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사퇴 몰랐다”…김 교수 “장시간 노동 방치는 개악”

입력 2023.03.30 (21:32) 수정 2023.03.31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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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덴마크 곳곳에 세워진 사람 모양의 거대한 양초입니다.

머리에는 불이 붙어 있는데요.

두 달이 지나면 양초가 모두 녹아 없어진다는데 고된 일과 사회 생활로 끝내 무너져 내리는 이 시대 청년들의 모습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덴마크보다 노동시간이 더 긴 우리나라의 경우, 더 빨리 무너져 내릴 수도 있겠죠.

주 69시간 노동이 가능한 정부 개편안의 토대가 유일한 보건 전문가가 사퇴한 상태에서 만들어졌다는 소식 어제(29일) 전해드렸는데요.

이 보건 전문가가 오늘(30일) 국회 토론회에 참석해 정부 개편안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신현욱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근로시간 개편안을 논의하는 전문가 연구회에 참여했다 사의를 표명한 보건 전문가 김인아 교수, 국회 토론회에 나와 정부가 입법 예고한 근로시간 개편안을 '개악'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김인아/한양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 "명확한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모든 사업장과 노동자에게 적용하도록 하고 장시간 노동을 막지 못하는 제도 변화는 개악이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그 근거로 노동 시간에 대한 국제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노동기구(ILO)의 공동 연구 결과, 주 55시간 이상 일했을 때 뇌졸중과 심혈관계질환 발생 위험이 커진다는 겁니다.

국제노동기구가 주당 최대 노동 시간을 현행 52시간제보다도 적은 48시간으로 명시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김인아/한양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 "(1주 노동시간이) 55시간 이상 넘어가면 위험이 높아진다라는 것을 발표를 했기 때문에 일종의 상식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김 교수는 당시 연구회의 유일한 보건 전문가로서, 이같은 연구 결과와 여러 우려를 전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김인아/한양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 문제 의식이 다 전달되지 않는 걸 알기 때문에 (사퇴했습니다)."]

김 교수는 다만 어떤 압박이 있던 건 아니며, 명확한 대안을 내놓지 못해 스스로 한계를 느꼈다고 덧붙였습니다.

보건 전문가 없이 개편안을 발표했다는 KBS 보도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김 교수 본인이나 연구회로부터 직접 전달받은 바가 없어 사퇴 사실을 사후에 확인했다"고 인정했습니다.

보건 전문가는 비록 사퇴했지만, 연구회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권고문을 마련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습니다.

KBS 뉴스 신현욱입니다.

촬영기자:한규석/영상편집:장수경/그래픽:김현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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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용부 “사퇴 몰랐다”…김 교수 “장시간 노동 방치는 개악”
    • 입력 2023-03-30 21:32:08
    • 수정2023-03-31 07:56:38
    뉴스 9
[앵커]

덴마크 곳곳에 세워진 사람 모양의 거대한 양초입니다.

머리에는 불이 붙어 있는데요.

두 달이 지나면 양초가 모두 녹아 없어진다는데 고된 일과 사회 생활로 끝내 무너져 내리는 이 시대 청년들의 모습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덴마크보다 노동시간이 더 긴 우리나라의 경우, 더 빨리 무너져 내릴 수도 있겠죠.

주 69시간 노동이 가능한 정부 개편안의 토대가 유일한 보건 전문가가 사퇴한 상태에서 만들어졌다는 소식 어제(29일) 전해드렸는데요.

이 보건 전문가가 오늘(30일) 국회 토론회에 참석해 정부 개편안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신현욱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근로시간 개편안을 논의하는 전문가 연구회에 참여했다 사의를 표명한 보건 전문가 김인아 교수, 국회 토론회에 나와 정부가 입법 예고한 근로시간 개편안을 '개악'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김인아/한양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 "명확한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모든 사업장과 노동자에게 적용하도록 하고 장시간 노동을 막지 못하는 제도 변화는 개악이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그 근거로 노동 시간에 대한 국제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노동기구(ILO)의 공동 연구 결과, 주 55시간 이상 일했을 때 뇌졸중과 심혈관계질환 발생 위험이 커진다는 겁니다.

국제노동기구가 주당 최대 노동 시간을 현행 52시간제보다도 적은 48시간으로 명시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김인아/한양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 "(1주 노동시간이) 55시간 이상 넘어가면 위험이 높아진다라는 것을 발표를 했기 때문에 일종의 상식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김 교수는 당시 연구회의 유일한 보건 전문가로서, 이같은 연구 결과와 여러 우려를 전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김인아/한양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 문제 의식이 다 전달되지 않는 걸 알기 때문에 (사퇴했습니다)."]

김 교수는 다만 어떤 압박이 있던 건 아니며, 명확한 대안을 내놓지 못해 스스로 한계를 느꼈다고 덧붙였습니다.

보건 전문가 없이 개편안을 발표했다는 KBS 보도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김 교수 본인이나 연구회로부터 직접 전달받은 바가 없어 사퇴 사실을 사후에 확인했다"고 인정했습니다.

보건 전문가는 비록 사퇴했지만, 연구회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권고문을 마련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습니다.

KBS 뉴스 신현욱입니다.

촬영기자:한규석/영상편집:장수경/그래픽:김현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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