찰…중국은 진심이었나?

또 하나의 이변이 있었습니다. 바로 이번 인천공항면세점 입찰 과정에서 가장 주목을 끌었던 중국 국영면세그룹 CDFG의 탈락입니다.

CDFG 역시 입찰가를 신라나 신세계보다 높게 제시하지는 않았는데요. 당초 업계에서 글로벌 면세점 운영 경험이 부족한 CDFG가 막대한 자금력과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높은 입찰가를 제시할 것으로 전망했던 것과 다른 결과였습니다.

실제 CDFG가 제시한 임대료는 1인당 최대 7,833원으로 롯데보다는 높았지만, 신라와 신세계가 제시한 금액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중국 기업 역시 결코 낮은 금액을 제시한 건 아니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입니다. 중국이 제시한 금액도 공항공사가 제시한 최소 입찰기준의 130%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CDFG는 한국 면세점 운영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관련 인사들을 영입하는가 하면, 최종 입찰 PT에서는 인천공항면세점 매출 성장을 위해 최대 고객인 중국 관광객 유치 방안 등을 적극적으로 어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면세점 판도 바뀔 것" VS "승자의 저주 우려"

10년간 재계약 없이 인천공항면세점 사업권을 주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국내 1위 롯데면세점이 상징성이 큰 인천공항면세점에서 철수하게 되면 기존 면세점 판도가 바뀔지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업계는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실적 개선이 2분기부터는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인천공항 입점으로 국내 면세사업자 순위가 바뀔 수도 있다는 겁니다.

매출 규모에서 국내 2, 3위인 신라와 신세계는 여객 수가 회복되면 인천공항에서 매출 1조 원 이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반면 '승자의 저주' 우려도 제기됩니다. 입찰 최저가의 최대 170% 수준인 임대료는 2019년을 기준으로 보면 매출의 40% 정도에 달합니다.

2015년 롯데의 경우 높은 금액에 낙찰을 받았다가 사드 사태로 면세점 수요가 급감하며 2년 만에 사업권을 반납하고 철수한 바 있습니다.

임대료가 높다 보니 흑자를 내기가 쉽지 않은 구조인데 이를 만회하려다 보면 중장기적으로는 면세품 가격이 올라 소비자 편익이 저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지난 3년간 여러 차례 유찰됐던 인천공항면세점 입찰이 흥행에 성공한건 분명해 보입니다. 최종 승자는 인천공항공사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코로나 기간 영업 손실 등으로 인천공항공사는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영업 이익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면세점 임대료 문제라는 큰 산을 넘었습니다.


■ 중국 경제활동 재개 기대감…'보따리상' 의존 탈피해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7천974억 원으로 집계돼 전월 대비 40%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지난달과 방문객 수가 비슷한 수준인데도 매출이 급감한 건 '송객수수료' 감축 영향이 컸습니다.

송객수수료는 관광객을 알선하는 대가로 면세점이 여행사에 지급하는 비용인데, 사드 사태 이후 중국 관광객이 줄며 대신 면세품을 구매해주는 이른바 '보따리상(다이궁)'들에게 지급돼 왔습니다.

이 송객수수료, 코로나 이전까지만 해도 10% 중반대였는데 최근에는 40%대까지 치솟았습니다. 금액으로 따지면 4조 원 정도가 보따리상에게 간 건데, 이는 국내 면세점 매출의 20% 수준입니다.

인천공항 최종 입찰 심사 과정에서도 송객 수수료 문제는 다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관세청은 과도한 송객수수료 실태를 지적하며 인천공항 심사 시 송객수수료 정상화에 대한 노력도 평가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업계도 수익성이 점점 악화되는 만큼 송객 수수료를 정상화해야 한다는데 공감하고 있지만, 언제든 경쟁은 다시 재점화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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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변 속출’ 인천공항면세점 입찰…누가 마지막으로 웃을까?
    • 입력 2023-03-22 07:00:06
    취재K

향후 10년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에 입점할 사업자 후보가 결정됐습니다. 호텔신라, 신세계 디에프, 현대백화점면세점 3개사입니다.

인천공항공사는 사업자들이 써낸 입찰가격(40점)과 사업제안서 평가 결과(60점) 등을 합산해 복수 사업자를 결정해 통보했고, 관세청 심사를 거쳐 최종 사업자(공항공사 평가 점수 50%와 관세청 점수 50% 합산)가 선정됩니다.

일반사업권 63개 매장에 3개 사업자(현대백화점은 부티크 구역만 입찰)가 들어오는 것은 사실상 확정된 만큼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향수와 화장품·주류와 담배 사업권을 신라와 신세계 가운데 누가 가져갈지를 두고 경쟁을 벌이게 됐습니다.

■ 국내 1위 롯데면세점, 왜 탈락했나?

이번 입찰에서 가장 이변으로 여겨진 건 국내 1위인 롯데면세점의 탈락입니다.

인천공항공사의 사업자 선정 평가 항목을 보면 비중은 가격보다 사업제안서가 높습니다. 하지만 실제 입찰 결과를 좌우하는 건 '가격'인데요. 현재 인천공항 매출의 70%가량은 면세점 임대료 등 비항공 수익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임대료를 중요하게 볼 수밖에 없습니다.

입찰에 참여한 기업들은 비공개로 공사 측이 제시한 최소 입찰가격 이상의 임대료를 써내는데, 이번 결과에서 볼 수 있듯이 결국 높은 임대료를 제시할수록 좋은 점수를 받게 됩니다.

실제로 이번에 탈락한 롯데는 일반사업권 응찰 기업 가운데 가장 낮은 입찰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올해부터 인천공항 면세점은 기존 5년에서 10년 계약으로 바뀌고, 임대료도 이용객 연동 방식으로 산정되는데 가장 매출이 높은 향수·화장품·주류·담배 사업권 기준으로 신라가 1인당 최대 9,163원, 신세계는 최대 9,020원을 제시한 반면 롯데는 7,224원을 써냈습니다.

신세계나 신라가 매우 공격적으로 인천공항면세점 사업에 대한 의욕을 보이며 높은 금액을 베팅했지만 롯데는 다소 보수적으로 접근했던 건데요.

롯데는 경쟁사들이 이렇게까지 높은 입찰가를 제시할 줄을 몰랐다며 당혹감을 보였지만, 내부적으로는 높은 임대료 대비 매출 비중이 크지 않았던 공항면세점을 접고 사업을 재편할 기회라는 반응도 나옵니다.

■ '쩐의 전쟁' 된 입찰…중국은 진심이었나?

또 하나의 이변이 있었습니다. 바로 이번 인천공항면세점 입찰 과정에서 가장 주목을 끌었던 중국 국영면세그룹 CDFG의 탈락입니다.

CDFG 역시 입찰가를 신라나 신세계보다 높게 제시하지는 않았는데요. 당초 업계에서 글로벌 면세점 운영 경험이 부족한 CDFG가 막대한 자금력과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높은 입찰가를 제시할 것으로 전망했던 것과 다른 결과였습니다.

실제 CDFG가 제시한 임대료는 1인당 최대 7,833원으로 롯데보다는 높았지만, 신라와 신세계가 제시한 금액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중국 기업 역시 결코 낮은 금액을 제시한 건 아니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입니다. 중국이 제시한 금액도 공항공사가 제시한 최소 입찰기준의 130%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CDFG는 한국 면세점 운영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관련 인사들을 영입하는가 하면, 최종 입찰 PT에서는 인천공항면세점 매출 성장을 위해 최대 고객인 중국 관광객 유치 방안 등을 적극적으로 어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면세점 판도 바뀔 것" VS "승자의 저주 우려"

10년간 재계약 없이 인천공항면세점 사업권을 주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국내 1위 롯데면세점이 상징성이 큰 인천공항면세점에서 철수하게 되면 기존 면세점 판도가 바뀔지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업계는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실적 개선이 2분기부터는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인천공항 입점으로 국내 면세사업자 순위가 바뀔 수도 있다는 겁니다.

매출 규모에서 국내 2, 3위인 신라와 신세계는 여객 수가 회복되면 인천공항에서 매출 1조 원 이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반면 '승자의 저주' 우려도 제기됩니다. 입찰 최저가의 최대 170% 수준인 임대료는 2019년을 기준으로 보면 매출의 40% 정도에 달합니다.

2015년 롯데의 경우 높은 금액에 낙찰을 받았다가 사드 사태로 면세점 수요가 급감하며 2년 만에 사업권을 반납하고 철수한 바 있습니다.

임대료가 높다 보니 흑자를 내기가 쉽지 않은 구조인데 이를 만회하려다 보면 중장기적으로는 면세품 가격이 올라 소비자 편익이 저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지난 3년간 여러 차례 유찰됐던 인천공항면세점 입찰이 흥행에 성공한건 분명해 보입니다. 최종 승자는 인천공항공사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코로나 기간 영업 손실 등으로 인천공항공사는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영업 이익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면세점 임대료 문제라는 큰 산을 넘었습니다.


■ 중국 경제활동 재개 기대감…'보따리상' 의존 탈피해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7천974억 원으로 집계돼 전월 대비 40%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지난달과 방문객 수가 비슷한 수준인데도 매출이 급감한 건 '송객수수료' 감축 영향이 컸습니다.

송객수수료는 관광객을 알선하는 대가로 면세점이 여행사에 지급하는 비용인데, 사드 사태 이후 중국 관광객이 줄며 대신 면세품을 구매해주는 이른바 '보따리상(다이궁)'들에게 지급돼 왔습니다.

이 송객수수료, 코로나 이전까지만 해도 10% 중반대였는데 최근에는 40%대까지 치솟았습니다. 금액으로 따지면 4조 원 정도가 보따리상에게 간 건데, 이는 국내 면세점 매출의 20% 수준입니다.

인천공항 최종 입찰 심사 과정에서도 송객 수수료 문제는 다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관세청은 과도한 송객수수료 실태를 지적하며 인천공항 심사 시 송객수수료 정상화에 대한 노력도 평가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업계도 수익성이 점점 악화되는 만큼 송객 수수료를 정상화해야 한다는데 공감하고 있지만, 언제든 경쟁은 다시 재점화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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