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다시 대통령하기 싫다고 했는데…‘조코위’는 다시 권좌에 도전할까

입력 2023.03.22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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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G20 정상회담 취재로 발리에 갔을 때 통역을 해준 인도네시아인 나훈아(한국 관광객들이 잘 기억해 달라고 붙인 가명)씨는 ‘조코 위도도’ 대통령에 대해 묻자 “(우리나라에) 그런 행운은 이제 없을 것 같아요” 라고 답했다. 헌법상 재선까지만 가능한 인도네시아에서 언론과 국민들은 자꾸 조코위의 재출마설을 꺼내든다. 본인은 몇 번이고 그럴 일 없다는데...


1.
흔히 '조코위'라 부른다. ‘조코 위도도(Joko Widodo)’ 인도네시아 대통령. 70%를 웃돌던 그의 지지율은 퇴임 1년여를 앞둔 지금도 여전히 60%를 크게 웃돈다. 가난한 목수의 아들로 태어나 가구제조업을 하다 2005년 뒤늦게 정치에 뛰어들었다. 자카르타 시장부터 2014년 대통령 당선, 2019년 재선까지. 거침없이 달려왔다.

부르면 금방 달려와 고장난 창틀을 고쳐줄 것 같은 친근한 이미지. 실제 젊은 시절 가구상을 해서 톱질을 잘한다. 수라카르타라는 작은 도시의 시장 시절, 빈민촌을 방문했는데 말투가 너무 친근해서 누가 시장인지 누가 주민인지 구별이 어려웠단다.

조코위는 외모와 개혁 성향때문에 ‘아시아의 오바마’로 불렸다. 자카르타를 방문한 오바마 전 대통령을 태우고 직접 운전하고 있는 조코위 대통령(2017년).  오바마 대통령은 6살때 인도네시아 남성과 재혼한 어머니를 따라 자카르타에서 4년을 살았다. (사진 연합뉴스)조코위는 외모와 개혁 성향때문에 ‘아시아의 오바마’로 불렸다. 자카르타를 방문한 오바마 전 대통령을 태우고 직접 운전하고 있는 조코위 대통령(2017년). 오바마 대통령은 6살때 인도네시아 남성과 재혼한 어머니를 따라 자카르타에서 4년을 살았다. (사진 연합뉴스)

2.
조코위가 집권한 2014년 당시 8,900억 달러 정도였던 인도네시아의 GDP는 지난해에는 1조3,800억 달러까지 성장했다. 한해 평균 5% 이상 성장해 집권 8년간 50% 이상 나라 경제가 커졌다. 총 연장 780km에 불과했던 인도네시아의 고속도로는 3,400km로 늘었다. 10개의 새 공항이 건설됐고, 집권 초기 55% 수준이었던 국민건강보험 가입률은 83%(202년)까지 올랐다.

재선에 성공한 직후 기득권층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수도를 보르네오섬의 동(東)칼리만탄으로 옮기고 있다. 자바섬 자카르타에 집중된 경제발전을 분산시키기 위해서다. 조코위는 새 수도를 ‘누산타라’라고 명명했다(군도라는 뜻이다). 코로나 위기때 원자재 값이 급등하는 등 운도 따랐지만, 인도네시아 경제는 급성장하고 있다. 조코위의 인기는 그런데 비단 친근함이나 경제발전 때문만은 아니다.

(1인당 국민소득이 4천 달러 수준으로 태국의 절반 정도인 인도네시아의 힘은 2억 8천만(세계 4위)의 인구에서 나온다. 인구가 많다보니 국가 GDP는 네덜란드나 사우디아라비아보다 높다. 1만 8천여 개의 섬으로 이뤄진 국토도 워낙 넓게 퍼져있어서 인천에서 자카르타까지 비행기로 7시간이 걸리는데, 인도네시아 서쪽끝에서 동쪽끝까지 비행기로 7시간이 걸린다)


3.
그는 중도 개혁 성향의 민주투쟁당(인도네시아어 머릿말로 PDI-P. 영어로는 Democratic Party of Struggle)출신이다. 2014년과 2019년 대선에서 잇달아 특전 사령관 출신 ‘프라보워 수비안토’ 후보와 맞붙어 승리했다. 2019년 대선 승리 이후에도 부정투표 논란이 계속되자, 그는 프라보워를 영입해 아예 국방부장관 자리에 앉혔다. 프라보워는 32년간 철권통치했던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사위다.

대선 직전에도 그는 반대파를 끌어안아 세상을 놀라게 했다. 정치판에 이슬람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지자,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마루프 아민(Ma'ruf Amin)'을 지명했다. 그는 해마다 메카 순례를 다녀오는 이슬람 근본주의자다.

재집권후에는 야당인 국민수권당(PAN)까지 연정에 끌어들여 전체 의석의 82%를 자기편으로 만들었다.
조코위는 상대방을 이기는 정치가 아니라 상대방도 내편으로 만드는 정치를 한다. 그는 인도네시아인 전체를 내편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2019년 재선에서 승리한 직후의 ‘조코 위도도’ 대통령, 오른쪽이 ‘마루프 아민’ 부통령 러닝메이트다. 아민 부통령은 이슬람 근본주의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 AP)2019년 재선에서 승리한 직후의 ‘조코 위도도’ 대통령, 오른쪽이 ‘마루프 아민’ 부통령 러닝메이트다. 아민 부통령은 이슬람 근본주의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 AP)

지난해 7월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상을 잇달아 만나며 중도자 역할을 자처했다. 11월에는 발리에서 ‘G20 정상회담’이 열렸다(인도네시아는 G20 회원국이다). 바이든과 시진핑은 1인당 국민소득 4천달러의 나라 대통령의 주선으로 첫 대면 정상회담을 열었다.

4.
인도네시아를 안녕과 번영으로 이끈 조코위의 임기가 끝나간다. 대선은 내년 2월에 치러진다. 아직 11개월이나 남았는데, 자꾸 조코위의 재출마설 시나리오가 오르내린다. 여권이 헌법을 개정해 조코위의 3번째 출마길을 열어줄 것이라는 분석이 이어진다. 실제 주요인사들에게 개헌 필요성을 설득하고 다닌 '루훗 판자이탄' 해양장관의 실명이 공개되기도 했다. 그는 조코위의 최측근이다.

정부가 한 신생정당(프리마당)의 정당 등록을 잘못 취소했는데, 이를 다시 등록하는데 시간이 걸려 내년 대선이 미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관련해 며칠 전에는 앞으로 '2년 4개월 7일동안' 선거 준비를 중단하라는 지방법원의 판결까지 나왔다. 이 경우 조코위의 임기는 자동으로 연장된다. 하다하다 조코위가 헌법에 어긋나지 않게 부통령으로 출마할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이 모든게 '조코위'의 식지 않는 지지율 때문이다.

조코위는 여전히 불출마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가 입장을 바꿀지는 아무도 모른다. 현대사에서 때가되면 권좌에서 내려오겠다고 약속했다가 약속을 어긴 지도자가 어디 한 둘인가. 조코위는 한때 자녀의 정치 참여를 강하게 부인했지만, 아들 ‘기브란 라카부밍(34)’는 2021년 수라카르타 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다. 아버지가 처음 당선됐던 바로 그 도시다.

'프라보워' 국방장관은 다시 내년 대선에 출마한다. 대권 삼수다. 야당 대통령 후보가 연립여당에서 국방부 장관을 역임한 뒤 다시 야당인 그린드라당 대선 후보로 출마한다(어쩌면 인도네시아의 정치가 한국보다 더 유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린드라당은 '프라보워' 후보의 광고판앞에서 사진을 찍어 태그(#)한 뒤 SNS에 올리면 추첨을 통해 '블랙핑크 자카르타 공연' 입장권을 준다.


여권인 민주투쟁당은 아직 후보를 내지 않고 있다. 조코위의 임기는 내년 10월 2일까지다.

대학생들이 3선 개헌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사진 연합 AP)대학생들이 3선 개헌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사진 연합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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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다시 대통령하기 싫다고 했는데…‘조코위’는 다시 권좌에 도전할까
    • 입력 2023-03-22 13:24:44
    특파원 리포트
지난해 G20 정상회담 취재로 발리에 갔을 때 통역을 해준 인도네시아인 나훈아(한국 관광객들이 잘 기억해 달라고 붙인 가명)씨는 ‘조코 위도도’ 대통령에 대해 묻자 “(우리나라에) 그런 행운은 이제 없을 것 같아요” 라고 답했다. 헌법상 재선까지만 가능한 인도네시아에서 언론과 국민들은 자꾸 조코위의 재출마설을 꺼내든다. 본인은 몇 번이고 그럴 일 없다는데...


1.
흔히 '조코위'라 부른다. ‘조코 위도도(Joko Widodo)’ 인도네시아 대통령. 70%를 웃돌던 그의 지지율은 퇴임 1년여를 앞둔 지금도 여전히 60%를 크게 웃돈다. 가난한 목수의 아들로 태어나 가구제조업을 하다 2005년 뒤늦게 정치에 뛰어들었다. 자카르타 시장부터 2014년 대통령 당선, 2019년 재선까지. 거침없이 달려왔다.

부르면 금방 달려와 고장난 창틀을 고쳐줄 것 같은 친근한 이미지. 실제 젊은 시절 가구상을 해서 톱질을 잘한다. 수라카르타라는 작은 도시의 시장 시절, 빈민촌을 방문했는데 말투가 너무 친근해서 누가 시장인지 누가 주민인지 구별이 어려웠단다.

조코위는 외모와 개혁 성향때문에 ‘아시아의 오바마’로 불렸다. 자카르타를 방문한 오바마 전 대통령을 태우고 직접 운전하고 있는 조코위 대통령(2017년).  오바마 대통령은 6살때 인도네시아 남성과 재혼한 어머니를 따라 자카르타에서 4년을 살았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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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코위가 집권한 2014년 당시 8,900억 달러 정도였던 인도네시아의 GDP는 지난해에는 1조3,800억 달러까지 성장했다. 한해 평균 5% 이상 성장해 집권 8년간 50% 이상 나라 경제가 커졌다. 총 연장 780km에 불과했던 인도네시아의 고속도로는 3,400km로 늘었다. 10개의 새 공항이 건설됐고, 집권 초기 55% 수준이었던 국민건강보험 가입률은 83%(202년)까지 올랐다.

재선에 성공한 직후 기득권층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수도를 보르네오섬의 동(東)칼리만탄으로 옮기고 있다. 자바섬 자카르타에 집중된 경제발전을 분산시키기 위해서다. 조코위는 새 수도를 ‘누산타라’라고 명명했다(군도라는 뜻이다). 코로나 위기때 원자재 값이 급등하는 등 운도 따랐지만, 인도네시아 경제는 급성장하고 있다. 조코위의 인기는 그런데 비단 친근함이나 경제발전 때문만은 아니다.

(1인당 국민소득이 4천 달러 수준으로 태국의 절반 정도인 인도네시아의 힘은 2억 8천만(세계 4위)의 인구에서 나온다. 인구가 많다보니 국가 GDP는 네덜란드나 사우디아라비아보다 높다. 1만 8천여 개의 섬으로 이뤄진 국토도 워낙 넓게 퍼져있어서 인천에서 자카르타까지 비행기로 7시간이 걸리는데, 인도네시아 서쪽끝에서 동쪽끝까지 비행기로 7시간이 걸린다)


3.
그는 중도 개혁 성향의 민주투쟁당(인도네시아어 머릿말로 PDI-P. 영어로는 Democratic Party of Struggle)출신이다. 2014년과 2019년 대선에서 잇달아 특전 사령관 출신 ‘프라보워 수비안토’ 후보와 맞붙어 승리했다. 2019년 대선 승리 이후에도 부정투표 논란이 계속되자, 그는 프라보워를 영입해 아예 국방부장관 자리에 앉혔다. 프라보워는 32년간 철권통치했던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사위다.

대선 직전에도 그는 반대파를 끌어안아 세상을 놀라게 했다. 정치판에 이슬람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지자,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마루프 아민(Ma'ruf Amin)'을 지명했다. 그는 해마다 메카 순례를 다녀오는 이슬람 근본주의자다.

재집권후에는 야당인 국민수권당(PAN)까지 연정에 끌어들여 전체 의석의 82%를 자기편으로 만들었다.
조코위는 상대방을 이기는 정치가 아니라 상대방도 내편으로 만드는 정치를 한다. 그는 인도네시아인 전체를 내편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2019년 재선에서 승리한 직후의 ‘조코 위도도’ 대통령, 오른쪽이 ‘마루프 아민’ 부통령 러닝메이트다. 아민 부통령은 이슬람 근본주의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 AP)
지난해 7월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상을 잇달아 만나며 중도자 역할을 자처했다. 11월에는 발리에서 ‘G20 정상회담’이 열렸다(인도네시아는 G20 회원국이다). 바이든과 시진핑은 1인당 국민소득 4천달러의 나라 대통령의 주선으로 첫 대면 정상회담을 열었다.

4.
인도네시아를 안녕과 번영으로 이끈 조코위의 임기가 끝나간다. 대선은 내년 2월에 치러진다. 아직 11개월이나 남았는데, 자꾸 조코위의 재출마설 시나리오가 오르내린다. 여권이 헌법을 개정해 조코위의 3번째 출마길을 열어줄 것이라는 분석이 이어진다. 실제 주요인사들에게 개헌 필요성을 설득하고 다닌 '루훗 판자이탄' 해양장관의 실명이 공개되기도 했다. 그는 조코위의 최측근이다.

정부가 한 신생정당(프리마당)의 정당 등록을 잘못 취소했는데, 이를 다시 등록하는데 시간이 걸려 내년 대선이 미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관련해 며칠 전에는 앞으로 '2년 4개월 7일동안' 선거 준비를 중단하라는 지방법원의 판결까지 나왔다. 이 경우 조코위의 임기는 자동으로 연장된다. 하다하다 조코위가 헌법에 어긋나지 않게 부통령으로 출마할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이 모든게 '조코위'의 식지 않는 지지율 때문이다.

조코위는 여전히 불출마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가 입장을 바꿀지는 아무도 모른다. 현대사에서 때가되면 권좌에서 내려오겠다고 약속했다가 약속을 어긴 지도자가 어디 한 둘인가. 조코위는 한때 자녀의 정치 참여를 강하게 부인했지만, 아들 ‘기브란 라카부밍(34)’는 2021년 수라카르타 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다. 아버지가 처음 당선됐던 바로 그 도시다.

'프라보워' 국방장관은 다시 내년 대선에 출마한다. 대권 삼수다. 야당 대통령 후보가 연립여당에서 국방부 장관을 역임한 뒤 다시 야당인 그린드라당 대선 후보로 출마한다(어쩌면 인도네시아의 정치가 한국보다 더 유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린드라당은 '프라보워' 후보의 광고판앞에서 사진을 찍어 태그(#)한 뒤 SNS에 올리면 추첨을 통해 '블랙핑크 자카르타 공연' 입장권을 준다.


여권인 민주투쟁당은 아직 후보를 내지 않고 있다. 조코위의 임기는 내년 10월 2일까지다.

대학생들이 3선 개헌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사진 연합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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