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수십년 만에 ‘국외 핵무기 배치’ 우려…바흐무트 공방은 소강세

입력 2023.03.26 (11:39) 수정 2023.03.26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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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한 달 만에 다시 핵무기 카드로 엄포를 놓으며 우크라이나와 서방을 위협하고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로이터·AP 통신은 푸틴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각)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오랫동안 러시아에 전술 핵무기 배치를 요청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이는 전혀 문제가 없다. 미국은 수십 년간 전술 핵무기를 동맹국에 배치해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핵무기 운반체계인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항공기를 벨라루스에 이미 주둔시켰고, 오는 7월 1일까지 전술핵무기 저장고를 완공할 것이라는 구체적 계획도 제시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국정연설 당시 미국과의 핵무기 통제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하고, 미국이 핵실험을 하면 똑같이 대응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벨라루스 핵무기 배치 계획이 현실화하면 러시아는 약 30년 만에 처음으로 국외에 핵무기를 배치하게 됩니다.

1991년 소련 붕괴 당시 러시아·우크라이나·벨라루스·카자흐스탄 등 신생 독립 4개국에 핵무기가 배치됐지만, 이듬해 각국이 러시아로 핵탄두를 옮기는 데에 동의하고 1996년 이전이 완료됐습니다.

빈 군축·비확산센터(VCDNP)의 니콜라이 소콜 선임연구원은 “이것은 매우 중대한 움직임”이라며, “러시아가 자국 영토 밖에 핵무기를 두지 않았다는 점을 자랑으로 여겨왔던 것에서 매우 커다란 변화”라고 말했습니다.

미국과학자연맹(FAS)의 한스 크리스텐슨 국장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위협하려는 푸틴의 게임”이라며, “러시아 내에 이런 핵무기가 매우 많이 있다는 점에 비춰보면 벨라루스 배치에 딱히 군사적 효용이 없기 때문”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미국은 일단 푸틴 대통령 발언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미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러시아가 핵무기 사용을 준비하고 있다는 어떤 징후도 보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절하하며 “우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동맹의 집단 방위에 계속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벨라루스는 나토 회원국인 폴란드, 리투아니아 등과 국경을 맞대고 있습니다.

한편 지난 7개월간 치열한 전투가 이어지며 수많은 사상자를 낳은 우크라이나 전쟁 ‘최대 격전지’ 동부 바흐무트에서는 러시아의 공세가 눈에 띄게 약해지는 모습입니다.

영국 국방부는 최근 “돈바스 지역 바흐무트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이 크게 잦아들었다”며 “러시아군이 극단적인 소모전을 펼쳐온 결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러시아가 올 1월 이후 총공세를 시도했으나 결정적인 결과를 얻지 못함에 따라 더 방어적인 작전 체계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향후 3년간 러시아가 1천600대의 전차를 생산·개량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러시아가 탱크 부족을 겪는 징후가 보인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실제 바흐무트에서 양측의 충돌 건수는 하루 평균 30∼50건 정도에서 20건 아래로 급격히 줄어들었다고 우크라이나군 관계자는 전했습니다.

그간 러시아군에 3면으로 포위돼 방어전을 지속해온 우크라이나군은 반격에 나서고 있습니다.

발레리 잘루즈니 총사령관은 이날 “바흐무트 방면이 가장 어렵다”면서도 “방어군의 엄청난 노력 덕에 상황이 안정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러시아군이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 지역 깊숙이 진격하려면 바흐무트를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이런 상황 변화가 전체적인 전세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포화가 멈추지 않으면서 인명피해도 커지고 있습니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다수의 노인과 장애인을 포함한 우크라이나 민간인 약 1만 명이 바흐무트에서 생존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고 우려했다고 로이터는 전했습니다.

한편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이 내주 러시아가 점령 중인 유럽 최대 규모의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을 방문하고 안전 상황을 평가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진 출처 :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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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26 11:3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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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한 달 만에 다시 핵무기 카드로 엄포를 놓으며 우크라이나와 서방을 위협하고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로이터·AP 통신은 푸틴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각)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오랫동안 러시아에 전술 핵무기 배치를 요청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이는 전혀 문제가 없다. 미국은 수십 년간 전술 핵무기를 동맹국에 배치해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핵무기 운반체계인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항공기를 벨라루스에 이미 주둔시켰고, 오는 7월 1일까지 전술핵무기 저장고를 완공할 것이라는 구체적 계획도 제시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국정연설 당시 미국과의 핵무기 통제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하고, 미국이 핵실험을 하면 똑같이 대응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벨라루스 핵무기 배치 계획이 현실화하면 러시아는 약 30년 만에 처음으로 국외에 핵무기를 배치하게 됩니다.

1991년 소련 붕괴 당시 러시아·우크라이나·벨라루스·카자흐스탄 등 신생 독립 4개국에 핵무기가 배치됐지만, 이듬해 각국이 러시아로 핵탄두를 옮기는 데에 동의하고 1996년 이전이 완료됐습니다.

빈 군축·비확산센터(VCDNP)의 니콜라이 소콜 선임연구원은 “이것은 매우 중대한 움직임”이라며, “러시아가 자국 영토 밖에 핵무기를 두지 않았다는 점을 자랑으로 여겨왔던 것에서 매우 커다란 변화”라고 말했습니다.

미국과학자연맹(FAS)의 한스 크리스텐슨 국장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위협하려는 푸틴의 게임”이라며, “러시아 내에 이런 핵무기가 매우 많이 있다는 점에 비춰보면 벨라루스 배치에 딱히 군사적 효용이 없기 때문”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미국은 일단 푸틴 대통령 발언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미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러시아가 핵무기 사용을 준비하고 있다는 어떤 징후도 보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절하하며 “우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동맹의 집단 방위에 계속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벨라루스는 나토 회원국인 폴란드, 리투아니아 등과 국경을 맞대고 있습니다.

한편 지난 7개월간 치열한 전투가 이어지며 수많은 사상자를 낳은 우크라이나 전쟁 ‘최대 격전지’ 동부 바흐무트에서는 러시아의 공세가 눈에 띄게 약해지는 모습입니다.

영국 국방부는 최근 “돈바스 지역 바흐무트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이 크게 잦아들었다”며 “러시아군이 극단적인 소모전을 펼쳐온 결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러시아가 올 1월 이후 총공세를 시도했으나 결정적인 결과를 얻지 못함에 따라 더 방어적인 작전 체계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향후 3년간 러시아가 1천600대의 전차를 생산·개량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러시아가 탱크 부족을 겪는 징후가 보인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실제 바흐무트에서 양측의 충돌 건수는 하루 평균 30∼50건 정도에서 20건 아래로 급격히 줄어들었다고 우크라이나군 관계자는 전했습니다.

그간 러시아군에 3면으로 포위돼 방어전을 지속해온 우크라이나군은 반격에 나서고 있습니다.

발레리 잘루즈니 총사령관은 이날 “바흐무트 방면이 가장 어렵다”면서도 “방어군의 엄청난 노력 덕에 상황이 안정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러시아군이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 지역 깊숙이 진격하려면 바흐무트를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이런 상황 변화가 전체적인 전세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포화가 멈추지 않으면서 인명피해도 커지고 있습니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다수의 노인과 장애인을 포함한 우크라이나 민간인 약 1만 명이 바흐무트에서 생존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고 우려했다고 로이터는 전했습니다.

한편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이 내주 러시아가 점령 중인 유럽 최대 규모의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을 방문하고 안전 상황을 평가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진 출처 :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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