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드라마 보면 극형까지…북, 법까지 제정해 통제

입력 2023.03.22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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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주민들에게 유통되는 정보를 철저하게 통제합니다. 관영매체도 대내용과 대외용이 따로 있습니다. 당의 유일 지배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북한에도 휴대전화가 보급되고 인터넷이 생기면서 외부 정보의 유입을 막기가 어려워졌습니다. 남한 드라마는 북한 주민들에게도 인기가 많다고 전해집니다.

결국 북한은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2020년 10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했습니다. 북한 인권단체들은 현지시간 2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인권이사회 학술행사에서 이 법의 전문을 입수해 공개했습니다.

남한 드라마 등 '괴뢰 문화'를 시청하면 노동교화형에 처하고, 정도에 따라 극형까지 내릴 수 있도록 통제를 강화했습니다.

■ "'반동사상문화' 유입하면 계급 관계없이 극형까지"

북한은 이 법 제 2조에서 '반동사상문화'를 "괴뢰 출판물을 비롯한 적대 세력들의 썩어 빠진 사상문화와 우리식이 아닌 온갖 불건전하고 이색적인 사상문화"라고 규정했습니다.

'괴뢰'는 남한을 의미하는 것으로, 특히 남측 문화의 유입을 경계하는 모습이 드러납니다.

북한은 이런 반동사상문화와의 전면 대결전을 "국가의 중요한 정책적 요구"라고 못박으며 통제를 강화해나갈 것을 선포했습니다.

특히, "국가는 반동사상문화를 류입, 시청, 류포하는 행위를 저지른 자에 대하여서는 그가 어떤 계층의 누구이든 리유 여하에 관계없이 엄중성 정도에 따라 극형에 이르기까지의 엄한 법적제재를 가하도록 한다"고 규정했습니다.

출신 성분이 중요한 북한에서 계층과 관계없이 극형까지 가하겠다는 것은 북한 지도부가 이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보고 있는지를 방증합니다.

북한 주민이 허가되지 않은 콘텐츠를 유입하거나 시청하면 노동교화형에 처해진다북한 주민이 허가되지 않은 콘텐츠를 유입하거나 시청하면 노동교화형에 처해진다

■ 국경·대외사업공간·외국 출장…정보 유입로 전면 차단

'반동사상 문화의 류입 차단'을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제2장에서는 외부 정보의 유입 경로를 엿볼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제9조 '국경을 통한 류입의 차단'에서는 "세관을 비롯한 국경검사기관과 국경경비부문은 인원과 물품에 대한 검사를 엄격히 하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어 제10조는 '출판선전물을 통한 류입의 차단'을 규정하고 있는데, 결국 북중 접경지역 등 국경에서 영상자료 등의 출판선전물이 유입되는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북한에 들어가 있는 국제기구나 대사관 등 '대외사업공간', '외국 출장, 사적 려행, 외국인 또는 해외동포와의 접촉' 등을 또다른 유입경로로 적시했습니다.

■ 손전화기로 보고, 괴뢰 그림 팔고…압수물까지 시청

이렇게 들어온 '반동 문화'는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어떻게 소비될까요?

제3장 '반동사상문화의 시청, 류포 금지'에서는 컴퓨터, 기억매체, TV, 라디오, 복사기, 인쇄기, 손전화기 등을 통한 시청과 유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휴대전화나 DVD 등을 통해 북한 외부의 콘텐츠를 시청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특히, 제21조에서는 "괴뢰글과 그림, 상표를 비롯하여 불순한 내용이 들어있는 물품을 판매하지 말며 퇴폐적이고 이색적인 편집물을 만들어 봉사하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남한의 문화가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은밀히 거래되기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제22조에서 "법 기관이 압몰수된 출판선전물을 시청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류포하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규정한 것도 주목됩니다. 법을 집행하는 북한 기관들마저 남한 문화에 푹 빠져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 괴뢰 말투 쓰면 노동단련형…남한 드라마 보다가 무기 수감될 수도

주요 북한 범죄유형, 출처: 통일연구원, 통일부 공식 블로그주요 북한 범죄유형, 출처: 통일연구원, 통일부 공식 블로그

죄의 정도에 따른 구체적인 처벌 내용도 정해져 있습니다.

"괴뢰영화나 록화물, 편집물, 도서, 노래, 그림, 사진 같은 것"을 보관만 해도 5년 이상 10년 이하의 유기노동교화형입니다. 죄가 무거우면 10년 이상, 무기 노동교화형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노동교화형은 북한의 구금시설인 교화소에 보내 노동을 시키는 형벌인데, 북한에서 분류한 기존 범죄유형을 보면 간첩죄, 조선민족적대죄 등을 처벌할 때 유기노동교화형을 내렸습니다. 그만큼 북한이 강도 높은 처벌을 하겠다고 공언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남한 말투를 쓰는 것도 처벌 대상입니다.

"괴뢰식으로 말하거나 글을 쓰거나 괴뢰창법으로 노래를 부르거나 괴뢰서체로 인쇄물을 만든 자"는 '괴뢰문화재현죄'로 노동단련형에 처해집니다. 이 역시 죗값이 무겁다고 인정되면 2년 이하의 노동교화형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1월엔 '평양문화어보호법'도 제정했는데, 이 또한 북한 사회에서 퍼지고 있는 남한 말투와 문화를 막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런 움직임에 대해 "당의 구상과 의도를 철저히 실현한다든지, 사상과 제도·문화를 수호한다는 등의 표현을 볼 때 사회 전반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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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한 드라마 보면 극형까지…북, 법까지 제정해 통제
    • 입력 2023-03-22 14:53:32
    취재K

북한은 주민들에게 유통되는 정보를 철저하게 통제합니다. 관영매체도 대내용과 대외용이 따로 있습니다. 당의 유일 지배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북한에도 휴대전화가 보급되고 인터넷이 생기면서 외부 정보의 유입을 막기가 어려워졌습니다. 남한 드라마는 북한 주민들에게도 인기가 많다고 전해집니다.

결국 북한은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2020년 10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했습니다. 북한 인권단체들은 현지시간 2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인권이사회 학술행사에서 이 법의 전문을 입수해 공개했습니다.

남한 드라마 등 '괴뢰 문화'를 시청하면 노동교화형에 처하고, 정도에 따라 극형까지 내릴 수 있도록 통제를 강화했습니다.

■ "'반동사상문화' 유입하면 계급 관계없이 극형까지"

북한은 이 법 제 2조에서 '반동사상문화'를 "괴뢰 출판물을 비롯한 적대 세력들의 썩어 빠진 사상문화와 우리식이 아닌 온갖 불건전하고 이색적인 사상문화"라고 규정했습니다.

'괴뢰'는 남한을 의미하는 것으로, 특히 남측 문화의 유입을 경계하는 모습이 드러납니다.

북한은 이런 반동사상문화와의 전면 대결전을 "국가의 중요한 정책적 요구"라고 못박으며 통제를 강화해나갈 것을 선포했습니다.

특히, "국가는 반동사상문화를 류입, 시청, 류포하는 행위를 저지른 자에 대하여서는 그가 어떤 계층의 누구이든 리유 여하에 관계없이 엄중성 정도에 따라 극형에 이르기까지의 엄한 법적제재를 가하도록 한다"고 규정했습니다.

출신 성분이 중요한 북한에서 계층과 관계없이 극형까지 가하겠다는 것은 북한 지도부가 이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보고 있는지를 방증합니다.

북한 주민이 허가되지 않은 콘텐츠를 유입하거나 시청하면 노동교화형에 처해진다
■ 국경·대외사업공간·외국 출장…정보 유입로 전면 차단

'반동사상 문화의 류입 차단'을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제2장에서는 외부 정보의 유입 경로를 엿볼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제9조 '국경을 통한 류입의 차단'에서는 "세관을 비롯한 국경검사기관과 국경경비부문은 인원과 물품에 대한 검사를 엄격히 하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어 제10조는 '출판선전물을 통한 류입의 차단'을 규정하고 있는데, 결국 북중 접경지역 등 국경에서 영상자료 등의 출판선전물이 유입되는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북한에 들어가 있는 국제기구나 대사관 등 '대외사업공간', '외국 출장, 사적 려행, 외국인 또는 해외동포와의 접촉' 등을 또다른 유입경로로 적시했습니다.

■ 손전화기로 보고, 괴뢰 그림 팔고…압수물까지 시청

이렇게 들어온 '반동 문화'는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어떻게 소비될까요?

제3장 '반동사상문화의 시청, 류포 금지'에서는 컴퓨터, 기억매체, TV, 라디오, 복사기, 인쇄기, 손전화기 등을 통한 시청과 유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휴대전화나 DVD 등을 통해 북한 외부의 콘텐츠를 시청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특히, 제21조에서는 "괴뢰글과 그림, 상표를 비롯하여 불순한 내용이 들어있는 물품을 판매하지 말며 퇴폐적이고 이색적인 편집물을 만들어 봉사하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남한의 문화가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은밀히 거래되기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제22조에서 "법 기관이 압몰수된 출판선전물을 시청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류포하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규정한 것도 주목됩니다. 법을 집행하는 북한 기관들마저 남한 문화에 푹 빠져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 괴뢰 말투 쓰면 노동단련형…남한 드라마 보다가 무기 수감될 수도

주요 북한 범죄유형, 출처: 통일연구원, 통일부 공식 블로그
죄의 정도에 따른 구체적인 처벌 내용도 정해져 있습니다.

"괴뢰영화나 록화물, 편집물, 도서, 노래, 그림, 사진 같은 것"을 보관만 해도 5년 이상 10년 이하의 유기노동교화형입니다. 죄가 무거우면 10년 이상, 무기 노동교화형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노동교화형은 북한의 구금시설인 교화소에 보내 노동을 시키는 형벌인데, 북한에서 분류한 기존 범죄유형을 보면 간첩죄, 조선민족적대죄 등을 처벌할 때 유기노동교화형을 내렸습니다. 그만큼 북한이 강도 높은 처벌을 하겠다고 공언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남한 말투를 쓰는 것도 처벌 대상입니다.

"괴뢰식으로 말하거나 글을 쓰거나 괴뢰창법으로 노래를 부르거나 괴뢰서체로 인쇄물을 만든 자"는 '괴뢰문화재현죄'로 노동단련형에 처해집니다. 이 역시 죗값이 무겁다고 인정되면 2년 이하의 노동교화형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1월엔 '평양문화어보호법'도 제정했는데, 이 또한 북한 사회에서 퍼지고 있는 남한 말투와 문화를 막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런 움직임에 대해 "당의 구상과 의도를 철저히 실현한다든지, 사상과 제도·문화를 수호한다는 등의 표현을 볼 때 사회 전반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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