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7] “동네 이웃이…” 닮은꼴 장애인 성폭행 반복 왜?

입력 2023.03.29 (19:25) 수정 2023.03.29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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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평창에서 마을주민 여럿이 이웃 지적 장애인을 성폭행한 사건이 충격을 줬습니다.

그런데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사건은 반복되고 있는데요.

지적장애인 성범죄 사건이 되풀이되는 이유를 이청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강원도 평창의 한 마을주민 등 4명이 이웃에 사는 지적장애인 여성을 성폭행했습니다.

마을은 충격에 빠졌습니다.

[마을주민/음성변조 : "걔(피해자)가 거기서(가해자 운영 가게) 한 알바를 5~6개월 했나요? 5~6개월 정도 했어요."]

4년 전, 영월에선 동네 노인들이 20대 지적장애인을 성폭행했습니다.

가해자는 8명이나 됐습니다.

[피해자 가족/음성변조 : "자꾸 충격이 가니까 (피해자가) 농약을 찾아먹고 대뜸 발견, 누가 얘기해서 발견해가지고. 죽을 뻔 했죠."]

2018년 영월에선 70~80대 노인 7명이 지적 장애여성을 성폭행했습니다.

피해 여성은 마을을 떠났습니다.

당시 피해자가 살던 집입니다.

오랫동안 비워둔 흔적이 역력하고, 앞마당에는 생활용품들이 버러져있습니다.

실제로 장애인 대상 성폭력은 주로 발달·정신장애인에 집중됩니다.

사회적으로 외로운 피해자가 금방 경계를 푼다는 점을 악용하는 겁니다.

이렇다 보니 범죄는 가까운 곳에서 대부분 발생합니다.

이웃과 가족, 친구 등 친밀한 관계가 69%, 아는 사이까지 넓히면 78%에 달합니다.

피해자 한 명이 여럿의 표적이 된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피해자 수보다 가해자 수는 20% 더 많습니다.

[김문희/속초성폭력상담소·장애인성폭력상담소장 : "주변인이 신고하지 않으면 드러나기가 쉽지 않거든요. 성폭력은 일단 우리가 사회적 범죄라고 이야기하고 있고."]

사건 발생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안전망이 확충돼야 한다고 말합니다.

KBS 뉴스 이청초입니다.

촬영기자:김남범

[앵커]

이번에는 이 내용을 취재한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이청초 기자, 앞서 보도를 보고 나니, 지적 장애인 성폭행 사건들이 놀라우리만큼 닮아 있네요.

[기자]

네. 최근 평창 사건을 취재하면서 '어디서 본 것 같다'라는 기시감이 느껴졌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전문가들도 다들 공감하는 대목이었습니다.

실제로 사건들은 여러 면에서 '닮은 꼴'입니다.

가해자와 피해자 이름만 바뀌었지, 판박이에 가까웠습니다.

먼저, 피해자가 모두 20대 지적장애인 여성이죠.

게다가 오랜 기간 성범죄에 노출됐다는 점도 비슷합니다.

가해자는 하나같이 그동안 알고 지낸 한 동네 사는 이웃 남성이었다는 점.

또, 가해자가 한두 명이 아니라 여럿이라는 점도 같았습니다.

가해자 연령대 역시 장년층과 노인층이라는 점까지 유사합니다.

특히, 영월의 경우 자동차로 30분도 안 걸리는 가까운 동네에서 벌어진 일이라, 더 충격이 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그 사건 이후를 다시 추적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취재를 하게 됐습니다.

[앵커]

사건이 한참이 지나고, 다시 영월 현장을 직접 가본 건데, 어떤 상황이었나요?

[기자]

취재를 하면서 기사에 담지 못한 내용이 많았습니다.

그 부분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이제 사건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졌지만, 피해자의 상처는 진행 중이었습니다.

2019년 영월 사건의 피해자는 지금은 가족 품에서 어렵게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데요.

마을 주민들도 여전히 안타까움을 토로했습니다.

당시 가해자 8명 가운데, 수사를 받던 2명이 숨졌거든요.

실제로 죗값을 치른 건 절반밖에 안 된다 이런 탄식이 나왔습니다.

그보다 앞선 2018년 사건도 결과는 씁쓸했습니다.

기사에서 보셨듯 피해자는 결국 그녀가 나고 자란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가족들이 이미 세상을 떠났고, 끔찍한 고통의 현장이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동네 주민이 그 집을 새로 샀다고 하는데요.

이유가 놀랍습니다.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사건 이후에도 가해자들이 자꾸 그 집을 찾아왔다고 합니다.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서 다시는 그 누구도 얼씬거리지 못하게 마을 분들이 나선 걸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지적장애인을 표적으로 한 성범죄, 충격적인 사건인데도 계속 반복되는 건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 아닙니까?

[기자]

네, 먼저 성폭력 피해 장애인의 장애 유형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2019년 성폭력 피해 장애인 상담사례를 바탕으로 본 통계입니다.

전체 장애인 성폭행 피해자가 1,600여 명입니다.

그런데 피해자를 신체적 장애, 정신적 장애로 나눠보면 87%가 발달장애, 정신장애인에 집중됐습니다.

신체적 장애인들의 피해는 대부분 강압적인 형태로 나타나는 반면, 발달·정신장애인은 친근한 관계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통계를 낸 성폭력상담소 측은 "발달장애인 등이 인지능력의 한계로 가해자들의 '불순한 의도'를 면밀하게 파악해 내기가 어렵다는 특성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이건 피해자의 탓이 아닙니다.

결국, 이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문제인 거죠.

가해자 유형을 보면, 이웃과 가족, 친구 등 얼굴을 아는 사이, 면식범이 주를 이뤘는데요.

그만큼 우리 사회의 장애 감수성, 성인지 감수성이 낮다는 걸 알 수가 있습니다.

[앵커]

네, 그렇다면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자]

전문가들은 이런 범죄가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범죄라고 보고 있습니다.

최근까지도 평창 사건이 이어지면서 사회 안전망은 여전히 느슨하다는 게 체감됩니다.

결국 나부터, 친구부터, 이웃부터, 성인지 감수성은 채우고 장애의 특성을 이해해야 이 같은 사건이 다시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또, 지적장애인들이 직접 신고를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만큼 주변에서 이들의 관계를 더욱 꼼꼼히 살펴봐 줘야 합니다.

장애인들도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단단한 공동체 울타리를 만들어가야겠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이청초 기자와 얘기 나눠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영상편집:김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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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파일7] “동네 이웃이…” 닮은꼴 장애인 성폭행 반복 왜?
    • 입력 2023-03-29 19:25:44
    • 수정2023-03-29 20:15:13
    뉴스7(춘천)
[앵커]

최근 평창에서 마을주민 여럿이 이웃 지적 장애인을 성폭행한 사건이 충격을 줬습니다.

그런데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사건은 반복되고 있는데요.

지적장애인 성범죄 사건이 되풀이되는 이유를 이청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강원도 평창의 한 마을주민 등 4명이 이웃에 사는 지적장애인 여성을 성폭행했습니다.

마을은 충격에 빠졌습니다.

[마을주민/음성변조 : "걔(피해자)가 거기서(가해자 운영 가게) 한 알바를 5~6개월 했나요? 5~6개월 정도 했어요."]

4년 전, 영월에선 동네 노인들이 20대 지적장애인을 성폭행했습니다.

가해자는 8명이나 됐습니다.

[피해자 가족/음성변조 : "자꾸 충격이 가니까 (피해자가) 농약을 찾아먹고 대뜸 발견, 누가 얘기해서 발견해가지고. 죽을 뻔 했죠."]

2018년 영월에선 70~80대 노인 7명이 지적 장애여성을 성폭행했습니다.

피해 여성은 마을을 떠났습니다.

당시 피해자가 살던 집입니다.

오랫동안 비워둔 흔적이 역력하고, 앞마당에는 생활용품들이 버러져있습니다.

실제로 장애인 대상 성폭력은 주로 발달·정신장애인에 집중됩니다.

사회적으로 외로운 피해자가 금방 경계를 푼다는 점을 악용하는 겁니다.

이렇다 보니 범죄는 가까운 곳에서 대부분 발생합니다.

이웃과 가족, 친구 등 친밀한 관계가 69%, 아는 사이까지 넓히면 78%에 달합니다.

피해자 한 명이 여럿의 표적이 된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피해자 수보다 가해자 수는 20% 더 많습니다.

[김문희/속초성폭력상담소·장애인성폭력상담소장 : "주변인이 신고하지 않으면 드러나기가 쉽지 않거든요. 성폭력은 일단 우리가 사회적 범죄라고 이야기하고 있고."]

사건 발생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안전망이 확충돼야 한다고 말합니다.

KBS 뉴스 이청초입니다.

촬영기자:김남범

[앵커]

이번에는 이 내용을 취재한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이청초 기자, 앞서 보도를 보고 나니, 지적 장애인 성폭행 사건들이 놀라우리만큼 닮아 있네요.

[기자]

네. 최근 평창 사건을 취재하면서 '어디서 본 것 같다'라는 기시감이 느껴졌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전문가들도 다들 공감하는 대목이었습니다.

실제로 사건들은 여러 면에서 '닮은 꼴'입니다.

가해자와 피해자 이름만 바뀌었지, 판박이에 가까웠습니다.

먼저, 피해자가 모두 20대 지적장애인 여성이죠.

게다가 오랜 기간 성범죄에 노출됐다는 점도 비슷합니다.

가해자는 하나같이 그동안 알고 지낸 한 동네 사는 이웃 남성이었다는 점.

또, 가해자가 한두 명이 아니라 여럿이라는 점도 같았습니다.

가해자 연령대 역시 장년층과 노인층이라는 점까지 유사합니다.

특히, 영월의 경우 자동차로 30분도 안 걸리는 가까운 동네에서 벌어진 일이라, 더 충격이 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그 사건 이후를 다시 추적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취재를 하게 됐습니다.

[앵커]

사건이 한참이 지나고, 다시 영월 현장을 직접 가본 건데, 어떤 상황이었나요?

[기자]

취재를 하면서 기사에 담지 못한 내용이 많았습니다.

그 부분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이제 사건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졌지만, 피해자의 상처는 진행 중이었습니다.

2019년 영월 사건의 피해자는 지금은 가족 품에서 어렵게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데요.

마을 주민들도 여전히 안타까움을 토로했습니다.

당시 가해자 8명 가운데, 수사를 받던 2명이 숨졌거든요.

실제로 죗값을 치른 건 절반밖에 안 된다 이런 탄식이 나왔습니다.

그보다 앞선 2018년 사건도 결과는 씁쓸했습니다.

기사에서 보셨듯 피해자는 결국 그녀가 나고 자란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가족들이 이미 세상을 떠났고, 끔찍한 고통의 현장이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동네 주민이 그 집을 새로 샀다고 하는데요.

이유가 놀랍습니다.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사건 이후에도 가해자들이 자꾸 그 집을 찾아왔다고 합니다.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서 다시는 그 누구도 얼씬거리지 못하게 마을 분들이 나선 걸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지적장애인을 표적으로 한 성범죄, 충격적인 사건인데도 계속 반복되는 건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 아닙니까?

[기자]

네, 먼저 성폭력 피해 장애인의 장애 유형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2019년 성폭력 피해 장애인 상담사례를 바탕으로 본 통계입니다.

전체 장애인 성폭행 피해자가 1,600여 명입니다.

그런데 피해자를 신체적 장애, 정신적 장애로 나눠보면 87%가 발달장애, 정신장애인에 집중됐습니다.

신체적 장애인들의 피해는 대부분 강압적인 형태로 나타나는 반면, 발달·정신장애인은 친근한 관계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통계를 낸 성폭력상담소 측은 "발달장애인 등이 인지능력의 한계로 가해자들의 '불순한 의도'를 면밀하게 파악해 내기가 어렵다는 특성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이건 피해자의 탓이 아닙니다.

결국, 이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문제인 거죠.

가해자 유형을 보면, 이웃과 가족, 친구 등 얼굴을 아는 사이, 면식범이 주를 이뤘는데요.

그만큼 우리 사회의 장애 감수성, 성인지 감수성이 낮다는 걸 알 수가 있습니다.

[앵커]

네, 그렇다면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자]

전문가들은 이런 범죄가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범죄라고 보고 있습니다.

최근까지도 평창 사건이 이어지면서 사회 안전망은 여전히 느슨하다는 게 체감됩니다.

결국 나부터, 친구부터, 이웃부터, 성인지 감수성은 채우고 장애의 특성을 이해해야 이 같은 사건이 다시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또, 지적장애인들이 직접 신고를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만큼 주변에서 이들의 관계를 더욱 꼼꼼히 살펴봐 줘야 합니다.

장애인들도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단단한 공동체 울타리를 만들어가야겠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이청초 기자와 얘기 나눠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영상편집:김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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