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외교·안보라인에 번지는 ‘이상 기류’

입력 2023.03.28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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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정상회담을 일 주일여 앞뒀던 지난 10일쯤 김일범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이 사퇴했습니다. 한미 정상회담을 한 달여 앞둔 27일에는 이문희 대통령실 외교비서관의 교체 소식이 알려졌습니다.

불과 보름 정도 간격으로 외교·안보라인 주요 비서관이 그만둔 건데, 두 비서관이 맡았던 업무와 시기를 고려하면 '왜'라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은 대통령이 참석하는 주요 행사의 의전 책임자입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탁현민 비서관이 바로 이 의전비서관이었습니다.

행사의 성격과 주제, 참석자, 이에 맞춘 대통령의 동선, 이벤트, 발언 순서 등까지, 세부 사항을 조율하는 역할입니다. 이런 사항을 상대방과 일일이 상의해야 하는 외교 행사에서는 의전비서관의 역할이 특히 중요합니다.

대통령실 외교비서관은 대통령의 주요 외교 일정·메시지·정책 등을 상대국 또 우리 정부 관계 부처와 조율하는 역할입니다. 더구나 지금은 우리 외교에서는 가장 중요한 '이벤트' 가운데 하나인 한미 정상회담, 그것도 국빈 방문을 코앞에 두고 있는 시기입니다.

대통령실 외교·안보라인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 "개인적 사유"…"인사 시기에 맞춰서"

대통령실은 의전·외교비서관의 사퇴·교체는 업무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합니다. 업무 관련 책임을 물은 '경질'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대통령실은 김일범 의전비서관의 경우 "지난 1년간 피로가 쌓였고, 개인적인 사유로 사퇴했다"고 밝혔습니다. 김 비서관은 재외공관장 발령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업무와 관련해서 경질된 거라면 재외공관장으로 검토하겠느냐"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말했습니다.

이문희 외교비서관 또한 대통령실은 "외교부 차원의 인사 시기가 되면서, 거기에 맞춰 자연스럽게 사의를 표했다"고 했습니다. 이 비서관은 현직 외교부 고위 공무원인데, 외교부 인사 시기에 맞춰 부처에 복귀하는 자연스러운 교체라는 것입니다.

그럼 왜 하필 한일·한미·한미일 정상회담 등 굵직한 외교 일정을 앞둔 시기일까?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상회담의 경우 외교부 의전장이 주요 행사를 조율하는 실무 업무를 하기 때문에 의전비서관이 사퇴하더라도 준비에 큰 지장은 없다"고 설명합니다. 외교비서관의 경우에도 후임자가 정해졌고 업무 인수인계 중이기 때문에, 한미 정상회담 준비에 차질이 없을 거라고 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에는 주요한 외교 일정이 더 많다"면서 "그런 걸 일일이 따지면 외교·안보라인은 인사를 못 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 방미 일정 조율에 '잡음' 때문?

하지만,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다른 이야기들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측과 방미 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생긴 영향이라는 것입니다.


여권 관계자는 미국 측이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일정 관련 몇 가지 제안을 했는데, 그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잡음이 생긴 것으로 안다고 전했습니다. 다른 한미동맹 관련 행사 조율 과정에서 미국 측이 불만을 나타내는 일이 있었다는 얘기도 있다고 했습니다.

상대국과의 행사와 일정 조율, 의전비서관과 외교비서관의 업무입니다. 결국 이런 '잡음'이 의전·외교비서관의 교체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해석입니다.

이에 더해,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한 대통령 외교·안보라인 교체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습니다.

■ "사실 무근"이라는데 왜?

대통령실은 이런 이야기들이 '사실무근'이라고 했습니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인사권자는 대통령인데, 안보실장 교체 가능성을 누군가가 거론한다는 게 어처구니없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다른 대통령실 참모들도 외교·안보라인 교체설은 "아는 바 없다"거나, 누군가가 정치적인 의도로 흔들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28일 여러 참모들 앞에서 이를 언급하면서 "사실무근"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공식 입장이 외교·안보라인 개편설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굵직한 외교 일정을 앞에 두고 주요 비서관이 잇따라 바뀌고, 교체설까지 나오는 건 '이상 기류'임이 분명합니다.

게다가 꼭 외교·안보라인이 아니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1주년을 전후해 대통령실 참모진이 일부 개편될 거라는 관측은 올해 초부터 있어왔습니다.

일부 인사들이 내년 총선 준비에 들어가고 국정 동력을 새로 확보하는 과정에서 일부 대통령실 개편과 개각이 맞물려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우리 외교의 방향을 다시 정리하는 시점입니다.

3월 한일·4월 한미·5월 한미일 정상회담이 연이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안보·경제 분야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는 데 외교·안보라인의 역량이 집중돼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고 대 중국 관계를 관리하는 것 또한 과제입니다.

중요한 시기 외교·안보라인의 역량이 흩어지지 않도록 대통령실이 상황 관리에 나섰지만, 의전·외교비서관 교체로 촉발된 개편설은 주요 외교 일정 뒤 다시 불거질 거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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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통령실 외교·안보라인에 번지는 ‘이상 기류’
    • 입력 2023-03-28 14:10:58
    취재K

한일 정상회담을 일 주일여 앞뒀던 지난 10일쯤 김일범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이 사퇴했습니다. 한미 정상회담을 한 달여 앞둔 27일에는 이문희 대통령실 외교비서관의 교체 소식이 알려졌습니다.

불과 보름 정도 간격으로 외교·안보라인 주요 비서관이 그만둔 건데, 두 비서관이 맡았던 업무와 시기를 고려하면 '왜'라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은 대통령이 참석하는 주요 행사의 의전 책임자입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탁현민 비서관이 바로 이 의전비서관이었습니다.

행사의 성격과 주제, 참석자, 이에 맞춘 대통령의 동선, 이벤트, 발언 순서 등까지, 세부 사항을 조율하는 역할입니다. 이런 사항을 상대방과 일일이 상의해야 하는 외교 행사에서는 의전비서관의 역할이 특히 중요합니다.

대통령실 외교비서관은 대통령의 주요 외교 일정·메시지·정책 등을 상대국 또 우리 정부 관계 부처와 조율하는 역할입니다. 더구나 지금은 우리 외교에서는 가장 중요한 '이벤트' 가운데 하나인 한미 정상회담, 그것도 국빈 방문을 코앞에 두고 있는 시기입니다.

대통령실 외교·안보라인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 "개인적 사유"…"인사 시기에 맞춰서"

대통령실은 의전·외교비서관의 사퇴·교체는 업무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합니다. 업무 관련 책임을 물은 '경질'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대통령실은 김일범 의전비서관의 경우 "지난 1년간 피로가 쌓였고, 개인적인 사유로 사퇴했다"고 밝혔습니다. 김 비서관은 재외공관장 발령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업무와 관련해서 경질된 거라면 재외공관장으로 검토하겠느냐"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말했습니다.

이문희 외교비서관 또한 대통령실은 "외교부 차원의 인사 시기가 되면서, 거기에 맞춰 자연스럽게 사의를 표했다"고 했습니다. 이 비서관은 현직 외교부 고위 공무원인데, 외교부 인사 시기에 맞춰 부처에 복귀하는 자연스러운 교체라는 것입니다.

그럼 왜 하필 한일·한미·한미일 정상회담 등 굵직한 외교 일정을 앞둔 시기일까?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상회담의 경우 외교부 의전장이 주요 행사를 조율하는 실무 업무를 하기 때문에 의전비서관이 사퇴하더라도 준비에 큰 지장은 없다"고 설명합니다. 외교비서관의 경우에도 후임자가 정해졌고 업무 인수인계 중이기 때문에, 한미 정상회담 준비에 차질이 없을 거라고 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에는 주요한 외교 일정이 더 많다"면서 "그런 걸 일일이 따지면 외교·안보라인은 인사를 못 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 방미 일정 조율에 '잡음' 때문?

하지만,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다른 이야기들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측과 방미 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생긴 영향이라는 것입니다.


여권 관계자는 미국 측이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일정 관련 몇 가지 제안을 했는데, 그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잡음이 생긴 것으로 안다고 전했습니다. 다른 한미동맹 관련 행사 조율 과정에서 미국 측이 불만을 나타내는 일이 있었다는 얘기도 있다고 했습니다.

상대국과의 행사와 일정 조율, 의전비서관과 외교비서관의 업무입니다. 결국 이런 '잡음'이 의전·외교비서관의 교체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해석입니다.

이에 더해,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한 대통령 외교·안보라인 교체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습니다.

■ "사실 무근"이라는데 왜?

대통령실은 이런 이야기들이 '사실무근'이라고 했습니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인사권자는 대통령인데, 안보실장 교체 가능성을 누군가가 거론한다는 게 어처구니없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다른 대통령실 참모들도 외교·안보라인 교체설은 "아는 바 없다"거나, 누군가가 정치적인 의도로 흔들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28일 여러 참모들 앞에서 이를 언급하면서 "사실무근"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공식 입장이 외교·안보라인 개편설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굵직한 외교 일정을 앞에 두고 주요 비서관이 잇따라 바뀌고, 교체설까지 나오는 건 '이상 기류'임이 분명합니다.

게다가 꼭 외교·안보라인이 아니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1주년을 전후해 대통령실 참모진이 일부 개편될 거라는 관측은 올해 초부터 있어왔습니다.

일부 인사들이 내년 총선 준비에 들어가고 국정 동력을 새로 확보하는 과정에서 일부 대통령실 개편과 개각이 맞물려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우리 외교의 방향을 다시 정리하는 시점입니다.

3월 한일·4월 한미·5월 한미일 정상회담이 연이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안보·경제 분야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는 데 외교·안보라인의 역량이 집중돼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고 대 중국 관계를 관리하는 것 또한 과제입니다.

중요한 시기 외교·안보라인의 역량이 흩어지지 않도록 대통령실이 상황 관리에 나섰지만, 의전·외교비서관 교체로 촉발된 개편설은 주요 외교 일정 뒤 다시 불거질 거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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