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선 까닭은?

입력 2023.03.3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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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는 정규직인 교사와 행정직 공무원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비정규직인 교육공무직원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조리사와 조리실무사, 영양사, 초등돌봄전담사, 전문상담사, 특수교육실무사 등입니다.

전국 각급 학교에서 일하는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이 오늘(31일) 하루 일을 멈추고 거리로 나섰습니다. 지난해 11월에 이어 4개월 만입니다.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는 전체 교육공무직 16만 9천여 명 중에 약 14%인 2만 3천여 명으로 추산됩니다. 이들은 왜 거리로 나섰을까요?

■ 교육공무직 임금, 교사·공무원의 6~70% "임금체계 개편하라"

교육공무직의 임금체계는 1유형(교사 대체 직종-영양사, 사서, 전문상담사 등)과 2유형(공무원 대체 직종-조리사, 조리실무사, 교무실무사, 초등돌봄전담사 등)으로 구분돼 있고 어느 유형에도 속하지 않는 유형 외(교육복지사, 임상심리사, 강사 등)가 있습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1유형의 월 기본급은 2,068,000원이고 2유형은 1,868,000원으로 20만 원 차이가 납니다. 2유형의 경우 최저임금(1,914,440원)보다 적습니다.

게다가 '유형 외'인 교육복지사와 강사 등은 별도의 임금 기준이 적용되고 있어 임금체계가 제각각입니다.

이들은 1유형과 2유형은 각각 교사와 공무원과 유사한 직무를 수행함에도 불구하고 교사, 공무원에 비해 60~70% 수준이고 근속이 높아질수록 그 격차가 더 커지는 상황이라며 임금 인상과 함께 단일한 임금체계를 도입하라고 주장합니다.

근속연수가 쌓여도 정규직과의 차이가 벌어져 저임금이 고착화되고 있다면서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 명확한 임금기준을 마련하라는 것입니다.

또, 학교 비정규직 중 절반 이상은 방학 중에 근무를 하지 않기에 임금이 지급되지 않아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이들은 1유형 기준 임금 기본급 2.7% 인상과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노사협의체를 구성하라고 주장하지만 사용자 측인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은 기본급 1.8% 인상과 노사협의체 구성 거부로 맞서고 있는 상황입니다.


■ "명절휴가비, 상여금도 정규직과 차별"

이들은 임금 기본급뿐 아니라 명절휴가비와 상여금 등 각종 복리후생수당도 정규직과 큰 차이가 있다며 이를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명절휴가비의 경우 정규직은 근속을 반영해 190만 원~400만 원을 받지만 학교 비정규직은 근속 반영 없이 140만 원 정액으로 받고 있습니다.

사용자 측은 20만 원 인상을 제시했지만 비정규직 측은 받아들일 수 없고 2유형 기본급의 100%를 지급하라고 주장합니다.

나머지 복리후생수당도 정규직과 차이가 납니다.

상여금은 정규직은 9급 공무원의 경우 연평균 245만 원, 교원은 연평균 410만 원이지만 비정규직은 연 90만 원 수준으로 차이가 난다는 설명입니다.

정규직에게는 지급하는 정근수당, 정근수당 가산금, 직급수당은 비정규직에게는 아예 없습니다.

정규직에게는 있고 비정규직에게는 없는 각종 수당을 정규직과 동일하게 지급해달라는 게 이들의 요구입니다.


■ "급식 노동자 폐암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

이번 파업에 참여한 비정규직 중에 학교 급식 노동자(조리사, 조리실무사)가 절반이 넘습니다.

이 급식 노동자들은 임금 문제에 더해 안전한 조리실 환경에서 일할 권리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급식 노동자의 폐암 발생 문제 때문입니다.

지난 14일 교육부는 학교 급식 노동자들의 폐CT 검진 결과와 대책을 발표했는데 급식 노동자 2만 4천여 명 중 139명이 폐암 의심 진단을 받았고 이 가운데 31명이 폐암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지난 5년간 산재를 신청한 29명을 포함하면 급식 노동자의 5년간 암 유병자는 60명으로 늘었습니다.

그래서 교육부는 폐 이상 소견을 받은 급식 노동자에게 추가 검사가 필요한 경우 검진비 지원과 치료에 필요한 병가와 휴직 등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또 설비 개선이 필요한 학교에 각 1억 원씩 지원하는 등 2027년까지 학교 급식 조리실의 환기 설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보호구 제공과 유해물질인 '조리흄' 노출 위험을 줄이기 위해 오븐 사용을 유도하고 튀김 요리는 주 2회 이하로 최소화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교육부의 대책이 2021년 첫 폐암 산재 인정 이후 너무 늦은 대책이라며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환기 설비 개선 계획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중단기 대책이 부실하고 전반적인 산재 예방을 위한 핵심 대책은 선언적 수준으로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다만 이 내용은 임금 교섭 체결의 핵심 조건은 아니고 별도의 정책 협의 과제라고 설명합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어제(30일) 총파업을 하루 앞두고 교육부 장관 면담을 요구하며 기습 시위를 벌였습니다.

하지만 이주호 장관이 회의실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면담은 불발됐고, 다음 주 중에 면담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 교섭이 지난해 9월부터 시작해 7개월이 지났지만 사용자 측과 합의점에 이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장관 면담과 교섭 상황에 따라서 이들의 집단 행동이 어떻게 될지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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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선 까닭은?
    • 입력 2023-03-31 17:03:46
    취재K

학교에는 정규직인 교사와 행정직 공무원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비정규직인 교육공무직원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조리사와 조리실무사, 영양사, 초등돌봄전담사, 전문상담사, 특수교육실무사 등입니다.

전국 각급 학교에서 일하는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이 오늘(31일) 하루 일을 멈추고 거리로 나섰습니다. 지난해 11월에 이어 4개월 만입니다.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는 전체 교육공무직 16만 9천여 명 중에 약 14%인 2만 3천여 명으로 추산됩니다. 이들은 왜 거리로 나섰을까요?

■ 교육공무직 임금, 교사·공무원의 6~70% "임금체계 개편하라"

교육공무직의 임금체계는 1유형(교사 대체 직종-영양사, 사서, 전문상담사 등)과 2유형(공무원 대체 직종-조리사, 조리실무사, 교무실무사, 초등돌봄전담사 등)으로 구분돼 있고 어느 유형에도 속하지 않는 유형 외(교육복지사, 임상심리사, 강사 등)가 있습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1유형의 월 기본급은 2,068,000원이고 2유형은 1,868,000원으로 20만 원 차이가 납니다. 2유형의 경우 최저임금(1,914,440원)보다 적습니다.

게다가 '유형 외'인 교육복지사와 강사 등은 별도의 임금 기준이 적용되고 있어 임금체계가 제각각입니다.

이들은 1유형과 2유형은 각각 교사와 공무원과 유사한 직무를 수행함에도 불구하고 교사, 공무원에 비해 60~70% 수준이고 근속이 높아질수록 그 격차가 더 커지는 상황이라며 임금 인상과 함께 단일한 임금체계를 도입하라고 주장합니다.

근속연수가 쌓여도 정규직과의 차이가 벌어져 저임금이 고착화되고 있다면서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 명확한 임금기준을 마련하라는 것입니다.

또, 학교 비정규직 중 절반 이상은 방학 중에 근무를 하지 않기에 임금이 지급되지 않아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이들은 1유형 기준 임금 기본급 2.7% 인상과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노사협의체를 구성하라고 주장하지만 사용자 측인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은 기본급 1.8% 인상과 노사협의체 구성 거부로 맞서고 있는 상황입니다.


■ "명절휴가비, 상여금도 정규직과 차별"

이들은 임금 기본급뿐 아니라 명절휴가비와 상여금 등 각종 복리후생수당도 정규직과 큰 차이가 있다며 이를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명절휴가비의 경우 정규직은 근속을 반영해 190만 원~400만 원을 받지만 학교 비정규직은 근속 반영 없이 140만 원 정액으로 받고 있습니다.

사용자 측은 20만 원 인상을 제시했지만 비정규직 측은 받아들일 수 없고 2유형 기본급의 100%를 지급하라고 주장합니다.

나머지 복리후생수당도 정규직과 차이가 납니다.

상여금은 정규직은 9급 공무원의 경우 연평균 245만 원, 교원은 연평균 410만 원이지만 비정규직은 연 90만 원 수준으로 차이가 난다는 설명입니다.

정규직에게는 지급하는 정근수당, 정근수당 가산금, 직급수당은 비정규직에게는 아예 없습니다.

정규직에게는 있고 비정규직에게는 없는 각종 수당을 정규직과 동일하게 지급해달라는 게 이들의 요구입니다.


■ "급식 노동자 폐암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

이번 파업에 참여한 비정규직 중에 학교 급식 노동자(조리사, 조리실무사)가 절반이 넘습니다.

이 급식 노동자들은 임금 문제에 더해 안전한 조리실 환경에서 일할 권리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급식 노동자의 폐암 발생 문제 때문입니다.

지난 14일 교육부는 학교 급식 노동자들의 폐CT 검진 결과와 대책을 발표했는데 급식 노동자 2만 4천여 명 중 139명이 폐암 의심 진단을 받았고 이 가운데 31명이 폐암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지난 5년간 산재를 신청한 29명을 포함하면 급식 노동자의 5년간 암 유병자는 60명으로 늘었습니다.

그래서 교육부는 폐 이상 소견을 받은 급식 노동자에게 추가 검사가 필요한 경우 검진비 지원과 치료에 필요한 병가와 휴직 등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또 설비 개선이 필요한 학교에 각 1억 원씩 지원하는 등 2027년까지 학교 급식 조리실의 환기 설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보호구 제공과 유해물질인 '조리흄' 노출 위험을 줄이기 위해 오븐 사용을 유도하고 튀김 요리는 주 2회 이하로 최소화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교육부의 대책이 2021년 첫 폐암 산재 인정 이후 너무 늦은 대책이라며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환기 설비 개선 계획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중단기 대책이 부실하고 전반적인 산재 예방을 위한 핵심 대책은 선언적 수준으로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다만 이 내용은 임금 교섭 체결의 핵심 조건은 아니고 별도의 정책 협의 과제라고 설명합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어제(30일) 총파업을 하루 앞두고 교육부 장관 면담을 요구하며 기습 시위를 벌였습니다.

하지만 이주호 장관이 회의실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면담은 불발됐고, 다음 주 중에 면담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 교섭이 지난해 9월부터 시작해 7개월이 지났지만 사용자 측과 합의점에 이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장관 면담과 교섭 상황에 따라서 이들의 집단 행동이 어떻게 될지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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