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사도 안 했는데 수백억 지급”…조현범 ‘뒷돈’ 드러나나?

입력 2023.03.29 (16:18) 수정 2023.05.04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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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을 횡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이정섭)가 오늘(29일) 조 회장의 또다른 배임 의혹과 관련해 우암건설 본사와 계열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했습니다.

이 건설사는 조 회장과 친분이 두터운 장선우 극동유화 대표가 최대주주로 있는 곳입니다.

KBS 취재 결과 검찰은 조 회장이 이 건설사에게 '끼워넣기'식 공사를 발주하고, 장 대표가 조 회장의 생활비 등을 대신 내주는 등 '뒷돈'을 받았을 가능성에 대해 수사 중입니다.

■ 대형 건설사와 컨소시엄 맺은 '수상한' 중소 건설사

검찰 수사의 초점은 2014년부터 약 2년 동안 진행된 한국타이어 대전사옥 '테크노돔' 신축 공사에 모아집니다. 2600억 원 규모의 이 공사는 대형건설사인 대림건설이 수주했습니다.

그런데 검찰은 당시 한국타이어가 대림건설 측에 "우암건설과 컨소시엄을 만들어 공사를 진행하라"고 요구한 정황을 포착했습니다. 결국 공사의 80%는 대림이, 20%는 우암건설이 맡게 됐는데 단순 비율로만 계산해도 우암건설이 수주한 금액은 500억 원이 넘습니다.

석연치 않은 점은 당시 우암건설이 대림건설과 컨소시엄을 맺을 정도로 시공능력이 높지 않았다는 겁니다. 우암건설은 '테크노돔' 공사가 시작된 이후인 2015년에야 토건 부문 공사 면허를 취득했고, 같은 해 시공능력평가를 보면 대림건설은 6위인 반면 우암건설은 400위대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한국타이어 ‘테크노돔’ 사옥 (출처 : 한국타이어 홈페이지)한국타이어 ‘테크노돔’ 사옥 (출처 : 한국타이어 홈페이지)

■ 공사 안 했는데 공사비로 수백억 원?

검찰은 이렇게 큰 돈을 받고 컨소시엄에 참여한 우암건설이 공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앞서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도 같은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우암건설은 공사를 실질적으로 진행한 대림건설 측에 추가로 비용을 건네는 등 정산을 하고도 수십억 원의 이익을 챙겼다는 게 검찰의 시각입니다. 이 이익금의 일부가 조 회장에게 흘러들어갔다는 게 이번 검찰 수사의 핵심입니다.

KBS 취재 결과, 검찰은 장 대표의 지출 내역 가운데 실제로는 조 회장이 쓴 것으로 보이는 내역도 일부 포착했습니다.

한국타이어는 또 우암건설에 판교 사옥과 서울 사옥 리모델링 등 공사도 맡겼는데 이 과정에서 같은 수법으로 '뒷돈'이 오갔는지도 수사 대상입니다. 우암건설은 판교 사옥 공사 당시 동부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3백억 원가량을 챙겼는데, 검찰은 우암건설이 이때도 공사에 거의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대림건설 측은 KBS에 "컨소시엄을 구성할 당시 거래조건 등이 정상적이었다"며 "우암건설도 공사에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만 설명했습니다. 우암건설 측에도 해명을 요청했지만 답이 없었습니다.


■ "경영권 승계로 진 빚…회삿돈을 내 돈처럼"

앞서 지난 27일 검찰은 조 회장을 계열사를 부당지원하고 회삿돈을 개인적으로 쓴 혐의로 구속 기소했습니다.

당시 검찰은 조 회장을 재판에 넘기며 범행 동기 가운데 하나를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진 빚'으로 꼽았습니다.

조 회장은 부친인 조양래 명예회장으로부터 지주회사 지분 매입을 하면서 3600억 원 이상의 빚을 지게 됐고, 매년 대출 원리금과 세금으로 약 400억 원 이상을 지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검찰은 "조 회장이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원하는 수준의 경제적 생활을 위해 쓸 수 있는 현금성 자산이 부족해지자 회삿돈을 마음대로 쓰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조 회장이 지인의 운영하는 건설사를 통해 '뒷돈'을 받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으로 검찰은 보고 있습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장 대표 등 관련자들을 소환하는 한편, 조 회장의 배임 혐의에 대해 추가 기소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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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공사도 안 했는데 수백억 지급”…조현범 ‘뒷돈’ 드러나나?
    • 입력 2023-03-29 16:18:55
    • 수정2023-05-04 11:49:51
    취재K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을 횡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이정섭)가 오늘(29일) 조 회장의 또다른 배임 의혹과 관련해 우암건설 본사와 계열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했습니다.

이 건설사는 조 회장과 친분이 두터운 장선우 극동유화 대표가 최대주주로 있는 곳입니다.

KBS 취재 결과 검찰은 조 회장이 이 건설사에게 '끼워넣기'식 공사를 발주하고, 장 대표가 조 회장의 생활비 등을 대신 내주는 등 '뒷돈'을 받았을 가능성에 대해 수사 중입니다.

■ 대형 건설사와 컨소시엄 맺은 '수상한' 중소 건설사

검찰 수사의 초점은 2014년부터 약 2년 동안 진행된 한국타이어 대전사옥 '테크노돔' 신축 공사에 모아집니다. 2600억 원 규모의 이 공사는 대형건설사인 대림건설이 수주했습니다.

그런데 검찰은 당시 한국타이어가 대림건설 측에 "우암건설과 컨소시엄을 만들어 공사를 진행하라"고 요구한 정황을 포착했습니다. 결국 공사의 80%는 대림이, 20%는 우암건설이 맡게 됐는데 단순 비율로만 계산해도 우암건설이 수주한 금액은 500억 원이 넘습니다.

석연치 않은 점은 당시 우암건설이 대림건설과 컨소시엄을 맺을 정도로 시공능력이 높지 않았다는 겁니다. 우암건설은 '테크노돔' 공사가 시작된 이후인 2015년에야 토건 부문 공사 면허를 취득했고, 같은 해 시공능력평가를 보면 대림건설은 6위인 반면 우암건설은 400위대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한국타이어 ‘테크노돔’ 사옥 (출처 : 한국타이어 홈페이지)
■ 공사 안 했는데 공사비로 수백억 원?

검찰은 이렇게 큰 돈을 받고 컨소시엄에 참여한 우암건설이 공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앞서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도 같은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우암건설은 공사를 실질적으로 진행한 대림건설 측에 추가로 비용을 건네는 등 정산을 하고도 수십억 원의 이익을 챙겼다는 게 검찰의 시각입니다. 이 이익금의 일부가 조 회장에게 흘러들어갔다는 게 이번 검찰 수사의 핵심입니다.

KBS 취재 결과, 검찰은 장 대표의 지출 내역 가운데 실제로는 조 회장이 쓴 것으로 보이는 내역도 일부 포착했습니다.

한국타이어는 또 우암건설에 판교 사옥과 서울 사옥 리모델링 등 공사도 맡겼는데 이 과정에서 같은 수법으로 '뒷돈'이 오갔는지도 수사 대상입니다. 우암건설은 판교 사옥 공사 당시 동부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3백억 원가량을 챙겼는데, 검찰은 우암건설이 이때도 공사에 거의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대림건설 측은 KBS에 "컨소시엄을 구성할 당시 거래조건 등이 정상적이었다"며 "우암건설도 공사에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만 설명했습니다. 우암건설 측에도 해명을 요청했지만 답이 없었습니다.


■ "경영권 승계로 진 빚…회삿돈을 내 돈처럼"

앞서 지난 27일 검찰은 조 회장을 계열사를 부당지원하고 회삿돈을 개인적으로 쓴 혐의로 구속 기소했습니다.

당시 검찰은 조 회장을 재판에 넘기며 범행 동기 가운데 하나를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진 빚'으로 꼽았습니다.

조 회장은 부친인 조양래 명예회장으로부터 지주회사 지분 매입을 하면서 3600억 원 이상의 빚을 지게 됐고, 매년 대출 원리금과 세금으로 약 400억 원 이상을 지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검찰은 "조 회장이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원하는 수준의 경제적 생활을 위해 쓸 수 있는 현금성 자산이 부족해지자 회삿돈을 마음대로 쓰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조 회장이 지인의 운영하는 건설사를 통해 '뒷돈'을 받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으로 검찰은 보고 있습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장 대표 등 관련자들을 소환하는 한편, 조 회장의 배임 혐의에 대해 추가 기소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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