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학교에선 어디까지 허용?…여전히 논쟁 중

입력 2023.03.22 (19:08) 수정 2023.03.22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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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폰이라는 단어, 들어보셨나요.

'몰래 휴대폰'의 줄임말입니다. 학교에서 선생님 눈을 피해 몰래 스마트폰을 하는 게 10대 중고생들에겐 주요 현안이다 보니, 이런 은어까지 생겼을 정도입니다.

학교 안에서 휴대전화 사용을 어디까지 제한해야 할까요.

'스마트폰 허용은 면학 분위기를 해친다' '아니다, 학생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팽팽한 논쟁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학교마다 선택지는 다릅니다. 어떤 학교는 등교하면 휴대전화를 걷었다가 하교 직전에 돌려주기도 하고, 기숙사 등 특정 장소에서만 휴대전화 사용을 막는 학교도 있습니다.

■ 인권위 "전면 제한은 안 돼"

국가인권위원회에선 오래전부터 한결같은 판단을 내놓고 있습니다.

"학교 내 휴대전화 소지·사용 전면 제한은 기본권 침해"라는 겁니다.

쉽게 말해, 아무리 중고생이더라도 스마트폰을 전혀 못 쓰게 하는 건 부당하다는 겁니다. 수업시간에 사용 못 하게 막는 것 정도는 합리적인 제한이지만, 점심시간이나 휴식시간은 허용하라는 취지입니다.

그러나 최근 인권위의 권고를 고등학교 3곳이 거부하고 나섰습니다.


■ "학생 의견 반영했다" vs "국제인권조약 위반"

인천의 한 기숙형 고등학교에선 월요일 등교 이후 휴대전화를 수거해 금요일 하교 때 돌려줍니다.

학교에서 마음껏 휴대전화를 쓸 수 있는 시간은 일주일에 딱 하루였습니다. 매주 수요일 12시 50분부터 담임교사 종례가 시작되는 4시 30분까지, 네 시간이 채 안 됩니다.

공기계를 내거나 기숙사에서 '몰폰'을 하다 걸린 학생들은 교내 봉사 5일 징계를 받았습니다.

학교 측은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몇 년 전 기숙사에서 불법 촬영 사건이 있었고, 학생들이 취침시간 전자기기를 사용하면 타인의 수면을 방해하거나 본인의 수면시간이 부족하게 됩니다."

인권위는 지난해 3월 "몇 가지 사례만을 바탕으로 휴대전화의 부작용을 섣불리 판단한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기숙형 학교에선 학생들이 일과를 마친 뒤에도 학교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휴대전화 사용 금지로 인한 활동 제약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권고 이후 학교는 매일 점심시간에는 휴대전화를 소지할 수 있도록 규정을 일부 완화했습니다.

그러나 인권위는 그걸로는 부족하다고 봤습니다. 일과시간과 기숙사 내 휴대전화 소지를 전면 금지하는 건 여전히 과도한 기본권 침해라고 판단했습니다.

대구의 고등학교 두 곳에서도 휴대전화 규정 때문에 학생들이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A 학교에선 1교시 시작 전 휴대전화를 제출받고 종례할 때 돌려줍니다. 기숙사에 사는 학생들의 경우 취침시간인 밤 9시 30분 다시 휴대전화를 반납했다가 아침이 되면 돌려받습니다.

기숙사에서 휴대전화를 몰래 소지했다 들키면 벌점 10점을 받는데, 벌점이 30점이 되면 강제 퇴사를 당할 수 있습니다.

B 학교는 휴대전화를 수거해가진 않지만, 일과시간에는 무조건 휴대전화 전원을 꺼두어야 합니다. 몰래 사용하다 걸리면 학교가 휴대전화를 압수해 일주일 동안 보관하는 조치를 당합니다.

인권위는 모두 "과도한 제한"이라고 판단하고 시정을 권고했지만, 학교들은 따르지 않았습니다.

학교들이 내세우는 주된 이유는 학생과 학부모 의견을 반영해 만든 규정이라는 것. 특히 B 학교는 학생과 학부모가 현재의 규정이 바뀌길 원치 않아 개정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인권위는 오늘(22일) 권고를 불수용한 세 학교에 대해 "헌법과 국제인권조약에 명시된 학생의 인권을 적극적으로 보장하지 않고 있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인권위 권고와 학교의 입장, 여러분은 어느 쪽에 더 공감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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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마트폰, 학교에선 어디까지 허용?…여전히 논쟁 중
    • 입력 2023-03-22 19:07:59
    • 수정2023-03-22 19:22:44
    취재K

몰폰이라는 단어, 들어보셨나요.

'몰래 휴대폰'의 줄임말입니다. 학교에서 선생님 눈을 피해 몰래 스마트폰을 하는 게 10대 중고생들에겐 주요 현안이다 보니, 이런 은어까지 생겼을 정도입니다.

학교 안에서 휴대전화 사용을 어디까지 제한해야 할까요.

'스마트폰 허용은 면학 분위기를 해친다' '아니다, 학생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팽팽한 논쟁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학교마다 선택지는 다릅니다. 어떤 학교는 등교하면 휴대전화를 걷었다가 하교 직전에 돌려주기도 하고, 기숙사 등 특정 장소에서만 휴대전화 사용을 막는 학교도 있습니다.

■ 인권위 "전면 제한은 안 돼"

국가인권위원회에선 오래전부터 한결같은 판단을 내놓고 있습니다.

"학교 내 휴대전화 소지·사용 전면 제한은 기본권 침해"라는 겁니다.

쉽게 말해, 아무리 중고생이더라도 스마트폰을 전혀 못 쓰게 하는 건 부당하다는 겁니다. 수업시간에 사용 못 하게 막는 것 정도는 합리적인 제한이지만, 점심시간이나 휴식시간은 허용하라는 취지입니다.

그러나 최근 인권위의 권고를 고등학교 3곳이 거부하고 나섰습니다.


■ "학생 의견 반영했다" vs "국제인권조약 위반"

인천의 한 기숙형 고등학교에선 월요일 등교 이후 휴대전화를 수거해 금요일 하교 때 돌려줍니다.

학교에서 마음껏 휴대전화를 쓸 수 있는 시간은 일주일에 딱 하루였습니다. 매주 수요일 12시 50분부터 담임교사 종례가 시작되는 4시 30분까지, 네 시간이 채 안 됩니다.

공기계를 내거나 기숙사에서 '몰폰'을 하다 걸린 학생들은 교내 봉사 5일 징계를 받았습니다.

학교 측은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몇 년 전 기숙사에서 불법 촬영 사건이 있었고, 학생들이 취침시간 전자기기를 사용하면 타인의 수면을 방해하거나 본인의 수면시간이 부족하게 됩니다."

인권위는 지난해 3월 "몇 가지 사례만을 바탕으로 휴대전화의 부작용을 섣불리 판단한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기숙형 학교에선 학생들이 일과를 마친 뒤에도 학교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휴대전화 사용 금지로 인한 활동 제약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권고 이후 학교는 매일 점심시간에는 휴대전화를 소지할 수 있도록 규정을 일부 완화했습니다.

그러나 인권위는 그걸로는 부족하다고 봤습니다. 일과시간과 기숙사 내 휴대전화 소지를 전면 금지하는 건 여전히 과도한 기본권 침해라고 판단했습니다.

대구의 고등학교 두 곳에서도 휴대전화 규정 때문에 학생들이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A 학교에선 1교시 시작 전 휴대전화를 제출받고 종례할 때 돌려줍니다. 기숙사에 사는 학생들의 경우 취침시간인 밤 9시 30분 다시 휴대전화를 반납했다가 아침이 되면 돌려받습니다.

기숙사에서 휴대전화를 몰래 소지했다 들키면 벌점 10점을 받는데, 벌점이 30점이 되면 강제 퇴사를 당할 수 있습니다.

B 학교는 휴대전화를 수거해가진 않지만, 일과시간에는 무조건 휴대전화 전원을 꺼두어야 합니다. 몰래 사용하다 걸리면 학교가 휴대전화를 압수해 일주일 동안 보관하는 조치를 당합니다.

인권위는 모두 "과도한 제한"이라고 판단하고 시정을 권고했지만, 학교들은 따르지 않았습니다.

학교들이 내세우는 주된 이유는 학생과 학부모 의견을 반영해 만든 규정이라는 것. 특히 B 학교는 학생과 학부모가 현재의 규정이 바뀌길 원치 않아 개정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인권위는 오늘(22일) 권고를 불수용한 세 학교에 대해 "헌법과 국제인권조약에 명시된 학생의 인권을 적극적으로 보장하지 않고 있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인권위 권고와 학교의 입장, 여러분은 어느 쪽에 더 공감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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