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윤리위 제소부터…실제 징계는 나몰라라

입력 2023.03.30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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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건 중 단 2건.

18대 국회 이후 국회 윤리특위에 제소된 국회의원 징계안 중 실제 징계까지 이어진 안건 수입니다.

2011년 강용석 전 의원이 '아나운서 성희롱 발언'으로 '30일 국회 출석 정지' 처분을 받았고, ② 지난해에는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현 대표)이 '검찰 수사권 축소 법안' 입법 과정에서 법사위원장석을 점거했다는 이유로 '30일 국회 출석 정지' 처분을 받았습니다.(김 의원은 이후 헌법재판소에서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판결을 받았습니다.)

나머지 안건은 대부분 국회 윤리특위 심사과정에서 폐기되거나 철회됐습니다.

징계 처리 비율이 낮은 이유로는 현직 의원으로 구성된 국회 윤리특위 구조상 '제 식구 감싸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 꼽힙니다.

여야 동수로 구성돼 셀프 심의와 의결을 하다 보니, 자기 당 소속 의원들에 대한 징계 논의가 껄끄러운 데다 혹여 제명이라도 하게 되면 당으로써는 의석을 잃게 되니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 '일단 제소하고 보자'…징계안만 남발하는 여야

이렇다 보니 '징계안 제출'이 사실상 상대 당에 대한 '보여주기식' 정치 공세 도구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어차피 징계안 논의가 흐지부지 될테니, 진지한 판단보다는 '일단 제소하고 보자'는 식입니다.

실제 최근 들어 여야 대립이 격화되면서, 국회 윤리특위 제소 건수는 급증하는 추세입니다.

특히 상대 진영을 향한 모욕적 발언이나 허위사실 유포 등이 주요한 징계요구 이유로 등장했는데, 21대 국회에서 윤리특위에 넘겨진 징계안 37건 중 33건의 사유가 막말 등 ‘품위유지 의무’ 위반입니다.

하지만 품위유지 의무 위반의 경우,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당사자의 승복은 물론 윤리특위 여야 의원들도 판단이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다 보니 윤리특위는 늘 구성조차 안 되거나, 개점 휴업인 경우가 많습니다.

규정상 헛점도 있는데 윤리특위의 징계안 심사 기간이 별도로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무기한 심사도 가능합니다.

윤리특위에 넘겨만 놓고 나 몰라라 하는 식입니다.

실제 21대 국회 전반기 윤리특위는 단 4차례 회의를 여는 데 그쳤습니다.

후반기 국회 윤리특위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윤리특위를 이끌게 된 변재일 위원장조차 "각 당에서 고발은 해놓고, 정작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는 비난이 상당하다"고 토로했습니다.


'후반기 국회 출범 9개월' 만에 윤리특위 소위 구성

후반기 국회 출범 9개월 만에, 국회 윤리특위는 오늘에서야 실제 안건을 논의하는 소위를 구성했습니다.

지난 1월 말 첫 전체회의에서 특위 위원장과 각 당 간사를 선임한 지 무려 2달 만입니다.

현재 윤리특위에 계류된 징계안은 지난 2월 "제주 4·3 사건은 명백히 김일성 씨 일가에 의해 자행된 만행"이라고 했던 태영호 의원 징계안을 비롯해 모두 37건입니다.

이 중 무소속 윤미향 의원과 이상직 전 의원, 박덕흠·성일종 의원에 대한 제명의 건 등은 이미 지난해 초 특위 소위에 넘겨진 상황이지만 심사는 전혀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유일한 국회 자정시스템, 이번엔 다를까?

국회 윤리특위는 제소된 징계안을 윤리심사자문위의 의견을 참고해 징계 수위를 결정합니다.

하지만 외부위원으로 구성된 자문위원회 의견은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윤리특위에서 징계를 의결하지 않는다면 아무 영향을 미칠 수 없습니다.

이에 국회의원들이 '제 목에 방울 달기'를 할 수 없다면 일각에선 윤리위를 국회의장 직속으로, 전원 민간인들이 참여하는 독립기구로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옵니다.

국회의원의 윤리의식 제고와 자율적 위상 정립을 위해 출범한 '국회 윤리특위'가 '의원 윤리'가 아닌, '정쟁의 장'으로 전락한 상황.

윤리특위가 '정치 혐오'를 털고 의원들의 윤리의식 강화라는 특위 본래의 취지를 살려 국회의 자정능력을 담보할 수 있는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을지 다시 한번 기대를 걸어봅니다.

21대 국회 하반기 윤리특위의 활동 기한은 내년 5월 29일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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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단 윤리위 제소부터…실제 징계는 나몰라라
    • 입력 2023-03-30 16:46:02
    취재K

181건 중 단 2건.

18대 국회 이후 국회 윤리특위에 제소된 국회의원 징계안 중 실제 징계까지 이어진 안건 수입니다.

2011년 강용석 전 의원이 '아나운서 성희롱 발언'으로 '30일 국회 출석 정지' 처분을 받았고, ② 지난해에는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현 대표)이 '검찰 수사권 축소 법안' 입법 과정에서 법사위원장석을 점거했다는 이유로 '30일 국회 출석 정지' 처분을 받았습니다.(김 의원은 이후 헌법재판소에서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판결을 받았습니다.)

나머지 안건은 대부분 국회 윤리특위 심사과정에서 폐기되거나 철회됐습니다.

징계 처리 비율이 낮은 이유로는 현직 의원으로 구성된 국회 윤리특위 구조상 '제 식구 감싸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 꼽힙니다.

여야 동수로 구성돼 셀프 심의와 의결을 하다 보니, 자기 당 소속 의원들에 대한 징계 논의가 껄끄러운 데다 혹여 제명이라도 하게 되면 당으로써는 의석을 잃게 되니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 '일단 제소하고 보자'…징계안만 남발하는 여야

이렇다 보니 '징계안 제출'이 사실상 상대 당에 대한 '보여주기식' 정치 공세 도구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어차피 징계안 논의가 흐지부지 될테니, 진지한 판단보다는 '일단 제소하고 보자'는 식입니다.

실제 최근 들어 여야 대립이 격화되면서, 국회 윤리특위 제소 건수는 급증하는 추세입니다.

특히 상대 진영을 향한 모욕적 발언이나 허위사실 유포 등이 주요한 징계요구 이유로 등장했는데, 21대 국회에서 윤리특위에 넘겨진 징계안 37건 중 33건의 사유가 막말 등 ‘품위유지 의무’ 위반입니다.

하지만 품위유지 의무 위반의 경우,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당사자의 승복은 물론 윤리특위 여야 의원들도 판단이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다 보니 윤리특위는 늘 구성조차 안 되거나, 개점 휴업인 경우가 많습니다.

규정상 헛점도 있는데 윤리특위의 징계안 심사 기간이 별도로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무기한 심사도 가능합니다.

윤리특위에 넘겨만 놓고 나 몰라라 하는 식입니다.

실제 21대 국회 전반기 윤리특위는 단 4차례 회의를 여는 데 그쳤습니다.

후반기 국회 윤리특위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윤리특위를 이끌게 된 변재일 위원장조차 "각 당에서 고발은 해놓고, 정작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는 비난이 상당하다"고 토로했습니다.


'후반기 국회 출범 9개월' 만에 윤리특위 소위 구성

후반기 국회 출범 9개월 만에, 국회 윤리특위는 오늘에서야 실제 안건을 논의하는 소위를 구성했습니다.

지난 1월 말 첫 전체회의에서 특위 위원장과 각 당 간사를 선임한 지 무려 2달 만입니다.

현재 윤리특위에 계류된 징계안은 지난 2월 "제주 4·3 사건은 명백히 김일성 씨 일가에 의해 자행된 만행"이라고 했던 태영호 의원 징계안을 비롯해 모두 37건입니다.

이 중 무소속 윤미향 의원과 이상직 전 의원, 박덕흠·성일종 의원에 대한 제명의 건 등은 이미 지난해 초 특위 소위에 넘겨진 상황이지만 심사는 전혀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유일한 국회 자정시스템, 이번엔 다를까?

국회 윤리특위는 제소된 징계안을 윤리심사자문위의 의견을 참고해 징계 수위를 결정합니다.

하지만 외부위원으로 구성된 자문위원회 의견은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윤리특위에서 징계를 의결하지 않는다면 아무 영향을 미칠 수 없습니다.

이에 국회의원들이 '제 목에 방울 달기'를 할 수 없다면 일각에선 윤리위를 국회의장 직속으로, 전원 민간인들이 참여하는 독립기구로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옵니다.

국회의원의 윤리의식 제고와 자율적 위상 정립을 위해 출범한 '국회 윤리특위'가 '의원 윤리'가 아닌, '정쟁의 장'으로 전락한 상황.

윤리특위가 '정치 혐오'를 털고 의원들의 윤리의식 강화라는 특위 본래의 취지를 살려 국회의 자정능력을 담보할 수 있는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을지 다시 한번 기대를 걸어봅니다.

21대 국회 하반기 윤리특위의 활동 기한은 내년 5월 29일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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