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바뀐 산모’, 친자식처럼 키우려던 계획 왜 틀어졌나

입력 2023.03.29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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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 신생아실 모습 (자료화면, 이번 사건과 관련 없음)산부인과 신생아실 모습 (자료화면, 이번 사건과 관련 없음)

지난 13일 대구 한 대학병원 신생아실. 12일 전 태어난 한 신생아의 엄마라며 30대 여성 A 씨가 찾아왔습니다. A 씨는 아기가 본인의 호적에 올라 있는 자신의 아이라며 데려가려 했습니다.

하지만 A 씨의 생김새는 신생아실 직원이 기억하고 있던 신생아 산모와는 많이 달랐습니다. 직원은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경찰은 A 씨를 현장에서 검거하고 신생아를 낳은 산모 B 씨의 행적 파악에 나서는 등 수사에 들어갔습니다.

■ 아이 데려갈 여성, 인적사항까지 기재했지만...왜 발각됐나

A 씨와 산모 B 씨, 두 사람의 얘기가 다르지만, 일단 서로 아는 사이였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출산 전 두 여성은, B 씨가 아이를 낳으면 A 씨가 데려가 키우기로 서로 합의했다고 합니다. 이에 관련해 A 씨는 동아닷컴에 직접 보낸 입장문에서 '친모가 미혼모이고 경제적 형편이 어려워 우리 부부가 선의로 아이를 키우려 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후 지난 1일 산모 B 씨는 대구 한 대학병원에서 응급 제왕절개 수술로 남자아이를 출산했습니다. 출산 과정에서 산모 B 씨는 병원에 A 씨의 인적사항을 대신 기재했습니다. 이후 A 씨는 자신의 이름이 적힌 출생증명서로 자신의 친자인 것처럼 출생신고를 했고, 5일 뒤 B 씨는 아이를 두고 홀로 병원에서 퇴원합니다.

여기서 큰 의문이 생깁니다.

우선 다른 사람의 눈에 띄고 싶지 않았다면, 산모 B 씨가 아이와 함께 퇴원해 A 씨에게 직접 아기를 데려다 주면 되지 않았을까요? 왜 아이를 두고 홀로 퇴원했을까요?

이 계획은 응급 제왕절개 수술로 태어난 신생아가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하게 되면서 틀어졌습니다. 통상 제왕절개 수술을 한 산모와 신생아는 5~7일 이후 함께 퇴원합니다. 하지만 신생아가 저체중이나 조산으로 인한 호흡곤란 등 여러 이유로 중환자실에 입원하게 돼 추가 치료가 필요하다면, 산모는 아이를 두고 먼저 퇴원해야 합니다. 신생아 중환자실 평균 입원 일수는 13일 (심평원, 2019년 기준). 병원에서 아이가 어느 정도 회복이 됐다고 판단되면, 보호자를 불러 신생아 돌봄 유의사항을 충분히 교육한 뒤 퇴원시켜 줍니다.

B 씨가 낳은 신생아도 태어난 지 10여 일이 지난 뒤에야 퇴원이 가능해진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때 산모 B 씨가 아닌 호적상 엄마인 A 씨가 대신 찾아왔고, 신생아실 직원의 '눈썰미' 덕분에 아이를 데려가 키우려던 계획이 실패하고만 겁니다.

또 다른 의문이 남아 있습니다. A 씨 부부가 정말 아기를 원했다면 합법적으로 입양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두 여성의 얘기는 여전히 석연치 않습니다.


■ '아동 매매' 혐의 적용..."대리모는 아냐"

경찰은 수사 결과 두 여성에게 '아동 매매'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우선 산모 B 씨의 병원비를 A 씨 측이 결제했고, 둘 사이에 병원비 외 금전 거래가 있었던 정황도 포착했기 때문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병원비와 금전 거래 정황 등 아이를 넘겨받는 것에 대한 반대급부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아동 매매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인 금전 거래 액수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또 '대리모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A 씨 남편의 DNA를 확보해 신생아와 대조한 결과, 친자-친부 관계는 성립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B 씨가 낳은 아이는 지난 17일 건강하게 퇴원했고, 현재 위탁가정에서 보호되고 있습니다. 또, 친모인 B 씨의 자녀인 것으로 출생신고 내용도 변경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다음 달 중 두 여성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입니다.

(그래픽 : 김지현, 이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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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뒤바뀐 산모’, 친자식처럼 키우려던 계획 왜 틀어졌나
    • 입력 2023-03-29 15:58:53
    취재K
산부인과 신생아실 모습 (자료화면, 이번 사건과 관련 없음)
지난 13일 대구 한 대학병원 신생아실. 12일 전 태어난 한 신생아의 엄마라며 30대 여성 A 씨가 찾아왔습니다. A 씨는 아기가 본인의 호적에 올라 있는 자신의 아이라며 데려가려 했습니다.

하지만 A 씨의 생김새는 신생아실 직원이 기억하고 있던 신생아 산모와는 많이 달랐습니다. 직원은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경찰은 A 씨를 현장에서 검거하고 신생아를 낳은 산모 B 씨의 행적 파악에 나서는 등 수사에 들어갔습니다.

■ 아이 데려갈 여성, 인적사항까지 기재했지만...왜 발각됐나

A 씨와 산모 B 씨, 두 사람의 얘기가 다르지만, 일단 서로 아는 사이였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출산 전 두 여성은, B 씨가 아이를 낳으면 A 씨가 데려가 키우기로 서로 합의했다고 합니다. 이에 관련해 A 씨는 동아닷컴에 직접 보낸 입장문에서 '친모가 미혼모이고 경제적 형편이 어려워 우리 부부가 선의로 아이를 키우려 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후 지난 1일 산모 B 씨는 대구 한 대학병원에서 응급 제왕절개 수술로 남자아이를 출산했습니다. 출산 과정에서 산모 B 씨는 병원에 A 씨의 인적사항을 대신 기재했습니다. 이후 A 씨는 자신의 이름이 적힌 출생증명서로 자신의 친자인 것처럼 출생신고를 했고, 5일 뒤 B 씨는 아이를 두고 홀로 병원에서 퇴원합니다.

여기서 큰 의문이 생깁니다.

우선 다른 사람의 눈에 띄고 싶지 않았다면, 산모 B 씨가 아이와 함께 퇴원해 A 씨에게 직접 아기를 데려다 주면 되지 않았을까요? 왜 아이를 두고 홀로 퇴원했을까요?

이 계획은 응급 제왕절개 수술로 태어난 신생아가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하게 되면서 틀어졌습니다. 통상 제왕절개 수술을 한 산모와 신생아는 5~7일 이후 함께 퇴원합니다. 하지만 신생아가 저체중이나 조산으로 인한 호흡곤란 등 여러 이유로 중환자실에 입원하게 돼 추가 치료가 필요하다면, 산모는 아이를 두고 먼저 퇴원해야 합니다. 신생아 중환자실 평균 입원 일수는 13일 (심평원, 2019년 기준). 병원에서 아이가 어느 정도 회복이 됐다고 판단되면, 보호자를 불러 신생아 돌봄 유의사항을 충분히 교육한 뒤 퇴원시켜 줍니다.

B 씨가 낳은 신생아도 태어난 지 10여 일이 지난 뒤에야 퇴원이 가능해진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때 산모 B 씨가 아닌 호적상 엄마인 A 씨가 대신 찾아왔고, 신생아실 직원의 '눈썰미' 덕분에 아이를 데려가 키우려던 계획이 실패하고만 겁니다.

또 다른 의문이 남아 있습니다. A 씨 부부가 정말 아기를 원했다면 합법적으로 입양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두 여성의 얘기는 여전히 석연치 않습니다.


■ '아동 매매' 혐의 적용..."대리모는 아냐"

경찰은 수사 결과 두 여성에게 '아동 매매'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우선 산모 B 씨의 병원비를 A 씨 측이 결제했고, 둘 사이에 병원비 외 금전 거래가 있었던 정황도 포착했기 때문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병원비와 금전 거래 정황 등 아이를 넘겨받는 것에 대한 반대급부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아동 매매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인 금전 거래 액수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또 '대리모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A 씨 남편의 DNA를 확보해 신생아와 대조한 결과, 친자-친부 관계는 성립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B 씨가 낳은 아이는 지난 17일 건강하게 퇴원했고, 현재 위탁가정에서 보호되고 있습니다. 또, 친모인 B 씨의 자녀인 것으로 출생신고 내용도 변경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다음 달 중 두 여성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입니다.

(그래픽 : 김지현, 이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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