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우크라 대통령에 ‘필승 주걱’ 선물한 기시다

입력 2023.03.24 (18:59) 수정 2023.03.24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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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또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잇단 정상회담 성과로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다는 분석이 일본 내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와 함께 총리의 경솔한 행동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21일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전격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습니다. 지난해 2월 우크라 전쟁이 발발한 이후 우크라이나를 직접 찾은 주요 7개국(G7)의 마지막 정상이자 제2차 세계대전 후 처음으로 전쟁 중인 국가, 또는 지역을 방문한 일본 정상이기도 합니다.

기시다 총리와 젤렌스키 대통령기시다 총리와 젤렌스키 대통령

일본 자위대가 외국에서 총리 경호를 담당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는 데다 , 의회 승인 절차도 거쳐야 해 기시다 총리는 G7 의장국 정상임에도 불구하고 전쟁 지역인 우크라 방문이 쉽지 않았고, 겨우 극비리에 우크라이나 방문을 진행한 겁니다.

기시다 총리의 과거 일본 언론 인터뷰 사진기시다 총리의 과거 일본 언론 인터뷰 사진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기시다 총리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나 '주걱'을 선물했습니다. 주걱에는 '필승'이라는 두 글자가 크게 쓰여 있고, 기시다 총리의 사인도 적혀 있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기시다 총리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히로시마현 이쓰쿠시마에서 제작된 50㎝ 크기의 '필승 주걱', 종이학을 모티브로 만든 램프 등을 선물했다고 밝혔습니다.

히로시마 미야지마 지역의 특산품인 주걱히로시마 미야지마 지역의 특산품인 주걱

기시다 총리가 선물한 '필승 주걱'은 히로시마의 특산품으로, 길조를 비는 물건입니다. 러일전쟁과 청일전쟁 당시, 일본 군인들이 주걱을 이쓰쿠시마신사에 봉납하면서 유명해졌고, 지역의 특산물로 자리잡았습니다.

히로시마 이쓰쿠시마 신사히로시마 이쓰쿠시마 신사

야구, 축구 등 스포츠 경기에서 히로시마 대표팀을 응원할 때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 같은 유래와 의미를 가진 물건을 전쟁 중인 나라의 대통령에게 선물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는 겁니다.

일본 제 1야당인 입헌민주당 이시가키 노리코 참의원 의원은 스포츠 경기를 할 때나 써야 할 물건을 잘못 사용했다며 "일본이 해야할 일은 평화의 실행이다. 많은 희생자가 나오고 있는 전장에 가서 '필승 주걱'은 부적절하다"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에 기시다 총리는 "(선물의) 의미를 내가 말씀드리는 것은 삼가겠다"라고 하면서도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조국과 자유를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다. 이런 노력에 경의를 표하고 싶으며,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기시다 총리가 비판 받는 건 그뿐만이 아닙니다. 기시다 총리의 선거구가 있는 히로시마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원폭 피해지역'입니다.

기시다 총리는 이 점을 강조하며 세계 유일의 전쟁 피폭국으로서 핵군축 논의를 주도하겠다는 포부를 다지고 있습니다. 또 5월로 예정된 G7 히로시마 정상회의에서도 '핵무기 없는 세계'를 논의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이 같은 신념을 밝혀 온 기시다 총리가 하필 전쟁 중인 국가의 정상을 만나 '주걱'을 선물하며 '필승'을 기원한 겁니다.

평소 '이도 저도 아니다'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기시다 총리가 이번엔 너무 경솔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 한편으론 '강제동원 해법'에 대한 대응에서도 볼 수 있듯, '전범', '가해국'으로서 역사 인식에 둔감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함께 제기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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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우크라 대통령에 ‘필승 주걱’ 선물한 기시다
    • 입력 2023-03-24 18:59:28
    • 수정2023-03-24 20:47:38
    특파원 리포트

윤석열 대통령, 또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잇단 정상회담 성과로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다는 분석이 일본 내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와 함께 총리의 경솔한 행동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21일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전격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습니다. 지난해 2월 우크라 전쟁이 발발한 이후 우크라이나를 직접 찾은 주요 7개국(G7)의 마지막 정상이자 제2차 세계대전 후 처음으로 전쟁 중인 국가, 또는 지역을 방문한 일본 정상이기도 합니다.

기시다 총리와 젤렌스키 대통령
일본 자위대가 외국에서 총리 경호를 담당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는 데다 , 의회 승인 절차도 거쳐야 해 기시다 총리는 G7 의장국 정상임에도 불구하고 전쟁 지역인 우크라 방문이 쉽지 않았고, 겨우 극비리에 우크라이나 방문을 진행한 겁니다.

기시다 총리의 과거 일본 언론 인터뷰 사진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기시다 총리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나 '주걱'을 선물했습니다. 주걱에는 '필승'이라는 두 글자가 크게 쓰여 있고, 기시다 총리의 사인도 적혀 있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기시다 총리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히로시마현 이쓰쿠시마에서 제작된 50㎝ 크기의 '필승 주걱', 종이학을 모티브로 만든 램프 등을 선물했다고 밝혔습니다.

히로시마 미야지마 지역의 특산품인 주걱
기시다 총리가 선물한 '필승 주걱'은 히로시마의 특산품으로, 길조를 비는 물건입니다. 러일전쟁과 청일전쟁 당시, 일본 군인들이 주걱을 이쓰쿠시마신사에 봉납하면서 유명해졌고, 지역의 특산물로 자리잡았습니다.

히로시마 이쓰쿠시마 신사
야구, 축구 등 스포츠 경기에서 히로시마 대표팀을 응원할 때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 같은 유래와 의미를 가진 물건을 전쟁 중인 나라의 대통령에게 선물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는 겁니다.

일본 제 1야당인 입헌민주당 이시가키 노리코 참의원 의원은 스포츠 경기를 할 때나 써야 할 물건을 잘못 사용했다며 "일본이 해야할 일은 평화의 실행이다. 많은 희생자가 나오고 있는 전장에 가서 '필승 주걱'은 부적절하다"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에 기시다 총리는 "(선물의) 의미를 내가 말씀드리는 것은 삼가겠다"라고 하면서도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조국과 자유를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다. 이런 노력에 경의를 표하고 싶으며,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기시다 총리가 비판 받는 건 그뿐만이 아닙니다. 기시다 총리의 선거구가 있는 히로시마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원폭 피해지역'입니다.

기시다 총리는 이 점을 강조하며 세계 유일의 전쟁 피폭국으로서 핵군축 논의를 주도하겠다는 포부를 다지고 있습니다. 또 5월로 예정된 G7 히로시마 정상회의에서도 '핵무기 없는 세계'를 논의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이 같은 신념을 밝혀 온 기시다 총리가 하필 전쟁 중인 국가의 정상을 만나 '주걱'을 선물하며 '필승'을 기원한 겁니다.

평소 '이도 저도 아니다'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기시다 총리가 이번엔 너무 경솔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 한편으론 '강제동원 해법'에 대한 대응에서도 볼 수 있듯, '전범', '가해국'으로서 역사 인식에 둔감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함께 제기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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