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4남매 참변…‘외국인 빈민촌’의 그늘

입력 2023.03.28 (21:32) 수정 2023.03.28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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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백열곳 넘는 나라 출신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 이주로 만들어진 도시 경기도 '안산' 얘기입니다.

현재 등록된 외국인 주민 수만 십만 명에 가까운 말 그대로 대한민국 안의 작은 지구촌입니다.

어제(27일) 화재로 자녀 네 명을 잃은 나이지리아 출신 가족도 이곳에 살고 있습니다.

IMF 이후 외국인 노동자들이 모여들면서 지금의 모습이 됐는데요.

보증금과 월세가 저렴해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찾고 있지만, 생활 여건은 열악하다고 합니다.

어느 정도인지 문예슬 기자가 직접 찾아가봤습니다.

[리포트]

숨진 4남매가 살았던 동네는 전형적인 노후 주택가입니다.

최소 30년 넘은 빌라가 빼곡한데, 수도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박천응/목사/국경없는마을 대표 : "방과 주방이 겸해 있는 경우도 많고, 방에서는 잠만 자고 출퇴근하고 이런 정도의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다른 곳과의 차이는 주민들의 국적입니다.

주민의 절반 이상이 외국인입니다.

["안녕!"]

이 빌라에도 외국인 가족이 삽니다.

방 두 칸과 부엌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입니다.

40 제곱미터 남짓, 어제 불이 난 곳과 비슷한 면적에 여섯 명이 살고 있습니다.

최저 주거기준에도 못 미칩니다.

[외국인 어린이 : "(이 집 어때요?) 괜찮아요."]

환기가 잘되지 않아 벽엔 곰팡이와 먼지가 가득하고, 전기선은 거미줄처럼 뒤엉켜 있습니다.

언제 불이 나도 이상하지 않아 보일 정도입니다.

[박천응/목사/국경없는마을 대표 : "만약 여기 지하에서 불이 난다...경보기나 스프링클러가 없을 뿐만 아니라 어디로 나가야 되죠? 그냥 이 안에서 '꼼짝 마라'죠."]

과거 이곳은 한국인 저소득 노동자들이 모여 사는 빈민촌이었습니다.

지금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모여 살며, 일종의 대물림이 이뤄졌습니다.

외국인 노동자가 이곳에 모여드는 이유는 집값입니다.

비슷한 조건의 수도권 주택보다 임대료가 훨씬 쌉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음성변조 : "보통 1000에 40만 원. (보증금 조금 줄일 수 있어요?) 500으로 하면 이제 45만 원."]

집값 상승으로 도심에서 밀려난 외국인 비중이 계속 늘었습니다.

하지만 이곳마저도 인근 지역이 일부 재개발되면서 부동산 가격이 올랐고, 이들은 더 외곽으로 밀려날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박천응/목사/국경없는마을 대표 : "새로 집을 지은 사람들은 이전보다 월세를 더 높이게 되죠. 그러면 이주 노동자들은 점점 갈 곳을 잃어버리고 교외 지역으로 빠져나갈 수밖에 없는 그런 환경이 됩니다."]

숨진 4남매는 오늘(28일) 부검이 끝났습니다.

잠정 사인은 '화재로 인한 질식사', 외상 등 특이 사항은 없었습니다.

빈소는 안산의 한 장례식장에 마련됐습니다.

살아남은 부모가 장례비 감당도 어렵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안산시는 장례비 일부를 긴급 지원하고 성금을 모으기로 했습니다.

KBS 뉴스 문예슬입니다.

촬영기자:안민식/영상편집:김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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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이지리아 4남매 참변…‘외국인 빈민촌’의 그늘
    • 입력 2023-03-28 21:32:37
    • 수정2023-03-28 22: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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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백열곳 넘는 나라 출신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 이주로 만들어진 도시 경기도 '안산' 얘기입니다.

현재 등록된 외국인 주민 수만 십만 명에 가까운 말 그대로 대한민국 안의 작은 지구촌입니다.

어제(27일) 화재로 자녀 네 명을 잃은 나이지리아 출신 가족도 이곳에 살고 있습니다.

IMF 이후 외국인 노동자들이 모여들면서 지금의 모습이 됐는데요.

보증금과 월세가 저렴해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찾고 있지만, 생활 여건은 열악하다고 합니다.

어느 정도인지 문예슬 기자가 직접 찾아가봤습니다.

[리포트]

숨진 4남매가 살았던 동네는 전형적인 노후 주택가입니다.

최소 30년 넘은 빌라가 빼곡한데, 수도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박천응/목사/국경없는마을 대표 : "방과 주방이 겸해 있는 경우도 많고, 방에서는 잠만 자고 출퇴근하고 이런 정도의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다른 곳과의 차이는 주민들의 국적입니다.

주민의 절반 이상이 외국인입니다.

["안녕!"]

이 빌라에도 외국인 가족이 삽니다.

방 두 칸과 부엌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입니다.

40 제곱미터 남짓, 어제 불이 난 곳과 비슷한 면적에 여섯 명이 살고 있습니다.

최저 주거기준에도 못 미칩니다.

[외국인 어린이 : "(이 집 어때요?) 괜찮아요."]

환기가 잘되지 않아 벽엔 곰팡이와 먼지가 가득하고, 전기선은 거미줄처럼 뒤엉켜 있습니다.

언제 불이 나도 이상하지 않아 보일 정도입니다.

[박천응/목사/국경없는마을 대표 : "만약 여기 지하에서 불이 난다...경보기나 스프링클러가 없을 뿐만 아니라 어디로 나가야 되죠? 그냥 이 안에서 '꼼짝 마라'죠."]

과거 이곳은 한국인 저소득 노동자들이 모여 사는 빈민촌이었습니다.

지금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모여 살며, 일종의 대물림이 이뤄졌습니다.

외국인 노동자가 이곳에 모여드는 이유는 집값입니다.

비슷한 조건의 수도권 주택보다 임대료가 훨씬 쌉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음성변조 : "보통 1000에 40만 원. (보증금 조금 줄일 수 있어요?) 500으로 하면 이제 45만 원."]

집값 상승으로 도심에서 밀려난 외국인 비중이 계속 늘었습니다.

하지만 이곳마저도 인근 지역이 일부 재개발되면서 부동산 가격이 올랐고, 이들은 더 외곽으로 밀려날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박천응/목사/국경없는마을 대표 : "새로 집을 지은 사람들은 이전보다 월세를 더 높이게 되죠. 그러면 이주 노동자들은 점점 갈 곳을 잃어버리고 교외 지역으로 빠져나갈 수밖에 없는 그런 환경이 됩니다."]

숨진 4남매는 오늘(28일) 부검이 끝났습니다.

잠정 사인은 '화재로 인한 질식사', 외상 등 특이 사항은 없었습니다.

빈소는 안산의 한 장례식장에 마련됐습니다.

살아남은 부모가 장례비 감당도 어렵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안산시는 장례비 일부를 긴급 지원하고 성금을 모으기로 했습니다.

KBS 뉴스 문예슬입니다.

촬영기자:안민식/영상편집:김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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