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공간’에 피어난 예술의 향기

입력 2023.03.24 (07:45) 수정 2023.03.24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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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쓸모를 다해 버려지거나 방치되는 공간들이 지역 곳곳에 늘고 있는데요,

이런 버려진 공간이 예술가들의 창작 공간이나 지역민을 위한 문화사랑방으로 재탄생하고 있습니다.

이수진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한 세기 넘는 세월의 더께가 내려앉은 도정공장이 있습니다.

1914년 일본인 호소카와가 쌀 수탈을 목적으로 지은 도정공장은 20여 년 전부터는 운영을 멈췄습니다.

낡고 녹슨 기계들만 나뒹굴었던 공간은 마을 주민들의 어제와 오늘을 조명한 현대미술 작품들로 채워졌습니다.

[최희서/관람객 : "공간과 작품이 주는 그 거대함이 압도적인 느낌, 그게 좋았어요. 실제로 여기 사셨던 분이기 때문에 더 마음에 와닿았어요."]

기억을 소재로 사진과 회화 등 다양한 작업을 해온 작가는 우연히 만난 옛 도정공장의 매력에 빠져 지난 2년간 창작 활동에 매진했습니다.

일제 강점기부터 현대까지 백여 년 넘게 버텨온 도정공장과 이 곳에서 삶을 일군 한 춘포 주민의 이야기를 50여 점의 작품 속에 담았습니다.

[박수현/전시책임자 : "(조덕현 작가는) 이 공간이 가지고 있는 그런 장소성 그리고 이때 살았던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삶이 현재의 공간과 시간으로 확장되는 그런 모습들에 관심을 가지고 그 기억들을 복원하고 찾아가면서 현대적으로 재구성하는…."]

마을에 아이 울음소리가 줄어들며 1997년 문을 닫은 한 초등학교.

어른 키만큼 자란 잡초와 야생동물들이 주인 행세했던 곳에 갤러리가 문을 열었습니다.

부안교육지청과 부안군이 애물단지나 다름없던 폐교를 지역 주민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겁니다.

[고정옥/전북교육청 부안교육지청 주무관 : "지역 주민들께서 직접 참여하시는 작품도 걸 수 있고요. 우리 교직원들의 어떤 예술적인 놀이터 역할이 될 수 있도록…."]

일필휘지 써 내려간 서예작품과 부안의 명승지를 담은 회화, 예술작품으로 거듭난 솟대까지, 아이들이 떠난 빈자리를 수십여 점의 예술작품이 채웠습니다.

[노인순/부안군 줄포면 주민 : "여기서 전시회를 한다고 하니까. 일자리(근무자)들이 오셔서 풀이라도 매고 깨끗해지니까 관심이 더 생기더라고요."]

낡고 쓸모를 잃은 공간.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던 공간들이 삶을 일군 사람들의 이야기와 예술가들의 창작 열정이 만나 문화사랑방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수진입니다.

촬영·편집:VJ 이현권/종합편집:한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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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려진 공간’에 피어난 예술의 향기
    • 입력 2023-03-24 07:45:31
    • 수정2023-03-24 09:14:13
    뉴스광장(전주)
[앵커]

쓸모를 다해 버려지거나 방치되는 공간들이 지역 곳곳에 늘고 있는데요,

이런 버려진 공간이 예술가들의 창작 공간이나 지역민을 위한 문화사랑방으로 재탄생하고 있습니다.

이수진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한 세기 넘는 세월의 더께가 내려앉은 도정공장이 있습니다.

1914년 일본인 호소카와가 쌀 수탈을 목적으로 지은 도정공장은 20여 년 전부터는 운영을 멈췄습니다.

낡고 녹슨 기계들만 나뒹굴었던 공간은 마을 주민들의 어제와 오늘을 조명한 현대미술 작품들로 채워졌습니다.

[최희서/관람객 : "공간과 작품이 주는 그 거대함이 압도적인 느낌, 그게 좋았어요. 실제로 여기 사셨던 분이기 때문에 더 마음에 와닿았어요."]

기억을 소재로 사진과 회화 등 다양한 작업을 해온 작가는 우연히 만난 옛 도정공장의 매력에 빠져 지난 2년간 창작 활동에 매진했습니다.

일제 강점기부터 현대까지 백여 년 넘게 버텨온 도정공장과 이 곳에서 삶을 일군 한 춘포 주민의 이야기를 50여 점의 작품 속에 담았습니다.

[박수현/전시책임자 : "(조덕현 작가는) 이 공간이 가지고 있는 그런 장소성 그리고 이때 살았던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삶이 현재의 공간과 시간으로 확장되는 그런 모습들에 관심을 가지고 그 기억들을 복원하고 찾아가면서 현대적으로 재구성하는…."]

마을에 아이 울음소리가 줄어들며 1997년 문을 닫은 한 초등학교.

어른 키만큼 자란 잡초와 야생동물들이 주인 행세했던 곳에 갤러리가 문을 열었습니다.

부안교육지청과 부안군이 애물단지나 다름없던 폐교를 지역 주민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겁니다.

[고정옥/전북교육청 부안교육지청 주무관 : "지역 주민들께서 직접 참여하시는 작품도 걸 수 있고요. 우리 교직원들의 어떤 예술적인 놀이터 역할이 될 수 있도록…."]

일필휘지 써 내려간 서예작품과 부안의 명승지를 담은 회화, 예술작품으로 거듭난 솟대까지, 아이들이 떠난 빈자리를 수십여 점의 예술작품이 채웠습니다.

[노인순/부안군 줄포면 주민 : "여기서 전시회를 한다고 하니까. 일자리(근무자)들이 오셔서 풀이라도 매고 깨끗해지니까 관심이 더 생기더라고요."]

낡고 쓸모를 잃은 공간.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던 공간들이 삶을 일군 사람들의 이야기와 예술가들의 창작 열정이 만나 문화사랑방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수진입니다.

촬영·편집:VJ 이현권/종합편집:한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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